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6,320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03.16 18:00
조회
80
추천
5
글자
12쪽

15. 차원문3

DUMMY

차원문 뒤의 세상은 어떤 곳일까.

현과장은 호기심 어린 눈과 기대감 부분 가슴을 안고 차원문을 통과했다. 그런데,


“빨리 안 오고 뭐하냥.”


막 차원문을 빠져나온 그에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의 앞에 펼쳐진 익숙하고도 아늑한 풍경. 그래 이 곳은,


“왜 채야의 집으로 온 거야!!”


채야의 집. 그가 오늘 아침에 막 출발한 바로 그 집이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냐고?!”

“제정신이야? 당연하거 아니야?”


또 한 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익숙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디선가 들어본 목소리. 아니 조금 전까지 줄곧 대화를 나눴던 장본인, 갓패치였다.


“갓패치가 여기 왜 있어? 저 사람이 여기 왜 있어?”

“숲 주인이 있는 건 당연한 거고. 내가 있는 건 이상한 거야? 당신 제정신이야?”


비아냥거리는 목소리로 날카롭게 쏴 붙였지만, 그의 얼굴에선 이상하게도 포근함이 묻어 있었다.


“누가 설명 좀...”


그의 말에 키토가 다가와 손짓 발짓을 보이며 설명하려고 애썼지만, 현과장의 눈에는 그저 귀여운 격려 정도로만 느껴졌다.


“역시 키토님 밖에 없어. 날 반겨 주는 건.”

“안 반기는 사람도 없다냥. 어서 와서 앉아라냥. 할매가 밥 내올 시간이다냥.”

“할매? 고양이 놈이 또 헛소릴!”


할매라는 단어만 들리면 어디라도, 언제라도 곧장 반응하는 채야. 그녀는 머리에 거대한 쟁반을 이고 거실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쟁반을 거실 테이블 위에 내려놓자, 쟁반 속 온갖 산해진미가 사람들의 마음을 휘어잡았다. 현과장의 마음에서도 차원문은 이미 뒷전. 그의 손은 이미 음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잠깐!”


모두의 손을 막더니, 채야를 향해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내는 갓패치. 그의 얼굴은 사뭇 진지했다.


“채야, 제정신 맞지? 이상한 거 안 넣었지?”


그 역시 채야에게서 여러 번 당한 경험이 있는 것일까. 그는 그 어느 때 보다 매우 진지하고 신중했다.


“무슨 말을 하는 걸까나?”


은근슬쩍 갓패치의 시선을 피하는 채야. 그녀는 음식들 중 몇몇 야채 종류의 음식을 집어서 자신의 앞으로 내려놓았다.


“모두들 너무 비약의 효능을 인정 안 한다랄까나~”

“누가 남정네 떼구정물을 마시고 싶어 할 거 같아? 제정신이야?”


피식 웃으며 눈앞의 닭다리를 잡아 뜯는 갓패치. 그의 행동은 비장한 음식전쟁의 시발점이 되었다. 두 눈에 불을 켜고 음식으로 달려드는 어흥선생과 현과장. 그리고 갓패치. 심지어 키토도 이 전쟁에 출사표를 던졌다.

제 1차 음식전쟁의 발발이었다. 지뢰를 피했다는 안도감과 채야의 황홀한 요리솜씨가 버무려져 허기라는 화약고에 불을 붙인 전쟁. 그들은 앞 다퉈 음식을 향해 손을 뻗었다.

테이블 위 현란하게 움직이는 손들과 앞발. 테이블 밑으로는 서로의 의자를 발로차는 신경전 까지 벌이고 있었다.


“놔! 제정신이야? 이건 내 닭다리라고!”

“갓패치 아까도 먹었다냥! 이건 내꺼다냥!”


두 사람이 닭다리 하나로 으르렁거리고 있는 사이. 현과장은 빠르게 다른 부분을 공략해 나아갔다. 그건 바로 생선.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연어회와 참치 뱃살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나아갔다.

키토 역시 나름 선방했다. 싱싱한 배춧잎을 중심으로 아삭한 당근을 곁들여 먹은 키토. 그는 그 나름 뿌듯한 듯 포만감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너희들 밥상머리 앞에서 그렇게 싸울 거야? 그리고 이건 중요한 에피소드도 아니잖아. 그렇게 열을 올리지 마, 제발. 써야 할 메인 스토리가 산더미처럼 남아있다고.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냥!”


인상을 쓰며 천장을 째려보는 어흥선생.

그런데 어흥선생, 그러다가 닭다리 뺏긴다, 너.


“앗! 시맛타(당했다)! 냥!”


어흥선생이 한눈 판 사이 그의 닭다리를 채가는 현과장. 그는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그대로 자신의 입안에 닭다리를 쑤셔 넣었다.

1초였다. 닭다리가 현과장의 입에서 발골 되기까지 걸린 시간이 단 1초. 몸짓 빠른 어흥선생도 1초 컷 탈골기 앞에선 어쩔 도리가 없었다.


“먹는 걸로 그러는 거 아니랄까나.”


그 모습을 본 채야가, 젓가락을 놓더니 넌지시 두 사람을 향해 눈을 흘겼다. 마치 먹이를 노리는 독사처럼 매섭게 느껴지는 그녀의 시선. 현과장은 그 눈빛에 방금 먹은 닭다리가 얹히는 것만 같았다.


“컥! 나 물... 물!”


끝끝내 목구멍에 턱하니 음식물이 걸리고 만 현과장. 그런 그의 얼굴 위로 세 사람과 한 마리의 시선이 한심하다는 듯 내려왔다.


“제정신이야? 적당히 좀 해.”


이러저래 말은 그렇게 해도, 마음만은 따뜻한 갓패치. 그는 채야의 앞에 있는 물잔을 들어 그대로 현과장에게 내밀었다.

잠깐, 채야의 앞에 있던 물잔이라고?


“고, 고맙... 응?”


단숨에 물을 벌컥벌컥 마신 현과장.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찜찜, 아니 찝찝하다. 몇 번이나 느껴봤던 익숙한 꺼림칙함. 방대한 기억의 흐름 속에서 몇 개의 단어가 머릿속에 남아 맴돌기 시작했다. 칼국수, 육수 그리고 목욕탕.

현과장은 현실을 부정하며 채야를 바라봤다. 채야, 아니라고 말해 줘. 현과장의 눈빛은 간절했다. 하지만, 그런 그의 시선을 살며시 은근슬쩍 채야. 그렇게 무섭던 그녀의 눈빛이 순한 양 마냥 나긋나긋하게 변해 있었다.


“나이스다냥. 갓패치 덕분에 경쟁자가 한명 제거됐다냥.”

“나 제정신이야? 이게 아닌데.”


갓패치의 자책 담긴 목소리가 거실에 흩어졌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그렇게 채야의 비밀 육수(?)를 들이킨 현과장은 그대로 실신해 버리고. 이제 전장에 남게 된 건 갓패치와 어흥선생, 그리고 키토뿐이었다.

얼마 남지 않은 음식들 때문에 그쯤에서 끝난 1차 음식전쟁. 그렇다고 해서 이 전쟁이 아주 끝난 게 아니었다.

그들의 2차 음식 전쟁은 디저트에서 일어났다.

채야가 특별히 만든 배추 당근 케이크. 현과장이 리타이어한 덕분에 서로에게 돌아갈 양은 충분했지만, 문제는 키토였다. 키토가 케이크에 욕심을 부리기 시작한 것이 이번 전쟁의 발단이었다.


“키토님도 드셔도 된다냥!”

“제정신이야? 숲 주인의 베이스는 토끼라고! 토끼가 무슨 케이크야?”


키토가 삐친 듯 볼을 심하게 부풀리더니, 이내 갓패치를 바라봤다.

귀엽다. 심하게 귀엽다.


“그렇다고 해서 사실이 달라지지 않아, 숲 주인. 당신 제정신이야? 케이크를 먹겠다니.”

“숲 주인아니다냥! 키토님이다냥!


어흥선생도 삐친 듯 볼을 부풀려 갓패치를 바라봤다.

더럽다. 심하게 더럽다. 웬만하면 다 큰 어른은 따라하지 말자. 쳐다보기 심하게 부담스럽다.


“그렇게 바라본다고 될 일이 아니야. 정신들 차리라고.”


갓패치는 그런 그들을 비웃으며 케이크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 순간,


[슝!]


갓패치의 케이크를 접시 째 가지고 도망가 버린 키토. 키토의 황금빛 눈동자와 갓패치의 게슴츠레한 눈동자가 서로를 향했다.


“숲 주인, 제정신이야? 발리 안 가져 와?”


갓패치의 협박에도 아랑곳없이 케이크로 입을 가지고 간 키토. 그러나 그 케이크가 키토의 입에 들어가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다.

차원문을 열어서 키토 앞 케이크 접시를 인터셉트한 갓패치. 케이크를 빼앗긴 키토는 그 귀여운 얼굴로 매섭게 갓패치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토끼는 풀이나 뜯어.”


자신의 외모와 꼭 닮은 대사를 읊는 갓패치. 순간 거실에 적막이 쌓였다. 너무놀라 그대로 멈춰버린 키토. 그리고 그런 키토를 바라보며 더 놀란 어흥선생. 케이크를 알맞게 자르고 있던 채야도 모든 동작을 멈추고 그저 갓패치를 바라보았다.


“왜, 왜 그래? 내가 뭐?”

“갓패치, 그래도 그건 아니랄까나.”

“키토님 용안을 봐라냥! 너무 충격이 커서 울기 직전이다냥!”


충격이 큰 듯, 축 늘어진 어깨로 서서히 현과장 옆으로 다가가는 키토. 그는 몹시 괴로워하다가, 현과장과 마찬가지로, 거실 바닥에 대자로 뻗어버렸다.


“갓패치가 죽인 거다냥.”

“잔인하다랄까나.”

“제정신이야?! 숲 주인은 안 죽는다고! 절대 안 죽는다고!”


갓패치는 단번에 달려와 키토를 부둥켜안았다. 그가 자신을 안자, 살며시 실눈을 뜨며 분위기를 살피는 키토. 그때였다.


[슝!]


다시 한 번 달려가 갓패치의 케이크 접시를 훔친 키토. 그는 갓패치가 말릴 새도 없이 자신의 얼굴을 케이크 안으로 파묻었다.


“아니, 숲 주인. 연기력이 장난이 아닌데.”

“숲 주인 아니다냥. 키토님이다냥.”

“그래, 키토.”


갓패치는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

무시무시한 숲 주인의 존재에도 전혀 기죽지 않는 사람들. 그들에게 있어서 숲 주인은 더 이상 괴물이 아니었다. 같은 지붕 아래에서 함께 생활하는 가족 같은 존재, 그래. 더는 숲 주인이 아니다. 키토다. 그들의 가족, 키토.


“정말이지 부러운 가족이군. 그런데 저 인간은 언제까지 자빠져 있을 생각이지? 제정신이야?”


갓패치는 현과장에게 다가가 발로 툭툭 그를 건드렸다. 여전히 반응이 없다. 설마...


“이, 이거 죽은 거 아니야?”

“그럴 리 없다냥. 현과장은 안 죽는다냥. 재채기를 밥 먹듯이 해도 안 죽는다냥.”


어흥선생의 말에, 반신반의 하며 현과장의 맥을 짚는 갓패치. 그런데 맥이 안 잡힌다.


“야! 야! 야! 지금 맥이 안 잡히잖아! 너희들 제정신이야?!!”


***


아늑하다.

부드러운 천사의 날개가 빰을 어루만진다.

그래, 이곳이 천국이란 곳일까.


“현과장은 좋은 친구였다냥.”


어흥선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만남은 그리 길지 않았지만 좋은 친구인 어흥선생. 현과장은 그가 건넨 칭찬에 자심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형님, 이 새끼 웃는데요.”


응? 형님? 이새끼? 잘못 들은 것일까. 현과장은 온 신경을 집중해 귀를 기울였다.


“현과장, 지금 웃는다냥.”


그래, 그럼 그렇지. 그런 엄청난 대사일 리 없다. 그런데, 현과장이 웃고 있는 건 어떻게 알았을까.


“정말 안 죽네. 현과장? 정신이 들어? 제정신이야?”


익숙하진 않지만 갓패치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그리고,


[짝!]


익숙한 어흥선생의 손길도 느껴졌다. 그런데 천국에서도 아픔은 느껴지는 건가? 왜 이렇게 뺨이 얼얼하지? 현과장은 화끈해진 자신의 뺨 위로 손을 올렸다. 그런데, 얼굴로 손을 가지고 가는 도중, 그의 손에 느껴지는 푹신한 감촉. 이 말랑말랑하고 푹신한 것은 바로, 키토였다.


“뭐야 키토님도 천국에 온 거야?”

“헛소리는 이제 그만할까나.”


헛소리라는 채야의 말에, 현과장은 게슴츠레 눈을 떴다. 눈을 뜨자마자 제일 먼저 보이는 건 자신의 가슴팍에 올라와 있는 키토. 그리고,


“나 왜 관 속에 있어?”


자신을 포근하게 감싸고 있는 관이었다. 그것도 오동나무 관.


“갓패치가 현과장 죽은 줄 알고, 가지고 왔다냥. 마력의 샘물을 덕분에 죽지 않는데냥.”

“얼마나 누워 있었어?”

“한 1시간? 그 정도일까나.”


채야의 부축을 받으며 관에서 나온 현과장. 그 순간, 참을 수 없는 한기가 그의 몸을 덮쳐왔다.


“제정신이야? 이건 안 죽는 게 아니라, 죽었다가 살아나난 거잖아.”

“그게 그거다냥.”

“그게 그거일까나.”

“그게 그거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같은 말을 내뱉는 세 사람. 그러나, 갓패치의 표정은 낙관적인 그들과 다르게 어둡고 단호했다.


“정말 제정신이야? 안 되겠다. 현과장을 그쪽 세계로 보내든지 해야지.”


작가의말

백 투 더 리얼리티!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4 44. 역쩐재판 - 4 23.04.14 37 4 12쪽
43 43. 역쩐재판 - 3 23.04.13 29 3 11쪽
42 42. 역쩐재판 - 2 23.04.12 33 3 11쪽
41 41. 역쩐재판 - 1 23.04.11 38 3 12쪽
40 40. 제발 좀 끝나라 김치 에피소드 - 2 23.04.10 34 3 12쪽
39 39. 제발 좀 끝나라 김치 에피소드 - 1 23.04.09 34 3 12쪽
38 38. 김치 그리고...2 23.04.08 40 3 12쪽
37 37. 김치 그리고...1 23.04.07 36 3 12쪽
36 36. 그 이름은 김치 - 6 23.04.06 44 3 12쪽
35 35. 그 이름은 김치 - 5 23.04.05 39 3 12쪽
34 34. 그 이름은 김치 - 4 23.04.04 39 3 11쪽
33 33. 그 이름은 김치... 속 작은 외전 <중년탐정 현과장의 사건일지> 23.04.03 38 3 12쪽
32 32. 그 이름은 김치 - 3 23.04.02 40 3 12쪽
31 31. 그 이름은 김치 - 2 23.04.01 42 3 12쪽
30 30. 그 이름은 김치 - 1 23.03.31 42 3 12쪽
29 29. 인고의 보약 - 3 23.03.30 39 3 13쪽
28 28. 인고의 보약 - 2 23.03.29 43 3 12쪽
27 27. 인고의 보약 - 1 23.03.28 47 3 11쪽
26 26. 인간체스 특별전 - 3 23.03.27 46 3 12쪽
25 25. 인간체스 특별전 - 2 23.03.26 46 3 12쪽
24 24. 인간체스 특별전 - 1 23.03.25 43 3 12쪽
23 23. 여왕 찾아 삼만리 - 2 23.03.24 41 3 12쪽
22 22. 여왕 찾아 삼만리 - 1 23.03.23 48 3 11쪽
21 21. 붉은색, 그 의미는...3 +2 23.03.22 55 4 11쪽
20 20. 붉은색, 그 의미는...2 +2 23.03.21 67 4 12쪽
19 19. 붉은색, 그 의미는...1 +2 23.03.20 62 4 12쪽
18 18. 아니, 왜 여기인 거야?! - 2 +1 23.03.19 70 4 11쪽
17 17. 아니, 왜 여기인 거야?! - 1 +2 23.03.18 78 4 12쪽
16 16. 차원문4 +2 23.03.17 78 4 12쪽
» 15. 차원문3 +2 23.03.16 81 5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