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렙 히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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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ia
작품등록일 :
2022.05.11 12:54
최근연재일 :
2024.09.16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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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3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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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쪽

5

DUMMY

“정말 대단해요! 어떻게 그렇게 금방 마를 수가 있어요?!”

“응? 오늘은 상당히 오래 걸렸네? 뭐 재밌는 일 있었어?”

“아뇨. 세탁하는 거 보느라 그랬어요.”

“세탁······?”


생각보다 오랜 시간 씻는데 소비하고, 지금도 신나보이는 딸을 보니 어떤 재밌는 일이 생겼나 궁금해졌나 보다. 이스카르는 흥미롭다는 얼굴로 다가왔다.

사실 세탁 때문에 오래 걸린 게 아니라, 부모님의 사랑에 감동하여 필리아를 붙들고 울어버린 탓에 오래 걸린 것이지만.


하지만 안타깝게도 얼버무려주며 사실을 숨긴 필리아의 따뜻한 의도를 알았음에도 리아의 흥분은 가라앉지 않았다.


되려 진정될 기미도 없이 아까 본 기적의 산물이 떠올라 잔뜩 증폭만 되고 있었다.



“맞아요, 아버지! 진짜 굉장했어요.”

“그래? 그렇게 굉장했니?!”

“네!”


딸의 신난 모습에 기분이 좋아진 이스카르가 리아를 안아 올렸다. 자세히 듣고 싶었던 모양인지 얼굴도 가깝게 붙였다.


이는 리아도 바라던 바.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해주기로 했다.



“젖은 옷에서 물이 순식간에 빠지더니 바로 마르더라고요! 정말 얼마나 신기한지 몰라요.”

“그랬니? 그럼 다음엔 아빠도 한 번――”

“――네~ 이제 그만하고 아침 먹도록 해요. 요리도 식어가고 있어요. 리아도 대화는 다 먹고 천천히 하도록 하렴. 당신도요.”


희희낙락하며 그때의 상황과 놀라움을 설명하려는 순간이었건만.


리아는 아쉬움을 담아 말을 끊은 필리아를 보았다. 그녀는 어느새 옷장에 다녀왔는지 기적의 산물이 없이 팔짱을 끼고 있었다.


솔직한 심정으로 아직 더 떠들고 싶다.


그러나, 싸늘한 필리아의 눈초리와 씻을 때부터 그녀의 몸에서 보이던 것이 더욱 선명해지더니 갑자기 무섭게 느껴진다.


이것이 생존본능이라는 건가.


뭔지 모를 찝찝함과 더불어 엉덩이가 따끔해지는 환각도 보여 리아는 잽싸게 입을 다물었다.


‘응. 아파서가 아니야. 어머니가 슬퍼하시는 모습을 보기 싫어서야.’


나름의 변명을 하고 있자니 이스카르도 무언가를 감지했나 보다. 슬쩍 안고 있던 리아를 의자에 내려주더니 본인도 빠르게 착석하였다.


마지막으로 이스카르의 맞은편에 필리아가 앉았다.


그제서야 그녀에게서 느껴지던 무서운 것이 아무렇지 않게 되었다.


‘호, 호오오··· 위험했다.’


어머니의 말은 꼭 잘 듣겠다고 다짐한 지가 언제인데 곧바로 큰일 날 뻔했다.


조심히 가슴을 쓸어내린 리아는 딱딱한 미소를 유지한 채 수저와 포크를 들었다. 동시에 필리아의 말이 울렸다.



“자, 그럼 빨리 먹도록 해요.”

“으···응. 자, 잘 먹을게.”

“자······잘 먹겠습니다.”

“네, 맛있게 드세요.”


아까 전의 분위기가 거짓말인 듯, 밝게 미소 짓는 필리아. 어색하게 대답하긴 했지만, 솔직히 식욕이 별로 돋질 않는다.


그런데 어쩌겠는가. 먹지 않는다는 선택지 따윈 아예 존재하질 않는데.


어쩔 수 없다. 리아는 식탁에 차려진 간단한 아침밥을 향해 딱딱한 몸짓으로 식기를 움직였다.



"음?!"


막상 먹으니 나쁘지 않은 정도가 아니다. 평범하게 맛있기만 하다.


입안에 가득 퍼지는 감미로운 맛에 긴장이 풀린 리아는 서서히 속도를 높여 아침밥을 비워나갔다.


전생의 기억을 떠올린 덕분에 이전보다는 훨씬 깔끔하게 먹을 수 있게 된 식사는 그렇게 기분 좋게 마무리됐다. 필리아의 눈치를 보느라 조금 조용했지만.


포만감에 습관처럼 배를 어루만지고 있으니 필리아가 물이 담긴 컵을 앞에 내려놓았다.



“맛있었니?”


리아는 활짝 웃었다.



“네, 오늘도 맛있었어요.”


진심이었다. 맛 자체는 평소와 비슷하였으나, 기분 탓인지 오늘따라 더 특별히 맛있게만 느껴졌었다.


이스카르도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최고였어. 필리아.”

“네네, 다행이네요.”

“으응.”


딱히 필리아의 기분을 맞춰주려고 한 건 아니겠지만, 이스카르에게서 왠지 모를 생존술의 냄새가 난다.


그런 오묘한 동질감이 느껴지는 아버지를 친근하게 보던 리아는 물을 마시면서 슬쩍 곁눈질로 필리아를 살폈다.


‘아까 무섭게 보였던 그거, 지금은 전혀 아무렇지 않아 보이지? 쌀쌀맞게 말씀하셔서 내심 걱정됐는데.’


안도한 리아가 숨을 토해냈을 때였다.



“왜 그러니?”


예상외로 필리아의 감각은 예민했다. 설마 들킬 거라고는 아예 생각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왓! 아뇨. 물 감사합니다.”

“응?”


최대한 평정을 가장하고 대답했지만, 두근대는 심장 때문에 시끄러울 지경이다.


혹시 수상쩍지 않을까 속이 타들어 갔는데, 필리아는 고개만 갸웃거릴 뿐이었다. 별다른 소리는 하지 않고 사용한 식기와 컵을 들고 부엌으로 향했다.


조용히 한숨을 내쉰 리아는 그 뒷모습을 쫓았다.


‘역시 기분 탓이 아닌가? 어머니에게 보이는 듯하면서도, 느껴지는 것 같은 묘한 게 점점 선명하게 보이고 있는데?’



“엄마, 조금 무서웠지?”

“꺅!”


집중하고 있었던 터라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정말 깜짝 놀랐다. 그 탓에 제 나이대에 맞는 계집아이의 비명을 내고야 말았다.



“쉬, 쉿! 위험해······”

“앗, 쉿!”


말을 건 것은 이스카르로, 그도 필리아에게 들키는 건 반갑지 않은지 황급히 손가락을 자신의 입가에 새웠다.


리아도 반사적으로 입을 틀어막고는 소리를 낮췄다.


잘못한 건 없지만 약간 불안해진 리아는 부엌의 동태를 조심스럽게 살펴봤다.


크지 않은 집이라 조마조마했지만, 다행히 필리아는 식기를 정리하는 데에 신경이 쏠려 듣지 못한 듯하다. 묵묵히 그릇을 닦고만 있었다.


‘어머니의 몸에 있던 그게 살짝 움직인 듯도 싶었는데······ 뭐, 별거 아니겠지.’


위기를 넘겼다는 생각에 무거운 숨을 토해낸 리아는 함께 보고 있던 이스카르에게 속삭였다.



“후···아······ 놀랐어요, 아버지.”

“미, 미안하구나, 리아야.”

“아뇨, 괜찮아요. 그런데 갑자기 왜요?”


“리아가 엄마를 계속 보고 있길래 말이다.”


스윽, 고개를 돌려 리아는 다시 부엌의 동태를 조심히 살펴 안전을 확인했다.


엉덩이가 걸려있다. 안전은 몇 번을 확인해도 모자랐다.

전혀 마음에 걸리는 일은 하지도 않았지만, 소곤소곤 몰래 이야기하니 분위기 때문에라도 더욱 조심스럽게 됐다.


아직도 필리아에게서 아무런 반응이 없는 걸 확인한 리아는 얼굴을 붙여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게, 씻을 때부터 조금씩 그랬지만, 그······ 뭔가~ 음. 설명하기 어려운데 뭔가 보이는 듯···해서요.”

“응?! 뭐, 뭐가 보이길래 그러니?”


조심스럽게 말하면서도 걱정스러운 시선의 이스카르는 어딘가 격양되어 보인다.


커진 목소리에 리아는 다시 필리아의 동태를 살펴보려고 했다.


하지만 행동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너무나도 진지한 얼굴인 이스카르 때문이었다.



“저, 저기······?”

“아, 아니. 미안하구나, 리아야. 엄마에게 뭐가 보였길래 그러니?”


사과하면서도 여전히 이스카르의 분위기는 변하지 않았다. 아니, 진지하다 못해 이젠 심각해 보이기까지 하다.


그야 딸이 갑자기 무언가 보인다, 같은 소릴 하니 걱정이 되겠지. 멀쩡한 부모라면 정신과 치료부터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우리 부모님도 멀쩡한 쪽이시니까. 으음. 그러면 괜한 소리를 했나 싶네······?’


꽤 후회됐지만 이미 꺼낸 말이다. 저 분위기로 보아 이스카르가 어물쩍 넘어갈 거 같지도 않다.


잠시 머뭇거리긴 했지만 리아는 마음을 정하고 입을 열었다.



“일······단,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아 주세요? 아버지.”

“음.”


부모님에게 안쓰러운 딸 취급 받으면 굉장히 섭섭하다 못해 절망할 자신이 있다. 그래서 맨 처음 보험을 들 듯 말하였지만······


막상 본론을 이야기하려 하니 쉬이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정말로 머리가 이상해진 딸 취급만큼은 싫었으니.


그러한 걱정을 알아차렸나, 이스카르가 먼저 다정한 음성으로 말하였다.



“괜찮단다, 리아야. 오히려 우리가 바라온 일일 수도 있어.”

“네? 아버지와 어머니가요?”

“그래. 우리뿐만이 아니라 마을 가족 모두가 바라던 일이야.”

“마을···분들 모두가요?”

“아아, 그래. 분명 모두가 바라는 일이야.”


분명 의도는 안심시키기 위한 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리아에겐 오히려 혼란만을 야기시킬 뿐이었다.


‘부모님만이 아니라 마을 주민들 모두가 바란다고? 내가 뭔가 보이는 것을? 왜······?’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 정말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스카르의 성격상 딸에게 좋지 않은 것을 바라진 않을 터. 리아도 그것 하나만큼은 확신할 수 있었다.


‘그건 좋아. 근데 마을 왜 주민들까지 연관되는 거야? 잘 대해주긴 하는데, 묘한 거리감 때문에 솔직히 친하게 지냈다는 느낌은 아니지?’


여전히 의문밖에 남는 게 없다.


그러나 리아는 지금도 자신만을 똑바로 바라보는 이스카르―― 부모님을 믿어보기로 했다.



“알겠어요, 말씀드릴게요.”


조금이라도 긴장을 덜기 위해 리아는 심호흡했다.



“으···움. 그··· 아까 씻을 때부터요. 어머니의 몸에서 이상한, 우으······ 보이는 듯한 뭔가가 있었어요.”


부모님을 믿는다고 다짐했지만, 말할수록 자신감이 떨어졌다. 끝에 가서는 거의 중얼거리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음량이 됐다.


그렇지만 이스카르에겐 충분했나 보다. 그는 아무 질책 없이 반문한다.


“······필리아의 몸에서?”

“네.”

“다, 다시 한번 봐보렴. 호······혹시 아직도 보이니?”


다급해 보이는 이스카르는 표정을 숨길 여력조차 없는지 그대로 드러냈다.


‘어······어떡하지. 엄청 심각하셔! 거, 거짓말!! 그래 거짓말을 해야 하나? 아니, 근데 부모님께서 바라온 일일 수도 있는 거 아니야. 어, 어떤 게 정답이지?!’


속은 엄청 다급했지만 리아는 시간을 끌기 위해 최대한 천천히 필리아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렇게 보게 된 필리아는 여전히 부엌에서 두 명에게 등을 돌리고 식기를 정리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이상한 점 따윈――



“어?”

“어떻게······ 보이니? 아직 있니?!”

“그게··· 보여요. 왠지 이쪽을 향해 있는 거 같달까? 그리고 아까보다 더 선명한데······. 저, 저, 뭐, 뭔가 잘못된 건가요?”


물음에 이스카르는 뭔가 기대하는 표정이 되었다.



“아니. 리아에게 잘못 따위 없단다. 그, 그런데 아빠는 어떻게 보이니?”

“아버지요?”


그제야 고개를 돌린 리아. 그리고 놀랐다.


이스카르도 필리아처럼 뭔가가 보이는 게 아니겠는가.



“어! 보여요. 어머니보다는 좀 작다? 음. 연한 거 같아요. 그리고 왠지 통통거린달까······ 설명하기 어렵지만 그렇게 느껴져요. 앗! 그러고 보니까 어머니의 그거는요. 아까 굉장히 무서운 느낌이었어요.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리아! 아빠! 아빠의 손은 지금 어떻게 보이니?”

“으음······ 진해진 건가? 아니다, 많아진 건가? 뭔지 모르겠는데 아까보다는 더 잘 보여요.”

“오···오오오오!! 오오오오! 리아야!!”

“리아!!”


묻는 걸 사실대로 대답했을 뿐인데 이스카르가 갑자기 소리를 높이면서 껴안았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행동에 놀라고 있자니 식기를 씻고 있던 필리아까지도 빠르게 달려와 숨이 막힐 정도로 세게 껴안았다.


너무나 돌발적인 상황에―― 특히 필리아에게 리아는 크게 허둥댔다.



“우왓! 어, 어머니도 듣고 계셨어요?”

“오오오. 리아야······ 드디어. 드디어! 이제······ 이제 괜찮아질 거야. 잘했다, 리아야.”

“우리 딸! 흐흑······ 이제 괜찮아. 정말 잘 됐어.”

“어어······ 울지 마세요. 제, 제가 잘못한 건가요?”


‘뭐, 뭐야. 두 분 모두 왜 그러시는 거야?’


헛것을 본다고 걱정하는 것과는 확실하게 다르다.


‘뭐가 됐든 큰일인 건 확실해. 어머니가 우시는 건 처음 봤어! 아버지도! 이불 접을 때 우시는 게 처음이었지만, 한 시간 만에 기록이 경신됐어.’


도대체 어떻게 된 건지 알 수 없는 리아였다. 답을 알려줄 이스카르들도 닭똥 같은 눈물을 주렁주렁 흘리며 이제 괜찮다는 말만을 되풀이할 뿐이고.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어리둥절하면서도 리아는 양쪽에 안겨있는 부모님의 허리를 톡톡 두드려주며 달래줬다.


제법 오랜 시간 안고 있다가 차츰 진정되었는지, 둘은 흘러내린 눈물을 닦았다.



“어머니, 아버지. 무슨 일인가요. 뭔가 잘못된 건가요?”

“아니란다, 이제 걱정 없단다. 이제 잘 될 거야.”


필리아는 미소를 짓더니 리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동시에 여운을 느끼듯 감격에 벅차 보였던 이스카르는 벌떡 일어나더니 그대로 안방으로 들어갔다.


뭘 하려는 건가 싶었던 이스카르는 겉옷을 갈아입고 외출할 준비를 했었는데, 그는 다짜고짜 다가와 리아와 필리아를 함께 끌어안아 줬다.



“리아야, 잘했어. 역시 내 딸이야. 필리아, 어르신에게 말하고 올게.”

“네, 알겠어요. 리아에게 설명은?”

“음······ 바로 돌아올 테니까 그때 설명하자.”

“알았어요. 어서 다녀오세요.”

“어? 다, 다녀오세요?”


빠르게 필리아와 대화를 주고받은 이스카르는 이야기를 마치자마자 바로 나갔다.


얼떨결에 배웅하고 있자니 필리아가 의자에 내려줬다.



“저기······ 어머니?”

“아빠 말대로 설명은 돌아오고 할게, 리아야.”

“네······ 저 잘못되거나 한 게 아니죠?”

“물론이지. 정말······ 정말로 엄마와 아빠도 많이 바라왔던 일이야. 그러니까 잠시 엄마랑 얌전히 기다리자?”


애환이랄까, 절박함이 느껴지는 필리아의 목소리에 리아는 더 이상 물을 수 없었다.



“알겠어요.”


한 번 더 머리를 쓰다듬어 준 필리아는 부엌으로 가서 찻잔을 꺼내 차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기다리는 동안 리아는 자기 나름대로 상황을 정리해보기로 했다.


가장 먼저, 부모님들.


왜 이스카르와 필리아가 저리도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분위기를 보면 큰 문제가 생긴 것 같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가벼운 사안도 아닐 듯싶다.


마을 주민들이 얽혀있다는 것도 의외가 아닐 수 없다.


분명 자신에게 관련된 일이라 예상되는데, 부외자인 주민들이 얽혀있다는 건 아무래도 이상하니 말이다.


이후로도 리아는 계속해서 떠오르는 의문들을 차근차근 나열해보았다. 그렇지만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기에 답은 하나도 나오질 않았다.


그런 답답한 시간만이 이어지다······ 결국 스스로 답을 맞히는 걸 포기했다.


스트레스만 쌓인 리아는 머리를 비우고 필리아가 가져다준 차나 마셨다.


적당히 필리아와 떠들며 보내기를 한 시간째, 어르신이라는 사람과의 대화가 조금 길어졌나 싶을 때쯤 이스카르가 돌아왔다.


제법 늦긴 했지만 가벼운 발걸음과 밝게 웃는 얼굴을 보니 꽤 근심을 던 모양이다.



“다녀왔어!”

“어서 와요. 촌장님은요?”

“어르신은 자기가 있으면 리아가 불편할 거라고. 설명을 다 하고 나서 와도 괜찮다고 했어.”

“어머. 그래요?”


저들끼리 대화를 나누는 둘.


병풍처럼 듣고 있던 리아는 슬쩍 고개를 꼬았다.


‘어르신이라는 사람이 촌장님이었구나. 그런데 내가 불편해한다고? 왜지? 뭣 땜에?’


마을 주민들이 불편해하는 건 느끼고 있었다. 그렇지만 반대로 자신이 불편하다는 건 이상하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특히 촌장님이 날 유독 불편해하던 거 아니었나? 자주 날 보고 고개를 돌리거나 눈을 피했었는데?’


뭔가 어긋났다는 기분을 지울 수 없다.


그 감에 따라 리아는 미안했지만 부모님의 말을 잘랐다.



“죄송해요! 저 촌장님 전혀 불편하지 않으니까 함께 알려주셨으면 해요.”


순간 필리아의 얼굴에 근심이 어렸다.



“리아······ 정말 괜찮겠니?”

“으응? 어, 네. 괜찮아요. 정말요. 오히려 촌장님이 불편하지 않을까 염려돼요.”

“그럴 리가 없단다, 리아야. 어르신이 절대 그러실 리가 없어.”


리아는 확고하게 말한 이스카르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함께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알겠어. 그럼 잠깐 다녀올게.”

“아, 아버지 잠깐만요!”


서둘러 다시 밖으로 나가려다 멈추고 이스카르는 돌아봤다.



“응? 왜 그러니?”

“혼자 또 다녀오시기보다 같이 가도록 해요. 저, 촌장님 댁에 가본 적도 없고요. 아, 물론 괜찮으시다면요.”

“그렇······구나. 가본 적이······ 없었지, 참.”

“아버지?”

“아니란다. 그러면 같이 가볼까? 어르신도 싫어하시지 않을 거야. 오히려 좋아라 하실걸? 필리아도 괜찮지?”

“물론이죠. 제가 싫어할 리가 없잖아요.”


만장일치. 다 함께 촌장의 집으로 가게 됐다.


리아는 필리아의 도움을 받아 바로 외출 준비했다. 그리고 호기롭게 밖으로 나왔으나······ 워낙 걸음이 느린 탓에 곧장 이스카르에게 안겨 이동하는 꼴이 됐다.


조금 좌절되긴 했지만, 여유는 생겼다. 기분 좋은 흔들림에 몸을 맡긴 리아는 잠시 조금 전의 대화를 생각해보기로 했다.


‘흐음. 촌장님이라······ 날 싫어하는 게 아니라고? 불편해한다는 것도 아니고. 뭔가 착각하고 있는 건가?’


고민하던 리아에게 씁쓸해하던 이스카르의 얼굴이 떠올랐다. 슬퍼하는 것 같이도 보여 크게 마음에 걸린다.


이것도 무언가의 착각인 걸까.



“리아야 긴장하지 않아도 돼. 어르신은 무서운 분이 아니야.”

“그래. 촌장님은 리아를 많이 좋아하고 있단다.”

“아니에요! 조금 생각하고 있었을 뿐이에요.”


정말 긴장하진 않았지만 괜한 걱정을 끼칠 순 없으니 리아는 일단 촌장에 관한 생각을 접고 마을을 둘러봤다.


알고는 있었지만 새삼 둘러보니 전생 때의 고향과 제법 비슷한 분위기가 흐르는 마을은 그리움을 느끼게 했다.


어느새 아련한 눈이 된 리아는 찬찬히 이곳저곳 보다가, 어느 한 곳에 눈길이 갔다.


그곳엔 그리 크진 않지만, 나무 한 그루가 유독 멋들어진 그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와, 멋진데? 가을을 물씬 느끼게 하는 풍류가 있어. 붉은빛도 멋지게 물들었고.’


나중에 저 그늘에서 피크닉을 즐기면 좋지 않을까.


제법 기대가 돼 벌써 머릿속에서 그려보았던 리아는 문득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다.


‘그늘? 그늘이 왜――’



“자. 다 왔단다, 리아야.”


때마침 도착을 알리는 이스카르의 목소리에 생각은 이어지지 못하고 리아는 눈길을 돌려 앞을 봤다.


작은 마을이라 금방 도착한 촌장의 집은 다른 집과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조금 큰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으리으리한 저택이라든지 그런 느낌 없이 평범한 집이었다.


리아도 들어가 본 적은 없지만 멀리서 봐왔기에 외관만큼은 제법 익숙했다.



“아! 내려주세요, 아버지.”

“응? 알았다.”


싫어하는지 어떤지는 모른다. 그래도 기왕 온 거 촌장의 집에 방문하는 거니 예의를 갖추는 게 좋겠지.


이스카르의 팔에서 내려온 리아는 옷을 털면서 몸가짐을 체크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눈짓으로 신호를 보내니 고개를 끄덕인 이스카르가 문을 두드렸다.



“어르신, 리아를 데리고 왔어요.”

“뭐?! 잠깐! 아니, 조금만······ 잠깐 기다려 보거라. 금방 끝난다!”


젊은 목소리에 비해 상당히 연배가 느껴지 말투. 촌장이 분명했다.


하지만 기다리라는 말마따나 촌장은 문을 열 기색도 없이 소리만 높이고는 문에서 멀어지는 듯하였다.


달리 방도가 있는 건 아니니 얌전히 기다리고 있었는데, 집에서 뛰어다니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느낌으로는 왠지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응? 낯설지 않아, 이 분위기······’


리아는 불현듯 전생의 손녀나 아들의 모습을 떠올랐다.


어째서인지 그립기까지 한 기분을 느끼고 있자니 옆에 있던 부모님들도 쓴웃음을 짓고 있었다.


‘왠지 내가 창피해지는 기분이야. 뭐지?’


이 알 듯 모를 듯한 기분이 뭔지 조금만 더 있으면 알 거 같았다.


하지만 그러한 틈은 주지 않겠다는 듯 문이 벌컥 열렸다.



“오오! 어서 오거라.”

“예, 어르신. 리아를 데리고 왔어요. 리아도 인사드려야지.”

“안녕하세요. 촌장님, 오랜만에 봬요. 잘 지내셨어요?”

“오오오오오! 잘 왔단다 리아야. 자자, 어서 들어오너라.”

“실례할게요, 촌장님.”

“그래.”


반갑게 맞이해준 촌장은 리아의 기억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아니, 애초에 저리 밝게 웃으며 말하는 촌장 자체가 처음이다. 지금처럼 눈을 똑바로 바라보지도 않았었다.


목소리도 살짝 떨리고 있었는데, 잘못 느꼈다고 여길 수 없을 만치 따듯한 기색을 품고 있어 기억 속의 촌장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뭔가 달라······ 아까 분주했던 소리도 그렇고, 어쩌면 혹시?’


앞장서는 촌장을 따라가며 둘러본 집안은 생각보다 넓어, 겉보기와는 달리 마을 사람 전체는 들어갈 만한 크기로 보인다.



“자, 편하게 앉아라.”


안내된 곳은 거실로, 거기에는 여덟 개의 의자와 그에 상응하는 큰 직사각형 탁자가 있었다.


리아는 신기한 듯 집을 둘러보면서도 촌장의 권유대로 작은 의자에 앉았다.


이스카르와 필리아도 양옆에 보호하듯 앉고, 리아는 차분히 정면에 앉은 촌장을 보았다.


‘자세히 볼 기회가 없었지만 가까이서 보니······ 역시 잘 생겼네.’


그리고 외모를 평가했다.


‘꽃중년이란 느낌이 물씬 나. ――아니 중년이라고 하긴 무리인가? 그냥 젊은 미남 청년이라고 해야 하나. 분위기 때문에 좀 더 나이가 있어 보여. 그리고 맨날 눈을 피하니 알 수 없었지만 진한 적색의 눈동자가 어머니랑 비슷한데? 연한 금발도 그렇고. 얼굴도 묘하게 닮은 거 같은 느낌이야······ 설마 싶지만 남매인가?!’


나쁘지 않은 추리 같다. 근거로 필리아도 묘하게 이곳에 오는 데에 거리낌이 없었다.


친족이라면 애당초 원래 집이었으니 꺼릴 리 만무하다. 의외로 정답일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암만 그래도 부모는 아니겠지. 나이 차가 커 보이진 않으니까. ······근데 내 기억이 너무나 모호하지 않아? 어려서 그런가? 어쨌든 이거 하나는 확실해! 촌장님은 날 싫어하지 않아! 이 의자가 그걸 증명해!!’


지금 앉아있는 의자는 집에 있는 의자처럼 딱 맞았다. 겉모습조차도 집에 있던 의자의 형제처럼 똑 닮았다.


마치 한 사람이 만든 것처럼.


더군다나 품질은 이쪽이 위였다. 반들반들한 마감하며 모든 점에서 상위 호환 격이다. 쿠션도 집의 것도 가죽으로 잘 마감이 되어 있었지만 이처럼 푹신하진 않았다.


아이는 2명뿐인 마을에서 이런 손 많이 가는 물건을 그냥 만들 리가 있나. 모든 정황은 나를 위해 준비했다고 말하는 거나 다름없다.


물론 소꿉친구이자 또래인 루데릭을 위해 준비한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눈앞에서 근엄한 표정으로 입가를 씰룩이는―― 조금만 방심하면 헤실거릴 거 같은 촌장을 보면 명백했다.


‘문 앞에서 반기는 던 상황도 종합해보면 확실해. 촌장님은 날 좋아하고, 이 의자는 내꺼닷! 어머니와 남매일 가능성도 커졌다!!’


어머니인 필리아를 닮은 것과 자신을 잘 대해준다는 이유만으로 호감을 느끼고 있다는 건 깨달았지만, 리아는 과감히 후한 평가를 내렸다.



“그래서 여기까지 온 거는 뭐냐?”


촌장이 이스가르를 한 번 째려보면서 말했다.



“예······ 그게, 리아가 여기 와서 같이 설명을 듣고 싶다고 했습니다, 어르신.”

“리아가!”


활짝 화색이 도는 표정의 촌장이었지만 슬쩍 눈을 흘기더니 다시 근엄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흠흠. 그래그래. 설명 말이지······ 좋아, 이스카르. 현재 리아가 알고 있는 것은?”

“전혀 모르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 뭐, 그건 자네 잘못이라 볼 수 없지.”


그리 말한 촌장은 리아에게 시선을 돌렸다.



“······리아야, 지금 내 몸에 뭔가 느껴지니?”

“앗, 네! 잠깐만요.”


의자의 푹신함에 빠져들어 만끽하고 있던 리아는 묻는 촌장의 말에 화들짝 놀라 대답하고는 시키는 대로 쳐다봤다.


확실히 촌장의 몸에서도 필리아처럼 뭔가가 보이고 있었다.


기분 탓은 아닌지 아까 촌장을 볼 때는 전혀 몰랐지만 본다고 생각하니 점차 확연히 보이기 시작했다.



“아버지와 어머니처럼 보여요. 어머니보다 더 진하다고 해야 할까, 많다고 해야 하나.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그렇게 보여요.”

“그렇구나. 확실히 네 말대로구나, 이스카르. 제대로 느끼고 있어. 오히려 본다고 표현하는 게 대단할 정도야.”

“응?? 아뇨, 보여요. 아니다······ 죄송해요. 조금 다른데, 보는 것처럼 느껴지는 감각이에요. 설명하긴 어렵지만.”

“호오? 이건 어떻게 보이니?”


흥미로운 표정으로 촌장은 손바닥을 내밀어 보여줬다.


처음 내밀었던 그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점차 뭔가가 조금씩 모여들어 색을 띠기 시작했다.



“으흠··· 이건, 초록색? 같은 느낌으로 점점 모여들어요.”

“오! 정확하다. 확실히 보는 것이 맞다. 굉장하구나, 리아야.”

“어르신, 그건!”

“아아, 확실히 마력을 느끼고 있어. 그것도 보는 것처럼.”

“마······마력?! 이게요? 이게 마력이에요, 촌장님?”

“그래, 그것이 마력이란다.”


‘오오오오!! 마력! 이게 마력! 이것이 판타지!!’


마력을 본다는 것에 새삼스럽다는 감흥 밖에 안 들지만 기분만은 최고다.


환희로 기뻐하던 리아는 전생의 자식들이 생각났다.


‘손녀가 보면 굉장히 좋아하겠어. 아들 녀석도 아닌 척하겠지만 분명 좋아할 거야. 나랑 같이 게임을 할 때도 아닌 척하면서 즐기고 있었으니 확실해. 후후. 마력이라니······. 역시 이세계. 마법이 있는 동네다워. 그렇지! 마법! 마법은!’


리아는 눈을 빛내면서 촌장에게 물었다.



“그럼! 저도 마법을 쓸 수 있게 되나요?”

“음······ 그건.”


그리 어려운 질문은 아니었을 거다. 그렇지만 근엄한 표정을 무너뜨리고 빙그레 웃던 촌장은 어둡게 말을 흐렸다.


밝던 거실의 분위기도 한순간에 떨어지더니 긴장감마저 흘렀다.


방금까지 다들 웃고 있던 게 거짓말인 거 같은 상황.


불길해진 마음에 리아는 부모님을 바라봤다.


필리아는 표정이 굉장히 어두워서 금세 눈물을 흘릴 것만 같았고, 이스카르는 책상에 올린 손을 꽉 쥐며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아······ 그렇구나.’


주위의 반응에 이전부터 조금씩 쌓은 의문들이 모두 풀렸다.


어렴풋이 생각하긴 했다.


왜 다들 내 앞에서 마법 이야기만 나오면 피하는지, 부모조차도 어째서 딸의 앞에서는 생활마법 이외에 사용하지 않았는지를······


물론 이스카르와 필리아가 마법을 못 쓸 수도 있겠지만, 단순히 그것만이 전부가 아닐 거다.


‘분명 내 허약하기 짝이 없는 몸과 연관이 있겠지.’



“아니! 할 수 있단다. 넌 반드시 할 수 있다! 리아야”

“그래······ 할 수 있어. 리아, 넌 우리 딸이니까 할 수 있단다. 반드시!”


침통해진 방에서 이스카르가 탁자를 내리치고 일어났다. 필리아도 눈가를 슥 닦아내고는 리아의 머리를 쓸어내려 주며 소리를 높였다.


둘이 이렇게나 말하는 것이다. 리아도 손을 잡아주면서 위로의 말을 전하려고 했다.


그러나······


싸늘한 촌장의 목소리가 이를 가로막았다.



“아니. 그건 알 수 없다.”

“어르신!”

“아빠!”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을 부추기는 건 바람직하지 못해. 너희들의 바람을 아이에게 강요하지 마라.”

“······어르신.”

“아빠······ 그럼 우리 리아는······. 도대체 어떻게 하라구······ 흐···흐흑.”

“아버지, 어머니······”


희망을 잘라내는 듯한 촌장의 단호하고 냉철한 말에 분위기는 더욱더 가라앉았다.


덕분에 아직 젊어 보이는 촌장이 필리아의 친부라는 게 밝혀진 충격적인 말도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그보단 슬퍼하며 눈물을 흘리는 부모님들에게 신경이 갔다.


‘아아. 역시 난 사랑받고 있구나.’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진 리아는 전생을 떠올린 이후 최고로 밝게 웃었다.



“어머니, 아버지. 저 괜찮아요! 아직 모르잖아요? 그러니까 슬퍼하지 말아 주세요. 분명 잘 될 거예요! 그쵸, 촌장님?”

“그래······ 앞일은 알 수 없단다.”

“들었죠? 그러니까 그만 울어주세요, 아버지. 어머니.”


리아는 자신을 안으면서 울고 있는 부모님의 뺨을 어루만지면서 최선을 다해 달랬다.



“리아!”

“저는 괜찮아요. 정말로요.”


의도와는 달리 더욱 울컥하는 이스카르들이지만, 리아는 두 부모의 기분이 이해되었다.


‘따지고 보면 난 이 세계에선 장애가 있는 사람이겠지.’


그렇기에 둘은 딸이 마력을 느낀 것에 그렇게 흥분하고 좋아한 것이다. 자식이 나을 수도 있는 가망이 생겼으니 말이다.


하지만 보아하니 정황은 그리 좋지 않은 모양이다.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겨우 수술할 기회가 왔는데 50:50이라는―― 도박에 가까운 상황으로 보인다.


아니, 부모님이나 촌장의 반응을 보면 더 나쁠 수도 있겠다.


‘그래도 나의 상황은 그리 비관적이지만은 않아. 가능성 자체는 아주 희박할 수도 있지만 절망적인 건 아니야.’


촌장도 말했듯 극복할 가능성이 아예 없진 않을 거다.


비유가 좋진 않지만, 수술대조차 서지 못하는 그런 장애를 가진 상황은 아니었기에 희망을 품긴 충분했다.



“그만 울어라. 아이가 달래게 하고 뭐 하는 짓이냐?”

“죄송합니다, 어르신. ······미안하구나, 리아야.”

“흐윽. 미, 미안하단다. 리아.”

“괜찮아요! 언제나 절 위해 힘내 주셨잖아요. 지금도 절 걱정해주신 건데 미안할 게 어디 있어요? 게다가 촌장님도 잘될 거라고 했어요!”

“그래. 분명 잘 될 거다, 리아야.”


그대로 이스카르와 필리아는 한 번 더 리아를 꼭 안았다.


한동안 안고 있다가 슬슬 진정되자 침묵하고 있던 촌장이 말했다.



“인제 그만 앉아라, 이스카르. 할 말은 아직 많다.”

“예, 어르신.”

“후우······ 필리아는 미안하지만, 차를 타와 주지 않겠나? 급해서 준비하지 못했다.”

“네··· 알겠어요.”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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