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신전 기사가 위대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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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03.18 19:48
최근연재일 :
2023.06.1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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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16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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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8장 로앙의 이름 (11)

DUMMY

그저 울분이었다.


억울하고 억울해서 생긴 울분에 불과한 감정으로 움직인 견습은 대책도 없이 철봉을 들고 달렸다.


그 모습에 곁에 있던 이들은 모두 무모한 짓이라 여기면서도 말릴 엄두를 내지 못했다.


저 앞에서 달려오는 이들, 그들보다 강할 것이 분명한 정규 로앙 기사들이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동료 견습 기사는 기세가 좋긴 하나 그 몸은 곧 저들의 철봉에 으스러지리라 여겼다.


그들의 예상은 정규 로앙 기사들이 내지른 철봉이 동료의 몸에 닿은 순간 현실이 되는 듯 보였다.


카강!


“소, 소리가?”

“쇳덩이?”


그러나 강렬한 쇳소리와 함께 그들은 현실이 예상과 다름을 알았다.


“당신이 쳤으니 나도 한 대 칠게!”


철봉을 맞았던 견습은 그렇게 말하고는 그대로 역으로 철봉을 휘둘렀다.


퍼억!


이번에는 그나마 그들이 예상하던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이마저도 완전히 예상과 같지는 않았다.


소리가 난 쪽이 반대였다? 그건 중요한 점이 아니었다.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바로 지금 벌어진 일보다 훨씬 더 그들의 상식을 부정하는 일이 일어났다는 거였다.


“저, 저게 뭐야!?”

“사, 사람이 맞나?”

“하, 하하하, 하하. 우리가 되고자 했던 진정한 로앙이라는 게 설마......”

“지하에 이상한 게 있다는 소문, 진짜였어?”


대다수는 당황할 뿐이나 눈치 빠른 몇몇은 상황을 깨달았다.


“저들은 배교자다! 진정한 로앙? 이단에 불과해! 우리야말로 진정한 로앙이다! 봐! 저것이 신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신 이적이며 수호자가 우리에게 나누어주는 힘이야!”


누군가 외치는 말에 사람들은 고개를 돌려서 그쪽을 보았다.


그들 가운데 지금 일어나는 일에 대해 가장 잘 안다고 할 수 있는 견습 기사, 레반트가 거기에 있었다.


불에 그슬렸는지 옷 여기저기에 검댕이 묻기는 했으나 확신에 찬 그의 목소리는 다른 이들을 움직였다.


“그래, 대신전에서 등을 돌린 놈들이 무슨 신전 기사야!”

“우리야말로 로앙이다!”

“돌격! 저들에게 사람을 버린 대가를 치르게 해라!”


가장 먼저 돌격한 견습이 잘 싸우는 모습에 더해서 상대의 기괴함이 그들 속에서 얽혔다.


이에 레반트가 불을 붙이니 견습 기사들은 그것이 옳다고 하듯 눈빛이 변해서 달려들었다.


전황이 한순간에 변하고 있었다.



***



“뭐, 뭐냐!?”


해볼만 하겠다고 생각하여 가벼이 달려든 그의 어리석음을 비웃듯 전황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를 비롯한 진정한 로앙들이 처음 기습으로 기세를 잡았다고 여긴 것도 잠시, 어느새 그들이 오히려 밀리고 있었다.


아니, 지금 이 일은 그저 밀린다는 표현으로는 말하기 부족했다.


“대체, 대체 어째서야!”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상황에 말토로니는 성을 냈다.


그도 그럴 게 그와 휘하 기사들은 모두 비술을 몸에 받은 이들이고, ‘완성’이 더해진 이들이었다.


그러니 한 사람 몫도 하지 못할 견습들쯤이야 압살하고 학살하는 게 정상이었다.


헌데 현실은 그와 달리 오히려 그들이 밀리고 있었다.


그들이 지지 않는 이유는 오직 하나, 비술 덕이었다.


그리고 이 점이 말토로니에게 있어서 가장 큰 충격이었다.


‘내가, 내가 이 견습들보다 못하다고!?’


진정한 로앙에 뽑히고 그 진실을 알고 당황한 것도 잠시, 말토로니는 그가 가장 위대한 로앙이라 할 수 있는 초대와 같이 될 수 있음을 알고 기뻐했다.


그리고 그를 위해서라면 그 어떤 일이라도 마다치 않았다.


실력은 보통보다 살짝 위였지만 임무를 수행하고자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면이 있어서 성공률은 높았다.


덕분에 말토로니는 로앙에서 상당한 신뢰를 얻었고 비술이 완성되자마자 받을 수 있었다.


그때는 모든 것을 보상받았다고 여겼다.


그런데 눈앞에 이런 광경이 펼쳐지니 마치 그간 한 일을, 인생 전체를 송두리채 부정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틀렸다고? 우리가 틀렸어?’

“아니야!!!!”


괴성을 지른 말로토니는 현실을 부정하듯 철봉을 쥔 손에 힘을 주고 뛰어들었다.


그는 틀리지 않았다.


로앙도 틀리지 않았다.


그러니 눈앞에 있는 이상한 현실은 사라져야 마땅했다.



***



“갑자기 의심이 줄고 신앙이 올랐어.”


계속해서 이적을 뿌리던 중 돌연 몇몇을 시작으로 가호를 받아들이는 자들이 급격히 늘어난 걸 느낀 아레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만하면 그가 굳이 이곳에서 이적을 뿌리는 일에 집중하지 않아도 충분했다.


“호붼 대장.”

“예.”

“나가겠습니다. 모든 걸 정리하고 돌아가죠.”


아레타는 그렇게 말하고는 문이 아니라 창을 향해 다가갔다. 이상히 여길 법도 하나 호붼은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저쪽인가. 금방 되겠어.”


아레타는 그렇게 말하며 그대로 창에서 뛰어내렸다.


“흡!”


쿠웅


바닥에 닿는 순간 땅을 박차니 묵직한 소리가 나며 흔적을 남겼다.


이내에 멀어지기 시작한 아레타를 보며 호붼은 역시 창으로 몸을 날렸다.


쿠-웅


“아이고, 수호자님처럼은 안 되는군.”


아레타보다 묵직한 소리를 내며 엉거주춤 선 호붼은 다리가 저릿한 게 풀리기를 기다리며 앞쪽으로 시선을 주었다.


‘가기 전에 끝나는 건 아니겠지?’


전황은 모르나 이상하게도 그럴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말토로니의 분투는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승기를 굳히기에는 부족했다.


카앙!


“허접한 놈들을 상대로 뭐 하고 있어! 한 방이 안 되면 두 방, 그게 아니면 우세라도 가져와!”


말토로니는 호령하며 직접 보여주겠다고 하듯 기술로 견습들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카앙!


한번 휘두름으로 견습들을 완력으로 밀어낸다.


카캉!


두 번째 휘두름으로 진형 따위 잊어버린 견습들을 흩었다.


“머저리들. 그렇게 진형을 짜라고 누누이 이야기했잖아.”

‘역시 모자란 것들은 어쩔 수 없군.’


부족함을 여실히 드러내는 견습들을 보며 말토로니는 비웃으며 세 번째 철봉을 휘둘렀다.


노림수는 다리.


이들이 아무리 단단하여져도 넘어트리는 것조차 불가능한 정도는 아니었다.


특히 비술을 받아서 사람을 뛰어넘는 힘을 지닌 그에게 이런 일은 간단하다 할 수 있었다.


넘어트리면 그것으로 끝, 그대로 두들겨서 정신을 잃게 하면 그만이다.


이들이 강한 정신력을 지니고 의구심이 없는 이들이라면 모르지만 견습 기사들이 그런 존재가 아님을 말토로니는 잘 알고 있었다.


특히나 이곳에 있는 견습들은 더욱 그랬다.


정신을 놓은 듯이 달려든 놈을 계기로 이들을 둘러싼 빛이 강해졌다는 걸 안 말토로니다.


이렇게 함으로 이들을 제압하거나 죽을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러나 그는 그 이론을 실험해볼 기회가 없었다.


카각!


“배신자들, 만나서 반가워. 그럼 이제 인사는 했으니 잘 가라고.”


휙-


빠르게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말토로니는 시야가 사라지는 걸 느꼈다.


퍼억-


“역시 재생하나?”


이윽고 사라진 시야가 복원되며 말토로니는 자신의 머리를 날린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두 가지가 익숙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레타? 거기에 네 목에서 빛나는 그건 설마 메리멀 신관장의 물건인가?”

“호? 이제 보니 내 윗 기수인 말토로니 선배로군? 헌데 메리멀 신관장의 물건이라고 어떻게 이걸 알아......네놈이군.”


익숙한 얼굴과 잘 짐작이 가지 않는 상황을 맞아 아레타는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무언가를 깨닫고 이를 갈았다.


뿌득


“네가 도적놈들을 시켜서 습격한 놈이군.”

“그게 네 일이었나?”

“그래. 콧대가 높은 선배님.”


아레타는 말토로니를 기억하고 있었다.


진정한 로앙이 된다며 재던 걸 기억하고 있었고, 아레타에게 깔보는 시선을 보냈던 걸 기억하고 있었다.


벌써 몇 년은 족히 흐른 일에 당시에야 그다지 특이할 거 없는 일이었다.


말토로니는 로앙 내직이 되었고, 아레타는 로앙 외직이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말토로니가 아레타가 수호자로서 각성하던 일에 얽혀있었다면 이야기가 달랐다.


나중에야 각성하여 시작이자 좋은 기억이라 할 수 있지만 그는 온갖 고생을 했었다.


메리멀 신관장에게 반쯤 강요에 가깝게 일을 맡은 것은 차치하더라도 덕분에 홀로 머나먼 여정에 올랐다.


길을 가면서 습격을 걱정했고 당시에는 정말 이해하기 어려웠던 리발이라는 존재도 만나서 고생했다.


이런 걸 떠올리니 아레타의 눈빛이 점점 차가워진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었다.


“실수가 로앙 전체를 위협할 줄이야. 단장님께 면목이 없는 일이야.”

“수습해볼 생각인가?”

“당연하지.”


사람의 인식은 그리 쉽게 변하지 않는다. 말토로니에게 있어서 아레타는 말 그대로 기억해둘 가치가 없는 일개 단역, 그것도 번호로 부르자면 숫자가 40 정도 붙을 정도밖에 가치가 없었다.


그나마도 기억한 이유는 말토로니가 사람을 잘 잊지 않는 기억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그는 아레타를 우습게 여겼다.


그러나 그 여유는 오래가지 않았다.


“죽지 않으니 마음껏 가도록 하지. 마수랑, 아니 그래도 마수 기사랑 동급으로 보고 처리하겠다.”


뻐억!


“크악!”

“물러.”


퍼억!


“커-.”


숨소리가 나오려다가 그대로 막혀서 들어갔다.


고개를 내려 통증이 느껴지는 배를 보니 아레타의 철봉이 그의 배를 뚫고 있었다.


들어간 깊이와 등에서 느껴지는 감각으로 보건데 아무래도 몸통을 철봉으로 관통한 모양이었다.


‘이, 이게 가능한 일인가?’


사람의 힘으로 철봉을 사람의 몸에 박아서 나오게 한다.


물론 진정한 로앙이 된 이들 가운데 이런 일을 가능하게 하는 이들이 몇몇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라고 이렇게 손쉽게 하진 않았다.


‘그, 그런 거는......’


단장이나 되어야 가능하다.


“이걸로도 죽지 않는다. 난 당신들이 마수보다 더 끔찍하게 보입니다.”


아레타가 그렇게 말함과 동시에 말토로니의 시야가 급변했다.


땅이 보이고 아레타가 밑에 보였다.


그리고 다음 순간, 등에 강렬한 충격이 느껴지며 하늘이 보였다.


퍼억!


“끄억.”

“당신들을 죽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설이 여럿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오늘 시험해볼 수 있을 거 같으니 다행입니다.”


그렇게 말한 아레타는 아직 재생 중인 말토로니를 향해 다가가서 그를 들어 올렸다.


“같이 이번 시험에 어울려주시죠. 옛 생각도 나고 좋지 않습니까?”


아레타의 말에 말토로니는 전에 견습 시절 그와 겨루었던 일을 떠올렸다.


당시에는 위치가 이와 반대였다.


“그럼 안녕히.”


아레타의 말과 함께 말토로니는 그대로 허공을 날았다.


허공을 빠르게 가르고 날아간 말토로니는 이내에 후끈함을 느끼며 주변을 보았다가 경악했다.


‘아, 악마의 불!’


금지된 불의 이명을 떠올리며 말토로니는 당황하며 팔다리를 마구 휘저었다.


그러나 허공에서 몸을 틀거나 움직일 재주가 없던 그는 그대로 불 속에 떨어졌다.


화륵


“끄아아아!!!!”


뜨겁고 괴롭다.


이것이 그가 지금 떠올리고 죽기 전까지 품은 유일한 감정이었다.


거기에는 이미 뒤틀린 이상이나 자부심은 끼어들지 못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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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1) 23.02.06 48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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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8장 로앙의 이름 (10) 23.01.09 58 3 11쪽
102 8장 로앙의 이름 (9) 23.01.02 70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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