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병! 빌어먹을 헌터들이 다 내 뒤로 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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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르블랑
작품등록일 :
2023.05.10 11:14
최근연재일 :
2023.09.19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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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04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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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화 지하요새 잠입(4)

DUMMY

사방으로 뻗어있는 미로와 같이 복잡한 통로,

마치 익숙한 듯 선두에서 선 댄은 빠른 걸음으로 거침없이 발을 옮겼다.

뒤따르는 헌터들이 그의 모습을 시야에서 잃을까 헐레벌떡 따라갈 정도.


통로를 지나갈수록 벽에 박혀있는 야광석의 숫자가 줄어들었다.

그에 따라 주위는 조금씩 더 어두워졌다.


“....허억!”


헌터들 중 누군가 땅에서 솟아오른 종유석의 뾰족한 끝에 걸려 넘어져 바닥에 굴렀다.


그제야 댄이 서두르던 발을 멈췄다.

그의 손가락에서 피어올라 주위를 밝히던 작은 푸른 불빛.

어느새 노랑과 오렌지빛으로 바뀌며 마치 솜방망이에서 불타오르는 횃불만큼 커졌다.

댄과 맨 뒤에서 뒤따르던 검은 망토의 사내의 손에서 타오르는 불길에 광장 안은 대낮처럼 환해졌다.


“진작 좀 그렇게 환하게 밝히지 그랬냐?”


제니스가 눈을 흘기며 마치 책망하듯 툭 내뱉었다.


“그러게. 마음이 급하다 보니...”


오감을 최대한대로 끌어올려 빛없이도 별 무리 없이 동굴을 지나가던 댄.

에너지를 공급하던 회로가 터진 입구로 몰려간 네뷸로리안 최정예 요원들이 돌아오기 전 일을 마쳐야 한다는 조바심에 사로잡혀있었다.


물론 그놈들은 시간에 맞춰 잠입하는 섀도우베일 병력이 막아주기로 미리 협약이 되어있었다.

하지만, 만에 하나 섀도우베일 병력이 네뷸로리안 군대에게 패배한다면.

아니 서로 체결한 대로 섀도우베일 병력이 헌터들의 뒤를 따라오지 않았다면.


요새의 심장 안에는 무시무시한 상대가 버티고 있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면서 놈이 뿜어내는 괴력을 느낀 자신조차도 주눅이 들 정도였다.

탐지 효과로 놈이 심장의 아래쪽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순간 그가 느낀 압박감.


놈을 감당하는 것조차 자신할 수 없는 마당에 정예 부대까지 몰려온다면...

요새의 심장을 점령하고 파괴하기도 전에 몰려오는 놈들의 파상공세에, 자신을 포함, 모든 헌터들이 한순간 몰살당한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수순으로 보였다.


자신을 포함한 모든 헌터들이 이곳에서 모두 전멸한다 해도 지구를 파괴하려 하는 놈들의 계획은 수포로 돌려놓아야 하는 일 아닌가.




한사람이 겨우 빠져나갈 만한 틈새를 지나고 넓어지는 광장을 몇 번이나 거친 후, 드디어 다다른 막다른 곳.


한쪽 벽에 깊이 박혀있는 거대한 바위가 헌터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천천히 걸음을 옮긴 댄이 손을 뻗어 튀어나온 모서리를 붙잡았다.

금세 바위의 끝을 움켜쥔 댄의 양팔 근육이 불끈거리며 부풀어 오른다.


한순간 바위가 진동하듯 흔들리자,

그 위에 잔뜩 쌓여있던 돌가루와 흙먼지가 마치 폭포수처럼 바닥으로 ‘후두두두’ 쏟아져 내렸다.

뽀얀 먼지가 순식간에 사방으로 날리며 헌터들의 시야를 가렸다.


콜록 콜록


흙먼지를 피해 몇 걸음 뒤로 물러선 헌터들.


그들의 눈에 비친 거대한 바위.


쿠드그그그그그


귀를 긁는 소리를 내며 바닥의 흙과 작은 종유석들을 마구 밀어내고 있다.

거대한 크기에 비해 하릴없이 바닥을 긁고 끌려오고 있는 거석(巨石).

끌려온 바위의 뒤에는 마치 누군가의 무덤을 파 놓은 듯 깊은 구덩이가 생겼다.


바위가 가로막고 있던 자리에 모습을 드러낸 좁은 틈새.

마치 몸을 던지듯, 쌤과 제이크가 달려들어 틈 사이에 박혀있는 바위를 끄집어냈다.


틈새의 밖은 작은 크기의 낡은 창고였다.

버려진 지 오래되었던 듯.

괭이와 쟁기를 닮은 듯한 고대 농기구들이 검붉은 녹으로 뒤덮여 두꺼운 층을 이루고 그 위에 뽀얀 먼지가 다시 두세 층을 형성하며 덮고 있었다.


손을 들어 헌터들을 뒤에 세워둔 댄.

발을 옮겨 한쪽 구석에 있는 낡은 문손잡이를 움켜쥐었다.


크그그그그그


조심스럽게 문을 밀고 있는 댄의 귀에 미세한 잡음이 들려왔다.


쿠르르르르르르


빠꼼이 열린 문 사이로 머리를 내밀어 보기도 전, 괴기스러운 소음이 그의 귀를 채웠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다.

놈들이 개발하고 있는 화학물질을 지구의 담수와 바다로 뿌려댈 매개체, 에어로퀼.

정원 위에 빼곡할 정도로 많은 괴조가 그의 시야를 가득 채웠다.


수십 마리의 괴조가 날개를 접고 야외정원에 앉아 무엇인가 날카로운 이빨로 뜯고 있고 예닐곱 마리는 날개를 펴고 하늘에서 크게 원을 그리고 있다.


고개를 돌려 다시 슬며시 문을 닫은 댄.

그의 등 뒤로 다가오는 헌터들을 향해 그가 입을 열었다.


“잠시 여기서 대기하며 레오의 도움을 받고 간다.”


검은 망토 사내의 옆에서 걸어오던 고양이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종종걸음으로 달려와 댄의 어깨 위로 뛰어 올라왔다.


야아옹


꼬리를 바짝 치켜올린 녀석.

한순간 허공을 날아 헌터들의 어깨 위를 마치 징검다리 건너듯 퐁당퐁당 뛰어다닌다.

무지갯빛 오라가 헌터들의 주변을 가득 채우자 헌터들의 표정이 바뀌기 시작했다.

긴장과 두려움으로 점철되어 어두운 얼굴로 댄의 표정만 살피던 헌터들.

입꼬리를 올리며 웃음을 흘리는 그들의 눈빛에 승리의 갈망이 차오르고 있었다.


마침내 레오가 댄의 창을 훌쩍 뛰어넘었다.

마치 고양이의 뒤를 쫓듯 창의 날카로운 끝에서 흰 빛무리가 뿜어져 나오더니 고대용의 형상을 이루었다.

허공에서 입을 벌린 용의 기다란 몸은 거대한 오색 비늘로 덮여 있다.


몸을 휘돌려 댄이 쥐고 있는 창대를 휘감고 허공으로 솟아오른 용이 포효했다.


넋을 놓고 바라보던 헌터들의 사이를 한순간 용이 휘돌았다.

헌터들이 착용하고 있던 방어구의 표면에 미려한 빛이 배어들며 그 속으로 파고들었다.

순간, 언뜻 놀란 듯, 눈이 가늘어지던 제니스.


“...몸이 훨씬 가벼워졌는데?”


감탄을 금치 못하며 주위 헌터들을 돌아보았다.


“방어력하고 공격력도 조금씩은 올려줄 거야.”

“이 버프 얼마나 가지?”

“30분 정도. 그 안에 모두 끝낸다.”


그의 말에 헌터들의 표정에 모두 비장함이 깃들었다.

헌터들을 돌아보며 댄이 입을 열었다.


“내가 먼저 나간다.”

“......”

“선제공격으로 어그로를 끌 거야. 놈들이 모두 나에게 집중하면 그다음에 아까처럼 조별로 위치를 잡고 반격한다.”

“급하면 마석 구슬을 쓰는 거야?”

“그래, 하지만 마석 구슬은 놈들을 끌어당기는 데 사용하는 거다. 한꺼번에 몰려오면 도망쳐야지 거기에 구슬을 던지면 불붙은 곳에 기름 붓는 격이야.”

“괴조 숫자가 너무 많아 보이는데.. 괜찮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제니스를 돌아 본 댄. 아무 말 없이 입꼬리에 웃음을 흘렸다.


“내가 쓸데없는 말을 한 거지? 그치?”


그렇게 말하면서도 답이라도 구하는 듯 그녀가 댄에게 애처로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거 왜 이래? 나 댄이야!”


짐짓 거드름을 피우며 여유로운 표정을 지은 댄.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난 끝까지 살아남는다. 제니스 너도!”


다시 그가 고개를 돌려 주변의 모든 헌터들을 돌아보았다.


“쌤, 제이크, 비르지니! 니시가와 한! 패트릭! 저스틴!.....”


한 명도 빠짐없이 모든 헌터의 이름을 호명한 댄.


“내가 너희에게 전달하는 임무는 살아남는 거다. 할 수 있을 만큼만 싸워. 그다음엔 나한테 맡겨라. 다 내 뒤로 와서 숨어!”


진지하게 힘을 주어 건네는 그의 말에 모든 헌터들의 얼굴이 붉게 상기되었다.


“비르지니!”


댄이 활을 손에 움켜쥐고 있는 프랑스 소녀를 부르자 그녀의 눈빛이 반짝였다.


“감당하기 힘든 놈과 마주쳤다. 어떻게 할 거지?”

“댄을 찾아서 뒤에 숨어요.”

“정답!”


목숨을 건 전투를 앞두고도 낮은 웃음을 흘린 헌터들.

모두 댄의 입과 움직임에 집중하고 있다.


“모두 침착해라. 우린 반드시 이긴다.”


초연한 모습으로 헌터들을 돌아본 댄. 창을 움켜쥔 그의 왼손 근육이 불끈거렸다.

이미 그의 오른손 손아귀에는 마석 구슬 세 개가 쥐어져 있다.


“모두, 살아남아서 나와 함께 지구로 돌아간다!”


그의 눈동자에 한순간 푸른 빛이 번쩍이더니 ‘파드득’ 불꽃이 튀었다.


“자! 간다앗!”


커다란 외침과 함께 그의 등 뒤에서 창졸간 커다란 날개가 돋아나왔다.


꽈과쾅!


발로 문을 걷어찬 댄이 밖으로 뛰쳐나갔다.

바닥을 박찬 그의 몸이 둥근 정원의 상공을 향해 수직으로 날아올랐다.

동시에 그의 손에서 시퍼런 불꽃이 번쩍이는 작은 공 세 개가 정원의 세 꼭짓점을 향해 대포처럼 날아가 지축을 울리는 굉음을 내며 폭발했다.


- 퍼퍼펑!


폭발에 휘말려 날개가 찢긴 괴조들의 기괴한 신음소리가 정원을 가득 채웠다.

뒤이어 휘몰아치는 풍압에 중심을 잃고 나자빠진 놈들.

고개를 휘휘 돌려 댄의 위치를 찾은 놈들이 검은 날개를 쫘악 펼쳤다.


날갯짓하며 급상승하는 놈들과 반대로 날개를 그대로 접어버린 댄.

붉은 불꽃이 터져 나오는 창을 허공에서 크게 휘돌렸다.

창의 궤적에 걸린 놈들이 한 번의 검선에 몸이 이등분되어 버렸다.

복부가 일직선으로 갈린 놈들의 뱃속에서 검은 내장이 땅으로 주르륵 쏟아져 내렸다.


그를 따라 일직선으로 하강하는 두 마리의 괴조.

커다란 부리를 딱딱거리며 칼날과 같은 발톱을 댄을 향해 뻗치고 덤벼들었다.


커-헝!


순간 나타나 허공을 가르는 거대한 범의 흉포한 발톱.

놈들의 날개를 날카롭게 그어대고 정원의 맞은편 쪽에 날렵하게 착지했다.


크르르르르


가까이 있던 괴조에 달려든 레오.

닭에게 덤벼드는 삵처럼 무자비하게 놈의 목을 물고 잔인하게 휘둘러댄다.


허공에 창대를 풍차처럼 휘두르던 댄.

몰려오는 놈들을 둘러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공포!”


동시에 허공에 떠오르는 글자.

[대상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비율을 계산중입니다. 0% .... 진행중]


사방에서 자신에게 덤벼드는 괴조들이 한순간 움직임을 멈췄다.

삽시에 퍼진 미스트에 휩싸인 놈들이 날개를 접고 날카로운 발톱을 파르르 떨었다.


[확인 완료 : 최대 96%의 공포 효과가 적들에게 전이 됩니다]


끄윽 끄윽 꾸르르륵


댄을 노려보던 놈들.

슬며시 고개를 돌리고 천천히 한 걸음씩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루트!”


놈들을 돌아보는 댄의 입에서 주문이 튀어나왔다.

다음 순간,

정원의 바닥이 쩍쩍 갈라지기 시작했다.

갈라진 틈에서 냉기와 함께 허연 얼음 줄기가 덩굴나무처럼 뻗어 나왔다.

창졸간 퍼져나간 얼음 덩굴들.

주위 괴조들의 발목을 휘감고 마치 살아있는 듯, 놈들의 몸을 둥글게 휘돌아 뻗어 올라간다.

놈들의 몸 이곳저곳에서 피어나는 새하얀 눈꽃송이.


“지금이닷!!”

“와아아아아아!!”


물밀 듯이 밀려나온 헌터들.

꼼짝 못 하고 공포로 붉게 물든 괴조의 눈동자에 온갖 종류의 무기를 들고 동료들을 난도질하는 헌터들의 모습이 비쳤다.


그런 놈의 눈과 마주친 한 소녀.

길게 뻗은 왼손에 커다란 활을 쥔 그녀가 등 뒤에서 흰빛을 번뜩이는 화살을 집어 들었다.


곧이어,


- 쐐애애애액!


곧장 직선으로 날아온 화살의 날카로운 끝이 놈의 미간에 박혔다.


끄으으윽.


놈의 눈에 잠깐 머물던 생명의 빛이 다음 순간 완전히 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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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111화 지하요새 잠입(3) +1 23.09.01 104 5 10쪽
111 110화 지하요새 잠입(2) +1 23.08.31 108 5 10쪽
110 109화 지하요새 잠입(1) +1 23.08.30 120 4 10쪽
109 108화 흑마법 연구소(18) +1 23.08.29 118 4 10쪽
108 107화 흑마법 연구소(17) +2 23.08.28 121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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