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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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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한 마리가 늑대 떼를 이길 수 없다고? (2)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지구 온난화로 연해주 지역이 농업에 유리한 조건으로 점차 바뀌고 있다지요.”


사실상 권위주의 정부(독재정권)인 러시아에서 권력자들이 탐을 내지 않을 사업 궁리하던 차에 찾아낸 것이 농업과 서비스업이었다.


“게다가 한국의 종자와 해외농업 연구가 꽤나 쌓여 있다고도 하고. 특히 러시아 정부의 극동개발 의지가 강해서 사업성이 충분하다지요.”


이전 삶에서 ‘통일대박‘을 주창했던 보수정부에서 러시아 연해주 호롤지역의 농업경제특구를 추진한 적이 있었다.

이번에는 정의국 정권에서 관련 사안이 한창 논의되고 있다.

내용의 골자는 러시아 연해주 호롤지역을 남․북․러가 협력하여 농업경제특구로 조성함으로써, 북한의 식량난 지원 등 남․북․러 경제활성화를 촉진하고 동북아시아의 공동번영을 위한 다자간 경제협력프로젝트 추진한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수교당시 한국이 빌려준 차관을 연해주 농업경제특구(고려인자치구역) 건설과 상쇄하려는 꿍꿍이를 가지고 있었다.


“정부의 농업경제특구 관련해서는 가온그룹이 깊이 발을 담그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어요.”

“맞습니다. 의장님. 연해주 농업경제특구는 정치·외교·안보적으로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어서 한국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을 것이라 그룹에서도 보고 있습니다.”


광대한 영토를 자랑하는 러시아는 2000년대 들어서 극동러시아의 자국인구 감소 문제는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극동지역의 지속적인 인구이탈을 막기 위해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적극적 투자와 산업시설 기반강화에 노려하고 있지만, 스스로의 힘으로는 역부족인 것이 사실이다.

꾸준히 한국에 투자유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러시아는 극동아시아에 있어서 중국과 일본보다 우선해 한국을 전략적 협동 파트너로 삼고 있다.

정의국 정부도 그 부분에 주목하고 있고.


“올해 곡물가격이 급등해서 정부도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겠군요?“

“때문에 기업들의 해외농업 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주요 대기업 종합상사와 화학기업들이 연해주로 진출하고 있다.

아프리카와 남미에 이르기까지 30여 개국 가까이 곡물 생산을 위한 농업 진출을 하고 있지만, 성공확률이 높은 곳으로 러시아 연해주 지역이 떠오르고 있다.


“2016년까지 16개 기업이 진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2020년에 가면 그 중에서 10개 기업이 살아남는다.


“연해주와 러시아의 노동자들이 우리 마음 같이 잘 따라와 준답니까?”

“생산성이 낮은 것이 한국기업들의 고민입니다. 우리 기업들이 미국식 대규모 경작에 대한 경험이 부족해서 제법 시행착오를 겪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가온도 어려움이 많겠군요?”

“잘 적응해 가고 있다고 합니다.”

“가온그룹이 운영하고 있는 연해주 농장 면적이 어떻게 됩니까?”

“전체 5,200만 평으로 하루 수확 면적이 대략 170만 평으로 알고 있습니다. 주요 작물인 대두 기준입니다.”


가온그룹의 농업사업 부문에서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대략 두 시간 거리인 평야지역에 제1농장을, 우스리스크 지역에 제2농장을, 미하일로프카 지역에 제3농장을 운영 중이다.


“콩과 옥수수만 심는 건 아니죠?”

“주로 사료용 작물을 많이 심고 있지만, 한국의 고랭지 채소 재배면적도 늘려가고 있습니다. 고랭지 채소는 전량 아네모네 & 컴퍼니에서 소화하고 있습니다.”

“총생산량은 얼마나 되는데요?”

“대략적으로 3만 톤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굉장한 양처럼 보이지만, 파커필드가 한 해 취급하는 농작물에 비하면 손톱의 떼만도 못한 규모다.


“옥수수는 한국 어디에서 주로 가져가죠?”

“삼양에서 전량 가져가서 전분당으로 제조하면 저희 그룹 식음료 회사와 광성그룹 계열 음료와 제과회사에서 최종 가공되어 제품으로 생산되는 것으로 압니다.”

“아프리카 농장 사정은 어때요?”

“케냐와 에티오피아 모두 기반공사가 마무리 단계라는 보고가 올라왔습니다.”

“그 농장들이 두 나라에 식량자급과 외화벌이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마는.... 적자 때문에 위축되지 말고 우직하게 밀고나가라고 내 이름으로 전문 하나 보내세요.”

“예. 의장님.”


가온그룹의 해외농업 진출은 곡물 자급이니 해외식량 영토 확보 같은 거창한 이유 따위는 없다.

미래의 주요 산업으로 부상하게 될 바이오에너지 분야의 가치사슬 한 축을 담당하도록 추진하고 있다.


“농업과 관련해서 한 가지 보고 드릴 것이 있습니다.”

“뭔데요?”

“알고 계시다시피 2008년에 곡물가가 폭등했던 것이 이번에도 똑같이 재현되었지 않습니까? 정부가 많이 놀란 모양입니다. 내놓은 대안 중에 하나가 ‘한국판 카질’을 키운다는 겁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때는 글로벌 투자은행을 육성한다며 Rehman Bros를 인수한다고 하더니, 곡물파동이 벌어지니 이젠 글로벌 농업기업 육성을 들고 나왔다.


“유사시에 외국으로부터 곡물 메이저를 거치지 않고 독자적으로 곡물을 조달한다는 구상에 따라서 민·관 합동으로 사업 계획을 검토했습니다.”


출발부터 순탄치 않았다.

민간 기업 중 곡물 구매와 판매 등 핵심적 역할을 맡기로 했던 BS그룹이 채산성을 맞추기 어렵다며 막판에 불참을 선언했다.

그런 상황에 손을 뻗친 곳이 한국의 무역부문 1~2위를 다투는 오성물산과 가온 인터내셔널이었다.


“우역곡절 끝에 AT가 주도하고 저희와 오성물산 그리고 운송 부문 대기업 두 곳이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내년 안에 시카고에 사무소를 설립할 계획입니다.”


류지호는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는 데 1억 달러를 걸 수 있었다.


“일단 곡물 저장·운송 설비 확보가 힘들 겁니다. 설혹 한다고 해도 시간이 오래 걸릴 겁니다. 현지 곡물기업 인수도 쉽지 않을 것이고. 무엇보다 민간 부문의 이해충돌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조정할 능력이 없어요.”


가온그룹 산하 종합상사가 새롭게 추가되었다고 해도 성공할 수 없다.

이전 삶에서도 재계 1~5위 권 대기업들이 참여했음에도 관련한 모든 사업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한국판 카질 사업이 실패했었다.

이런 사례는 한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식량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들이 한 번 쯤은 겪었던 실패다.

물론 류지호가 직접 나서서 사업을 지휘하면 달라질 수 있다.

처가가 세계적인 곡물기업이었기에 일부 제휴를 끌어낼 수도 있을 테니까.

굳이 나설 생각이 없는 류지호다.

농산물유통은 다섯 개 다국적기업이 그들만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

그렇기에 식량의 주권이니 독립은 결코 쉽지 않다.

영화 산업도 과거에 그랬다.

한국영화 산업은 90년대까지 할리우드 영화에 절대적으로 의존했다.

할리우드가 영화의 가격을 결정하면 그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흥행에 실패한 영화를 패키지로 울며 겨자 먹기로 함께 구입해야만 했다.

현재도 그 같은 횡포는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다.


“가온 인터내셔널에 지금이라도 빠지라고 전할까요?”

“사업실패에 따른 손실을 추정해 보고 감당 가능하면 끝장 날 때까지 함께 해보라고 하세요.”

“......?”

“가온의 무역부문이 농산물 유통에서는 경험이 많지 않잖아요. 시카고에서 제대로 구르면서 깨져보다 보면 배우는 게 뭐라도 있겠죠.”

“.....예”

“다른 내용들은 연말에 몰아서 받는 것으로 합시다.”

“알겠습니다. 보기 쉽게 정리해놓도록 하겠습니다.”


몇 개 사업의 궁금증을 해결한 류지호가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했다.

대기하고 있던 전용기를 타고 중국 항저우로 떠났다.

류지호가 3박4일 일정으로 중국으로 떠나고 난 후.

한국에서 초대형 경제뉴스가 터졌다.


[지난 2001년 10월 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간 세계 메모리반도체 2위 기업 하이닉스가 10년 만에 새 주인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올 초부터 시작된 하이닉스에 대한 새 주인 찾기는 낙관하기 매우 힘든 상황이었다. 이전 수차례 매각 시도가 모두 무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뜻밖의 기업이 M&A에 전격적으로 나서면서 서광이 비추기 시작했다. 바로 가온그룹이다. 가온그룹은 이미 두 곳의 반도체 파운드리 전문업체를 인수합병한 바 있었는데, 두 파운드리의 이전 주인까지 품에 안게 되면 단숨에 글로벌 반도체 톱3로 부상할 수 있게 된다. 하이닉스 채권단과 가온그룹은 기본적인 내용은 합의가 이루어졌으며 3개월에 걸친 세부 실사가 끝나는 내년 1월에는 본 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는 분위기다. 만약 가온그룹이 하이닉스 인수로 반도체 부문에서 성장동력을 확보하게 되면 자산규모가 120조를 훌쩍 넘어서며 재계서열 2위를 더욱 굳힐 것으로 보인다.]

- [단독] YNTV 경제팀.


❉ ❉ ❉


반도체 산업은 막대한 설비투자를 요구하면서도 경기변동에 민감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하이닉스는 1997-1998년 금융위기의 여파와 2000년 실시한 무리한 금성반도체의 인수로 재무적 어려움을 겪던 중 2001년 파산하고 말았다.

그 후 여러 은행들로 구성된 채권단이 공동관리를 하면서 구조조정을 통해 회사를 부활시켰다.

그 동안 많은 경쟁업체들이 산업에서 철수하여 하이닉스는 오성전자에 이어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2위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게 되었다.

어느 정도 하이닉스가 정상화되었다고 판단한 채권단은 수차례에 걸쳐 국내외 회사들에게 매각하려고 노력했다.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인수대금이 어지간한 대기업에도 큰 부담이었기 때문이다.

매각금액이 3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되었고, 인수 후에도 매해 수 조원의 설비투자금을 쏟아야했다.

게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뒤라 섣불리 인수하겠다고 나서는 곳이 없었다.

선경그룹 회장이 하이닉스 인수에 큰 관심을 보인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극심한 그룹 내부 반발에 부딪치고 있다.

그러던 중 가온그룹의 회장 래리 킴이 채권단 대표를 만나 전격적으로 인수를 제안했다.

선경그룹은 오너가 그룹 임원들에게 왜 반도체 기업 인수가 필요한지, 본인이 어떤 비전으로 인수에 나서는지 설득하는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었다.

반면에 가온그룹은 류지호와 래리 킴 회장 및 신사업추진단장이 합의를 보면 곧바로 M&A에 착수할 수 있다.

가온그룹의 반도체 산업 진출로 재계와 경제계가 시끌시끌할 때.

연예뉴스는 한 편의 드라마로 각종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다솜미디어의 <불한당>이 그 주인공이다.

지상파 3사는 매 분기 30%를 넘나드는 초대박 드라마를 선보여 왔다.

주말 버라이어티 역시 같은 지상파 방송끼리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그들은 다솜미디어나 BS미디어 같은 케이블 채널과 경쟁한다는 생각 자체를 안 했다.

따라서 자사 콘텐츠에 대해 전방위적 홍보마케팅은 지금까지 거의 없었다.

언제나 ‘갑’의 입장이었던 지상파는 영향력이 떨어지는 매체의 취재요청을 매몰차게 거절하고, 설령 부정적인 기사가 나가더라도 대응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

대신 해당 매체를 자사 출입기자 명단에서 제외하는 식으로 벌을 줬다.

케이블TV는 지상파처럼 언론매체에 대응할 수가 없다.

아직은 기존 매체들에게 ‘을’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다만 가온과 BS그룹은 지상파가 가지지 못한 능력을 두 가지 가지고 있었다.

바로 자금력과 홍보마케팅적인 아이디어와 실력이다.

가온그룹은 말할 것도 없고, 식품 및 기타 서비스 산업을 전개하고 있는 BS그룹 역시 홍보마케팅 능력이 동종 업계 최고다.

진작부터 홍보와 마케팅을 분업화해서 치밀한 전략 하에 케이블TV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중과 언론 반응 관리는 홍보파트에서.

마케팅 파트는 주로 채널과 콘텐츠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미 예고편, 각종 콘셉트 영상물, 포스터, 제작발표회 등에서 노하우를 가지고 있으며, 다양한 외주업체 포트폴리오도 가지고 있다.

방송 전부터 어떻게 시청자 기대감을 끌어올려야 하는지, 또 방송 후에는 프로모션을 어떻게 전개해야 하는지 관련 매뉴얼이 마련되어 있다.

케이블TV 양대 산맥이랄 수 있는 다솜과 BS는 단순히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어떻게 시청자들에게 어필하는지 고민하는 방송사다.

심지어 다솜미디어는 기획단계부터 수출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 네이브와 넥스트 뉴스란을 류지호가 전세 냈나? 죄다 류지호 기사야 썅!!!!

┖ 몰랐어? 네이브도 류지호 거잖아 ^^

┖ 다름. 류지호가 대주주가 아니라, 류지호가 소유한 회사가 대주주임. 가온파트너스라고.

┖ 암튼 몇 주 동안 네이브와 넥스트 뉴스란을 류지호 기사로 도배를 하는 것 같다. 적당히 좀 하자.

┖ 빨아도 정도껏 빨아줘야지. 인간적으로 넘 심함. ㅜㅜ


다솜미디어와 드라마 홍보팀이 일부러 대량의 기사를 유도한 것이 아니다.

양대 포털사이트 역시 어떤 의도를 가지고 기사량을 조절한 것도 아니고.

드라마 <불한당>이 여러모로 화제성이 있었기에 압도적인 포털 사이트 기사량을 자랑한 것이다.

그나마 <불한당> 방영일이 아닌 요일에는 기사 숫자가 급격히 떨어지긴 했다.

대신해서 류지호의 태권도 4단 승단 소식이 줄어든 뉴스를 채웠다.

가온그룹의 하이닉스 인수설까지 더해지면서.

한국의 양대 포털사이트에서 류지호 이름이 일주일 내내 도배되다시피 했다.

하루 종일 포털 댓글란만 기웃거리는 댓글러와 불편러들이 짜증이 날 수밖에.


“그놈에 류지호! 지겹다 증말!”


다양한 뉴스에 참견해서 댓글 욕구를 해소해야 하는데, 온통 류지호 관련 뉴스만 넘쳐나니 재미가 없었다.


✻ ✻ ✻


가온그룹의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에 대해 중국에서도 무척 관심이 많았다.

중국에 도착한 류지호에게 중국 언론들의 관련 질문이 쇄도했다.

류지호는 그 부분에 대해 철저히 함구했다.

하도 취재진들이 몰려들자, 기존 경호체제를 보강했다.

그러자 중국 언론에서는 별 시답잖은 기사로 주목을 끌었다.


[미국의 彭博通讯(Bloomberg통신)에 의하면, 세계 최고 부자 류지호의 개인 경호비용이 업계 최고 수준이다. 몇 주 전에는 본인과 그의 가족 경호 비용을 연간 1,800만 달러로 증액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경호 인건비와 주거지역에 대한 안전 조치, 장비 설치 및 유지 관리, 개인 여행 시 전용기 비용 등이 포함됐다. 彭博通讯에 의하면 류지호 개인 경호 비용은 꾸준히 증가해왔다. 류지호의 경호를 전담하고 있는 JHO의 보안회사 CEO는 때마침 한국의 폭력단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방영되던 시점임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밝혀기도 했다. 사실 순자산만 1,200억 달러가 넘는 것이라 알려진 류지호의 재산을 봤을 때 경호 비용으로 그다지 큰 지출은 아닌 셈이다.]

- 廣州日報.


중국의 떠오르는 경제구역이자 제조업 중심지로 광저우, 선전, 포산, 주하이, 쟝먼, 중산, 둥관, 후이저우, 자오칭 등의 9개 도시로 이루어진 주강삼각주 일대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광주일보(廣州日報)에 실린 기사였다.

이 신문에서 세계 최고 부자들의 개인경호비용들을 Bloomberg를 인용해 비교적 자세하게 다뤘다.

미국 슈퍼리치 대부분이 100~120만 달러 사이의 경호비용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류지호는 평균보다 열배가 넘는 경호비용을 사용하고 있다.

개인 전용기를 두 대나 보유하고 있고, LA, 뉴멕시코, 뉴욕 등에 주택과 별장을 여러 채 보유하고 있으며, 장거리 출장을 자주 다니는 영향이 컸다.

대부분의 미국 기업 회장들의 경호와 보안 비용은 회사들이 부담하는 편이다.

그런데 류지호는 자신의 경호 비용을 회사에 전혀 청구하지 않고 있다.

모두 자비로 부담하고 있다.

반면에 모리스 메타보이를 비롯한 JHO의 회장·부회장들에게는 각각 30만 달러와 22만 달러의 개인 경호 및 보안 비용을 책정해 놓고 있다.

글로벌 복합미디어의 최고 수장의 개인 경호 및 보안 비용치고는 그다지 높지 않았다.

오너가 회사에 비용을 청구하지 않으니, 전문경영인들이 쓸데없이 비용을 부풀리지 않기 때문이다.

암튼 중국 언론들이 뜬금없이 류지호의 경호비용을 꺼낸 이유가 있었다.

중국기업 최고경영자들의 과시성 의전과 그에 따른 비용 낭비를 비판하기 위함이었다.

월급 받고 일하는 전문경영인의 경호와 보안 비용은 이사회 감사 대상이다.

JHO Company의 경우, 내부규정에서 총회장(지주회사 회장)은 120만 달러까지, 그 외 중간지주사 최고경영자는 76만 달러까지 경호 및 보안 비용을 사용할 수 있다.

여행 같은 사적인 영역에서는 무조건 개인 비용으로 처리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다하다 이젠 내 경호 비용에 대해서도 충고를 하네, 이 사람들이.... 혹시 우찬이 네가 인터뷰해 줬어?”


한국의 언론들에서는 경호 비용 관련해서 류지호에게 훈수를 두는 기사도 실렸다.


“아니.”

“그럼 나래안전에서 인터뷰했나?”

“너와 가족들 경호문제는 특급이거든.”

“그럼 신문에서 관계자라고 한 사람은 누군데?”

“지들끼리 상상해서 썼거나 아니면 다른 보안업체 사람들하고 룸빵 가서 놀면서 이것저것 주워들었겠지.”

“요새도 기자들 룸살롱에서 접대해?”

“YNTV 사회부 기자 말 들어보니까, 그런 접대나 회식자리가 필요악인 모양이더라.”

“정경사언유착이지 무슨 필요악이야.”

“여자끼고 진하게 놀면서 무장해제 시켜 놓고 원하는 정보 얻기도 하고 뭐 그런데....”

“그걸 믿냐? 세계적인 보안회사 한국 지사장께서?”

“야, 걔들이 룸빵 같은데서 놀아줘야 우리 같은 정보업계 사람들도 먹고 살지. 유흥업소 휴민트들한테서 나오는 정보가 얼마나 쏠쏠 한데.”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더니....”


증권가 정보지들의 소스들이 다 어디서 나올까.

사회 곳곳에서 눈에 띠지 않고 일하는 평범한 사람들 입에서부터 나온다.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국회의원이 기업 관계자나 특정 부서 공무원과 식사를 하는 것은 일반인에게 크게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을 가지고 가치가 있는 정보로 가공하는 이들에게는 다르다.


“알잖아.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어지간한 사람들 동선 다 딸 수 있는 거.”


류지호가 와락 인상을 구기며 경고했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마!”


(주)나래안전 시스템의 가입자 수는 2010년 기준 38만이다.

고객의 가정집은 물론이고 모든 업장에 CCTV를 관리하고 있다.

특히 24시간 편의점과 무인자동화기기 주변마다 CCTV가 깔려 있다.

그 인프라를 활용하자고 들면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진다.

경찰보다 더 빠르고 정밀하게 누군가의 동선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경비 순찰조와 출동팀의 활동반경까지 고려하면.


“나래에서 협조해 줄 리도 없고. 딱히 그쪽 인프라를 쓸 생각도 없어.”


고우찬이 소속되어 있는 JHO Security Service와 (주)나래안전 시스템은 오너가 같을 뿐 별개의 회사다.

고우찬이 누군가의 뒷조사를 할 목적으로 협조를 부탁한다고 해서 들어 줄 리가 없다.


“고객들이 수사기관에 협조하는 것까진 문제가 없다고 해도 절대 정보수집 차원에서 나래안전의 인프라를 활용하지 않도록 해. 알겠지?”

“응.”


고우찬이 시원하게 대답을 했지만, 류지호의 지시를 따를 지는 장담할 수 없다.

류지호와 그의 가족을 위해서라면 법을 어기는 한이 있더라도 어떤 짓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는 보안·경호팀이었으니까.

암튼 공항에서부터 귀찮게 따라붙은 기자들을 달고 류지호 일행이 서호가 내려다보이는 최고급 호텔에 도착했다.


❉ ❉ ❉


11월 중순.

중국 항저우에 있는 저장성 인민대회당.

Aliba-Fest의 메인 행사장이다.

이 행사는 Aliba그룹이 세계적인 기업인이나 명사를 초대하는 기업 컨퍼런스 포럼이다.

지난해 창립10주년을 맞이해 성대하게 열린 후, 올해도 각국의 저명인사들을 초청해 이틀간 성대하게 열릴 예정이다.

작년 영화와 드라마 촬영 스케줄로 10주년 행사에 참석을 하지 못했던 류지호는 올해 특별연사로 초청되었다.

이틀 동안 열리는 이번 컨퍼런스에는 아놀트 슈발츠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비롯해 미국에서 온 기업들, 각국을 대표하는 고위 관료와 기업인들이 대거 참여했다.

또 2,000여명의 전 세계 중소기업 관계자들과 120명의 외신기자들도 자리를 채웠다.

무대에 오른 Aliba그룹의 창업자 제이크 마의 첫 일성은.


“내가 A-Web을 중국에서 쫓아내겠다고 했었는데.... 결국 해냈습니다.“


Aliba는 가장 큰 경쟁자인 A-Web을 견제하기 위해 거래 중개수수료 인하 등의 공격적인 방식을 사용해 2003년 중국 인터넷쇼핑몰 시장에 진출한 A-Web을 3년 만에 철수시켰다.

그 이후 양사의 관계는 급속도로 악화됐다.


“당시 나는 Aliba 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A-Web이 바다 속의 상어라면 나는 양쯔강 악어다. 바다에서 싸우면 우리가 지지만, 강에서 싸우면 우리가 이긴다.”


제이크 마는 A-Web을 포럼 연사로 초대해 놓고 호기롭게 승리를 선언했다.

중국인들에게는 멋있어 보일지 몰라도, 서방에서 온 이들은 충분히 기분이 상할 도발이었다.

사실은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다.

사전에 A-Web 관계자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극도로 사이가 좋지 못했던 양사가 지난해부터 약간의 화해 무드가 조성되기 시작했다.

류지호가 제이크 마를 미국으로 초대해서 그를 A-Web 본사로 데리고 갔다.

그곳에서 삼자가 진지하게 대화를 나눈 바 있다.

올해 초에는 A-Web의 전자결제 서비스를 Aliba그룹이 도입키로 하면서 그 간의 갈등이 봉합되는 분위기로 흘렀다.

암튼 제이크 마가 입담을 과시한 개막연설이 끝이 나고.

이틀간의 빡빡한 포럼 일정이 시작됐다.

세계적인 큰손인 류지호는 중국의 스타트업을 꿈꾸는 대학생들을 상대로 초청강연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내게 ‘왜 실리콘밸리인가’ 도대체 ‘그곳에 뭐가 있기에 특별한가’라고 자주 질문을 합니다. 여러 사람들이 그와 관련해 답을 내놓고 있고. 여러분도 어느 정도 알고 있을 겁니다. 예. 맞습니다. 실리콘밸리에는 거액을 들여서 인수되는 수많은 스타트업, 또는 그 같은 스타트업을 거액으로 인수한 회사가 모두 있습니다. 끊임없이 돈이 되는 아이디어가 모이고 그걸 사려는 빅테크가 둥지를 틀고 있지요. 단순하지요?”


객석의 호응을 바랐건만.

중국의 청중들은 진지하기만 했다.


“실리콘밸리에 있으면서 얻을 수 있는 중요한 이로운 점을 꼽자면 첫째 투자유치가 쉽습니다. 둘째 다른 IT기업 대표를 매우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사업 기회가 확장됩니다. 내가 소유한 투자회사처럼 미국의 벤처캐피탈들은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고 컨설팅 회사도 실리콘밸리 거리 곳곳에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만약 누군가 자신이 창업한 회사를 팔거나 혹은 새로운 투자를 유치하고 싶다면 하루 동안에 서너 곳의 투자회사 담당자와 미팅을 할 수 있지요. 심지어 Yaaho!나 Googol 경영진과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런 문화와 분위기는 세계 어떤 곳도 따라할 수 없는 특별한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계 곳곳에서 실리콘밸리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대부분 정부나 관 주도다.

특히 중국의 경우 성도마다 자체적인 모델을 구축했다며 자랑하고 있다.

정부 주도라서 허울만큼은 대단하다.


“투자자의 한 사람으로써 실리콘밸리의 수천 개에 달하는 스타트업과 업계 전체를 볼 수 있어서 즐겁습니다. 젊은 창업가의 열정과 힘을 느낄 수 있고, 그들을 도와줄 수 있다는 점이 좋습니다. 벤처투자자로서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충고가 하나 있습니다. 자금 유치는 매우 신중하게 해야 합니다. 자금을 유치하면 실적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불안하게 됩니다. 그 탓에 혁신이 멈출 수도 있습니다. 나는 그런 경우를 수도 없이 봐 왔어요.”


성공한 스타트업 스타들이 대중들에게 실리콘밸리 환상을 심어주고 있다.

실리콘밸리는 창업의 천국이다.

부인할 수 없다.

모두가 회사의 오너일 수는 없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에 몸담고 있는 99%의 사람들에겐 지옥이기도 하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업무량은 상상을 초월한다.

실적 압박 또한 상당하고.

결코 낙원이 아니다.


“내가 처음 웨스트우드에 투자회사를 열었을 때는 오픈소스라는 게 존재하질 않았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창업자들이 직접 만들어야 했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오픈소스, 라이브러리가 가득하고, 서버는 클라우드 회사를 통해 임대받을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서버를 확충하려면 수요를 예측하고 3주 전에 주문을 넣어야 했습니다. 그마저도 틀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했죠. 지금은 어떻습니까? 창업하기 매우, 매우, 매우 좋은 환경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기대가 높아졌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훨씬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하나마나한 이야기 같겠지만.

그걸 이야기하는 인물이 류지호라면 달라진다.

20대부터 벤처투자를 통해 수많은 실리콘밸리 슈퍼스타를 배출해 낸 장본인이었으니까.

그 신화는 여전히 진행 중이고.


“행운이란 것은 준비가 안 된 이에게 찾아왔을 때 알아차릴 수 없습니다. 복운(福運)은 오직 준비된 자에게만 허락되는 것임을 명심하세요. 福(복)자에는 밭 田이 들어 있지요. 복이란 것이 밭을 일구는 것처럼 스스로 지어서 스스로 받는 것이지 누가 대신 지어주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 찾아주신 모든 분들께 하는 일마다 복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짝짝짝.

40분 간 진행된 강연에서 여러 차례 박수가 나왔다.

류지호는 PayMate를 비롯해 성공한 스타트업 투자 사례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청중들에게 알기 쉽게 실리콘밸리 프로세스를 설명했다.

그런데 성공사레보다 실패 사례를 더욱 자세하고 실감나게 전하는데 더 노력을 기울였다.

중국 청년들에게 겁을 주려는 것은 아니었다.

많은 연사들이 청년들에게 열심히 하면 된다고 말한다.

열심히 안하는 청년은 없다.

류지호는 열심히 하는 것보다 ‘잘‘ 하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 미국 최고 부자들이 참여하는 기부서약에 회의적인 이유가 있습니까?


강연이 끝나고 따로 마련된 기자회견장에서 나온 첫 질문이었다.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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