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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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라인
작품등록일 :
2012.11.22 17:29
최근연재일 :
2014.04.02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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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1.22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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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한 방울의 물이 떨어지고.

DUMMY

혁수가 다시 물었다.

"한준군. 괜찮나?"

한준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헤롱대며 말했다.

"죽을 거 같아요."

혁수는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처음에 혁수는 한준에게 여권을 발급받아서 자신의 환자 자격으로 미국에 가자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한준은 반대했다.

"좀 고생스럽다고 해도 전 몰래 가는 게 좋아요. 승객으로 가면 기록이 남는단 말이에요. 전 가급적 드러나지 않는 게 좋아요."

"대체 누구에게 드러나지 않아야하는데?"

한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혁수가 샌프란시스코 행 비행기를 잡자 한준은 인천 공항으로 탐방을 갔다. 학교는 뇌 치료 문제로 빠진다고 연락을 해놓은 상태였다. 물론 혁수가 보증인이 되었기에 가능했다.

클로킹 장비로 몸을 숨긴 채 화물창고에 숨어든 한준은 미리 샌프란시스코 행 비행기 쪽에 화물을 수하하는 경로를 찾아놓았다. 자동화 화물통과 시스템이 구축된 인천공항은 화물에 부착된 태그를 검색해 자동으로 화물을 분류한다. 미리 승객화물 창구와 수송로를 보아둔 한준은 출발 당일날. 창고에 숨어들어 혁수가 탄 비행기의 화물칸에 탑승하는 데 성공했다. 물론 클로킹 장비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창고는 수백대의 CCTV와 수십명의 경비원이 각종 침입에 대비하고 있었지만 투명인간에 대한 대비는 당연히 없었다.

그리고 비행기가 출발했다. 출발한 지 한시간도 되지 않아 한준으 혁수의 말을 들을 걸 하고 후회했다.

여객기 첨단부 하부에 존재하는 화물 창고는 우선 굉장히 시끄러웠다. 여객석 쪽과는 달리 방음 처리가 전혀 되있지 않는 것이다. 바람 소리와 엔진의 진동이 고스란히 전해져왔다. 게다가 고도가 높아지자 난방도 없어서 엄청나게 추워졌다. 혹시나 해서 침낭을 가져왔지만 임깁이 나올 정도로 내려가는 고고도의 온도는 한겨울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게다가 승무원이 언제올지 모르기 때문에 언제라도 클로킹 장비를 키도록 긴장해있어야했다. 그 상태로 한준은 10시간을 버텨야했다.

비행기가 도착한 후 한준은 벌벌벌 떨며 후들거리는 다리를 겨우 움직여 여객기 화물칸이 닫히기 전에 아슬아슬하게 빠져나왔다. 그리고 겨우 창고에서 밖으로 빠져나오는 길을 찾아내 혁수와 만난 것이다.

혁수는 조수석에 앉은 한준의 이마에 손을 대보고 차가워진 손발을 잡고는 가져온 가방에서 약을 꺼냈다.

"이 약을 먹고 푹 자게. 몸살 걸릴 수도 있으니까."

한준은 이미 몸살 걸린 듯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일이 있을까봐 챙겨온 감기약을 건낸 혁수는 며칠 전을 생각했다.

병원에서 일하는 도중 느닷없이 걸려온 전화 속에서 한준은 죽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절 미국에 데려다주세요. 앨런 라마스로."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혁수는 반차를 내고 한준의 집으로 향했다. 한준의 집에 도착한 혁수는 눈이 퉁퉁 부은 한준에게서 그가 세운 계획을 들었다. 그것은 실로 어마어마한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 계획이 끼칠 파급효과는 더욱 어마어마했다.

"세계의 미래를 바꿀 생각인가?"

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혁수가 모는 자동차는 샌프란시스코 중심부를 벗어나 내륙쪽으로 향하는 고속도로에 들어섰다. 감기약을 먹은 한준은 외투로 몸을 덮은 채 조수석에 머리를 기대고 잠에 빠져있었다. 혁수는 운전대를 잡은 채 한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한국 어디에서든 흔히 만나볼 수 있는 고등학생의 얼굴이었다. 혁수는 잠시 예전 기억을 떠올렸다.

'...이제 17세 밖에 안 된 아이이기도 하네. 미래 예언이 가능하고, 앞으로 닥쳐올 끔찍한 운명을 미리 알고 있는 17세의 소년. 그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세상을 보는 시야가 달라질 수 밖에 없는 한준은 굉장히 외롭고 고통스러울 수 있을 걸세.'

한준의 집에 처음 들어섰을 때. 한참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었고, 생기가 하나도 없는 눈빛과 음울한 표정의 한준을 보며. 혁수는 미래의 자신이 해준 말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

그리고 지금은 의자에 몸을 기댄 채 쑤신 몸을 뒤척이며 잠에 빠져있다.

'한준아. 나로서는 네가 짊어지고 있는 짐의 무게를 짐작조차 할 수가 없어. 정말.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이 딱이야. 이렇게 잠이라도 재워주는 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전부구나."

혁수는 최대한 부드럽게 차를 몰며 생각했다.

'자거라, 한준아. 우선은 자. 내가 해줄 수 있는 것. 도와줄 수 있는 것 뭐든 지 해주마. 참혹한 전장에 나가기 전에 푹 쉬거라.'

샌프란시스코의 고속도로를 검은 자동차가 쌩 하며 지나갔다.


"아우우..."

한준은 쑤시는 몸을 주무르며 눈을 떴다. 차는 멈춰서 있었고, 차에는 한준 혼자만 남겨져 있었다.

"여기가...어디냐..."

한준은 창문을 열고 밖을 보았다. 한준이 타고있는 차는 어느 식당 가게의 주차장에 세워져있었다. 주차장 입구에 세워진 네온사인 탑에는 영어로 'Buger Emperer'라고 적혀있었다.

"여기도 버거 엠퍼러가 있네. 아 원래 미국 건가?"

눈을 비비며 하늘을 보았다. 하늘엔 붉게 노을이 져 있었다. 왜 이렇게 낮이 길게 느껴지지? 한참 생각하던 한준은 이것이 시차 때문이라는 걸 깨달았다.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출발한 시간은 오후 세시. 10시간은 넘게 비행했으니 한국은 한밤 중일텐데. 공항에 도착해보니 오히려 아침이었다. 그리고 한참을 잔 거 같은데 아직도 해가 지지 않았다.

물론 대학 재직 시절 외국에 안 나가본 건 아니지만 한준의 기억 상으론 거의 20년 전이다. 적응되지 않는 것을 느끼며 주변을 둘러보는데 가게 문이 열리며 혁수가 걸어나오는 게 보였다. 혁수는 양손에 종이봉지를 들고는 차에 올라탔다.

"와퍼랑 주스야. 배고플 테니 이거라도 먹게."

한준은 고개를 끄덕이곤 종이 봉지 안에서 와퍼를 꺼내들다가 할 말을 잃었다. 한국과는 달리 스티로폼 박스에 담겨져있는 와퍼는 그 크기가 어마어마했다. 혁수가 그 기미를 눈치채곤 말했다.

"그게 원래 크기야. 한국 게 작은 거지."

삼강 버거와 비교하면 지름만 두 배. 한준은 허허 웃으며 와퍼를 한 입 베어물었다.

"왁. 왜 이렇게 짜요!"

"원래 짜게 먹어야 건강에도 좋고 성인병도 예방해. 미국이 패스트 푸드와 기름진 음식을 그렇게 많이 먹는 것에 비하면 성인병 비율이 낮은 것도 염분을 풍부히 섭취해서야.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은 반대로 알고 있더라."

한준은 대충 고개를 끄덕이곤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변에는 상가와 건물들이 보이긴 했지만 빌딩은 보이지 않았다. 멀리서 영화에서만 봤던 바위산들이 간간히 보였다.

"여기가 어디에요?"

"여기? 앨런 라마스다."

한준은 눈을 부릅 떴다. 혁수가 제이패드를 꺼내들어 인터넷을 틀었다.

"앨런 라마스. 인구 2만 명 정도의 크지 않은 도시야. 시골동네라고 할 수 있지. 생긴 지도 몇십년 안 된 도시야."

혁수는 지도의 한 지점을 가리켰다. 읍내 정도 크기의 도시 한 가운데였다.

"여기가 우리가 있는 곳이야. 앨런 라마스의 중심부지. 그리고."

앨런 라마스의 북동쪽에 큰 교각으로 이어진 또다른 단지가 보였다.

"여기가 앨런 라마스 복합 과학단지야. 진입로가 이 다리 뿐이고 아마 검문 검색도 할 거야."

미국의 최첨단 연구시설이 몰려있는 단지라서 나름 보안에 신경쓰고 있는 듯 했다. 하지만 한준은 걱정 없었다.

"투명상태로 있다가 잠깐 차에서 내려서 검문대를 몰래 통과하면 되요."

한준은 패드의 지도를 확대해 연구단지의 북쪽의 건물을 가리켰다.

"핵발전 연구소. 제가 가야할 곳이에요."

혁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핵발전 연구소 남쪽의 한 건물을 가리켰다.

"여기가 의료 병동이야. 난 여기를 견학하도록 되어있지. 대충 길을 돌아서 너를 몰래 내려주면 되겠군."

한준과 혁수는 와퍼를 모두 먹고는 다시 출발했다. 30분 정도를 헤매다가 어느 미국 영화에서 본 것 같은 모텔에 방을 잡은 혁수는 투명 상태의 한준과 함께 방에 들어섰다.

방에 짐을 풀어놓은 한준은 우선 TV를 틀고 소리를 키워놓았다. 혹시라도 있을 도청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씻은 후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온 혁수는 한준이 각종 장비들을 마루 바닥에 늘어놓고 정비하는 모습을 보았다.

용접 마스크를 개조한 마스크. 그리고 전에 봤던 플라즈마 건. 그리고 EMP 장치. 거기까지는 얼핏 이야기는 들었었다. 하지만 못보던 장비도 있었다. 하나는 총 같이 생겼는데 쇠파이프에 어깨에 댈 수 있도록 개머리판이 달려있었다. 방아쇠가 있을 자리에는 이름모를 기계장치와 버튼이 존재했고, 조준간이 있어야할 부분엔 쇠파이프 안으로 뭔가를 집어넣을 수 있는 구멍이 존재했다.

그리고 두 개의 조그만 물건이 눈에 띄웠다. 스마트폰보다 작은 플라스틱 검은 상자였는데 자세히 보니 두꺼비집 장치 부품을 이용한 것이었다. 뭔지 궁금했지만 한준이가 워낙 진지하게 쇠파이프로 된 총을 만지작 거리고 있어서 물어보진 않았다. 대신 혁수는 물었다.

"괜찮겠나? 내가 뭐 도와줄 건 없나?"

한준은 총을 겨누듯이 쇠파이프를 들어올리고 눈을 대었다. 그리고 버튼을 눌렀다. 위잉 소리와 함께 총신이 진동했고, 혁수는 뚫린 구멍으로 스파크가 이는 것이 보였다.

"여기까지 데려다주신 것만으로도 정말 많이 도와주신 거에요. 이제 남은 건 제 역할이에요."

한준은 점검을 마친 듯 가방에 장비들을 하나 둘씩 집어넣었다. 마지막으로 두꺼비집 부품으로 만든 두 개의 장치를 가방 바깥 주머니에 조심스레 집어넣은 한준은 굳은 얼굴로 혁수를 바라보았다.

"사실 마음이 후련해요. 그전에는 너무 고민만 많았고. 생각만 빙글빙글 돌았거든요. 하지만 이제는 신경 안 쓸래요. 그냥 단순하게 생각하고 저질러 버릴 거에요."

혁수는 약간 우려를 느꼈다.

"가능하겠나? 솔직히 혼자서 그 엄청난 계획을 성공시킬 수 있겠나? 성공확률보단 실패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지 않나?"

한준은 씨익 웃었다. 혁수는 일순간 섬짓함을 느꼈다.

"걱정 마세요. 전 아무리 작은 확률이라도 이끌어낼 수 있으니까."



작가의말

 

아오. 후기 쓴 게 다 날아갔네요.

 

축약.

 

알려주신 새드님 감사.

 

현대물은 체험이 중요하군요.ㅠㅠ

 

즐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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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시작되는 홍수 +11 13.01.23 6,297 108 13쪽
» 한 방울의 물이 떨어지고. +12 13.01.22 6,187 99 11쪽
45 한 방울의 물이 떨어지고. +16 13.01.20 6,260 106 11쪽
44 한 방울의 물이 떨어지고. +14 13.01.18 6,044 105 12쪽
43 한 방울의 물이 떨어지고. +11 13.01.17 6,569 105 9쪽
42 운명? 희망? +10 13.01.16 6,296 124 14쪽
41 한준의 과거, 세계의 미래 +11 13.01.15 6,546 111 16쪽
40 한준의 과거, 세계의 미래 +10 13.01.14 6,322 113 9쪽
39 한준의 과거, 세계의 미래 +16 13.01.11 6,805 116 11쪽
38 한준의 과거, 세계의 미래 +12 13.01.10 6,621 115 7쪽
37 한준의 과거, 세계의 미래 +11 13.01.09 6,930 1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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