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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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핥기
작품등록일 :
2023.05.02 09:38
최근연재일 :
2023.07.22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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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2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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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귀환 (19)

DUMMY

쿵!


하고 내디딘 그 한발에 전장의 모든 이목이 한곳으로 쏠렸다.


쿵!


다시금 이어지는 움직임.

마치 거대한 빌딩이 옆으로 누운 채로 다가오는 듯하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그 모습에 누군가는 마른침을 집어삼키고.

또 누군가는 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손에서 총을 놓지 않는 건 칭찬해줄 만하지만, 안타깝게도 상대는 그런 것만으로 감당할 수 있는 적이 아니다.

더구나···.

전선에서 그리 멀지 않은 선착장에선 강을 건너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피난민들이 있었다.

“끄, 도강까지···. 어, 얼마나 남았지?”

지휘관 중 한 명이 쥐어짜듯 물은 것도 그때였다.

“···방금 연락받기로는.”

“······.”

“적어도 한 시간은 더 걸릴 거라고.”

대답을 다 듣기도 전에 눈을 감고 말았다.

그건 지휘관뿐만이 아니었다.

다들 보이는 모습만 다를 뿐.

같은 심정이었다.

한 시간.

분 단위로 쪼갠다면 꽤 넉넉한 시간일지도 모른다.

평범한 상황이었다면 이렇게까지 절망적인 기분이 들지 않을는지도 모를 일이고.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저놈을 한 시간 동안이나 막아내야 한다고?

모두의 눈동자는 한곳으로 향한 채 망연자실하지 않을 수 없었다.

“후우! 여기까지인가?”

싸움을 앞두고 해서는 안 되는 행동. 아니, 말은 아니었다.

자칫하면 사기를 떨어뜨릴 만한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말을 막기에는 그의 정신은 현재 좋지 못했다.

그만큼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아까 피난 상황을 물었던 지휘관이 자조적으로 중얼거리는 소리가 고요한 전장에 나직이 울리고.

부근에 있던 이들의 마음속에 패배라는···. 아니, 전멸이라는 단어가 확연히 형상을 굳히고 있을 때였다.


크아아아아아앙!


마침내 전선에서 겨우 1km가량 남겨둔 채로 놈이 포효하자, 병사들 중 몇 명이 움찔거렸다.

얼굴도 이미 사색으로 변해버렸고.

방금까지 꽉 붙잡고 있던 총기를 떨어뜨릴 정도로 힘없이 주저앉는 모습.

그걸 보면서 지휘관들이 이를 악문 것도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이길 수 없는 전투라는 건 알지만···.

전장에 나선 이상 질 수밖에 없는 싸움이라도 끝까지 버티지 않으면 안 되는 때도 있는 법.

지금이 바로 그런 상황이었다.

시시각각 몰려드는 위험 속에서 어떻게든 이곳을 탈출하기 위해 애쓰는 시민들을 단 한 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서라면···.

목숨을 버려서라도 지켜야 한다.

놈이 절대로 여길 통과하지 못하도록.

그것이 겨우 단 10분밖에 안 될지라도.

“총 들어!”

그 마음이 호통이 되어 입에서 튀어나왔다.

“헌터들도 와 있다! 절대로 질 수 없는 싸움! 그러니, 물러서지 마라!”

지금 저 말이 얼마나 허무맹랑한지 아는 걸까.

도심 곳곳, 시가지를 형상하던 건물과 차량 등을 엄폐물로 삼아 총구를 겨누고 있던 병사들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순간이었다.


크아아아아아아앙!


다시 한번 놈이 포효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대지를 울리는 진동.

“몰려옵니다!”

삼천 마리에 육박하는 몬스터 군단이 새까맣게 몰려오고 있었다.


콰드드드드득!

쾅!

쿠오오오!


도시 외곽에 있던 도로가 박살 나고.

사람들이 버려두고 떠난 빌딩에 파괴되기 시작했다.


콰자작!

콰-아아앙!


놈들이 짓밟고 지나가자 차들이 부서지며 튕겨 나가고 도시 곳곳에서 폭발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걸 보면서 다들 이상할 만치 힘이 들어가기 시작한다.

꽉!

강한 악력으로 총을 쥐고서 방아쇠를 당기는 손가락이 부르르 떨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휙!


단 하나의 그림자가 아군 측에서 튀어 나갔다.

수천의 적들이 몰려오며 도시를 휩쓸기 시작한 방향을 향해 일직선으로 뻗어나가는 신형.

그 신형의 등을 보며 모두의 눈이 홉떠졌다.



***



기억하고 말고도 없다.

그 당시, 수세에 몰린 인류는 늘 이런 상황에 처해 있었다.

매번 백배? 천배? 많게는 만 배도 넘는 적들을 맞아 싸워야 했으니까.

당연한 얘기지만, 싸움은 늘 격렬했고.

오히려 그렇기에 전투는 오래가지 않았다.

어떤 때는 한 시간도 안 되어 모든 싸움이 종결된 적도 있었다.

그 뒤에 남겨진 것은 전장에 흐르는 피.

죽음의 그림자뿐이었다.

하지만, 남겨진 이들은 슬퍼할 겨를도 없었다.

방금까지 같이 먹고 같이 웃던 이들이 주검이 되어 차디찬 바닥에 누워 있었지만, 그들을 땅에 묻고 나서 돌처럼 굳은 빵을 뜯어 먹으며 다음 전투를 준비해야 했다.

그런 싸움을 수십, 수백 번 반복해온 나다.

패로 칸?

군주급으로 예상되는 몬스터라고 했었지?

그래서 뭐?

그래봐야 덩치 좀 크고 성질 좀 사나운 개새끼잖아?

그리고 그놈을 따라서 밀고 들어오는 몬스터들?

내 입장에서는 그저···.

“흥. 그래봐야 짐승일 뿐.”

본능에 몸을 맡긴 채 파괴를 일삼는 적.

쓸어버리면 그만이었다.

스윽.

땅을 박차고 나아가며 품에서 꺼낸 캡슐을 눈앞으로 들어 올렸다.

흡사 감기약같이 생긴 이것은···.

싸움이 시작되기 전, 유미진이 내게 준 것이었다.

뭐냐고 묻는 내게 유미진이 해준 말은 단순했다.


“지난번에 보니까, 마석을 갈아서 만들던데···. 이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이를테면 좀 더 정제되고 잘 만들어진 유도제라는 거다.

피식.

언제 또 이런걸···.

아무튼 잘 먹으마.

그렇게 생각하며 캡슐을 입안에 털어 넣었다.

꿀꺽.

.....하고 식도를 타고 넘어가는 순간.

“컥!”

번개가 치듯 강한 충격이 머릿속을 때린다.

동시에 온몸으로 치닫기 시작하는 엄청난 힘.

대기 중에 있던 마나가 몰려들어 혈관을 타고 흐르자, 눈앞이 하얗게 물드는 것과는 달리 몸 곳곳에서 힘이 솟구쳤다.

아마도 지금쯤 내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겠지만···.

도핑 아닌 도핑을 한 상황에서 그런 것 따윈 전혀 개의치 않았다.

나중에 올 반동?

그런 것도 의식하지 않는다.

지금은 오직 한가지.

목표에 집중했다.

탓!

바닥을 강하게 박차며 속도를 높였다.

콰과과과과···!

힘차게 뻗으며 내딛는 발을 따라 바닥이 파여나가고, 그와 더불어 시야가 확확 달라지는 게 느껴졌다.

그러는 동안 손을 들어 올렸다.

검은빛이 감도는 구체.

가볍게 휘둘러진 손짓에 따라 크라난도의 숨결이 나아간 방향은 전방이 아니었다.


슈------아!


오히려 측방.

패로 칸을 중심으로 날개처럼 양쪽으로 펼쳐진 몬스터들.

그중 숫자가 좀 더 많은 우측 놈들을 노렸다.


쐐액!


날카로운 파공음이 들리고.


콰-앙!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는 순간이었다.

투다다다다다다다다.

뒤쪽에서 총성이 터져 나왔다.

아군들이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서 총을 쏘기 시작한 것이다.

콰과과광!

뒤이어 포격이 시작되고.


쿠에에에에에엑!


몬스터들이 비명을 내지르며 죽어 나간다.


“막아!”

“단 한 놈도 통과시키지 마라!”

“전선을 사수해라!”


발악하듯 외치는 소리가 뒤쪽에서 들려오는 걸 들으며 입술을 짓씹었다.

총을 쏘고 포격을 하면서 애써 막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몬스터들은 여전히 멈추지 않고 밀고 들어오고 있었다.

그야말로 파죽지세.

그러니, 여기선 강력한 한방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한방은 놈들이 아닌···.

“대가리를 잡아야지.”

스앗!

허리춤에 매달려 있던 검을 뽑아냈다.

그리고 검을 쳐들며 몸을 띄웠다.

그 순간···.

저만치에서 살짝 기운 채 서 있는 빌딩.

그곳에서 반짝이는 빛을 한차례 바라보다가, 그대로 패로 칸. 놈을 향해 짓쳐 들었다.



***



남미헌터협회에 소속된 헌터들이 이번 작전을 위해 자리를 잡고 있는 곳은 1차 방어선에서 다소 앞으로 나와 있는 빌딩 숲이었다.

그곳에서 그들은 각기 산개한 채로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그런 채로 전방을 주시하며 몸을 떠는 중.

그럴 수밖에.

놈이···.

마치 주인이라도 되는 양 수천의 몬스터들을 이끌고 이곳으로 진격해오는 중이었으니까.


쿵! 쿵! 쿵!


1초에서 2초 정도의 간격을 두고 연이어 들려오는 충격음과 진동.

패로 칸이라고 명명된 군주급 몬스터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빌딩이 흔들릴 정도.

이 정도 되면 아무리 각성자라도 두려움에 휩싸이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몸을 피하지도.

그렇다고 겁을 집어먹지도 않았다.

일반인들에 비해서 능력이 출중해서만은 아니었다.

그들이 여기서 물러나면, 더는 뒤가 없기 때문.

어쩌면 자신들은 살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쯤 선착장을 떠나고 있을 시민들은 몰살될 게 뻔할 일이니까.

- 모두 대기.

무전기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헌터들을 이끄는 팀장의 지시에 다들 몸을 웅크렸다.

그런 채로 자신들이 숨어 있는 빌딩 숲. 그 한가운데로 들어서고 있는 패로 칸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동시에 아군 측 진영에서 튀어나와 무서운 속도로 내달려온 한 남자의 움직임도 놓치지 않았다.

도시와는 전혀 무관한 이방인이었고.

심지어는 국적마저 다른 외국인이었지만.

누가 뭐래도 그는 이번 작전의 입안자였고.

무엇보다도 가장 위험한 임무를 맡고 있었다.

“후우!”

그러니 믿어야 하지만···.

과연 될까?

헌터 중 한 명이 자신이 들고 있는 뭉툭한 쇠뭉치를 내려다보며 한숨을 내쉬자, 그것은 전염병처럼 여기저기로 퍼져갔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망설일 시간 따위는 주어지지 않았다.

- 알파가 일격을 가한 뒤, 계획대로 움직인다!

팀장이 확인하듯 다시금 작전의 개요를 말하고.

- 알파, 타겟의 후두부 강타합니다!

마침내 공격이 시작되었기 때문이었다.



***



쾅!

폭음은 제법 그럴 듯했으나.

“이럴 줄 알았지!”

놈의 목덜미에 꽃은 칼이 강한 반동과 함께 튕겨 나왔다.

그러고 보니, 패로 칸의 몸 위로 옅은 우윳빛 막이 생겨나 있었다.

마나 배리어.

쉽게 말해서 방어막.

군주급 이상부터 지니게 되는 강력한 방패라 할 수 있었다.

물론 군주급도 군주급 나름이겠지만.

아무튼 이놈에겐 마나 배리어가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문제가 될 건 없다.

예상하지 못했으면 모를까.

이미 짐작하고 있었으니까.

파지직!

다시금 치켜든 칼 위로 전기가 흐르듯 푸른빛이 감돌고 있었다.

유도제를 통해 내가 품게 된 마나를 있는 대로 밀어 넣은 상태.

그 상태의 검을 다시금 놈의 목덜미에 꽂아 넣었다.

쾅!

쾅!

쾅!

한 번으로 안돼서 연달아 검을 찌르자···.

콰득!

마침내 밀고 들어가며 놈의 목에서 피가 솟구친다.

그러나 이정도로는 놈은 전혀 타격을 받지 않는지 비명은커녕 날 신경을 쓰지도 않는다.

그저 앞으로 나아가는 데만 몰두하며···.


쿵!


다시금 발을 옮겨 도심으로 향하고 있을 뿐이었다.

“새끼가! 건방져서는!”

그런 놈에게 비웃음을 날려주곤.

다시금 몸을 띄워 놈의 허리 위, 등판을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쾅!

쾅!

쾅!

적당한 간격을 두고 계속해서 놈을 공격했다.

그렇게···.

검을 찔러넣은 자리마다 마나 배리어를 뚫고 상처가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하자, 그제야 놈이 내가 신경 쓰는지 진격을 멈추었다.


쿠오오오오오오!


그리고 터져 나온 엄청난 괴성.

하지만, 그것이 비명이 아니란 걸 나도 알고 놈도 알고 모두가 안다.

분노의 포효.

적수로 생각지도 못한, 그저 먹잇감이 불과한 내가 자신을 농락하듯 공격하니 화가 난 것일 테지만···.

이미 늦었다.

씨익.

웃으며 놈의 몸 곳곳에 난 상처에서 눈을 떼어내 바로 옆에 서 있는 빌딩으로 시선을 던졌다.

정확히는 그곳에서···. 놈을 둘러싼 빌딩 숲에서 튀어나온 헌터들이 들고 있는 쇳덩이들을 바라보았다.

작전이 시작되기 전 급조한 폭탄.

500그램 남짓한 트라이나이트로톨루엔, 즉 TNT에 불과하지만···.

“저게, 그냥 폭탄이 아니거든.”

의미심장한 중얼거림 속에서, 헌터들이 놈에게 달라붙는 게 보였다.

방금까지 내가 만들어낸 상처 위로 정확히 떨어져 내리는 그들이었다.


작가의말

죄송합니다.

조금 늦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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