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병! 빌어먹을 헌터들이 다 내 뒤로 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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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르블랑
작품등록일 :
2023.05.10 11:14
최근연재일 :
2023.09.19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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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07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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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15화 이클립시아(2)

DUMMY

- 달그락 달그락


공간의 내부로 들어온 신의 형상.


낡고 여기저기 녹이 슨 풀 플레이트 아머를 두르고 있는 조형물.


- 철컥


검붉은 쇳가루를 날리며 걸어 들어온 형상이 걸음을 멈췄다.

마치 살아있는 존재가 그 안에 있는 것처럼, 투구 안면의 눈 부위 구멍이 이클립시아를 향하고 있다.


다음 순간, 찌그러진 판금 부츠가 번쩍 들렸다가 그대로 바닥을 내리쳤다.


쿠쿵!


공간 안의 대기가 둥그런 파장을 일으키며 마치 파도치듯 퍼져나갔다.

몸에 부딪히는 파장의 압력에 한순간 짜릿한 감각이 온몸을 타고 흐른다.


바닥까지 닿은 파장이 검은 구멍을 벌리고 휘돌고 있는 소용돌이를 단숨에 덮어버렸다.

날카로운 전율이 바닥 전체에 파르르 번졌다.


가늘게 뜬 눈으로 신의 형상을 노려보던 이클립시아.

낮은 침음성을 흘린 그녀가 아랫입술을 짓씹었다.


“겨우 녹슨 철판 조각들로 제 일을 방해하실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소녀의 차가운 말투가 허공에 퍼져나갔다.

마치 얼음 바늘처럼 날카로운 침이 온몸에 박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헌터들이 몸을 움츠렸다.


“허접한 삼류신 주제에!”


흑검을 높이 쳐든 그녀.

허공을 가르고 단숨에 신의 형상에 덤벼들었다.


캉!


흑검의 검선이 흉갑의 가슴 부분을 스쳐 지나갔다.

너울거리는 검은 빛무리가 폭발하며 가슴을 보호하는 강철판이 움푹 패었다.


“감히 고귀한 네뷸로리안 족을!”


다시 흑검의 검선이 횡으로 흘렀다.


카캉!


목 부분에서 날카롭게 절단된 신의 투구가 허공에 떠올라 빙그르르 돌았다.


떨거덕!


바닥에 떨어진 투구가 바닥 위를 떼구르르 굴러갔다.

머리를 잃은 신의 형상이 순간 중심을 잃고 두 다리를 휘청거렸다.


“잘 가시오. 신이여어어!”


사자의 포효와 같은 기함을 토해내며 그녀가 다시 한번 신의 형상에게 덤벼들었다.

흑검의 뾰족한 날 끝이 신의 형상의 심장을 향해 일직선으로 공기를 갈랐다.

날카로운 파공음이 고막을 찢듯이 울렸다.


까앙!


굉음과 함께 검선이 한순간 45도로 휘어졌다.

머리통이 없는 공허한 허공을 흑검의 검선이 가르고 올라갔다.

이등분으로 잘린 대기의 절단면에 거무스름한 불꽃이 파드득 튀었다.


우람한 도끼를 휘두른 댄의 그림자.

시퍼런 도끼날을 문지른 손가락 끝을 마치 맛이라도 보듯, 혀끝에 대고 히죽거리는 웃음을 흘렸다.


“...하찮은 거머리가!!”


양 눈꼬리를 위로 치켜올린 소녀.

시뻘건 광채를 번뜩이며 도끼댄을 향해 흑검을 크게 휘둘렀다.


카캉! 캉! 캉! 캉! 캉! 카앙!


무기를 들고 덤벼들던 댄의 그림자들이 모두 흑검의 궤적 밖으로 밀려났다.


흑검을 다시 쳐든 소녀의 눈에 빠르게 걸음을 옮겨 신의 투구를 두 손으로 집어드는 인간 여성이 들어왔다.


순간 소녀가 손을 동그랗게 말고 마치 투수가 공을 던지듯 제니스를 향해 맨손을 휘둘렀다.


“한 놈!”


쐐애애애액!


소녀의 손에 쥐어있던 공기 덩어리가 창졸간 수백의 얼음 바늘로 형상화되어 폭발하듯 날아갔다.


티티티티티티티티티티팅!


한순간 그녀의 앞으로 날아와 가로막은 댄의 그림자.

도끼를 휘둘러 대부분은 흘려보냈다.


“...커억..!”


벌어진 입 밖으로 붉은 핏물을 토해낸 도끼댄.

부르르 떨리는 손아귀에서 도끼자루를 떨구었다.

그런 그의 목과 가슴 허벅지에 파고든 얼음 바늘의 자국이 퍼렇게 번졌다.


“...대앤!”


투구를 형상의 목 위에 올려놓은 제니스.

쓰러지듯 무릎을 꿇고 댄의 손을 쥐었다.


그런 제니스를 올려다보는 댄의 눈빛에 머물던 빛이 한순간 사라졌다.


“...이...죽일 년!”


손에 활을 쥔 그녀.

화살을 한 움큼 움켜쥐고 시위에 몽땅 멨다.

이빨을 악물고 소녀를 노려보는 그녀의 눈에 불꽃이 튀었다.






카캉!


세검을 휘두르던 댄의 검날이 소녀의 흑검에 막혔다.


“세 놈!”


푸욱!


흑검의 날 끝이 댄의 복부를 그대로 뚫고 들어왔다.

일획(一劃) 동작으로 관통한 검을 뽑아낸 소녀의 시선이 철퇴를 들고 있는 댄에게 향했다.


“...흐음?”


발밑의 땅이 갈라지더니 냉기가 솟구쳐 올라왔다.

곧장, 마치 굵직한 장미덩굴 같은 얼음넝쿨이 휘몰아쳐 그녀의 발목을 묶었다.

순식간에 무릎 위로 타고 올라온 흰 덩굴이 그녀의 허벅지에 흰 꽃봉오리를 맺고 있다.


“하찮은 짓거리 하고는...!”


소녀가 발에 슬쩍 힘을 주자,


꽈드득!


하얀 눈 조각으로 알알이 깨진 알갱이들이 허공에 비산한다.

코웃음을 친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철퇴의 체인을 가볍게 쥔 소녀.

슬쩍 앞으로 당기자 하릴없이 끌려온 댄의 그림자.

가냘픈 손으로 댄의 목을 쥐었다.


스르르르


소녀의 손가락이 한순간 고무줄처럼 길어진다.

마치 밧줄로 돌돌 말아 묶듯 삽시에 댄의 목을 휘감은 소녀가 슬며시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소녀의 손아귀에서 바둥거리며 댄이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

시뻘겋게 변한 얼굴.

벌어진 입안에서 붉은 핏덩어리가 거품처럼 끓어올랐다.

부풀어 오른 안구가 찢어지고 터지며 소켓에서 빠져나와 땅으로 굴러떨어졌다.

공허하게 뚫려있는 눈의 소켓에서 피가 흘러나와 안면을 붉게 물들인다.


양손을 늘어뜨리고 움직임을 멈춘 댄.

그제야 소녀는 댄의 목을 감았던 손가락을 풀었다.


“...흐음?”


가늘게 뜬 그녀의 시야에 허공을 새까맣게 뒤덮은 화살들이 들어왔다.

모두 자신들을 향해 날아오고 있다.

가볍게 흑요석 날개로 온몸을 덮자,


후두두두두두둑!


마치 지푸라기처럼 화살들이 바닥에 쏟아져 내렸다.


회오리를 일으켜 한 번에 헌터들을 몰살시키려는 그녀. 익숙한 감각을 느끼고 다시 고개를 돌렸다.


자신을 향해 손을 벌리고 노려보고 있는 사내.

그림자를 불러내고 얼음덩굴을 만들더니 이제 하찮은 마법을 걸려고 하고 있다.


‘...감히 내게 공포를 걸겠다고?’


콧방귀를 뀐 그녀가 두 눈을 날카롭게 뜨고 댄을 응시하며 입꼬리를 올렸다.


앞으로 뻗은 댄의 팔이 조금씩 떨리기 시작한다.

조금씩 경련이 심해지더니 마침내 얼굴이 점점 일그러진다.

근육이 발작을 일으키듯 얼굴 전체가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변해버린 댄. 안구의 실핏줄이 터져 눈동자에서 붉은 핏물이 고여 볼을 따라 흘러내렸다.


그런 댄을 보며 양손을 불끈거리던 헌터들.


“그래! 여기서 죽어보자앗!!”


창과 이도를 든 쌤과 제이크가 동시에 소녀를 향해 덤벼들었다.


휘리릭!


귀찮다는 듯 휘돌린 그녀의 왼손이 일으키는 회오리바람에 휘말려 벽에 부딪힌 두 사내.


쿠쿵!


바닥에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그런 그들을 돌아본 이클립시아.


“빨리 죽고 싶어 안달하나 본데. 선물을 주마!”


한쪽 입꼬리를 올리고 비웃음을 흘린 소녀가 다섯 손가락을 꼬물거렸다.


후두두두둑!


소녀 뒤쪽의 공간이 깨지고 중형종 괴생물체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모두 공격진영으로!”


쌤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공간을 울렸다.

긴장감과 비장함으로 무기를 쥔 손에 힘을 꽉 준 헌터들.

몰려오는 괴생물체를 향해 돌진한다.



꼼짝하지 않고 그대로 서 있던 신의 형상.

그제야 조금씩 눈에 희미한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질긴 놈이군!’


소녀의 눈에 비친 인간 사내.

두 다리를 덜덜 떨고 있지만 사내는 버티고 있다.

자신을 올려다보는 사내의 붉은 두 눈은 끓어오르는 분노로 가득 차 흐른다.

소녀가 체내에 있는 에너지를 상당히 쓰고 있는데도 허접한 하등생물인 인간 사내는 굴복하지 않는다.


“어차피 너는 이걸로 끝이다. 빨리 포기하고 편하게 죽어라!”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적당한 만큼의 에너지는 몸에 남겨놔야 한다.

찌그러진 철 조각을 뒤집어쓴 예전의 신이나, 배신을 일삼는 네뷸로리안 정예 병사들을 다루기 위해서도 모든 힘을 소모해서는 안된다.


스르릉!


소녀가 흑검을 손에 쥐었다.


“한 번에 보내주마!”


날카로운 목소리로 마치 비명을 지르듯 외친 소녀.

마치 얼어붙은 듯 꼼짝 못 하는 댄을 향해서 흑검을 세차게 휘둘렀다.






“...흐음?”


눈앞에 두 동강이 난 놈의 몸뚱이가 누워있어야 하건만.

놈의 모습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휙 돌린 소녀.

눈앞에 완전하게 바뀐 풍경에 눈이 가늘어졌다.


“...호수?”


소녀의 발목까지 차오르는 맑은 물.

360도 모두 돌아보아도 끝없는 지평선까지 물로 가득한 똑같은 풍경이다.


“...푸하아...!”


한순간 물속에서 벌떡 머리를 든 사내.

분명 자신의 손안에서 죽기 일보직전이었던 지구인이다.


[이클립시아!]


마치 동굴 속에서 들려오는 듯한 깊은 울림의 말투.

소녀가 몸을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몸 전체가 빛으로 이루어진 존재.

얼굴로 쏟아져 내리는 광선을 이기지 못하고 그녀가 고개를 슬며시 돌려 시선을 피했다.


한순간 그녀의 온몸에 남아있던 힘이 모두 빠져나가는 듯한 무력감이 몰려들었다.

신체를 바꿔가며 천년을 살아오며 섬기던 그녀의 신. 네뷸리시어스(Nebulysius).


대제사장이던 그녀의 모든 힘의 근원이었던 초월의 신.

네뷸로리안 족의 시초이자 마지막으로 추앙받았던 신은 한순간 그들 종족을 버렸다.


“우리를 버리신 것으로 부족하신가요?”


마치 한탄이라도 하듯 소녀가 침통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어찌하여 마지막까지 우리의 앞길을 막으려 하십니까?”


[너희의 앞길을 막은 것은, 내가 아니고 너희임을 너도 잘 알고 있지 않느냐?]


“......”


[셀 수 없이 많은 미래의 환영을 네게 보여주고 자각할 기회를 주었거늘...]


“우리는 우리 종족의 미래를 위한 길을 따른 것 뿐입니다.”


[그래서 지금 네 행성을 이 모양으로 만든 것이냐?]


“손가락 하나만 휘둘러도 지금 벌어지는 재난 정도는 멈출 능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백성을 탓하는 게으르고 이기적인 신을 어느 누가 섬기겠습니까?”


침을 꼴깍 삼킨 소녀.

하고 싶은 말을 참지 않고 계속 내뱉기 시작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백성을 갈아타는 그런 박쥐와 같은 신을 저는 절대로 인정할 수 없습니다.”



그녀의 주변을 눈부시게 밝히던 빛이 한순간 사라졌다.

슬며시 고개를 돌린 그녀.


신이 있던 자리에 서 있는 사내.

손에 쥐고 있던 붉은 기운을 뿜는 창을 허공에 휘돌린 사내가 그녀를 빤히 노려보았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한쪽 입꼬리를 올리고 웃음을 흘린 인간.

소녀에게 덤벼보라고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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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32 베르겐
    작성일
    23.09.07 16:49
    No. 1

    이런 대서사를 끊임없이 연계된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작가님 재밌게 읽었습니다.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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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117화 배신(1) +1 23.09.11 116 4 10쪽
117 116화 이클립시아(3) +1 23.09.08 108 5 11쪽
» 115화 이클립시아(2) +1 23.09.07 109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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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110화 지하요새 잠입(2) +1 23.08.31 109 5 10쪽
110 109화 지하요새 잠입(1) +1 23.08.30 122 4 10쪽
109 108화 흑마법 연구소(18) +1 23.08.29 118 4 10쪽
108 107화 흑마법 연구소(17) +2 23.08.28 122 4 13쪽
107 106화 흑마법 연구소(16) +1 23.08.27 125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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