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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한 마리가 늑대 떼를 이길 수 없다고? (5)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개과는 지근이 발달되어 있고, 고양이과는 속근이 발달되어 있어서 체급이 같다고 했을 때 맞짱을 뜨면 고양이과가 이기지 않을까요?”

“개과가 고양이과보다 치악력이 더 강하지 않나요?”

“개과 동물은 무리지어 행동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아마 1:1의 대결 상황이 안 만들어 질 것 같습니다.”

“명색이 맹수 중에 맹수인데 호랑이가 가볍게 이기지 않을까요?”

“3~4마리는 호랑이가 어찌되었든 해결하지 않을까요? 그 숫자가 넘어가면 힘들 것 같은데.....”

“다큐에서 봤는데, 암사자가 새끼들하고 하이에나떼한테 포위되어서 막 공격받고 그러는데 딱하고 수사자가 나타나니까 하이에나들이 슬금슬금 물러가더라구요.”


저마다 호랑이가 이기네 늑대가 이기네 한참을 떠들어댔다.

그러다 소강상태에 접어들고 나서 류지호가 말했다.


“내 생각에 호랑이가 어지간히 배가 고프거나 혹은 늑대가 봤을 때 호랑이가 늙어서 만만해 보이지 않는 이상 쉽게 덤벼들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합니까?”

“......”

“자연의 세계에서 늑대가 호랑이에게 겁을 집어먹고 물러난다고 해서 반대로 호랑이가 늑대 떼가 성가셔서 길을 돌아간다고. 욕을 먹겠어요? 그저 자연스러운 본능인 겁니다. 사실 호랑이와 늑대는 싸우지 않아도 됩니다. 게다가 호랑이는 열심히 분변을 퍼트려서 영역을 표시해 놓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겁니다. 가끔 천하가 진동할 정도로 포효를 터트려서 존재감을 과시하면 그것으로 족할 뿐. 그러면 늑대가 함부로 영역에 들어오지 않겠지요.”


류지호는 JHO와 가온이 호랑이라고 규정했다.

중국시장의 경쟁자들을 늑대떼에 비유했다.

중국현지 법인장 중에 그 같은 표현을 기분 나빠하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


“중국법인을 책임지는 여러분들에게 분명히 말합니다. 실적이나 성과에 연연하지 마세요. 중국에서 어떻게 성공할 것이냐 얼마나 벌 것이냐 고민하기보다 어떻게 지속 가능하게 사업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해주세요. 여러분은 중국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본사 임원들보다 중국의 정치·사회·문화에 대해 잘 알고 있지요. 중국이 성장하는 것보다 더디지만 이 나라의 법과 사회적으로 변동성이 매우 큽니다. 그것으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어떻게 체계화하고 순발력 있게 대응할지 고민하고 또 노력해주세요.”

“예!”


외국계 기업이 열심히 중국 시장을 개척한 후, 중국의 후발주자들에게 고스란히 뺏기는 사례는 일일이 세기도 힘들다.

토사구팽(兔死狗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렇듯 중국시장에서 성공하는 것은 둘째 문제다.

모든 것에 앞서 선행되어야 할 과제는 살아남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중요한 것이 중국시장만의 ‘인비저블 룰(Invisible Rules)’에 어떻게 적응하는가 여부다.

이 보이지 않는 룰을 중국에서는 ‘치엔꾸이저(潛規則)’라고 한다.

중국 비즈니스계에는 업종별·지역별로 그들만의 보이지 않는 비공식적인 규제사항이나 암묵적인 룰이 무수히 많다.

해외기업이 알 수도 없고, 알더라도 쉽게 익숙해지지 못하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

이를 얼마나 짧은 시간에 학습하고 적응할 수 있는가.

중국 현지화 성패의 열쇠다.

세계 어떤 시장이나 ‘인비저블 룰‘이 존재한다.

중국은 비즈니스에 꽌시라는 중국만의 문화까지 얽히는 경우가 많다.

그런 독특한 점을 숙지하지 않고 무작정 들이대다가는 곧바로 낭패를 보게 된다.


‘발생할 것이 확실한 한한령에 대비해 중국 자본뿐만 아니라, 미국하고 유럽자본까지 합작법인에 섞어 놓긴 했는데.... 졸렬한 중국의 행태를 고려했을 때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네...’


가족이 지내고 있는 한국으로 돌아가는 전용기에서 류지호는 이전 삶의 기억들을 떠올려 봤다.

특히 한한령과 관련한 일련의 흐름에 대해 고민해 봤다.


후우.


세계 10위권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보유한 한국이다.

그러나 스스로가 약소국이라 여기는 경향이 있다.

특히나 한국의 지식인들, 언론인, 정치인들이 대체로 그런 인식이 강하다.

때문에 주변 강대국들이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하면 쩔쩔 멘다.

할 줄 아는 것이 내부총질에 열중하는 것뿐.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스스로 분열에 앞장선다.

사드배치를 명분으로 한 중국의 저열한 보복이나 일본의 소재부품 수출규제에 휘둘린 이후로는 마치 겁을 잔뜩 집어먹은 강아지처럼 굴었다.

중국과 일본이 조금만 액션을 취하면 화들짝 놀라곤 하는 것이 한국정부다.

특히 언론이 이를 부추긴다.

너무나 겁에 질린 나머지 한국 외교당국은 상호주의를 어디에 어떻게 쓰는 것인지 망각하고 마는 것 같았다.

자국의 기업이 불이익을 넘어 망하게 생겼고,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도 잃을 위기였고, 주가까지 폭락했음에도, 한국 정부와 외교는 무능 그 자체였다.

그 무능한 모습은 중국을 비롯해 주변국들만 이롭게 했다.

많은 국가들이 한한령이라는 외교적 보복이 한국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똑똑히 확인했다.

중국이 해서 먹혔으니, 일본도 하고, 러시아까지 한다.

심지어 인도네시아도 까불고 베트남까지 한국 외교를 우습게 알 정도였다.

물론 이전 삶에서.


‘뭐든 처음부터 지고 들어가면 이후로 볼짱 다본 건데...말이지.’


미국 조야에서는 월가와 영국의 대형 금융사들이 손발을 맞추면 중국을 곤란하게 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해외자본이란 것이 신흥국에게는 ‘양날의 칼'이기에.

유입될 때는 경제에 활력을 주지만, 한꺼번에 빠져나갈 경우 충격을 줄 수 있다.

서방의 헤지펀드들이 그런 식으로 재미를 많이 봤다.

한국은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면서 금융시장을 전면 개방했다.

꼭 그 때문만은 아니지만, 1997년 말 동남아시발 외환위기에 휘말렸다.

나라가 망하는 것 같은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

일본은 플라자합의를 통해 엔화가치가 절상되면서 늘어난 통화가 투기자본으로 흘러들어 부동산, 주식 등을 들썩이게 했고, 결국 1980년대 일본 거품경제를 만들어냈다.

버블붕괴로 엄청난 경제적 타격을 입은 후로 이른바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초장기 불황을 겪게 됐다.

중국 정부는 해외자금을 중국내로 들여오는 건 비교적 자유롭게 허용해준다.

투자금액 한도, 기한 등을 일일이 허가받아야 하지만.

그런데 외국기업이 중국에서 돈을 가지고 나가는 것은 매우 어렵게 만들어 놨다.

자국 기업과 이익을 분배하는 것도 불공정하고.

중국의 금융시스템은 매우 취약하고 낙후되어 있다.

그런 환경에서 외국 금융기관이 중국에 대거 진출하면 어떻게 될까?

중국은행들이 지금까지 향유해온 너무나 유리한 영업 조건은 당연히 사라지게 될 터.

상당수 중국은행이 문을 닫을 수도 있다.

뱅크런이 일어날 수도 있고.

그 동안 중국 정부는 자기들 마음대로 환율을 조작해왔다.

사실상 서방국가들은 그것을 견제할 수 없었다.

만약 미중무역 갈등에서 미국이 승리해서 중국의 금융시장 개방이 이루어지게 된다면.

일본이 겪었던 플라자합의 혹은 한국의 외환위기를 겪지 말란 법도 없다.

그 과정에서 JHO와 가온이 큰 이익을 볼 수도 있고.

물론 중국이 호락호락 당해줄 것 같진 않다.


- 과거 미국은 기세등등하던 일본을 외교와 금융으로 주저앉힌 적이 있습니다. 중국에게도 그것이 통할 것이라 보십니까?


신년 특집 인터뷰에서 The Wall Street Journal 기자가 류지호에 한 질문이었다.


“안타깝지만... 오늘의 미국이 내일도 똑같은 미국일거라고 보고 있지 않습니다.”

- ......!

“미국의 힘은 오늘 이 시간에도 조금씩 빠지고 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힘이 세지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힘이 약해지는 겁니다. 왜? 모두 미국시민들 때문이지요. 여러분들이 뽑은 정책입안자들이 국력을 희생해서 초엘리트들의 탐욕을 채워주고 있으니까요. 3억 인구 중에서 초엘리트 3%가 미국을 이끌고 있습니다. 중국은 14억입니다. 3%면 도대체 몇 명일까요? 게다가 그들은 절대 민주적인 정부형태나 완전한 자본주의를 채택하지 않을 겁니다. 그렇게 되는 순간 미국에게 크게 혼쭐이 난 나라들처럼 되어버릴 것을 알고 있으니까.”

- 미국이 중국을 제압하지 못할 것이라 봅니까?

“나 말고 모두가 바보라고 생각해선 안 됩니다. 중국은 바로 옆 나라들인 일본과 한국의 실패를 가까이서 지켜봤습니다. 그것으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했다면 저 큰 나라를 유지하지 못하겠죠. 그들은 현재의 정치·사회 체제가 좋아서 그걸 따르는 것이 아니라, 그걸 버리는 순간 미국이란 사나운 맹수에게 잡아먹힐 것을 알기에 엉터리 같은 체제를 붙잡고 있는 겁니다.”


류지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미국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미국의 오만을 꼬집어 왔다.

미국이 강대국 오만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깊이 반성해야 한다고 충고하곤 했다.

지난해 워싱턴 포스트는.


[미국은 힘만 믿고 으스대는 국제정치의 슈발츠네거다.]


라고 지적했다.

유일한 초강국으로서 자신의 의무나 책임은 생각지 않고 오로지 국가 이기주의에 빠져 있다는 불평이었다.

세계 최강국이라지만, 알고 보면 역사적으로 상대가 되지 않는 약소국들에게 주로 당했던 미국이다.

한국전쟁에서는 변변한 화력지원도 없이 머릿수로 승부를 건 중공군에 패퇴했다.

큰소리를 뻥뻥 쳐댔지만, 결국 베트남에서도 철수했다.

가장 최근에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수년 간 전쟁을 하고 있지만, 당나귀 타고 소총 들고 대항하는 탈레반에게 이렇다 할 전과를 거두고 있지 못하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 하찮기 짝이 없는 북한이 핵무장을 넘어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까지 하며 감히 도발을 하고 있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민총생산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중산층이 몰락하고, 10년 주기로 경제위기가 찾아와 한 번씩 크게 휘청거리기 일쑤인 미국 경제.

류지호는 미국을 정신 차리게 만들고 올바른 길로 가게 해야 하는 책임은 시민들 본인에게 있다고 강조하며 시민의 애국심이 국가권력의 잘못을 바로잡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누차 충고했다.

애석하게도 미국시민 누구도 귀담아 듣고 있지 않고 있다.


❉ ❉ ❉


여주 전원주택이 아침 댓바람부터 분주했다.

류지호가 절여놓은 배추들을 열심히 물에 씻고 있다.

매제 권형준도 곁에서 거들었다.

파티룸으로 사용되는 별채에서는 시어머니와 딸, 며느리가 열심히 김장 속을 버무렸다.

아직 본격적인 김장철이 아니다.

김장은 입동 전후 열흘 사이에 담가야 맛이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부지방은 대략 11월 중순, 남부지방이나 동해안 지방은 12월 초순에 담그는 편이다.

온난화 현상으로 김장철이 점차 늦춰지는 추세이긴 하지만.

지역별로 김장을 담그는 방법이나 재료가 다 다르다.

그런데 지역을 불문하고 반드시 하는 것이 있다.

바로 김장을 담그고 난 후 온 가족들이 모여 수육을 삶아 먹는 것이다.

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류지호 가족을 위해 이른 김장을 담갔다.

수육을 함께 먹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부모님은 커다란 아이스박스에 온갖 종류의 김치를 차곡차곡 담았다.


“와! 이걸 다 오빠 싸줄라고, 그 고생을 한 거야?”


아닌 게 아니라, 세 개의 대형 아이스박스마다 배추김치, 깍두기, 총각김치, 갓김치, 파김치, 물김치, 백김치까지 온갖 김치가 종류별로 분리되어 담겼다.


“엄마, 나는! 내 거는 없수?”

“넌 매주 와서 김치냉장고 털어가잖아.”

“큰오빠만 챙긴다니까. 딸은 자식 아니유?”

“시끄러워! 네 거는 네가 알아서 담아 가던가. 저쪽에 네 아빠가 따로 아이스박스 빼놨을 거야.”

“호호. 그러면 그렇지. 잘 먹을 게.”


류아라가 남편인 권형준의 소매를 슬그머니 잡아끌었다.

어차피 자식들 가져가라고 넉넉하게 담근 김치다.


“큰 애야, 미국 집에 김치 냉장고 있었던가?”

“예. 있어요.”


김치냉장고는 한국에만 있는 개념이다.

김치를 먹는 민족이 한민족뿐이기 때문이다.

90년대 한국에서 김치냉장고가 유행을 타기 시작할 때 미국에서는 교포 일부가 미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냉동고를 구입해 온도조절기를 달아 아쉬운 대로 개조해서 김치냉장고 대용으로 사용하곤 했다.

이제는 미국에서도 김치냉장고를 구입할 수 있다.

다만 상당히 비싸다.

쓰다 고장 나면 그냥 버려야 한다.

A/S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온도는 너무 차갑게 하지 말고. 한 영하 1도. 원래 2~3주 땅에 파묻었다가 영상 3도 정도에 장독에서 꺼내야 맛이 좋은 건데. 일단 이번에 보내주는 거 먹고 있다가 나중에 입동 지나서 새로 김장하면 보내줄 테니까, 제 맛을 내기 시작할 때 먹어.”

“또 김장을 담그신다고요?”

“동네 사람들이랑.”


류지호는 만류하려다가 말았다.

김장을 담그는 이유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인근 마을에 거주하는 노인들에게도 나눠주고, 직원아파트에서 생활하고 있는 미혼 직원들을 챙겨주기 위함이니까.

해마다 다울재단이 열고 있는 사랑의 김장김치 담그기 행사도 있고.


“너무 무리하진 마세요.”

“힘든 일은 젊은 사람들이 다 해줘. 안 힘들어. 걱정 마.”

“저희 가볼게요.”


김장김치를 푸짐하게 챙긴 류지호 가족이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전용기 계류장에 K-bas 한국법인 사장이 나와 있었다.


“필리핀으로 출국하는 김에 겸사겸사 인사드릴 겸 왔습니다.”

“미리 연락이라도 하지.... 차라도 한잔 하게.”

“폐를 끼칠 수 없어서....”

“필리핀 항공학교는 잘 운영됩니까?”

“그럭저럭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하하.”


K-bas 한국법인장이 운영하는 필리핀의 항공학교는 JHO Security Service의 자회사가 아니다.

지사장의 개인회사다.


“경비행기 조종을 배우러 오는 한국인은 있구요?”

“한두 명 있긴 합니다.”


자가용 비행기를 슈퍼리치만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사실 자동차 한 대 값(대략 3,000만 원)이면 2인승 경비행기를 구입할 수 있다.

게다가 경비행기의 경우 인천과 김포 공항 주차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이·착륙료 또한 3천~5천원만 내면 된다.

그럼에도 국내에서 경비행기를 보유한 개인은 극소수다.

조종사 면허증을 따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면허 보유자들은 대부분은 미국이나 캐나다 등에서 따온다.


“필리핀에 비해서도 아직 한국의 경비행기 시장은 걸음마 수준입니다. 그래도 10년 전에는 캐나다에서 20일 수료하고 5~6천만 원을 내고 면허증을 취득했는데, 필리핀에 설립한 항공학교에서 부담 없는 가격에 면허를 딸 수 있어 동호회 중심으로 문의가 많이 옵니다.”

“미국에서 경비행기 한 대 구입했다면서요?”

“세스나340을 한 대 구입했습니다. 7인승짜리인데 의장님께서 뉴멕시코 격납고를 내주셔서 그곳에 두고 있습니다.”


류지호는 모르는 사실이다.

JHO Security Service에서 편의를 봐 준 모양이다.


“패셔너블한 유럽산 경비행기에 비해 모양은 약간 투박하지만 견고하고 실용적인 세스나 브랜드를 좋아합니다. 하하.”

“미국에서 경비행기 사고가 자주 뉴스에 나옵니다. 전문가니까 어련히 알아서 잘할까 싶지만, 매사 조심 또 조심하세요.”

“네. 의장님!”

“미국에 가면 영화 음악가 로이 호너 한 번 만나 봐요.”

“.....?”

“그 양반이 경비행기를 타고 다니는데, 걱정이 돼서요. 전반적으로 점검 좀 해 봐요.”

“알겠습니다.”

“케냐와 에티오피아의 항공영농사업도 신경 좀 써주고.”

“가온그룹 본사 차원에서 특별팀을 꾸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임 대표도 관심 좀 가져줘요.”

“예!”


K-bas 한국법인은 2006년 경일그룹이 도맡아 하던 서산 간척지 일대 항공영농사업을 인수했다.

서산 공군비행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사설 관제탑과 경비행기 활주로 및 헬기 이착륙장을 인수했다.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비행기로 영농작업을 하는 회사가 K-bas 한국법인이죠, 아마?”

“예. 저희 연매출이 87억 원 정도 하는데, 그 중 35% 정도가 항공영농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Air Tractor의 AT502 기종을 비롯해 3대의 농약·비료 살포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커버하죠?”

“경비행기 한 대로 1.2톤의 비료를 단 10분 만에 3만 평 서산 간척지 농지에 뿌릴 수가 있습니다.”

“가격은요?”

“한 평당 비료는 40원, 농약은 13원 정도를 받고 있습니다.”


참고로 3만 평 농지에 농약분사를 사람이 하려면 대략 450명 정도가 필요하다.

인건비가 만만치 않다.

반면에 약 120만 원 정도 K-bas에 지불하면 불과 10분 만에 3만 평 농지에 농약을 뿌릴 수가 있다.

가온그룹 농업사업 부문은 아프리카의 케냐와 에티오피아 두 곳에서 강남구와 송파구를 합친 면적의 농장을 일구고 있다.

얼핏 엄청난 면적처럼 보이지만, 중국과 터키가 할당받은 면적보다 적다.

그곳 농장에만 종자 및 비료·농약 회사, 농기계, 아네모네 식품사업부, 한울합섬의 건설부문 자회사, 한국농촌진흥청, KOICA, 새마을운동중앙회 등 수많은 민관기관이 협력을 하고 있다.

2015년 즈음에 통일벼의 아프리카 적응 품종 개발이 끝나게 된다.

한국의 통일벼는 생산량이 가장 높은 쌀품종으로 정평이 나있다.

그걸 또 아프리카와 러시아 연해주에서 잘 자랄 수 있도록 품종개량까지 하고.

차후 아프리카에서 서초구 정도 면적을 더 임대해서 쌀농사도 지을 계획이다.

K-bas의 항공영농사업 역시 케냐와 에티오피아에 진출이 계획되고 있고.


“다음에 미국에서 뵙겠습니다. 의장님.”

“그럽시다. LA로 와요. 내 집에서 밥 한 번 먹읍시다.”

“옙. 안전한 여행되십시오.”


K-bas 직원들과 가온그룹 의장비서실 직원들의 배웅을 받으며 류지호 가족이 LA 집으로 돌아갔다.


❉ ❉ ❉


미국으로 복귀한 류지호에게 각종 초청장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 중에는 미국의 영화비평가협회 및 영화제, 영화 관련 조합의 초청장도 상당했다.

<Christmas Cargo>가 수상 후보에 올랐기 때문이다.

9월부터 미국의 각종 영화제와 협회 시상식이 열리기 시작했는데, <Christmas Cargo>는 각종 영화제나 비평가협회에서 작품상, 감독상, 촬영상 등 여러 부문에서 수상했다.


“이제 본인이 직접 수상하는 거지?”


다섯 군데 영화제와 비평가협회 수상식에는 앨런 포스터가 참석해 류지호를 대리해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했다.


“스케줄을 확인해 봐야 할 것 같아.”

“열심히 시상식에 참석해야 내년 오스카 수상에 도움이 되지!”

“내가 없어도 잘만 트로피를 수집해 오고 있구만.”

“미스터 할리우드가 시상식에 참석하는 것과 같아?”

“주면 받고 아니면 말고.”


류지호가 알기로 전쟁영화는 아카데미와 그다지 인연이 없는 장르다.

따라서 아카데미 수상에 대한 기대가 그렇게 크지 않았다.


“으이그~ 감독이 열심히 프로모션에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Christmas Cargo>는 내년 하반기에 Eye-MAX 재개봉이 예정되어 있다.

아카데미 기술 부문에서라도 상을 수상하게 되면 이후 재개봉 홍보·마케팅에 도움이 된다.

<Christmas Cargo> 관계자들은 내심 주요 부문 즉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녀주연상에서 적어도 한 개의 오스카 트로피를 기대하고 있다.


“아카데미 노미네이트가 발표된 후에는 열심히 인터뷰도 하고 홍보도 할게.”


천하태평한 류지호의 태도에 앨런 포스터가 복장이 터졌다.


“빅보스라 뭐라 따질 수도 없고 내가 아주 미친다, 미쳐!”

“스크린 숫자도 많이 떨어져서 수상 프리미엄도 없잖아. 웬 욕심이래?”

“난 누구처럼 엄청난 필모그래피를 쌓지 못해서. 됐냐?”


사실 촬영감독 데온 비베와 프로덕션 디자이너 마이크 리바, 로이 호너 등 주요 헤드스태프들이 주마다 따로 개최되는 비평가협회상 수상행렬을 이어갔다.

미국 내 수상 레이스가 너무 좋아서 비평가협회 양대 산맥인 뉴욕과 LA 비평가협회상과 오스카 전초전이라고 할 수 있는 영국 아카데미상 수상 기대를 갖게 했다.

미국으로 돌아온 류지호는 앨런 포스터의 성화에 못 이겨서 디트로이트, 세인트루이스, 오클라호마, 피닉스, 플로리다, 샌디에고 등 다수의 비평가협회 시상식에 참석했다.

여러 곳에서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촬영상, 음악상, 시각효과상, 미술상, 편집상 등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연말과 연초에 진행되는 미국 내 영화 관련 시상식은 아카데미 시상식의 바로미터다.

연말부터 연초까지 각종 시상식을 휩쓴 영화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요 상을 수상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미국의 비평가협회상 작품상&감독상에서 류지호의 <Christmas Cargo>, 토미 후퍼의 <킹스 스피치>, 앤드류 핀처의 <소셜 네트워크>가 치열하게 경합을 벌였다.

평단과 기자들 사이에서는 <Christmas Cargo>와 <소셜 네트워크> 2파전으로 점치는 분위기다.

올해 박스오피스 1위이자 화제의 영화 <인셉션>은 팬들 사이에서 자주 거론되지만, 정작 아카데미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았다.

아카데미가 SF와 판타지 장르를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류지호가 미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비평가협회가 수여하는 트로피를 수집하고 있을 때.

세계 최대 카지노 호텔체인 MSM-Mirage Resorts의 주주지위에 큰 변동이 생겼다.

최대주주가 MSM Entertainment로 바뀐 것이다.

당장 카지노 호텔체인을 MSM 계열로 편입시킬 순 없다.

그럼에도 주인행세를 할 만큼의 지배적 지분을 확보했다.

MSM-Mirage Resorts는 수십 개의 호텔과 리조트, 4개의 골프코스와 십여 개의 자회사를 거느린 자산규모 300억 달러를 훌쩍 넘는 거대한 카지노그룹이다.

만약 MSM Entertainment의 자회사로 편입되게 된다면, 다소 불안정한 엔터 사업을 떠받쳐 줄 든든한 지원군 역할이 기대된다.

또한 텍사스와 새만금간척지에 조성중인 테마파크 지역에 세계적인 호텔 브랜드 MSM 간판이 걸린 호텔과 리조트가 들어 설 수도 있다.

비록 카지노 호텔은 아닐지라도, 서커스부터 시작해 각종 라스베이거스 쇼를 한국에서도 즐길 수 있게 된다.

즉 다른 리조트형 테마파크들에게는 없는 JHO World만의 서비스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작가의말

평안한 주말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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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6 우리 보스께서 조금 유별나긴 합니다. (1) +4 24.06.06 1,529 76 23쪽
875 이기적인 행동의 끝이 어디인지 한 번 가봅시다! (2) +3 24.06.05 1,449 73 22쪽
874 이기적인 행동의 끝이 어디인지 한 번 가봅시다! (1) +7 24.06.04 1,509 74 22쪽
873 매뉴얼이 다가 아니다! (2) +5 24.06.03 1,459 71 25쪽
872 매뉴얼이 다가 아니다! (1) +4 24.06.01 1,558 77 27쪽
871 Academy Awards! (2) +8 24.05.31 1,459 84 27쪽
870 Academy Awards! (1) +4 24.05.30 1,455 77 21쪽
869 아무렴 어때. +2 24.05.29 1,461 76 25쪽
868 나와 시리즈 하나 더 합시다! (2) +5 24.05.28 1,472 76 24쪽
867 나와 시리즈 하나 더 합시다! (1) +10 24.05.27 1,526 75 23쪽
» 호랑이 한 마리가 늑대 떼를 이길 수 없다고? (5) +6 24.05.25 1,542 75 23쪽
865 호랑이 한 마리가 늑대 떼를 이길 수 없다고? (4) +2 24.05.24 1,521 65 24쪽
864 호랑이 한 마리가 늑대 떼를 이길 수 없다고? (3) +8 24.05.23 1,528 68 26쪽
863 호랑이 한 마리가 늑대 떼를 이길 수 없다고? (2) +2 24.05.22 1,585 75 27쪽
862 호랑이 한 마리가 늑대 떼를 이길 수 없다고? (1) +5 24.05.21 1,617 66 24쪽
861 태권도 영화는 안 만들어? +4 24.05.20 1,532 74 26쪽
860 아예 다른 드라마잖아! (3) +5 24.05.18 1,580 86 26쪽
859 아예 다른 드라마잖아! (2) +4 24.05.18 1,425 71 22쪽
858 아예 다른 드라마잖아! (1) +2 24.05.17 1,598 77 26쪽
857 애쓰면 뭐해 알아주는 사람도 없는데... (2) +6 24.05.16 1,625 81 25쪽
856 애쓰면 뭐해 알아주는 사람도 없는데... (1) +13 24.05.15 1,616 79 26쪽
855 앞으로 한 눈 좀 팔아볼까? +4 24.05.14 1,628 75 24쪽
854 축복 받았어. 이런 오너라니.... +8 24.05.13 1,671 91 27쪽
853 조금만 더 분발해주세요! (4) +4 24.05.11 1,626 78 27쪽
852 조금만 더 분발해주세요! (3) +5 24.05.10 1,614 67 28쪽
851 조금만 더 분발해주세요! (2) +3 24.05.09 1,580 74 22쪽
850 조금만 더 분발해주세요! (1) +6 24.05.08 1,588 81 23쪽
849 누가 주인이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5 24.05.07 1,641 80 26쪽
848 남을 돕되 자랑하지 말자! (2) +6 24.05.06 1,635 78 23쪽
847 남을 돕되 자랑하지 말자! (1) +9 24.05.04 1,687 84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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