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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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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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02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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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2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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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4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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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귀환 (21)

DUMMY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불쑥 내뱉었다.

“각성?”

내 태도에 민망해졌는지 유미진이 머뭇거리며 고개만 끄덕.

그런 그녀를 보다가 얼른 말했다.

“추, 축하해.”

···라고 말하긴 했지만, 얼떨떨하다.

각성.

보통은 스무 살 이전에 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는 낌새를 차릴 수 있다.

그럴 수밖에.

각성을 한다는 건 그 이전에 마나 적합성을 가졌다는 얘기고.

그건 일종의 신체 능력으로 대기 중에 마나가 생겨나면서 인류에게 부여된 재능으로 분류해도 될 일이기 때문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스무 살이 넘고 몇 년이 지나도록 각성을 하지 못하거나 마나 적합성을 가지지 못한다고 판단되면 사실상 각성자가 되지 못한다고 봐야 한다.

축구를 못하던 사람이 갑자기 호나우지뉴가 될 수는 없는 거랑 같은 이치.

“후우···. 나도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

순간 깨달았다.

일의 경위야 어찌 되었든.

순수하게 축하해줬어야 했는데.

하아···.

나란 놈은 진짜.

속으로 혀를 차며 이번에야말로 진심으로 말해줬다.

“정말이야, 축하한다.”

“아, 아냐. 따지고 보면 네 덕분인걸.”

흠···.

내 피가 섞인 유도제를 먹고 각성을 했다는 얘기.

그게 가능한가?

아니 그 전에···.

처음 먹었을 땐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고 하지 않았나?

“됐어. 원인이 뭐냐가 뭐가 중요해. 각성했으면 된 거지.”

사실이다.

일단 각성자가 되면, 다른 건 몰라도···.

몸 하나는 진짜 튼튼해지는 거니까.

아닌 말로 각성하는 순간부터 병원은 빠빠이라고 보면 될 정도.

노화도 늦춰지고 병에도 잘 걸리지 않으니 장수하는 거야 너무 당연한 일이고.

그런데 그녀는 마냥 좋지만은 않은 눈치.

“이상하지 않아?”

확실히 그렇긴 하다.

그녀가 어느 틈엔가 꺼내어 내미는 캡슐 하나.

언뜻 봐선 감기약이랑 구분이 안 되는 그걸 나도 모르게 엉겁결에 받아들며 되물었다.

“이걸 언제 먹었다고?”

“···네가 싸우러 나간 직후.”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 진짜!

세상 뭐 이러냐?

이런 경우 내가 한두 번 본 게 아니라서.

“그렇구나.”

사정이 있는 게 분명했다.

아무튼···.

“확실히 이상하긴 하네.”

“진우야.”

“······?”

“원래 이런 건···. 아니지? 예전에도 이런 적 있었어?”

애당초 나한테 이런 능력이 언제부터 생겨났냐고 물어야 할 텐데···.

이미 그 부분에선 납득하고 넘어간 건가?

똑똑한 건지, 아니면 그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걸까.

난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도.”

역시 그렇구나 하는 얼굴이 되는 유미진.

그녀가 내 눈동자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어딘지 모르게 결의에 찬 눈빛이 되어.

“이거···. 네 피와 마석 가루를 섞은 거···.”

“유도제.”

“아! 유도제···. 암튼, 그거 이제부터 내가 제대로 좀 연구해봐도 될까?”

그녀의 질문에 난 말없이 소매를 걷어 올렸다.

그러곤 팔을 내밀었다.

놀랐는지 눈이 휘둥그레진 그녀를 향해.

씨익 웃어주며 말했다.

“도움에 될지는 모르겠지만···.”

“······.”

“이걸로 지난번에 그일. 퉁치는 거다?”

순간 흔들리는 그녀의 눈빛.

내가 이쪽 세상으로 돌아오기 전날 밤.

그녀를 찾아가 지랄 염병을 떤 걸 말하고 있음을 뒤늦게 눈치챈 모양.

후우···.

어쨌든 나로서는 개운하다.

조금 늦었지만, 이제야 제대로 사과를 했다는 마음이 들면서 가슴속에 뭔가 꽉 막혀 있던 게 쑥 내려간 느낌이랄까.

그리고···.

또 아냐고?

이게 훗날···.

뭔가 큰 도움이 될는지.



***



도시는 분위기가 둘로 나뉜 상태.

한쪽은 승리를 자축하며 도시를 떠난 시민들을 다시 불러들여야 한다고 외쳤고.

또 한쪽은 죽은 자들을 추모하며 언제 또다시 몬스터들이 돌아올지 모르니 이대로 도시를 버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중이었다.

그렇게 두 진영이 팽팽하게 맞서는 동안.

난 나대로 바빴다.

“이쯤인 거 같은데요?”

김경철 중령을 비롯해 한국에서부터 날 따라온 헌터들이 밀림 곳곳에 흩어진 채 뭔가를 찾고 있었다.

그런 그들을 흘끗 바라보다가 말했다.

“아까도 설명 드렸지만, 불탄 흔적을 지우고 나면 나무며 돌 등이 푸른 결정을 하고 있을 겁니다. 그 부근에는 아마도 파란 돌가루가 떨어져 있을 거고요.”

어디까지나 만약.

다운헬의 전조로 여겨지는 벼락이 이곳에 떨어졌다는 가정하게 하는 얘기였다.

김경철 중령이 대답 대신 손을 내미는 게 보였다.

응?

하는 눈빛이 되었다가···.

설마 하는 마음이 되고 말았을 때였다.

“맞습니까?”

그가 펼친 손바닥 위에는 푸른 빛이 감도는 작은 알맹이들이 놓여 있었다.

제길!

아니길 바랐는데···.

김경철 중령의 손바닥 위에서 빛나고 있는 푸른 결정의 부스러기들.

마치 보석처럼 느껴질 정도로 아름답지만···.

저게 뜻하는 바가 뭔지 너무 잘 아는 나로서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씨발!”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고 만 욕.

김경철 중령의 눈이 살짝 커졌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의 손바닥 위에서 결정을 들어 올리며 다시 말했을 뿐이었다.

“진짜, 뭐 이런 개 같은!”

그런 나를 어느새 표정을 되찾은 김경철 증령이 말없이 쳐다만 볼 뿐이었다.


그로부터 세 시간 뒤.

가정은 사실이 되었다.

“하아···.”

탄식이 터졌다.

씨발!

씨발!

씨발!

난···.

계속해서 터져 나오는 욕을 멈추지 않으며 인상을 구길 수밖에 없었다.

저 광경을 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나만 그런 게 아닌 게 다들 황당하다는 표정.

김경철 중령뿐만이 아니라 헌터들 역시 마찬가지.

그들은 도시에 남겨진 이들에게 보고 아닌 보고를 할 생각도 못 한 채 감탄사를 연발하는 중이었다.

아마도···.

저들은 아름다운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하는 걸 테지만.

나로서는 그저 암담할 따름이었다.

방금까지 검은 재로 가득했던 구멍.

주변의 나무들이 벼락으로 일어난 불길에 완전히 전소되어 있었고.

일대의 흙은 아예 까맣게 변해있는 상황.

간간이 보이는 불에 타 죽은 짐승들까지.

여기까지만 보면 우연히 일어난 불길에 밀림이 훼손될 거로밖에 보이지 않겠지만.

재를 걷어내자 사정이 달라진 것이다.

푸른 결정으로 이루어진 바닥은 마치 푸리 유리 같았고.

마치 싱크홀 같은 직경 10미터가량 되는 구멍은 흡사 보석으로 만든 수직 터널처럼 느껴졌다.

거기에 한낮의 햇볕이 숲이 타버린 관계로 허허벌판 된 그곳을 비추면서···.

일대가 온통 푸른 보석으로 이루어진 듯한 착각이 들 정도.

그래.

인정한다.

그냥 보기엔 아름답지.

그것도 눈이 부실 정도.

근데 저 안에 담긴 진실을 알고 나서도 그런 마음이 들까?

“씨발! 좇까고!”

폐부에서 솟구치는 절망감을 입으로 토해내며 성큼 발을 내디뎠다.

그런 나를 모두가 바라보고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스박스박.

유리처럼 매끄러운 바닥을 밟으며 나아가자 흙을 밟을 때와는 사뭇 다른 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다.

그렇게 몇 걸음 만에 구멍 앞에 섰다.

다크홀.

푸른색의 보석 같은 구멍을 표현한 것 치고는 꽤나 이질적인 이름이었지만.

이곳에서 그 좇 같은 놈들이 기어 나올 거라는 걸 알고 있는 나로서는 그저 웃을 수밖에 없달까.

혹시나 혹시나 했는데···.

“기어이···.”

이런 일이 벌어지고 마는구나.

다운헬.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눈앞이 캄캄해지는 기분.

이 기분을 저들은 알까?

돌아보지 않아도 김경철 중령을 비롯한 헌터들이 구멍과 날 번갈아 바라보며 의아한 눈빛을 있음을 알고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지금은 그런 걸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할 일은 하나.

“하아, 여길 또···.”

한숨을 내쉬며 한 발 내딛는 순간.

“헛!”

“자, 잠깐만 거길···.”

“뭐야!”

내가 이럴 줄 몰랐다는 듯 등 뒤가 소란스러워졌지만, 개의치 않고 그대로···.

“다들 여기서 대기합니다! 절대로 들어오지 마세요!”

그렇게 말하곤 구멍 속으로 몸을 날렸다.



***



유미진은 붉은빛을 띠는 젤리 형태의 유도제를 연구용 플라스틱 접시에 담아 몇 가지 방법으로 실험 중이었다.

그러길 벌써 며칠째.

성과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하아···.”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이게 무슨 효과가 있는 건지.

그렇다고 포기하기엔 아쉽달까.

그녀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기회가 좀처럼 오지 않는다는 걸.

특히···.

‘그가···. 나를 믿고 준 거야.’

수혈과는 다르다.

각성자들조차 가지지 못한 엄청난 힘.

그 힘의 원천인 피였다.

그걸 여진우는 어떠한 조건도 없이 자신에게 준 것이다.

그것도 무려 1000mL를.

이 정도면 보통 사람의 경우 헌혈을 두 번이나 한 것과 비슷한 양.

자신이 그렇게 했다면?

모르긴 몰라도 빈혈이 오지 않을까.

그렇게 자신에게 맡긴 소중한 시료였다.

그러다 보니 자연 조심할 수밖에.

1mL를 쓰면서도 손을 벌벌 떨 정도로 아끼고 또 아끼는 중.

거기에 하급부터 고급까지 마석을 가루 내 이리 섞고 저리 섞고···.

원심분리기에 돌리기도 하고···.

그렇게 연구를 계속해나가는 중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성과는 전혀 없었다.

하지만···.

‘확실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자신이 직접 체험한 일 아닌가?

그러니 절대로 포기해선 안 된다.

만일에 하나라도 성공해서.

이유를 알아내고.

그걸 적용해서 아직 각성하지 못한 이들이 각성을 할 수 있게 된다면?

많은 것이 달라질 테였다.

그때 자신에게 쏟아질 갈채와 스포트라이트 따위는 별거 아니다.

아니, 관심도 없다.

중요한 건···.

“오빠···.”

불현듯 떠오른 기억 하나.

그 기억의 편린 속에서 그녀는 입술을 잘근 씹고 말았다.

그것도 잠시.

유미진은 이를 악물었다.

여기서 진척이 안 되면 어떤가.

돌아가서도 계속 이어가면 될 일.

언제 돌아갈지는 몰라도···.

원래의 예정과는 다르게 벌써 며칠째 이곳에 머무는 중.

몬스터 웨이브가 있기도 했고.

뭘 찾고 있는지는 몰라도 여진우는 매일 어디론가 가서 밤늦게서야 들어오는 중이었다.

거기까지 생각하자, 그녀의 얼굴이 온화해지며 미간의 주름이 가셨다.

동시에 입가에 옅게 떠오르는 미소.

하지만, 본인은 그걸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는 눈치였다.

그저 이렇게 생각했을 뿐이다.

‘언젠가는 갚을 날이 있겠지.’

그는···.

자신에게 빚을 갚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반대라고 생각하는 그녀였다.

동시에···.

그런 남자라면···.

하는 마음이 가슴 깊은 곳에서 조금씩 피어오르고 있었다.



***



슈아아아아아아악!

직경 10미터의 구멍이라도 인위적으로 파놓은 게 아닌 이상 마냥 직선일 리가 없는 일.

굴착기로 판 게 아니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지금 여진우가 몸을 던져서 내려간 구멍은···.

벽면이 마치 거울처럼 매끈하기만 하다.

뿐만 아니라 완벽한 원형으로, 벌써 10분째 떨어져 내리고 있음에도 직선을 유지했다.

그러길 잠시.

콰---앙!

자신의 몸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엄청난 소리를 내며 여진우가 바닥에 떨어졌다.

충격을 줄이려고 했는지, 땅에 닿는 순간 무릎을 꿇고 앉았다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저만치 보이는 통로.

어둠에 휩싸인 복도랄까.

수직에서 수평으로 바뀌는 구멍 속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저 안쪽 깊은 곳에서 반짝거리는 빛들.

저게 뭔지.

여진우는 이미 알고 있었다.

뭐긴 뭐겠는가?

허락받지 않은 침입자는 단 하나도 허용치 않겠다는···.

이곳에 발을 들이는 순간 갈가리 찢어버리고 말겠다는 그런···.

적의가 가득한 눈빛들임을.

그렇기에 여진우가 말했다.

“씨발 놈들아, 좇나게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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