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신전 기사가 위대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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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03.18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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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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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2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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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장 로앙의 이름 (12)

DUMMY

“저렇게 죽지 그랬냐?”

“시꺼. 아무리 불사가 싫다고 해도 저렇게 고통스럽게 끝내고 싶진 않아. 저게 얼마나 아픈데.”

“응?”


마치 시험해보았다는 말투에 자르달은 두 눈을 크게떴다.


그 시선에 리발은 못내 내키지 않은 기분으로 입을 열었다.


“오래전에 화재 현장에 있었던 적이 있다. 거기서 스틸롱과 만났지.”

“......그런데 안 죽었다고?”

“안 죽었어.”


리발이 살짝 짜증을 섞어서 대답하니 자르달은 그를 가만히 보다가 여전히 불타고 있는 말토로니를 보았다.


다시 리발을 본 그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얼굴로 렉스에게 물었다.


“근데 쟤는 왜 죽어? 설마 저러고 나중에 살아나?”

“글쎄요? 경험상 머리가 당하거나 고통이 커서 정신을 잃으면 돌아오는 데 좀 시간이 걸리긴 했죠.”


렉스의 의견에 자르달은 그럴 듯하다 여기면서 불타는 말토로니를 관찰했다.


“크어억!?”

“끄아악!”


그러던 중 말토로니의 옆에 몇몇 사람이 더 던져졌는데, 가만히 보니 그들과 함께 앞을 막아섰던 로앙 기사들이었다.


그렇게 습격한 이들을 전부 불에 던진 아레타는 그들에게 다가왔다.


“저러고도 안 죽습니까?”


아레타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으니 자르달은 당황해서 눈알을 굴리다가 리발을 가리켰다.


“......이, 이놈은 그렇다고 하던데요?”

“에라이.”


딱히 숨길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들이 하는 말을 듣고 묻는 것이 뻔히 보이는데 숨긴다고 숨겨질 리가 없다.


그래도 사람이 아 다르고 어 다르게 느끼는 법이니 리발이 보기에 자르달은 마치 들키지 않았는데도 고자질하는 것처럼 보여서 기분이 나빴다.


“그렇습니까. 그러면 조금 지켜볼 필요가 있겠네요.”


아레타는 그렇게 말하더니 당장에 살아나면 몇 번이고 그 머리를 부숴주겠다는 이글거리는 눈으로 불타는 이들을 보았다.


그러한 눈빛이 무색하게도 악마의 불에 던져진 이들은 그 불이 훈련장을 모두 삼키고 난 후에도 살아나지 못했다.



***



“수호자님, 이만하면 괜찮다고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요.”

“그렇긴 한데, 우리가 상대하는 이들은 저 이단과 다른 의미로 상식에서 벗어난 이들입니다. 그냥 떠나기에는 영 마음이 불편합니다.”

“이해합니다. 그렇지만 이미 훈련소는 그 모습과 기능을 잃었습니다. 그러니 오늘 하루야 이곳에서 야영으로 어떻게 버틴다고 할 수는 있으나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


호붼의 말에 아레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악마의 불은 그 이름에 걸맞게 훈련소를 뼈대만 남기고 홀랑 태워버렸다.


벽이나 기둥은 상당 부분 남아서 쓸만한 곳이 없는 건 아니나 불타버린 로앙 기사들을 지켜보는 와중에도 몇몇 곳이 스스로 무너져 내렸다.


불에 타서 어디가 약하고 어디가 멀쩡한지 알 수 없는 건물을 거처로 삼는다니, 어지간히 위급하고 힘든 상황이 아니고서야 내릴 수 있는 결정이 아니었다.


“호붼 대장이 말한 것이 옳습니다. 그러나 혹시 모를 일을 방치할 수는 없습니다.”


아레타는 그리 말한 후 냉정한 눈으로 타버린 이들을 보며 말을 이었다.


“상자든 뭐든 준비해서 저것들을 실으세요. 대신전으로 이송하겠습니다. 죽었다면 그것으로 좋고, 아니라면 알아봐야 하니.”

“.....알겠습니다.”


저들의 시신을 옮긴다고 하니 호붼은 떨떠름함을 감추지 못하며 대답했다.


그러나 개인적인 감정을 내려놓고 보면 도의적으로든 실리를 보든 아레타가 말한 것처럼 대신전으로 이송하는 게 가장 나은 선택이었기에 떨떠름한 태도와 달리 지시와 행동은 신속했다.


“가져온 식량 가운데 일부를 견습 기사들에게 배급해라! 빈 상자와 자루에 저 시신들을 담아서 옮긴다!”



***



“정말 살아날까?”


대신전으로 돌아가는 길에 리발이 갑자기 던진 물음에 자르달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되물었다.


“그걸 왜 니가 물어?”

“맞습니다. 우리보다야 형님이 더 잘 아시는 거 아닙니까?”


렉스마저 맞장구치며 물으니 리발은 미간에 주름을 잡았다.


두 사람의 말이 틀리진 않았다.


하지만 확실하게 말해서, 그건 틀린 말이 아니었을 뿐이었다.


“알기야 더 잘 알지. 그런데 너, 네가 외상이 아니라 속으로 아프면 왜 그런지 어떻게 해야 낫는지 아냐?”

“그건......아니죠.”


사람이 아플 때 경험적으로 어떻게 하면 낫는지 알 수는 있으나 그 원리나 이유는 알 수가 없다.


하물며 그 통증이나 증상이 생전 처음 겪는 일이라면 낫는 방법조차 알기 어렵다.


그런 게 가능하면 의사가 왜 필요하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저것들이 진짜로 살아날지 아닌지는 나도 궁금해.”


리발이 엄지 손가락으로 가장 후열에 있는 수레를 가리키니 두 사람 역시 그곳으로 시선을 향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보면 머리가 아주 박살 나고도 살아나셨으니 쟤들도 가능할지도?”

“네가 입은 가장 큰 손상이 뭐였는데?”

“물에 빠져서 전신이 걸레가 된 거? 물속이라고 뭐가 없는 건 아니더라.”


마치 오늘 점심은 빵이었지, 하는 투로 말하니 자르달은 질색하는 얼굴로 슬쩍 몸을 뒤로했다.


“크흠. 살아나면 어떻게 하고 아니면 어떻게 할 건데?”

“죽었으면 이 일을 머리에 넣어두고 언제고 아프지 않게 죽을 방법을 고려해야지. 반대로 살아나면 죽을 수 있는지를 이제 저것들로 시험하고.”

“.....살벌하네.”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 듯한 말에 자르달은 몸을 떨었다.


그에 렉스는 피식 웃더니 입을 열었다.


“사람이 많이 보통 사람처럼 변했네요. 자르달 하면 돈을 위해서라면 뭐든 하는 걸로 이름 높았잖아요?”

“망할, 니들이 내 꼴이 한번 돼봐.”


지긋지긋하다는 얼굴로 고개를 돌린 자르달은 멀리 아비톨람이 있는 방향을 보았다.


“그놈의 수용소 생활이 가장 평온한 시절이라니, 이만큼 거지 같은 인생도 드물 거다.”


툴툴거리는 말은 일견 들으면 옳은 듯했지만 안타깝게도 상대가 좋지 않았다.


“여기서 너보다 덜 기이한 생을 산 놈은 없을 거 같은데.”

“저기 견습 기사라는 어린 친구들도 포함해서 봐도 그럴 거 같네요.”

“......이런 젠장.”



***



“여전합니까?”

“예.”


여정을 거듭해서 어느새 대신전이 다시 멀리 보이기 시작했다.


수도에 들어가기 전 아레타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지난 며칠과 같았다.


“동행한 그자의 말로는 저만하면 사실상 죽었다고 봐도 될 거라고 합니다. 다만 본인을 대상으로 한 실험은 사양하겠다고 하더군요.”


호붼의 말에 아레타는 이해한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만큼 고통을 겪어야 하니 응하고 싶지 않은 건 이해할 수 있었다.


“일단 상황을 보고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의견을 구하는 게 먼저겠지요. 이 일은 대신전에 맡기는 게 최선일 겁니다.”


어쩔 수 없다면 한정적으로 실험하도록 여러 방편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도 염두에 두며 아레타는 입을 닫았다.


그러나 닫힌 입과 달리 머릿속에서는 그날 로앙 기사들과 붙었던 일들이 계속해서 재생되고 있었다.


‘뭔가 달랐어. 그런데 대체 뭐가 달랐지?’



***



“열어라.”

“하나, 둘!”

“흡!”


프레이뮬 신관의 말에 신관 둘이 힘을 주어 상자를 열었다.


끼이익


열린 상자 내부로 새카맣게 탄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이에 상자를 열었던 이들은 물론이고 주변에 있던 이들 역시 불쾌한 얼굴로 눈살을 찌푸렸다.


“흐음.”


반면 프레이뮬은 흥미롭다는 얼굴이었다.


“신기한데.”

“타 버린 시체가요?”

“그럴 리가. 자랑은 아니지만 이런 거 제법 봤어.”


연륜이 느껴지는 대답에 물었던 신관은 애매한 얼굴로 물러났다.


프레이뮬은 그에 피식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내가 신기하다고 한 건 타버린 거나 시신 이야기가 아니야. 이거, 이상하게 거북한 게 어디서 본 거 같단 말이지. 아니, 느껴본 적이 있다고 해야 하나?”

“느껴보았다? 그건 또 애매한 말씀이군요.”

“늙으니까 이런 게 별로야. 본 거 같은 건 많은데 기억이 잘 떠오르지 않으니 머리만 더 빠지는 기분이야.”


이 말에 신관은 저도 모르게 프레이뮬의 머리를 보았는데, 나이치고는 아직 풍성하다 할 법했으나 절대적인 기준으로는 풍성치 않은 머리를 보니 도무지 웃을 수가 없었다.


‘설마 나중에 나도?’


신관은 제가 하는 일이 적지 않음을 생각하며 무심코 머리에 손을 올렸다.


그때, 프레이뮬이 크게 소리를 냈다.


“아! 그렇군!”

“예? 예?”

“익숙하다고 했지? 이거, 백색 교단 놈들 느낌이 좀 난다.”

“마수들 말입니까?”

“그래, 그거.”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프레이뮬은 돌연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더니 말을 바꾸었다.


“아니, 굳이 말하자면 마수보다는 마수 기사에 가깝군.”

“그 흉악한 거랑 이 시신들이 같다?”

“듣자 하니 불사에 재생도 했다고 들었습니다. 충분히 흉악한데요.”


신관이 하는 말에 다른 신관이 끼어들어서 말을 보태니 프레이뮬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면에서 같다고 하는 게 아니야. 그 말이 틀렸다는 건 아니지만 그 뭐라고 하지? 아, 그래. 기색. 기색이 비슷해.”

“죽은 시신에 기색이 있습니까?”

“마수나 마수 기사가 죽으면 그 자리에서 사라진다. 하지만 그 전에 그 특유의 불쾌함이 느껴지지?”


프레이뮬의 물음에 신관들은 저마다 눈을 마주쳤다.


물론 저번 일로 많은 사람이 마수와 직접 마주하긴 했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이들은 본질적으로 신관, 그것도 후방에서 물자 보급 등 각종 사무에 매진하던 이들이었다.


이들이 알 리가 없다는 걸 뒤늦게 깨달은 프레이뮬은 헛기침하며 말을 이었다.


“큼, 아무튼 그런 감각이 있어. 아마 신전 기사들, 아니지. 수호자나 신전병들은 익숙할 거다.”

“위험합니까?”

“보통은 아니지. 죽은 후에 작은 원념 정도, 정신이 똑바로 박히고 건강한 놈이면 괜찮아. 그리고 이적도 보호해주고 말이야.”


가벼이 아는 바를 늘어놓던 중 프레이뮬은 말이 엇나가려 함을 느끼며 말을 바꾸었다.


“아무튼 그때 느낌이 이 시신에서 느껴져. 다른 것도 한번 열어봐. 전부 확인해야겠다. 그리고 나면......”


말끝을 흐리는 그를 보며 신관들이 말을 기다렸다.


이에 프레이뮬은 기대에 응하듯 남은 말을 이었다.


“썩 좋은 일은 아니지만 대신관장 녀석을 불러다가 살펴야겠어.”


말을 내고 프레이뮬은 무슨 생각인지 잠시 눈을 감고 가만히 있었다.


이에 신관들이 방해하지 않기 위해 가만히 대기하니 프레이뮬은 금세 눈을 뜨고 그들을 보았다.


“뭐해? 어서 움직여. 아, 하나하나 열지 말고 그냥 일렬로 늘어놓고 전부 열어.”


프레이뮬의 말에 신관들은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 신관들을 보며 프레이뮬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본래 이놈들은 백색 교단과 다른 놈들이라 수호자에게, 이적에 영향을 안 받았었지. 이기는 것과 별개로 이겨도 그 뒤가 곤란할지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이놈들은 스스로 그 약점을 만들었을지 모르겠군. 혹시 이게 정말이라면......’


생각을 정리하던 프레이뮬은 피식 웃었다.


“놈들에게 이제 눈물은 필요하지 않으나 완전함은 더욱 멀어졌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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