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병! 빌어먹을 헌터들이 다 내 뒤로 숨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르블랑
작품등록일 :
2023.05.10 11:14
최근연재일 :
2023.09.19 22:21
연재수 :
124 회
조회수 :
34,220
추천수 :
1,066
글자수 :
694,692

작성
23.08.30 14:33
조회
121
추천
4
글자
10쪽

109화 지하요새 잠입(1)

DUMMY

동쪽에 희미한 여명의 빛이 피어날 무렵.


바위에 등을 기댄 채, 제니스가 작은 담요 하나를 움켜쥐고 쪼그리고 앉아있다.

새벽이 되어서야 간신히 눈을 붙인 그녀.

가늘게 벌린 입술 사이로 낮은 침음이 간헐적으로 새어 나왔다.


무언가 그녀의 곁을 파고드는 느낌에 힘들게 그녀가 눈을 떴다.


“...레오?”


그녀 옆구리에 파고들어 몸을 둥글게 말아 웅크리고 누워있던 고양이.

손으로 슬며시 만져주니 나지막하게 골골송을 시전한다.


“나쁜 놈! 어디 갔다 왔어?”


마치 원망이라도 하는 듯한 말투로 그녀가 손가락 끝으로 녀석의 머리통을 콕 눌렀다.


야아옹!


“네가 쿤이하고 같이 가줬더라면 쿤이 아직 살아있을 거잖아.”


금세 다시 잔뜩 어두워진 표정으로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하고, 닭똥 같은 눈물이 볼을 타고 또르르 굴러내렸다.

발동석을 장착하는 제단 근처에 적은 없을 거라 댄이 말했었다.

직접 가본 적은 없지만 댄의 능력으로 보면 그가 말한 것은 확실한 사실.

그렇다면 쿤의 미간을 관통한 화살 무엇일까? 미리 이런 일을 예상한 놈들이 설치해놓았던 덫이었을까?


쿤이 죽게 된 일.

댄이나 레오의 잘못도, 아니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하지만, 견딜 수 없이 화가나 머리를 다 뜯어버리고 싶은 심정을 그녀는 간신히 억누르고 있었다.


깊은 한숨을 천천히 내쉰 그녀.

마음을 다스리며 다시 눈을 감았다.



* * *




어느새 밝아진 세상.


전날과는 다른 무거운 몸을 이끌고 헌터들이 행군을 시작했다.


“레오!”


꼬리를 하늘 높이 일자로 쳐들고 총총걸음으로 쌤의 뒤를 따라가던 고양이를 댄이 불러세웠다.


“돌아다니며 버프 돌려라.”


댄의 말에 마치 명령하지 말라는 듯, 레오가 고개를 홱 돌리고, 예의 그 거들먹거리는 걸음으로 제니스를 향했다.


“전방 200미터 아르수스 몇 마리 있다.”

“뭐?”


레오가 듣도록 한 말이지만 먼저 반응한 것은 제이크였다.


“그럼 몇 마리 잡아서 배부터 채우는 게 낫겠지? 모두 허기져 있을 건데.”

“넌 지금 이런 상황에도 고기가 목으로 넘어가냐?”


손바닥으로 제이크의 어깨를 갈긴 제니스. 눈을 흘기고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 말이 맞아. 그렇긴 한데. 그래도 금방 또 적들하고 싸워야 할 건데, 모두 기운은 차려야지.”


그 말에 주변에서 힘들게 걸음을 옮기던 헌터들도 쭈뼛거리면서도 제니스의 눈치를 보고 있다.


헌터가 목숨을 잃었다.

리더인 댄과 ‘오빠 동생’하던 소녀였다.

재능도 뛰어나고 사기를 진작시킬 줄 아는 분위기 메이커였다.

모두 그녀를 사랑했기에 그녀의 죽음은 모두에게 큰 충격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넉넉한 추모의 시간을 가진다는 것은 불가능한 사치다.

그들 모두 그녀처럼 어느 때라도 사지에서 목숨을 잃을 수 있는 것이 현실.

그들에게 주어진 임무가 있어 이곳까지 온 것이기에 다시 그들 앞의 전투에 뛰어들어야 한다.


“레오..”


목소리를 부드럽게 하고 댄이 다시 고양이를 불렀다.


“뒷다리 부드러운 살로 맛있게 구워줄게.”

야아우웅


그 말에 마치 못이기는 척 새초롬한 울음을 흘린 레오.

허공으로 번쩍 뛰어올라 순식간에 황금의 빛무리를 헌터들의 몸 주위에 흘려 넣었다.

제니스의 어깨 위에 살포시 내려앉은 녀석.

그녀의 볼에 얼굴을 슬며시 문지르자 금세 그녀의 볼이 발그레한 홍조를 되찾았다.

눈물을 잔뜩 머금은 눈동자로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간 제니스.

손을 들어 그녀가 녀석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얼마 후.

산 아래 키 큰 풀숲 속에서 헌터들의 작은 파티가 열렸다.

그들 옆에 허연 갈비뼈만 앙상하게 내밀고 내장과 검은 핏물만이 바닥에 드리운 아르수스 다섯 마리.


이미 그들 주위에 시커먼 곤충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나무 위와 풀숲에 몸을 숨긴 놈들이 그들이 떠나기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한쪽 날개길이만 30센티가 넘는 풍뎅이를 닮은 놈들부터 거미와 딱정벌레를 닮은 솥뚜껑만한 괴생명체들이 몸을 납작 엎드리고 남겨진 내장과 가죽을 차지하기 위해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헌터들이 다시 길을 떠나자 시커멓게 몰려든 놈들.

삽시에 아르수스는 발톱 하나 남기지 못하고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 * *




“오른쪽으로 간다.”


수수와 같은 길쭉한 이파리를 헤치며 선두로 나아가던 댄.

손을 들어 그들의 오른쪽에 있는 작은 늪지를 가리켰다.


그들이 점령해야만 하는 지하 요새는 그들로부터 1킬로미터 전방.

흙빛 벽돌과 같은 재질로 마치 둥근 언덕의 형태의 모습이다. 요새를 덮고 있는 출입구 근처에는 한 소대의 중무장한 네뷸로리안 용사들이 잠복해 있다.

언덕 위에 자라고 있는 잎이 많은 활엽수와 수풀은 주변의 자연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멋모르고 그곳을 지나가는 자가 있다면 그곳이 놈들의 중심 요새라는 걸 절대로 알아차리지 못할 터.


마치 레이더처럼 주변 적의 요새와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댄만이 놈들의 추적을 피하며 은밀하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다.




답답하고 음침한 늪지대에 닿았다.

볼에 닿는 축축한 수증기가 불쾌하다.


첨벙! 첨벙!


헌터들의 발밑에서 늪지의 물이 마치 귀찮다는 듯 소리를 낸다.

질척거리는 땅을 밟을 때마다 밀려갔던 거무스름한 물이 되돌아와 전투화의 발목을 감는다.


부르르르르

커어어어어억!


갑자기 헌터들의 앞에 나타난 네뷸리크록 한 마리.

악어를 닮은 놈이 커다란 입을 벌리고 창날 같은 이빨을 번뜩이면서 댄에게 덤벼들었다.


츠파팟!


아무 감흥없이 무심하게 놈을 향해 팔을 뻗은 댄.

손가락 끝에서 터져나간 시퍼런 번갯불이 놈의 전신을 훑고 지나갔다.

허공에 붕- 떠올라 온몸에 푸른 빛을 터뜨리며 기괴한 신음을 토한 놈.

뒤집혀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며 흰 배를 내밀고 누워 경기를 일으키듯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갑자기 나타난 놈 때문에 한순간 눈이 똥그래졌던 헌터들.

곧 그렇게 죽어가는 놈에게 무관심한 듯 댄이 가는 방향의 앞쪽을 살피며 걸음을 옮겼다.



늪에서 벗어나자 댄이 걸음을 멈췄다.


“다 왔다.”


헌터들을 돌아본 댄이 손가락으로 그의 앞쪽을 가리켰다.


커다란 두 그루의 나무가 댄의 양쪽에 서 있고 그 사이로 바싹 마른 잔디가 펼쳐져 있을 뿐.

들어갈 수 있는 입구가 보이지 않았다.


“....땅속인 거야?”


언뜻 쌤이 댄의 발치와 그의 앞 지면 위를 살폈다.


“아니. 바로 여기야.”


두 걸음 앞으로 발을 내디딘 댄.

손을 펴고 자신 앞의 허공을 여기저기 눌러보고 있다.

마치 팬터마임이라도 하듯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허공에 손가락을 누르고 있는 댄을 보고 있는 헌터들.

놀란 얼굴로 침을 꼴깍 삼키며 그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뭐가 이렇게 많아!”


낮은 목소리로 마치 불평이라도 하 듯, 혼잣말로 중얼거린 댄이 헌터들에게 고개를 돌렸다.


“모두 양옆으로 비켜서 있어. 일부러 잡을 필요는 없다.”

“....?”


그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헌터들이 양쪽으로 서 있는 나무의 외곽으로 재빨리 걸음을 옮겼다.


손에 네뷸라의 송곳니를 든 댄.

마치 북이라도 찢는 듯 허공에 칼날을 꽂았다.


부우우우우우우욱!!


헌터들의 눈앞에서 허공이 찢어져 나갔다.

그 속에서 와르르 쏟아져 나오는 괴생명체들.


시커먼 괴생명체들이 끝도 없이 몰려나오고 있다.

입을 떡 벌리고 놀란 눈으로 양옆에 서 있는 헌터들은 관심조차 없다는 듯.

마치 감옥에 갇혔다가 풀려난 것마냥 줄행랑치듯 어두운 늪지 속으로 빨빨거리며 자취를 감추었다.


한참 후에야 마지막으로 나온 거대한 바퀴벌레를 닮은 한 놈.

커다란 더듬이를 이리저리 돌려보며 그 자리에서 빙빙 돌고 있다.

너무 오랫동안 좁은 곳에 갇혀 있다 보니 방향감각을 잃은 모양.


그런 놈을 댄이 늪지를 향해 왼발로 걷어찼다.


뻐어엉!


멀리 날아가는 놈에게서 몸을 돌린 댄.

찢어진 채 입을 벌리고 있는 공간 안으로 그가 발을 옮겼다.


“서두르자.”


간단하게 말한 댄.

부지런히 걸음을 옮겨 통로를 따라 걷기 시작한다.


일단 안으로 들어서자 한순간 어둑어둑해진 그 내부.

발걸음을 죽이며 댄의 뒤를 따라 부지런히 일렬로 행진한 지 3분.


그들의 앞으로 네 갈래 거리가 나타났다.


“이제부터 네 그룹으로 나눈다. 쌤, 제니스, 제이크. 헌터들을 세 그룹으로 나눠서 레오한테 다시 버프 받은 후에 각자 통솔해서 이동해.”

“넌?”

“난 술사님하고 궁수 한 명만 어시로 데려갈게.”


그가 손을 뻗어 뒤에 서 있던 검은 로브를 입은 사내를 가리켰다.


“이 앞으로 가면 뭐가 있지?”

“네뷸로리안 병사들이 잠복하고 있다. 어차피 우리를 보자마자 놈들이 본부에 우리가 침입했다는 것을 알릴 테니 다른 거 신경 쓰지 말고 한 놈도 남기지 말고 모두 없애버려. 길을 따라 100미터 정도 이동하면 모두 서로 다시 만나게 돼. 먼저 도착한 조는 먼저 출발하지 말고 기다려.”


긴장으로 침을 꿀꺽 삼킨 싱가포르 헌터를 본 댄. 손으로 그의 어깨를 다독이며 여유로운 표정으로 입꼬리를 올렸다.


“주위를 잘 살피고 협력하면 아직은 어려운 일 없을 거야.”


고개를 돌린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나와 함께 갈 궁수 지원자 있나?”

“...내가 갈게요.”


앞쪽에 서 있던 프랑스 비르지니가 한 발 앞으로 나왔다.


“오케이. 고마워.”


입꼬리를 올린 댄이 다시 입안으로 무엇인가 중얼거렸다.


“..뭐라고?”


옆에 서 있던 제니스가 댄의 옆에 바짝 붙어 귀를 기울였다.


“내 그림자들 뒤 잘 따라가라고.”


그의 말에 언뜻 고개를 돌린 제니스.

자신을 바라보며 씨익 웃는 또 다른 댄을 마주했다.

그가 두툼한 손잡이를 허공에 휘두르자 시퍼런 도끼날이 허공에서 커다란 궤도를 그렸다.


“...역시!”


그녀가 손을 뻗어 사내가 쥐고 있는 도끼날을 손끝으로 문질렀다.


“난 여러 댄 중에서 도끼댄이 제일 좋아. 카리스마 있고 힘도 최고고.”


그녀의 말에 사내가 흡족한 듯, 다시 한번 도끼를 허공에 휘리릭 돌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32 베르겐
    작성일
    23.08.30 16:18
    No. 1

    실전에서 도끼만큼 강한 무기가 없다고 들었는데. 역시 댄에게 어울린다고 저도 생각합니다. ㅎㅎ
    작가님 재밌게 읽었습니다.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염병! 빌어먹을 헌터들이 다 내 뒤로 숨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시간이 자꾸 늦어지고 있습니다. +2 23.08.12 60 0 -
공지 휴재공지(7월 25일-27일) +4 23.07.25 42 0 -
공지 소설의 제목을 변경하였습니다. +1 23.06.08 101 0 -
공지 연재 시간 : 매일 낮 12시~ 1시 사이입니다. 23.05.16 119 0 -
124 마지막화 - 또 다른 시작 +3 23.09.19 146 9 22쪽
123 122화 회귀 +1 23.09.18 106 5 13쪽
122 121화 희생 +2 23.09.15 113 4 21쪽
121 120화 배신(4) +1 23.09.14 109 4 14쪽
120 119화 배신(3) +1 23.09.13 110 5 12쪽
119 118화 배신(2) +1 23.09.12 107 4 12쪽
118 117화 배신(1) +1 23.09.11 116 4 10쪽
117 116화 이클립시아(3) +1 23.09.08 108 5 11쪽
116 115화 이클립시아(2) +1 23.09.07 108 4 11쪽
115 114화 이클립시아(1) +1 23.09.06 109 4 10쪽
114 113화 지하요새 잠입(5) +1 23.09.05 103 4 11쪽
113 112화 지하요새 잠입(4) +1 23.09.04 111 5 11쪽
112 111화 지하요새 잠입(3) +1 23.09.01 105 5 10쪽
111 110화 지하요새 잠입(2) +1 23.08.31 109 5 10쪽
» 109화 지하요새 잠입(1) +1 23.08.30 122 4 10쪽
109 108화 흑마법 연구소(18) +1 23.08.29 118 4 10쪽
108 107화 흑마법 연구소(17) +2 23.08.28 122 4 13쪽
107 106화 흑마법 연구소(16) +1 23.08.27 125 5 10쪽
106 105화 흑마법 연구소(15) +2 23.08.26 123 4 10쪽
105 104화 흑마법 연구소(14) +1 23.08.25 124 5 10쪽
104 103화 흑마법 연구소(13) +1 23.08.24 126 4 10쪽
103 102화 흑마법 연구소(12) +1 23.08.23 128 4 10쪽
102 101화 흑마법 연구소(11) +1 23.08.18 124 5 10쪽
101 100화 흑마법 연구소(10) +1 23.08.17 130 4 10쪽
100 99화 흑마법 연구소(9) +1 23.08.16 163 5 10쪽
99 98화 흑마법 연구소(8) +1 23.08.14 134 6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