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병! 빌어먹을 헌터들이 다 내 뒤로 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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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르블랑
작품등록일 :
2023.05.10 11:14
최근연재일 :
2023.09.19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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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16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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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99화 흑마법 연구소(9)

DUMMY

사내의 손끝에서 한순간 강렬한 화염이 터져 나왔다.

푸른 불빛의 화염은 순식간에 놈의 돌덩이처럼 굳어버린 몸을 집어 삼켰다.


고무처럼 매끈한 놈의 피부 표면이 천천히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마치 땀이 흐르는 것처럼 몸의 이곳저곳에서 한두 방울 미끄러져 내리던 게, 금세 쏟아지는 폭우에 모래성 무너져내리듯 형체를 알지 못할 정도로 뭉개져 내렸다.


금세 질펀한 액체로 바뀌어 바닥에 고인 놈의 흔적이 서서히 바위 틈새로 흡수되어 버렸다.


놈의 머리가 녹아내린 바위 위에 녹이 슨 낡은 열쇠가 남아있는 것이 보였다.

천천히 발을 옮긴 댄. 손을 뻗어 열쇠를 쥐고 허공에 날렵하게 휘돌려 표면에 묻어있던 누런 액체를 털어냈다.


-띵동


동시에 댄의 귓가에 울리는 청량한 소리.


[스물네 번째 미션을 성공적으로 완료하셨습니다]

보상 : 20미터 내의 대상을 자신의 앞으로 소환할 수 있습니다. (단, 대상의 권능의 레벨에 따라 가능 여부가 결정됩니다)


허공에 떠오른 글자를 보며 댄이 입꼬리에 씁쓸한 웃음을 흘렸다.

미션이 성공적으로 끝났다고는 하나 자신의 힘으로 처리한 것은 아니다.

능력 부족으로 타인의 도움을 받아 무임승차로 끝낸 일이다.


그런 그의 시야에 다시 다른 글자가 떠올랐다.


[스물다섯 번째 미션 : 렛맨 보스의 보물상자에서 흑마법 연구소의 비밀통로지도를 입수하시오]



그러는 사이에,

검은 망토를 두른 사내가 허공에서 대리석으로 된 사각형 제단을 가볍게 꺼냈다.


그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눈치챈 쌤과 제이크.

바닥에 깔려있는 바위와 종유석의 파편을 치웠다.

그런 그들의 행동을 바라보던 제니스와 쿤이 어느새 다가와 바닥에 흩어진 거미들의 흔적을 말끔히 제거한다.

스프레이가 동원되고 쿤의 손에는 작은 솔까지 쥐어져 있다.

인벤토리는 그저 무기만 보관하는 곳으로 여기고 있던 댄에게는 뜻밖의 발견이다.


쌤이 인벤토리에서 담요를 꺼낼 때까지는 그러려니 했지만, 이제 다른 헌터들은 자신들의 개인 인벤토리에 무엇을 넣고 다니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할 정도였다.



제단에 빛무리로 된 흰 천을 두른 사내.

양손을 올리고 허공을 바라보며 똑바로 섰다.


수~ 르~ 농 드 러허 디유~


나직하고 애처로운 목소리로 마치 노래하듯 그가 읊조렸다.

뒤이어 그의 앞 한쪽 허공에 주름이 잡힌다.

마치 산들바람에 가늘게 펄럭이는 국기와 같이 옅은 파도를 치던 허공의 표면.

한순간 가늘게 균열이 생기며 세로로 벌어졌다.


그 안에서 나타난 두 섀도우베일 종족.

머리를 덮은 후드 밖으로 내려온 긴 은빛 머리카락

허리 부분까지 흘러 내려와 마치 파도치듯 흔들리고 있다.

눈을 덮고 있는 머리카락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붉은 눈동자.

기괴하다기보다는 경외감을 느끼게 한다.


“....아!”


헌터들이 모두 낮은 침음을 흘렸다.

사내와 같이 그 둘도 모두 긴 망토를 두르고 있다.

망토의 색깔만 사내의 것과 다른 붉은 색.

하지만 정강이까지 내려온 망토 아래로 보여야 할 다리가 없다.


마치 허공에 떠 있는 듯한 두 여성이 사내의 양쪽에 서서 무언가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곧이어 들려지는 헌터 두 명의 사체.


누워있던 바로 그 모습으로 허공을 지나 제단의 위에 부드럽게 올려졌다.


사내의 왼쪽에 서 있던 여성.

허공에서 무엇인가 꺼내고 있다.


“...저건.”


틀림없는 흰 국화 꽃송이.

탐스러운 꽃봉오리가 활짝 피어있는 국화꽃을 하나씩 꺼낸다.

곧 한 아름의 꽃을 품에 안고 서 있는 그녀가 고개를 돌려 댄을 흘끗 바라보았다.


“...고맙습니다.”


그녀의 품 안에서 한 송이를 집어든 댄. 제단 앞에 슬며시 무릎을 꿇었다.

제단 위 헌터들을 덮고 있는 천 위에 꽃을 올려놓는다.

한순간 붉게 물든 그의 두 눈동자.

짧게 묵념을 한 그가 다시 몸을 일으켰다.


발을 옮기는 그의 뒤로 어느새 꽃 한 송이씩 손에 쥔 헌터들이 일렬로 줄지어 서 있다.


한쪽 벽에 기대어서 한 명씩 차례차례 헌화하고 있는 헌터들을 바라보고 있는 댄에게 누군가 다가왔다.


“...오빠.”


그를 부르는 소녀의 목소리에 댄이 고개를 돌렸다.


“..혹시라도 내가... 죽으면...”


입을 여는 그녀의 목소리에 비장함이 담겨있다.


“절대 슬퍼하지 마.”


쿤의 말에 그녀를 바라보는 댄의 검은 눈동자에 흐르던 빛이 한순간 흔들렸다.


“자랑스럽게 생각해줘. 괴로워하거나 슬퍼하지 말고...”


대답 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댄 옆에서 벽에 나란히 기대선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나, 어렸을 때 아빠 죽고 엄마랑 남동생하고 그렇게 셋이 힘들게 살았어.”

“......”

“아빠 살아있을 때도 가난했던 우리 집. 엄마 밖에 나가서 벌어봤자 얼마나 벌겠어? 남동생도 있는데... 중학교 다니다가 엄마 아는 아줌마가 미국 사는데, 애 돌봐줄 사람 필요하다고 하더라고. 미국은 어린아이 집에 혼자 두면 법적으로 걸린다면서. 날 더러 내니라는 거 와서 해주면 어떻겠냐고...”

“......”

“집에 조금이라도 도움 될 거 같길래 그러겠다고 했어. 그러다가 미국 헌터협회라는 데서 연락받은 거고.”


피식 웃은 그녀가 손을 들고 손가락으로 그녀의 콧등을 긁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나 오빠 만나고 일본도 가보고, 여기저기 아공간도 가보고 하면서...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 불안하고 무섭기도 하지만, 또 내가 너무 자랑스럽더라구.”

“......”

“내가 이렇게 멋진 사람이 될 줄 정말 몰랐어. 헌터로 일하면서 가족들도 먹고 살 만 해졌고, 예전엔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치부했겠지만, 지금은 내가 정말로 인류를 위해서 선택된 몇 명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는 거고...”

“......”

“내가 공부도 못하고 가방끈이 짧아서 아는 게 별로 없지만, 그래도 순교한 이차돈이나 김구, 도산 안창호와 같은 위인들은 알지.”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한쪽 입꼬리에 옅은 미소가 피어났다.


“나 같은 게 감히 입에 올리기도 부끄러운 일이지만, 그래도, 나도 인류를 위해 끝까지 싸우다가 목숨을 바쳤다고 누군가 한 명이라도 기억해준다면 그만한 보람에 비할 게 어디 있겠어? 나같이 아무것도 아닌 계집애 하나가 여기까지 왔다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차게 자랑스러운 일이지.”


다시 배시시 웃은 그녀. 슬며시 손을 들어 다른 헌터들을 가리켰다.


“모두 다, 나 같을 거야. 그러니까 여기까지 왔겠지. 어떻게든 도움 되고 싶어서. 자신에게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어서...”


가슴이 벅차오르기라도 하다는 듯, 말을 멈춘 그녀.

그런 그들을 향해 쌤과 제이크가 천천히 다가왔다.


“무슨 얘기 중이야?”


제이크를 바라보며 그녀가 언뜻 손을 들어 입구쪽을 가리켰다.


“저어기 위에 거대 거미 있잖아. 그 거미 다리 구워 먹고 출발하자고 말하고 있었지. 제이크 오빠만큼 나도 배고프걸랑.”

“역시!”


그가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슬며시 쓰다듬었다.


“한국말에도 ‘잘 구운 거미 하나 열 꽃게 안 부럽다’ 란 속담도 있다더니. 아! ‘집 청소도 식후경’이란 말이었나?”


듣는 사람들 표정 바뀌는 것 정도는 신경도 쓰지 않고 그가 고개를 섀도우헌터 족 주술사에게 돌렸다.


“혹시 가서 불쏘시개 할 만한 거 만들어 낼 수 있냐고 물어봐야겠다.”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는 그의 등을 바라보며 쌤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피식 웃었다.


“말이 되든 안 되든 그냥 내지르고 보는구만?”

“그 덕에 잠시 쉬면서 배도 채우는 거지 뭐.”


씨익 웃음을 보인 댄이 등 뒤에 커다란 날개를 펼치고 허공 위로 날아올랐다.


그런 댄에게서 시선을 제이크에게 돌린 쌤과 쿤.

놀랍게도 그의 말을 들은 검은 망토의 제사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곧 그가 허공에서 마치 숯과 같은 시커먼 돌덩이를 한아름 꺼내기 시작했다.



* * *




열린 문 뒤로 보이는 긴 터널.


벽 여기저기 박혀있는 야광석 덕택에 그래도 시야는 어느 정도 확보되어있다.


앞장서 있던 댄.

허공에서 무엇인가를 응시하는 듯하던 그가 뒤를 돌아보았다.


“더 들어가기 전에 세 가지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할 게 있다.”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보는 그를 보며 헌터들의 표정에 긴장이 깃들기 시작했다.


“세 가지를 조심한다. 첫째는, 본인의 눈을 절대 믿지 말라는 거야. 여기저기 렛맨 놈들이 숨어있다. 괜히 렛맨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는 게 아냐. 안전한 것 같다고 방심해서는 절대 안 돼.”


그의 말에 헌터들이 고개를 돌려 터널의 바닥과 좌우의 벽, 그리고 천장을 천천히 주시한다.


“둘째는, 놈들이 허공에 페로몬을 분사한다. 흡입하는 순간부터 정신력에 타격을 받지. 시야의 사물과의 거리 측정이 어려워지고 귀에 헛것이 들릴 수도 있으니 마구 무기를 휘둘렀다간 아군이 다칠 수도 있다. 그럴 땐 자신의 방어에 더 신경 쓰도록.”


그의 말에 몇몇 헌터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런 상황에서 공격 행동 없이 자신을 방어할 방법이 무엇이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는 표정들이다.


“가능한 빨리 분사된 페로몬을 억제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만 그래도 조심해 주시기 바랍니다.”


뒤에 서 있던 검은 망토 주술사가 헌터들을 향해 고개를 주억거렸다.


“놈들은 어떻게 우리를 공격하지?”


주술사에게서 다시 고개를 돌려 댄을 바라보며 제니스가 입을 열었다.


“동물의 뼈를 뾰족하게 갈아 만든 무기와 대못과 같은 뾰족한 칼이 사방에서 날아올 거야. 무기로 쳐내서 자신을 방어한다”

“...흐음.”

“놈들이 사용하는 무기도 무기지만, 놈들에게 물리지 않도록 조심할 것. 상당히 고통스러울 뿐만 아니라 물린 부분이 순식간에 괴사하게 될 거야. 메딕은 항상 치료 준비 부탁해.”


말을 마치고 댄이 헌터들을 모두 다시 돌아보았다.


“이제 출발한다.”


몸을 돌려 앞의 터널을 향한 댄.

천천히 걸음을 옮겨 울퉁불퉁한 터널의 바닥 위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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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32 베르겐
    작성일
    23.08.16 12:38
    No. 1

    댄이 리더답게 치고 나가는 모습이 시원합니다!
    다음 회차에는 더 흥미진진할 것 같네요.
    작가님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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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110화 지하요새 잠입(2) +1 23.08.31 109 5 10쪽
110 109화 지하요새 잠입(1) +1 23.08.30 121 4 10쪽
109 108화 흑마법 연구소(18) +1 23.08.29 118 4 10쪽
108 107화 흑마법 연구소(17) +2 23.08.28 121 4 13쪽
107 106화 흑마법 연구소(16) +1 23.08.27 125 5 10쪽
106 105화 흑마법 연구소(15) +2 23.08.26 123 4 10쪽
105 104화 흑마법 연구소(14) +1 23.08.25 124 5 10쪽
104 103화 흑마법 연구소(13) +1 23.08.24 126 4 10쪽
103 102화 흑마법 연구소(12) +1 23.08.23 128 4 10쪽
102 101화 흑마법 연구소(11) +1 23.08.18 124 5 10쪽
101 100화 흑마법 연구소(10) +1 23.08.17 130 4 10쪽
» 99화 흑마법 연구소(9) +1 23.08.16 163 5 10쪽
99 98화 흑마법 연구소(8) +1 23.08.14 134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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