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병! 빌어먹을 헌터들이 다 내 뒤로 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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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르블랑
작품등록일 :
2023.05.10 11:14
최근연재일 :
2023.09.19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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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23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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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02화 흑마법 연구소(12)

DUMMY

“오빠! 무슨 일 예요?”


댄이 다가오는 것을 본 쿤이 눈이 휘둥그레져서 물었다.

그녀뿐 아니라 주위를 둘러보던 모든 헌터들이 댄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런 그들 주위에 있던 모든 렛맨들 사체의 머리가 모두 폭발해 곤죽이 되어있었다.


“놈들 뇌 속에 폭탄이 심겨 있었나 봐.”

“와- 정말! 갑자기 한꺼번에 놈들 머리통이 '펑펑펑' 터지는데 무슨 호러영화 보는 줄 알았어.”


손으로 금발 머리를 뒤로 쓸어 넘기며 제니스가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숨어있던 놈들이 튀어나온 벽 내부의 좁은 공간을 마치 무슨 조사라도 하는 것처럼 들여다보는 쌤. 그 와중에도 제이크는 누워있는 놈들의 허벅지살을 칼끝으로 콕콕 눌러보고 있다. 마치 먹을만한지 확인이라도 하는 것처럼.


“보스는 제거한 거죠?”

“그래.”


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댄을 보면서 프랑스 헌터 비르지니가 다가왔다.


“저 문은 어떻게 열어요? 놈들 깨진 뇌하고 뱃속 다 뒤져 봤는데 아무것도 없던데...”

“보스 방에서 열쇠 나왔겠죠. 뭐. 그쵸, 오빠?”


당연히 댄이 열쇠를 찾아왔을 거라 확신하면서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쿤이 그를 올려다보았다.


“저 문을 열 수 있는 방법은 있는데 열쇠로는 아니다.”

“그럼요?”


쿤의 말에 댄이 무릎을 굽힌 채 쪼그리고 앉았다.

손에 쥐고 있던 종이를 펴서 바닥에 편 그가 손가락으로 그 위의 한쪽을 가리켰다.


“보스 방 위 천장에 난 좁은 통로를 통해서 이렇게 통과해서 이곳까지 가야 해.”


붉은 점선을 따라가던 그의 손가락 끝이 한곳에 멈췄다.


“여기, 이 검은 점 두 개가 레버를 표시 한 건데 그걸 젖히면 저쪽에 있는 문이 열리고, 아래층으로 갈 수 있지.”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것 같은데요?”

“부지런히 해서 열고 아래층으로 내려가지요?”

“아래층에는 뭐가 기다리고 있을지 무서우면서도 기대되는데요?”

“맛있고 식감 좋은 아르수스나 몇 마리 있다면 좋겠는데.”


댄의 말에 그를 에워싸고 있던 헌터들이 생각하고 있던 것을 한마디씩 입 밖으로 주절거렸다.


“그런데, 문제가 한 가지 있어.”


잠시 뜸을 들이던 댄이 얼굴빛을 바꾸고 다시 입을 열었다.

진지한 그의 표정에 한순간 모든 헌터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오빠. 뭔데 그래요?”


댄이라면 해내지 못 할 일이 없다고 여전히 믿고 있는 쿤. 다른 헌터들과 달리 여전히 입꼬리에 웃음기를 흘리고 있다.

아니 쿤 뿐 아니라 쌤을 비롯해 제니스와 제이크는 또 댄이 무슨 농담을 꺼내기라도 할 것인가 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통로가 성인이 지나가기에는 너무 좁아.”

“얼마나 좁길래?”


거리를 두고 서 있던 쌤이 그에게 한발 다가왔다.


“조나스가 있다면 통과가 가능할 것 같은데...”

“핀란드 헌터 말이야?‘


눈을 가늘게 뜨며 댄을 바라보는 제니스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그래.“


입구 층에서 거대거미의 코쿤을 그어댄 바람에 작은 독거미들에게 새까맣게 전신이 뒤덮여 사망한 소년.

북유럽 소년답지 않게 작고 가느다란 몸을 하고 있던 그 헌터라면 좁은 그 공간을 통해 레버가 있는 곳까지 어렵지 않게 도달할 수 있었을 터였다.


”나도 몸집이 작잖아요.“


쿤이 한걸음 나섰다.


그런 쿤에게서 시선을 돌린 댄. 주위에 서 있던 모든 헌터들을 한 명씩 눈여겨보았다.

하지만, 역시 그녀만큼 몸집이 작은 다른 헌터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웬일인지 쿤을 그곳으로 보내는 것이 꺼려진 댄. 시선을 언뜻 돌렸지만 자신도 다른 해답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할 수 있겠냐?“

”내가 조나스보다 실력이 떨어질 가봐서요?“

”그런 건 아닌데...“

”그럼, 한번 그 통로 안으로 들어가 보죠. 뭐.“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앞장서는 쿤을 보며 댄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그녀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모든 다른 헌터들도 댄의 뒤를 따라 통로를 걷기 시작했다.



* * *



그리 높지 않은 보스의 방 한가운데 천장 속으로 몸을 올린 쿤.

무릎을 굽히고 통로의 먼 끝을 한번 흘끗 보고는 댄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 정도면 어려운 것 하나 없이 금방 끝내겠네요. 지도 주세요.“


여유로운 표정마저 짓는 그녀를 보며 마치 어쩔 수 없다는 듯, 댄이 그녀에게 종이를 건네주었다.


”붉은 점선만 따라가, 다른 통로에 뭐가 보이든 신경 쓰지 말고.“

”다른 뭐가 있어요?“

”걱정돼서 하는 말이야. 혹시라도 다른 통로에 네가 혹할만한 게 눈에 띄어도 무시해.“

”내가 혹할만한 것이라...“


눈을 위로 뜨고 손가락 끝으로 코끝을 툭툭 두드리면서 잠깐 무슨 생각에라도 잠긴 듯 보이던 그녀가 다시 빙긋 웃었다.


”내가 혹할만한 게 생각이 나질 않네요. 여튼, 갔다 올게요.“


가볍게 웃음을 날린 그녀가 다시 몸을 돌려 좁은 통로 바닥을 기어가기 시작했다.

지어진 지 얼만큼이나 되는지도 알지 못할 만큼 오래된 통로의 속은 뽀얗고 거무스름한 먼지가 자욱하게 깔려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쯤, 마치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 그녀가 부지런히 양팔과 무릎을 움직였다.


곧, 그녀의 앞에 세 개로 나뉜 통로가 나타났다.

이미 왼쪽 통로로 가야 한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재확인을 위해 그녀가 걸음을 멈췄다.

허리춤에서 꺼낸 지도를 바닥에 펴자 뽀얀 먼지가 그녀의 시야를 가렸다.


콜록! 콜록!


손으로 입을 막고 기침을 한 쿤. 지도의 붉은 실선을 따라가는 그녀의 눈동자에 빛이 반짝였다.


”처음 왼쪽 통로를 따라가다가 두 번째 두 갈래 길에서 오른쪽.“


입 밖으로 중얼거리며 다시 접은 지도를 그녀가 허리춤에 도로 넣었다.

다시 굽힌 무릎을 움직이기 시작하는 그녀의 시선을 무엇인가 반짝이는 물체가 끌었다.


세계의 통로 중에서 가운데로 향하는 길.

한순간 문득, 멈춘 그녀가 고개를 슬며시 저었다.

바로 이것이 댄이 그녀를 보내지 않으려고 한 이유였다.

무엇인가 그녀의 시선을 끌 만한 것이 나타나서 그녀의 발목을 붙잡는 것.

자신이 이 안에 있는 동안 통로 밖의 시간은 따로 흐르고 있을 수도 있다.

아니면 그런 그녀의 호기심으로 지체하는 동안 통로의 구조가 재구성될 수도 있는 일.

아무리 터무니없는 일이라 하더라도 가능한 곳이 바로 이곳이다.


고개를 돌린 쿤.

왼쪽 통로에 접어들었다.

또다시 그녀의 손바닥과 무릎 아래에서 뽀얗게 일어나는 먼지 속에서 여전히 눈빛을 반짝이는 그녀가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혹할만한 거라는 게 뭐야?“


좁은 보스의 방에서 대기하며 앉아있던 제니스가 몸을 일으켜 댄에게 다가왔다.


”...뭐?“

”아까 쿤에게 혹할만한 게 통로 안에서 눈에 띌 수도 있다고 했잖아.“

”..아..아까 그 말?“


별일 아니라는 말투였지만 댄의 눈동자에 서린 미묘한 눈빛을 제니스는 놓치지 않았다.


”저 안에 무슨 속임수라도 숨겨져 있는 거야?“

”그럴 수도 있는 것 같아서...“

”그럼 그냥 우리가 몽땅 부수고 가는 게 어때?“


제니스의 제안을 순간 이해한 댄이 구부러진 입꼬리에 웃음을 날렸다.


”나도 그렇게 하고 싶지만 그러면 안 될 거 같아서.“

”왜? 지도에 나타난 곳을 몽땅 부수고 가면 저 아래 실험실에 있는 놈들이 알아채기라도 하는 거야?“

”그렇겠지. 천장을 있는 대로 무너뜨리고 다니는데.. 그건 ’이놈들아. 우리 여기 간다.‘라고 떠드는 거하고 똑같은 거잖아?“


끼어든 제이크가 제니스를 보면서 씨익 웃었다.


”그렇다기 보다는...“


마주 보던 제이크와 제니스가 다시 입을 여는 댄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렇게 해야만 하는 수수께끼 같은 거야. 저 문을 그냥 모두 힘을 합쳐 부숴버린다 해도 가능할 거 같은데, 그렇게 하면 안 되는 특수 장치가 연구소 가장 안쪽과 연결되어있는 느낌이 나거든.“

”연구소 가장 안쪽이란 건, 맨 아래층을 말하는 거야?“

”아니.“


슬그머니 고개를 저은 댄.


”이곳은 연구소로 향하는 곳이 맞긴 하지만 연구소는 다른 차원에 있을 가능성이 커. 우리가 이곳으로 올 때 거친 아공간 같은 곳 말야.“

”이곳 맨 아래쪽이 아니고?“

”우리는 지금 차원이동장치로 향하고 있는 거야. 정확한 방법을 따라서 이곳을 통과해야만 도착할 수 있는 곳일 테고. 아마도 네뷸로리안 영토 내에서 아직은 가장 안전한 중심 지역 어딘가로 순간 이동될 가능성이 가장 크겠지.“


그의 말에 주위에 서 있던 헌터들의 표정에 경외감이 서렸다.

생전 가 본 적도 없고 들어본 적도 없는 곳으로 그들을 이끄는 리더는 믿을 수 없는 미스테리한 능력과 직관으로 모든 험난한 난관을 헤쳐 나가고 있다.

그들 모두 이 니힐러스 행성에 발을 내딛기 전, 죽음을 직면한 자들이었다.

자신의 목숨을 바쳐 제 가족과 고향, 고국, 더 나아가 지구를 지키겠다는 신념 하나만으로 모인 그들이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모든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자신이 어느 어려운 단계에서 소모품으로 소모되고 버려진다고 해도 불평할 일은 아니었다.

그 또한 보람찬 일.


하지만 마지막까지 임무를 완수하고 모험의 끝에서 웃으면서 지구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진 일일까.


그런 모든 헌터들이 귀를 기울이고 댄의 말 중 한마디도 빼먹지 않으려 눈동자를 반짝이고 있었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돌면....“


마침내 마지막 통로의 끝.

뽀얀 먼지를 뒤집어쓴 검푸른 빛이 언뜻언뜻 배어 나오는 레버의 모양이 그녀의 시야에 들어왔다.


레버만 뒤로 젖혀놓으면 끝나는 일.


그녀가 손바닥으로 레버 위에 쌓여있는 먼지를 툭툭 털어냈다.


”....어머!“


레버에 걸려있는 반짝이는 물체.

손을 내밀어 그것을 손바닥에 쥔 그녀의 눈빛이 이채를 띠었다.


”..어렸을 때 아빠가 사주셨던 목걸이.“


빛을 내는 목걸이에 매달려있는 펜던트를 잠시 빤히 들여다보던 쿤.

손에 쥐고 있던 목걸이를 버리지 않고 품 안에 넣은 그녀가 손을 뻗어 레버를 손에 쥐었다.


- 끼이익


마치 녹슨 쇠붙이가 내는 듯한 귀를 자극하는 소리를 내며 레버가 뒤로 제쳐졌다.


부르르르르


동시에 통로 안이 마치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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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32 베르겐
    작성일
    23.08.23 21:26
    No. 1

    뭔가 엄청난 스킬을 얻을 것 같은 기시감이 드네요.
    작가님 재밌게 읽었습니다!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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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109화 지하요새 잠입(1) +1 23.08.30 120 4 10쪽
109 108화 흑마법 연구소(18) +1 23.08.29 118 4 10쪽
108 107화 흑마법 연구소(17) +2 23.08.28 121 4 13쪽
107 106화 흑마법 연구소(16) +1 23.08.27 125 5 10쪽
106 105화 흑마법 연구소(15) +2 23.08.26 123 4 10쪽
105 104화 흑마법 연구소(14) +1 23.08.25 124 5 10쪽
104 103화 흑마법 연구소(13) +1 23.08.24 126 4 10쪽
» 102화 흑마법 연구소(12) +1 23.08.23 128 4 10쪽
102 101화 흑마법 연구소(11) +1 23.08.18 124 5 10쪽
101 100화 흑마법 연구소(10) +1 23.08.17 130 4 10쪽
100 99화 흑마법 연구소(9) +1 23.08.16 162 5 10쪽
99 98화 흑마법 연구소(8) +1 23.08.14 134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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