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쎄진 홍길동, 이번엔 안 봐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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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작품등록일 :
2022.05.11 13:48
최근연재일 :
2023.05.08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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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6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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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구치소의 고문이 되다 >

DUMMY

나는 그동안 나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놈이 하라는 대로 엎드려뻗치기도 해주고 영치금으로 빵을 사서 갖다 바치기도 했다. 그러나 하루종일 재판을 받고 참교육까지 실시하느라 몹시 피곤한 상태였던지라 짜증이 왈칵 올라왔다.


“야, 오늘은 조용히 잠 좀 잤으면 좋겠다”


비좁은 구치소 방에서 우두머리 행세를 하던 방장이 무방비 상태에서 기습을 당한 것이다. 방장의 권위에 도전하는 최초의 사례인 모양이다. 너무 어이가 없어 벙찐 방장은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며 미결수들에게 ‘지금 이놈 하는 말 들었느냐?’는 표정을 지었다. 한 놈이 나섰다.


“형님, 저한테 맡겨주십시오.”


우두머리를 앞세워 호가호위하던 따까리였다. 조선 시대에도 양반 지주보다 마름들이 더 설쳐댔듯 대한민국 감방 안에서도 방장보다 따까리가 설쳐댔다.


따까리는 방장의 암묵적인 동의가 떨어지자 여전히 누워있는 나를 향해 몸을 날려온다. 나는 슬쩍 몸을 굴려 놈의 낙하지점에서 벗어났다. 맨바닥에 엉덩방아를 찧고 만 따까리가 고통을 삼키며 꼬리뼈를 붙잡고 맴을 돈다.


나는 잠은 이미 그른 것 같아 할 수 없이 일어나 앉았다. 우두머리가 다가오더니 나를 노려본다. 나이는 30대 후반, 인상이 썩 좋지는 않다.


듣자 하니 유흥가 나와바리 싸움을 하다 상대 조직의 행동대원을 각목으로 내리친 모양이다. 충돌현장에 때마침 도착한 경찰이 공포탄을 쏘며 제압하는 바람에 붙잡혔단다. 놈이 턱짓으로 나를 가리키며 나선다.


“너, 뭐야?”


“나? 허허 글쎄... 야, 그런데 그냥 날 가만 좀 놔둘 수 없겠냐?”


“뭐?”


“너 대빵으로 인정하니까 나는 좀 가만 놔두라고”


“이 새끼 봐라. 날 대빵으로 인정한다면 내가 원하는 대로 하는 게 인정하는 태도이지, 가만 놔두라고?”


“날 귀찮게 하면 그냥 내가 대빵 하는 수가 있다?”


“뭐? 이 새끼가...”


상당히 날랜 놈이다. 태권도를 한 놈인지 발을 들어 올리는 폼이 상당한 경지이다. 방장은 앉아있는 나의 머리를 발뒤꿈치로 찍으려 들었다.


놈의 오른발이 바람을 가르며 내 정수리를 향해 떨어지는 순간 나는 앉은 자세 그대로 몸을 살짝 옆으로 이동했다.


“어라?”


헛발질을 한 놈은 살짝 당황했다. 내 손바닥에 참교육 회초리가 쥐어졌다.


참교육 회초리는 정신감응의사소통 방식으로 컨트롤된다. 내가 원하면 즉시 나의 손에 쥐어져 명령을 수행한다. 보이게 할 수도, 보이지 않게도 할 수 있지만 나는 교육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가급적 황금빛으로 빛나도록 조정한 다음 사용한다.


크기도 조절 가능하다. 앞서 설명한 대로 담배 개비에서 장대높이뛰기의 장대 크기까지 내 의지대로 크기가 변한다. 회초리는 평상시 내 몸 어딘가에 대기 상태로 있다가 내가 찾으면 바로 손바닥에 쥐어진다.


손에 막대기 비슷한 뭔가를 든 것을 본 방장은 자극을 받아 더욱 거세게 몰아붙인다.


“우쒸!”


급하면 허점이 생기는 법, 나를 한 방에 때려눕히겠다고 팔을 힘껏 내뻗는 바람에 옆구리가 휑하니 빈 것이 보였다.


나는 때를 놓치지 않고 일어서면서 놈의 옆구리를 회초리로 꾸욱 찔렀다. 놈은 헉!하며 숨을 멈추더니 서서히 고목 쓰러지듯 쓰러졌다.


나와 방장이 진검승부를 펼치자 미결수라는 처지를 잠시 잊은 채 손에 땀을 쥐고 관전하던 방 식구들은 방장이 맥없이 쓰러지는 걸 보고 적지 않게 놀랐다.


조금 전 나에게 몸을 날렸던 따까리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야, 따까리, 너도 덤빌래?”


따까리는 눈알을 좌우로 굴리며 분위기를 탐색하더니 이내 도리질을 한다.


“야, 이놈아, 정신 돌아왔으면 일어나”


조금 전까지만 해도 우두머리 행세를 하던 자존심이 있어 방장 놈은 심히 쪽팔려 하며 느릿느릿 일어났다.


“스읍?”


내가 눈을 한 번 부라리자 화들짝 놀라 내 앞으로 얼른 뛰어와 두 손을 모으고 선다. 힘의 논리에 익숙한 놈이다.


“나는 너희 일 말고도 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아 웬만하면 이 방 일은 모른 척하려 했다. 너도 알고 있지? 내가 너에게 빵도 사다 바치고 엎드려뻗치기도 하라면 했던 거.”


놈이 눈을 내리깔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내가 오늘 너무 피곤한 나머지 짜증이 갑자기 나버렸다. 그래서 네가 내 앞에 이 모양으로 서 있게 된 건데... 어떡할래?”


“예?”


“응, 무슨 말이냐면 말이야... 니가 방장은 계속하고 말이야... 나는 고문 정도로 예우를 해 줘. 그 대신 니가 다스리는 이 방은 평화와 우애가 넘쳐 흘러야 돼. 이해하겠어?”


놈은 머뭇거리더니 마지못한 듯 대답했다.


“예”


나는 들고 있는 참교육 회초리를 흔들어 놈의 주의를 환기시켰다.


“그리고 말이야... 이 약속은 엄격히 지켜져야 돼. 만약 그러지 않을 경우 나는 이 회초리를 가차 없이 휘두를 거야. 그런 의미에서 이 회초리가 어떤 맛인지 니가 조금 느껴볼 필요가 있다고 봐. 그래야 다른 식구들도 말을 잘 듣고 질서를 지킬 것 같아. 자, 너 종아리 걷어 올려.”


놈은 내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나는 내 손으로 놈의 종아리를 걷어 올렸다. 그리고 놈에게 벽을 향해 서라고 명했다. 방 식구 10여 명이 빙 둘러서서 보는 가운데 회초리가 공중에 날아올라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내며 원을 몇 바퀴 그렸다. 순간 먹잇감을 발견한 독수리가 땅에 꽂히듯 회초리가 놈의 종아리를 향해 내리꽂혔다.


놈의 비명 소리가 구치소의 밤공기를 흔들었다. 교도관들이 뛰어왔다. 우리방 식구들은 신속하게 각자의 자리로 가 잠을 자는 척했다. 창살 사이로 방안을 기웃거리던 교도관들은 이런 일이 한두 번 있는 것도 아니어서 굳이 방문을 열려고 하지 않았다.


밤새 끙끙 앓던 우두머리 놈은 다음날부터 새사람이 되었다. 나를 상석에 앉히고 내 앞을 지나칠 때는 가벼운 목례로 예의를 표했다. 우두머리가 그렇게 하니 나머지 식구들도 다들 따라 하게 되었다.


나는 윗사람으로서 영치금을 풀었다. 비록 재판을 받고 있는 신세들이었지만 우리 방 식구들은 서로를 위해주고 아껴주었다. 특히 우두머리는 식구들이 어떻게 하면 형량을 낮게 받을 수 있는지 자신의 경험에서 습득한 노하우를 방 식구들에게 아낌없이 전수해주었다. 우리 방에는 웃음이 그치지 않았다.


재판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나를 기소한 김검사는 어떻게 하든지 나에게 중형이 떨어지도록, 있는 지식 없는 지식을 총동원해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판사의 태도는 확 바뀌어 있었다.


- 피고가 아무런 이유 없이 피해자들에게 위해를 가한 게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 사우나실에서 불독에게 협박을 했다는 부분은 아무런 물적 증거가 없다.

- 피고가 사람인 이상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동시에 동영상을 편집해 업로드하는 건 불가능하다.

-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는 이상 협박, 폭행이라는 본 건은 성립할 수 없다.


판사는 이런 논리로 기소 내용을 정면으로 배척하고 있었다.


제일 당황한 것은 불독이었다. 지금 분위기로 봐서는 홍길동에게 무죄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만약 그렇게 되면 75억 원을 내놓고 어린애한테 사과해야 할 뿐 아니라 시도 때도 없이 출몰하는 홍길동에게 사생활을 완전히 저당 잡힐 게 뻔했다.


그러나 이런 것들보다 내심 더 두려운 일이 있었으니 그것은 홍길동이 자신을 참교육하는 장면을 ‘홍길동tv’에 전면적으로 공개하는 것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불독은 이 정도가 최악의 상황이라고 상상하고 있었다.


조만간 그 예상이 빗나가리란 걸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불독은 김검사와 최서장을 다시 룸살롱에 소집했다. 우선 판사가 돌변한 이유가 궁금했다. 아버지가 관리하는 장학생인 게 분명한데 이렇게 대놓고 반기를 든 건 신성전자와 아버지의 위상을 고려했을 때 상상하기 어려운 도발이었다.


분명 신성으로부터 내쳐지는 것보다 더 겁나는 무언가가 있다고 봐야 했다.


“김검, 그 새끼 왜 그러는 것 같아?”


“그러게 말입니다. 아아~ 환장하겠습니다.”


“아니, 왜 그런 거 같냐고? 환장하는 건 나도 마찬가지고”


“홍길동이 새끼한테 협박당한 거죠.”


“어떻게?”


“잘 알지 않습니까? 회초리 맞고 유튜브에 올린다 만다...”


“그래도 그렇지. 신성으로부터 그동안 그렇게 은총을 입었으면서... 신성은 겁 안 나나 보지?”


“신성이 뭐 우리가 그동안 모 판사에게 장학금을 이렇게 줘 왔다... 하고 나발 불 겁니까? 신성의 가오가 있지, 그럴 리는 없잖아요? 그놈이 그걸 아는 거죠.”


“물론 그렇기는 하지. 그러나 신성이 그놈 물 멕이는 방법이 뭐 꼭 그런 거밖에 없나? 최서장은 뭐 아이디어 없어?”


“무슨 아이디어가 있겠어요? 저는 할 만큼 한 거 아시잖아요? 조서까지 조작해 가면서 구속영장 신청했잖습니까?”


“응 그거는 알고... 김검, 어떻게 하면 좋겠어?”


“법이 안 되면 주먹으로 해결하는 방법이 있기야 있겠지만 법을 집행하는 저로서는 그런 방법을 추천하기는 좀 뭐 하네요. 흠흠”


“그래, 어쩔 수 없지. 제 명을 제가 재촉하는 걸 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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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 10. 박계장, 강적을 만나다 > +1 22.05.14 355 5 9쪽
10 < 9. 감옥을 택하다 > +1 22.05.13 387 6 9쪽
9 < 8.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몸 > +1 22.05.13 389 7 9쪽
8 < 7. 놈들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 +1 22.05.12 418 7 10쪽
7 < 6. 돈에 대한 집착 > +1 22.05.12 458 11 9쪽
6 < 5. 첫 번째 참교육 > +2 22.05.11 493 12 10쪽
5 < 4. 맞어, 이상한 새끼야 > +1 22.05.11 513 13 9쪽
4 < 3. 귀신이냐 사람이냐? > +1 22.05.11 543 14 10쪽
3 < 2. 이런 우라질 놈이... > +1 22.05.11 629 14 10쪽
2 < 1. 제보를 받습니다 > +1 22.05.11 956 26 10쪽
1 프롤로그 +3 22.05.11 1,161 38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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