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1차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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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알라
작품등록일 :
2022.05.11 20:54
최근연재일 :
2023.08.12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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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0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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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1차지명 (72) - 소년가장(4) -

DUMMY

마지막 1차지명 (72)

- 소년가장(4) -


“4회초 무사에 주자는 만루. 투볼의 좋은기회를 맞이한 타이탄스. 이 찬스를 해결할 선수는 타이탄스의 4번타자 연기훈이 이번타석의 세 번째 공을 기다립니다.”


맞으면 맞았지 마운드에서 이정도로 확신이 없었던 적이 없었다. 뭘 던져도 맞을것만 같고 뭘 던져도 실투가 나올것만 같다. 심지어 포심과 투심을 번갈아 던졌는데 내가 원하는데로 안들어가고 있다.


투구판을 밟았다가 다시 발을 빼봤다.


“쉽사리 안정을 찾지 못하는 이바다선수입니다.”

“힘들거에요. 타순이 한바퀴 돌면서 맞이한 위기상황이거든요. 더군다나 오늘 너무나도 잘던지다가 순식간에 맞이한 위기상황이에요”


후.. 훅.. 숨을 깊이 내뱉고 다시 투구판을 밟았다.


“갑자기 이럴때가 있어요. 경험이 좀 있는 선수라면 이런상황에서도 자기 페이스를 금방 다시 찾을수 있지만 이바다선수는 아직 어리거든요.”

“이럴 때 벤치에서 한번 안정시켜주면 좋겠습니다만 이미 감독이 올라왔었습니다.”

“그렇죠. 벤치에서는 다시 올라올수 없어요. 두 번 올라오면 투수를 교체해야하니까요”


글러브 안에서 포심과 투심그립을 바꿔잡아가며 공을 돌렸다. 여전히 확신이 서지 않는다. 하지만 짜증섞인 눈으로 나를 보는 주심을 보며 마지막 잡은 투심을 선택했다.


“포수 블로킹! 빠지는공을 잘 막아내는 김혁경입니다.”

“포수가 잘막았어요. 이정도 되면 재규어스 고민스러워집니다. 투수교체 타이밍을 잡아야 할수도 있어요”


빠졌다. 마지막까지 확신없던 공을 던지니 공이 채지지 않았다. 포수미트까지 향하지 못하고 바닥에 처박힌 공이 포수의 프로텍터를 맞고 앞으로 떨어졌다.


순간 드는 생각은 포수가 어쩐일로 저걸 막았지? 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어서.. 나 이제 뭐던지지 하는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웠다.


“쓰리볼까지 몰린 이바다. 피할곳이 없습니다.”

“피할수 없어요. 여기서 승부를 하고 어떻게든 결론을 지어야 해요”


등뒤에 꽉찬 주자. 뭘 던져야 할지 어지러운 머리. 뭘해야할지 몰라 애꿎은 공만 쥐었다 폈다 했다.


“타이탄스입장에서도 이번기회 절대 놓치면 안되요.”

“투수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닌척, 괜찮은척을 하고 있지만 속은 그게아니다.

내속이 타는 만큼 포수의 속도 타는지 포수가 덕아웃을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다.


나도 모르게 돌아가는 고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감독님이 연신 사인을 내는데 그옆에 달덩이 같은 얼굴이 내 시선을 빼앗아간다.


시합중에도 뭘 먹는지 경기 시작전보다 얼굴이 더 부은 것 같은 아저씨와 눈이 맞았다. 서로를 한심하게 바라보는 눈빛.

우선 눈으로 욕을 교환하고 나서 좀 더 생산적인 대화가 시작됐다.


‘뭐요?’


뭔가를 이야기 하려는 듯한 아저씨의 눈빛에 입을 가렸던 글러브를 내리고 입모양으로 물었다.


내 입모양을 보고는 아저씨가 손가락 두 개를 펴고는 공을 긁는 모양을 보였다.


‘포심?’


빙긋웃으며 크게 고개를 끄덕이는 아저씨.

그모습을 보니 저게 제정신인가 하는 생각만이 가득하다.


‘어디다?’


포심을 어디다 던져야 할지 감도 안와 대놓고 물어봤다.


저정도면 싸이코패스다. 쟁반같은 얼굴로 생긋생긋 웃으며 가슴을 가슴을 퉁퉁치며 한가운데 던지라고 이야기를 한다.


구석구석 제구를 해도 맞을 것 같아 무서운데 한가운데를 던지라고? 이게 정신이 있는거야? 없는거야?


한심해서 어이없이 바라보는데 멀리서 포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바다야 집중해”


그래 정신차리자 야구해야지.


야구장의 가장 높은 마운드의 투구판을 밟고 서서 호흡을 가다듬는다. 글러브속의 손가락은 갈길을 못찾고 이리저리 실밥을 긁고 얼굴에서 땀이 뚝뚝 떨어진다.


주심이 나를 보며 손가락을 가리킨다. 이제 제발 공 좀 던지라는 짜증섞이 표정의 주심.


아무리 해봐야 최선의 선택은 없다. 에라 모르겠다. 될대로 되라.


“연기훈의 타구! 높이 떴습니다. 크다! 크다! 큰타구! 중견수 뒤로! 중견수 뒤로!”


글러브안에서 마지막으로 잡힌 그립은 포심. 몰리고 몰려 이거라도 들어가라는 마음으로 포수마스크를 보면서 집어던졌다.


가만히 뒀으면 볼판정도 받을만큼 높게 들어가는 공에 높은공을 좋아하는 타자의 배트가 반응했다. 4번타자의 배트가 타구를 센터방향으로 크게 띄워낸다.


순간 목이 꺽일 듯 뒤를 돌아보면서 망했다는 생각이 우선들었다. 까마득히 솟구쳐올라가는 타구. 하지만 본능적으로 타구가 날아가는 반대쪽을 향해 백업을 하러 발걸음을 떼어진다.


백업하러 홈플레이트로 이동하느라 잠깐 공에서 눈을 뗐다. 동시에 들어오는 우리팀 덕아웃. 이.. 이게 뭐야.. 젠장.


“중견수! 중견수! 워닝트랙! 공 더 이상 뻗어나기지 못하고 워닝트랙에서 잡혔습니다. 삼루주자 홈으로 출발. 2루주자도 3루를 향합니다. 5회말 선취점을 뽑아내는 타이탄스. 경기의 균형이 이동하기 시작합니다.”


아 이게 뭐야. 괜찮은거야?


“이런 주심이 경기 중단시키고 있어요”

“타이탄스가 선취점을 뽑아낸 가운데 경기가 잠시 중단되고있습니다.”

“재규어스 덕아웃이 소란스러운데요.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선취점을 내줘서가 아니라 덕아웃에서 일어난 소란 때문에 재규어스 선수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재규어스 덕아웃.. 이런...”

“아.. 재규어스 덕아웃에 정운철감독이 쓰러졌습니다. 괜찮은지 모르겠습니다.”

“정운철감독. 이번시즌 스트레스가 굉장히 심했거든요. 특히나 최근 몇경기는 구단차원에서 압박이 들어오고 있었어요. 큰일이 아니여야 할텐데요”


머리가 어지럽다. 실점을 한것도 문제긴 한데 그것보다 감독님이 쓰려졌다. 순간 수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채운다. 우리팀의 미래? 내미래? 당장 이번경기는?


“정신은 있는 것 같습니다만 주변에서 코칭스테프가 살피고 있습니다.”

“안타까워요. 야구감독이 스트레스를 굉장히 많이 받는 자리거든요. 오늘 중계중에도 여러번 말씀드렸지만 오늘경기 결과에 따라 정운철감독 거취가 결정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그래서 더 심적 압박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라운드를 통해 구급차까지 들어온다. 정신은 돌아왔지만 초췌한 모습의 감독님이 수석코치님의 부축을 받으면서 힘겹게 구급차에 들어갔다.


“화면상으로는 정운철감독이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겠다고 이야기하는것처럼 보였습니다.”

“안타깝네요. 정운철감독님이라면 응당 그러시겠죠. 감독의 책임감을 누구보다 강하게 생각하시는 분인데.. 그래도 본인의 몸을 먼저 생각하셔야 합니다. 재규어스 안그래도 힘든시기인데 더 힘들어지게 됐어요. 별일 아니여야 해요”


안그래도 야구가 안풀려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아오르는데 감독님까지 빠지니 더 짜증이 밀려온다.


결국은 이게 다... 내가 못던져서이다. 내가 이번경기 깔끔하게 완투하고 완봉했어봐.. 감독님이 쓰러지는 일도 없었을거고 내뒤의 야수들 얼굴이 시커멓게 변해있는일도 없었을거다.

이게 다.. 내책임이다.. 내책임...


“경기장 정돈되고있습니다. 경기상황 잠깐 설명드리겠습니다. 5회말 무사주자 만루에서 타이탄스의 4번 연기훈선수의 타구가 중견수 희생플라이가 되면서 타이탄스가 선취점을 따냈습니다.”

“맞는 순간에는 넘어갔다고 봤어요. 넘어갈만한 큰 타구였는데 타구각이 워낙 높게 만들어지다 보니 담장까지 넘어가지는 못하는 타구가 나왔어요.”

“그사이 3루주자는 득점 2루주자 또한 3루까지 들어갔습니다.”

“3루주자는 당연히 들어오는거고 2루주자의 판단이 좋았죠. 넘어간다고 생각하고 베이스를 도는 선수들이 많은데 김정수 선수 타구를 보고 한베이스 더가는 플레이를 보여줬어요”


감독님하고 딱히 호감이 있다던가 하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팀 감독님이 내 플레이 때문에 뒷못잡고 쓰러지는걸 보니 마음이 착찹하다. 가만히 있어도 다 나 때문이고 내가 못해서다.

이게 다 내 눈앞에 있는 저 타이탄스 놈들 때문이다. 지금보다 더 꼴사나운꼴을 보일수는 없다. 오늘 너죽고 나죽자 한번 해보자.


“원아웃 주자는 1,3루. 타이탄스가 선취점을 내며 앞서가고 있습니다.”

“재규어스 선수들 경기장 상황이 어수선합니다만 경기에는 집중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감독이 자리를 비운만큼 선수들이 더 힘을 내줘야해요”


마운드에서 적의를 불태우는데 눈앞에 포수는 그래 보이지 않는다.

초점을 잃은 눈이 집중을 하지 못하고 연신 여기저기를 살핀다. 벤치에서 나오는 사인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듯 한데.. 지금 벤치는.. 하.. 후...


“그러고보니 재규어스의 덕아웃에 감독은 물론 수석코치도 자리를 비웠습니다.”

“방금전 사고에 수석코치도 앰뷸런스를 같이 타고 경기장을 빠져나갔죠. 이럴때는 수석코치라도 남아서 팀을 이끌었어야 하는데 대표적인 감독님 사단이 수석코치가 감독님을 모시며 따라갔어요”


가관이다. 팀의 넘버 원, 투가 빠지면 넘버쓰리는 타격코치. 하지만 수비상황이라 그런지 타격코치님은 살짝 뒤로 빠져있고 투수코치인 아저씨와 배터리코치가 난상토론을 벌이고 있다.


경기장의 포수는 정신못차리고 있는데.. 진짜.. 가관이네


“주심이 경기를 재촉합니다.”

“선수들 힘들지만 경기에 집중해야 해요”


안되겠다. 포수만 믿고 있다가는 죽도 밥도 안되겠다.


여전히 사인도 못내고 반쯤 넋이 나간 포수에게 글러브를 펴보이며 직구사인을 냈다.

초등생도 아는 사인이니 타자가 못볼리도 없겠지만 지금은 그런거 생각할때가 아니다. 지금 상황에선 변화되는 공은 못받을지도 모르는 선택할수 있는공은 그저 빠른 직구뿐이다.

그리고 내가 사인을 안냈어도 타자는 분명 직구만 노릴거고..


“5번타자 박민태 좋은찬스에서 공을 기다립니다.”

“비록 외야플라이가 되긴 했지만 연기훈선수의 타구가 좋았거든요. 박민태 선수도 빠른공에 포커스를 맞추고 기다릴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저놈 내사인을 확인한게 확실하다.

오픈스탠스로 크게 치는 타자가 평소보다 조금 배트를 짧게 잡고 공을 기다린다.

알면서도 던져야 하는 신세.. 그렇다고 신세한탄만 하고 있을수는 없으니.. 기합을 넣으면서 공을 때려본다.


“박민태선수 초구부터 타격! 내야에 높이 떴습니다. 투수머리위로 뜬공. 투수가 콜을 하면서 잡아~ 냅니다. 투아웃.”

“밀렸어요. 가운데로 몰린공이였습니다만 타자의 배트가 조금 늦었네요”

“자신이 만든 위기상황을 최소한의 실점으로 막아내고있는 이바다입니다.”

“감독의 부재가 어딘가 숨겨져있던 이바다선수의 스위치를 켠듯한 느낌이에요. 이렇게 강한직구로 타자를 숨막히게 하는게 이바다선수의 장점이거든요. 시원시원하네요”


다행이다. 타자 직구를 노리면서 어깨에 힘이 너무 들어갔다. 아무래도 다음이닝 생각하지말고 여기서 다 쏟아부어야 할것같다.


“삼진! 이바다! 156킬로미터의 빠른공으로 이닝을 마무리합니다.”

“이바다선수의 포심 던질수록 좋아지네요. 공에 투수의 마음이 담겨있는 것 같아요”


후.. 정신못차리는 포수 달래가면서 야구하려니.. 참 힘드네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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