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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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2.07.18 12:32
최근연재일 :
2022.12.0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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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3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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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화 천사 사냥 (4)

DUMMY

아르카 영지의 병력이 한시름 놓을 수 있었던 이유는.

침략부대를 위에서 지켜보던 우리엘이 말도 없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갑작스러운 천사장의 이탈 소식.


‘저택 따위 언제든 점령할 수 있다. 일단 우리엘 님이 왜 움직이셨는지가 중요하다.’


직접 나서야 할 중대한 사항일 터.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일시적인 대기 상태로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자신 있게 나서더니 결국 우리엘 님을 번거롭게 하는군.”


주디엘은 자신이 만났던 그 정체불명의 전사가 원인일 것이라고 직감했고.

파누엘이 죽었다고는 상상치도 못한 채 그의 무능함을 비웃었다.


“하나.. 아니, 두 명이 우리엘 님 쪽 정황을 살펴보고 와라.”


조장이라 할 수 있는 주디엘이 함부로 이탈할 수 없었기에 부하들을 시켜서 상황을 파악하려 애썼다.

물론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엘에 대한 걱정이나 의심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


“제발로 찾아와줘서 고맙군.”

“저승사자한테 감사하다고 말하는 거냐?”


제이드의 신경질적인 답변에도 우리엘은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았다.

순서의 차이일 뿐, 제이드도 높은 순위의 제거 대상.

도주하지 않은 걸로도 그에겐 행운이었다.


“초반부터 만나다니 정말 시작이 좋군. 너 정도면 여기서 손에 꼽을 강자겠지?”

“...아마도 그럴걸?”


뭔가 확신이 없어 보이는 말투였지만 우리엘은 괘의치 않았다.

가까이서 보니 더 잘 보인다. 넘쳐나는 활력.

제이드의 주위로 주체하지 못한 혈기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보기와 달리 겸손한 인간인가. 뭐 상관없지.’


거칠어 보이는 외견과 달리 자기 평가에 박한 것 같았지만, 그가 신경 쓸 일은 아니었다.

파누엘을 비롯해 전사 세 명이 죽인 강자, 게이트의 산제물로 점찍은 것은 당연했다.


‘굳이 혼자 나서다니 자신감이 과해.’


한편 제이드는 우리엘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트리나인과 피노의 도움을 받아 다섯의 천사를 해치웠지만, 아직 저쪽에 열에 가까운 천사가 남아있었다.


“부하들은 걱정하지 마라. 오랜만에 좋은 상대를 만났는데, 방해받을 수야 없지. 흐흐.”

“그런 부류였나.”


무자비한 학살자라고 생각될 장면들이 많았으나, 우리엘은 대결을 즐기는 전사였고.

제이드는 얼굴을 굳히며 한심스럽다는 기색을 감추었다.


‘기사로서는 나쁘지 않은 덕목이었지만. 지휘관으로는 최악이나 다름없지.’


제이드는 호승심과 별개로 승리를 추구하는 기사였고, 우리엘의 헛짓거리를 기쁘게 받아들였다.

대화가 끝나기가 무섭게 제이드가 건물을 타고 올랐다.


“정말 단순하기 짝이 없군.”


우리엘은 옥상에서도 닿을 수 없는 높이로 비상했고, 양손에서 뿜어지는 불꽃으로 창검을 만들었다.

일종의 마법이나 다름없는 기술, 성법이었다.

타오르는 창이 제이드가 도착한 옥상에 떨어지고, 건물이 허물어져 내렸다.


“그사이로 잘도 뛰어다니는구나.”


무너져내리는 틈 속에서 잔해를 밟고 다른 집의 지붕으로 넘어가자, 곧장 창이 날아와 초토화시킨다.

덕분에 제이드도 지상으로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자, 이제 어떻게 할 테냐.”


한껏 조소를 머금은 우리엘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창검을 날리고.

제이드도 이에 맞서 붉은 창으로 대응했다.

공중에서 부딪힌 두 창이 섬광을 뿌리며 소멸했는데, 우리엘은 섬광을 꿰뚫고 날아오는 무언가를 피해냈다.


“호오, 활도 쓸 줄 알아?”


날개를 스치고 지나간 화살은 제이드가 쏜 것으로.

대충 동여맨 화살 통에서 화살을 꺼내더니, 어느새 챙겼는지 알 수 없는 활을 들고 있었다.

끊어질 듯 힘껏 당겨진 활시위.


‘이럴 줄 알았으면 프리지아에서 궁술 좀 익혀 두는 건데.’


주력인 검, 방패, 창, 단검과 달리 궁술은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다.

시간을 더 투자하지 못해 숙련되지 않은 부분이 몹시 아쉬웠다.

완성되지 않은 상태였지만 어쩌겠나.


‘그리 녹슬지 않았어. 잘만하면 끌어내릴 수 있겠어.’


본래 활은 나는 것들을 사냥하는 무기.

정확도는 조금 떨어졌지만, 시원하게 뻗어 가는 붉은 기운의 화살 한 발 한발은 굉장히 위협적이었다.

뛰어난 연사력에 당황한 우리엘이 건물을 엄폐물로 삼을 정도였다.


“...마법사가 아니었나?”


고작 활에 밀려 상대방이 허겁지겁 숨는 장면에 제이드의 고개가 갸웃했다.

제법 위력적인 마법을 짧은 딜레이로 남발해서 착각을 해버렸다.


‘일이 생각보다 쉽게 풀리겠는데.’


보통 궁수라면 거리를 벌렸을 테지만, 제이드는 활을 내려 등에 멘 채로 기척을 죽이고 다가섰다.

후속 공격이 진행되지 않는 상황에 우리엘이 조심스럽게 눈치를 살피는데.


‘없다. 어딜 갔지? ...위!’


건물 위에서 제이드가 펄쩍 뛰어내렸다.

우리엘이 화염에 휩싸인 왼팔을 재빠르게 하늘로 뻗었지만.

제이드는 발밑에 방패가 생성되며 그를 짓눌렀다.


“이 건방진 새끼가...!”


추락 중인 우리엘이 공중에서 몸을 회전시키며 찍어누르는 방패를 옆으로 쳐냈다.

등에 있는 검집에서 검을 꺼내는데, 제이드와 검술 대결을 마다치 않는 태도였다.


‘검술에 대단히 자신이 있나 본데, 덤벼라!’


우리엘은 사실 성법이 아니라 천사의 공중 검술에 일가견이 있는 대천사.

균형이 무너진 제이드를 향해 검을 내지르고.

제이드도 검을 휘둘러 아래에서 찔러오는 검과 마주쳤다.


‘일단 떨어져라.’

‘...이런!’


둘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엇갈린다.

거리를 벌린 우리엘이 날개를 활짝 펼치며 급정지를 하고, 제이드는 떨어지는 몸을 멈추기 위해 건물 벽에 창을 꽂았다.

휘어지는 창대의 탄력을 이용해 다시 하늘로 솟아올랐다.


“흥, 수준이 차이를 보여주마!”


우리엘은 제이드의 돌격에 침착하게 대응했다.

눈 깜짝할 사이 다른 각도에서 목과 발목을 노린 참격을 방어한 후, 공격의 흐름을 깨뜨리며 반격을 가했다.


“공중에서 검으로 날 상대하다니, 땅에 두 발이 닿기 전에 조각조각 내주지!”


우리엘의 검술은 파누엘과 격이 달랐다.

상승하는 속도가 줄어들며 이내 고점을 찍으며 멈추고.

낙하하기 전에 옆을 박차 다음 디딤판을 찾았다.


“떠 있기 위해 아주 용을 쓰는구나, 크흐흐!”


테라스에 안착한 제이드가 다시 다릿심의 추진력으로 튀쳐오른다.

비행하고 있다는 이유로 제이드는 우리엘보다 비교할 수도 없는 힘을 써야만 했다.

더 빠르게 이동해야 동등해질 수 있었다.


“프흐흐, 그런다고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우리엘의 눈에 그 노력은 매우 하찮아 보였다.

이리저리 움직이기 열심히 움직이기 바쁜 모습.

하지만 제이드의 표정은 나쁘지 않았다. 지금 이게 그가 원하는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뭘 그리 나불거리냐. 그러다가 지면 무슨 망신을 당하려고.”

“아둔한 녀석, 승산이 없다는 것도 모르는 건가.”


우매한 자를 보는 듯한 비릿한 표정.

그 입꼬리가 내려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머지않아 제풀에 지쳐 쓰러질 것이라며 기다렸는데.


“언제까지 이럴 속셈이냐, 포기를 모르는군.”

“하루종일도 할 수 있어.”


허세라고 보고 싶었지만, 흥분으로 붉어진 얼굴과 과격한 행동으로 땀을 흘릴진 언정 숨을 헐떡이고 있지 않았다.

집중력이 흐트러진 사이, 목덜미에 칼이 스치며 소름이 돋았다.


‘어떻게 되어 먹은 놈이지, 정말 인간이 맞나?’


자신들처럼 날아다니는 적과도, 아주 높이 위치로 점프하는 적과도 상대했지만, 이런 상대는 처음이다.

한순간 위협을 느낀 우리엘이 제이드한테 말려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이건 위험해.’


패배를 직감했지만, 손 놓고 포기하진 않았다.

냉정하게 분석하고 돌파구를 찾았는데, 때마침 새로운 전력이 그에게 추가되었다.

집요하게 우리엘을 노리고 있던 제이드도 적들의 지원을 확인했다.


“우리엘 님, 괜찮으십니까?”

“저희가 도와드리겠습니다.”


둘이나 되는 천사가 우리엘을 도우러 왔다.


“방해받는 거 싫다고 하지 않았나?”

“...”


제이드의 빈정거렸지만, 무시하고 제 부하들에게 주의할 사항이나 위치를 지정해주었다.


‘결국 그렇지.’


새삼스럽지 않다.

승부 과정은 결국 승리를 만끽할 수 있도록 맛을 내는 조미료.

승자만이 독식할 수 있는 결과, 자존심 세울 일은 아니었다.


‘또 삼대 일인가. 게다가 이번엔 혼자서 해야겠군.’


제이드는 벽면을 타고 미끄러져 내려왔다.

괜히 익숙지도 않은 공중전으로 다수와 대결할 생각은 없었으니까.

대신에 다시 한번 활을 쥐었다.


‘아무리 그래도 적 앞에서 작전 설명하다니 너무 안일하잖아?’


첫 습격 때부터 느꼈지만, 일종의 무의식적인 문제로 보인다.

일단 거리가 멀다 보니 충분히 대처 가능하다고 판단했을 테고, 이는 실제로 맞는 말이었다.


‘회의는 적당히 하시지.’


혼내주고 싶었지만, 제이드가 쏜 화살은 전투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의 역할밖에 되지 않았다.

검술 숙련도의 반만 되더라도 하나를 떨궜을 텐데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다.

조무래기 천사 둘이 뒤를 돌아 제이드의 등을 공격한다.


‘하는 짓이 똑같군. 기본 전투법이라는 건가.’


다리에 힘을 주고 점프.

뒤로 공중제비하여 뛰어넘으면서, 쫓아오는 우리엘을 향해 화살을 쏘아 멈췄다.

제이드는 조무래기들의 뒤통수에도 화살을 쏘고 싶었지만.


‘화살이 더는 없네.’


고정을 했다고는 하지만 격렬하게 뛰어다녔기에 오히려 화살이 남아있는 것이 더 신기한 편이었다.

땅에 발이 닿자마자 활을 집어 던지며 검을 쥐었고.


“드디어 땅으로 내려왔네.”


두 천사들의 다리가 장식이 아니었는지 땅에 안착해서 몸을 돌리고 검을 내질렀다.

정면에서 동시에 들어오는 두 검을 한 번에 옆으로 밀어버리고.

손을 쭉 뻗어 제일 앞선 천사의 목을 붙잡았다.


“컥, 끄억.”

“윽...!”


적 하나를 절명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옆구리에 칼침을 당했다.

의기양양해진 천사가 더욱 깊숙이 찔러넣을 때, 제이드는 오른팔에 힘을 주어 검을 회수하면서 녀석의 목을 쳐버렸다.

하늘로 내뿜어진 피가 제이드의 얼굴을 적셨다.


“이제 너만 남았네.”

“그 꼴로 잘도 말하는군.”


다시 일대일이 된 두 사람. 하지만 상황은 뒤바뀌어 있었다.

검을 짚은 채 비틀거리는 제이드와 천천히 다가오는 우리엘.

승자는 정해진 듯 보였다.


“그 몸으로 아까와 같이 움직일 수나 있겠나?”


제이드의 섣부른 판단으로 입은 치명적인 부상.

조금 전과 같은 역동적인 움직임은 보일 수 없을 것이다.

길었던 승부의 마침표를 찍을 시간.


“우리 분대원을 자그마치 7명이나 죽이다니 훌륭... 음...?”


진짜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지 여유롭게 비행하는 우리엘의 주변으로 거센 바람이 일었다.

온갖 악천우 속에서도 공중을 유영했던 그는 곧바로 자세를 고쳐잡았지만.

도저히 자연적으로 발생할 수 없는 흐름 속에서 휘청거리더니 바닥에 가까스로 안착했다.


“도와주지 않으셔도 됐는데.”


그 앞에는 언제 왔는지 제이드가 검을 높이 치켜세우고 있었다.

피할 수 없는 상황.


“지...!”


뭐라말하기도 전에 전신이 두 동강으로 갈라지며 죽었다.

고개를 든 제이드의 시선에 본부에서 지원 온 아론이 옥상에 걸터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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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111화 제국의 황제 (1) 22.12.01 94 0 11쪽
» 110화 천사 사냥 (4) 22.11.30 104 0 12쪽
110 109화 천사 사냥 (3) 22.11.29 108 0 11쪽
109 108화 천사 사냥 (2) 22.11.28 102 0 11쪽
108 107화 천사 사냥 (1) 22.11.25 108 0 11쪽
107 106화 천상의 존재 (2) 22.11.24 105 0 11쪽
106 105화 천상의 존재 (1) 22.11.23 107 0 12쪽
105 104화 불새 토벌 (2) 22.11.22 102 0 11쪽
104 103화 불새 토벌 (1) 22.11.21 125 0 11쪽
103 102화 가출 (2) 22.11.18 106 0 11쪽
102 101화 가출 (1) 22.11.17 112 0 11쪽
101 100화 활동 재개 (3) 22.11.16 126 0 12쪽
100 99화 활동 재개 (2) 22.11.15 111 0 11쪽
99 98화 활동 재개 (1) 22.11.14 142 0 11쪽
98 97화 테스트 (2) 22.11.11 120 0 12쪽
97 96화 테스트 (1) 22.11.10 117 0 11쪽
96 95화 낭중지추 (2) 22.11.09 108 0 11쪽
95 94화 낭중지추 (1) 22.11.08 109 0 11쪽
94 93화 반발 (2) 22.11.07 112 0 11쪽
93 92화 반발 (1) 22.11.04 116 0 11쪽
92 91화 전출 (2) 22.11.03 112 0 11쪽
91 90화 전출 (1) 22.11.02 120 0 11쪽
90 89화 네 개의 기사단 (4) 22.11.01 111 0 11쪽
89 88화 네 개의 기사단 (3) 22.10.31 120 0 12쪽
88 87화 네 개의 기사단 (2) 22.10.28 123 0 12쪽
87 86화 네 개의 기사단 (1) 22.10.27 12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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