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병! 빌어먹을 헌터들이 다 내 뒤로 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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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르블랑
작품등록일 :
2023.05.10 11:14
최근연재일 :
2023.09.19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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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11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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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화 배신(1)

DUMMY

- 빠지지지직


소녀의 머리 위 투명한 천장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가느다란 실금이 한두 개 그어졌을 뿐.

하지만, 금세 수십, 수백의 균열이 그녀의 머리 위를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쫙쫙 터져나간다.


그런 천장 위로 모습을 드러낸 존재.

투명한 천장을 찍어누르고 있는 거대한 검회색 손바닥.

그 손바닥 끝에 달린 세 개의 손가락.

끝에는 마치 렙터의 것과 흡사한 날카로운 발톱이 달려있다.


평범한 인간 정도는 손아귀에 쥐어 터뜨릴 수 있을 만큼 우람하고 흉포하다.


천장을 뚫고 들어온 발톱.

날카롭고 뾰족한 끝에서 싸락눈과 같은 흰 덩어리가 일렁였다.



두 손을 하늘 높이 세우고 괴물의 강림을 찬양하고 있는 소녀.

긴 머리카락은 하늘로 나부끼며 입 밖으로 애절하게 신음을 토해내고 있다.


마치 아이를 잉태하는 어린 여인의 모습과 흡사하다.


다른 점이란 아이를 낳기에는 소녀의 모습이 너무 어려 보이고.

생명의 탄생이란 것이 그녀 뱃속에서의 출산이 아니라 허공에서 강막(强膜)을 뚫고 나오려는 것.

또한 세상을 밝혀주는 빛이 되기 위한 새로운 시작의 약속이 아닌, 댄을 없애기 위해 우격다짐으로 뚫고 나올 구멍을 찾는 종말의 다짐이다.


“..으아아아아아악!!”


출산의 마지막 진통과 흡사한, 고통에 찬 괴음이 소녀의 입 밖으로 터져 나왔다.

전율로 떨리던 그녀의 몸은 이제 발작으로 바뀌었다.

극심한 경련으로 뒤틀린 소녀의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있다.


- 와지지지직!

- 쿠구쿠쿵!!


몸을 바짝 낮추고 상황을 살피는 댄의 날카로운 시야에 육중한 괴물의 몸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이 포착되었다.

기진맥진한 소녀는 탈진한 상태로 흑검을 오른손에 쥔 채 간신히 몸을 가누고 선 상태.


괴생명체가 바닥에 부딪히며 만들어낸 파도가 흰 포말을 뒤집어쓴 채, 공간 안을 휩쓸고 지나갔다.


“나의 뒤에 계신 네뷸리시어스여!”


두 눈을 부릅뜬 채 입 밖으로 신을 향해 외친 댄.


“루—트!”


입 밖으로 주문을 외우며 손바닥을 바닥에 내리찍었다.


- 쩌-억!


파고의 끝이 까뒤집히며 일렁이던 파도가 일시에 소녀와 괴물을 향해 덤벼들었다.

그 둘을 휘몰아치던 물기둥이 한순간 바닥부터 얼어붙기 시작했다.


“우선 너부터!”


번개처럼 소녀에게 덤벼든 댄.

괴물을 소환하느라 남은 에너지가 모두 고갈된 소녀의 눈은 이미 반쯤 감겨있다.


“죽어라!!!”


온몸의 힘이 모두 실린 댄의 오른손의 근육들. 불끈거리며 평상시의 두 배로 커진 그의 오른 주먹이 소녀의 복부를 관통했다.


“...커어억!”


검은 핏덩어리가 소녀의 입 밖으로 터져나왔다.

핏물이 흘러내리는 입술을 짓씹은 소녀. 하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공격과 마력을 쓸 수 있는 에너지는 더 이상 그녀의 몸 안에 존재하지 않았다.

안면과 가슴, 복부에 댄의 주먹이 쉴 새도 없이 와서 꽂혔다.


“더 이상 빼앗을 에너지도 없구나!”


바닥에 쓰러진 이클립시아를 댄이 노려보았다.

소녀를 노려보는 채로 손을 허공으로 올린 댄.

붉은빛의 창을 꺼내 손에 쥔 댄이 소녀의 목을 겨냥했다.


“꺼어어어허허헝!”


여전히 온몸에 흰 얼음꽃이 뒤덮인 채, 간신히 고개를 돌린 괴물이 댄을 향해 포효했다.


“네 차례 올 때까지 기다려!!”


마치 재촉하는 애완견에게 경고하는 주인마냥 놈에게 손가락질을 해 보인 댄.

소녀의 목을 향해 가차없이 창을 휘둘렀다.


- 뎅겅


검은 핏물을 뿌리며 소녀의 머리통이 허공을 가르고 날아갔다.

바짝 마른 맨바닥 위를 데굴데굴 구르던 소녀의 머리통이 마침내 멈췄다.

터져버린 안구에서 검은 액체가 줄줄 흘러나와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고 있다.


댄이 괴물을 향해 몸을 돌렸다.


겉 피부가 마치 오닉스로 조각된 것처럼 보이는 거대한 괴물.

들쭉날쭉한 흑요석 같은 판이 근육질의 몸체를 덮고, 그 위에 또다시 무시무시한 갑옷을 두르고 있다.

지구이든 니힐러스 행성이든 이 세상에는 절대로 존재할 수 없을 듯 보이는 존재.

형언할 수 없는 다른 세상의 광채로 반짝이는 놈의 거대한 형상은 공포와 함께 경외감마저 들게했다.


인간과 온갖 동물의 모든 특징이 기괴하게 융합된 형태의 괴기스러운 놈의 머리.

번쩍이는 두 개의 진홍색 눈은 마치 살아있는 불꽃처럼 놈의 눈 속에서 타오르고 있다.

두개골의 양쪽에서 튀어나온 긴 흑단 뿔 두 개.


댄을 노려보는 놈의 입은 위협적으로 빛나는 톱니 모양의 이빨로 가득 차 있다.


그러한 그로테스크한 형상의 정점을 찍고 있는 것.

두개골 위 양쪽으로 초승달처럼 뒤로 휘어져 감겨있는 뿔이다.


“기괴하고 강할수록 좋다. 내가 네 놈의 힘을 모두 흡수해 줄 터이니!”


버둥거리는 놈을 바라보는 댄의 한쪽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두꺼운 다리로 놈이 안간힘을 쓰며 꽁꽁 얼어있는 얼음 속에서 벗어나려고 바둥거리자, 굵직한 힘줄이 발굽에서부터 무릎까지 우람하게 꿈틀거린다.


창을 앞으로 쥔 댄이 놈을 향해 몸을 날렸다.


- 휘리리릭


허공에서 풍차처럼 휘돌려진 시뻘건 창이 미려한 선을 그으며 놈의 머리를 그었다.


“...역시.”


낮은 침음을 흘린 댄.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알지도 못할 놈의 갑옷 표면을 댄의 창이 뚫지 못한다.

아니, 작은 스크래치라도 주었는지 알 수없을 정도.


놈의 몸을 얽고 있는 얼음 줄기가 녹아버리기 전에 어떻게든 놈의 힘을 가능한 만큼 약화시킨다.


“....그렇다면!”


맨주먹을 불끈 쥔 댄. 놈의 이글거리는 눈을 겨냥했다.


뻐—엉!


그다지 충격을 준 것 같지는 않으나 다음 순간 댄의 전신이 불끈거리기 시작한다.


“다시!”


뻐—억!


댄의 주먹이 강타한 오른쪽 눈동자 위의 눈꺼풀이 내려왔다.

파르르 떨리는 놈의 왼쪽 눈을 지켜보던 댄. 오른쪽 발을 번쩍 들었다.


하늘 높이 들렸던 댄의 다리.

놈의 왼쪽 동공 위를 발뒤꿈치로 그대로 찍었다.


푸—왁!


전투화의 발뒤꿈치에 박혀있던 뾰족한 마석 바늘이 그대로 놈의 눈동자를 뚫고 들어갔다.


“꺄흐으으으으윽!”


이제 시각도 잃어 시야를 볼 수 없는 놈을 몇 방만 더 때릴 수 있다면,

단 몇 방만으로도 엄청난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댄이 허공으로 온몸을 날렸다.


한방, 한방 최대한의 힘을 몰아쳐 놈이 힘을 빼앗는다.


놈의 턱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온 힘을 다해 주먹을 날릴때였다.


[그-마안!]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그의 귓전에 울렸다.


[네가 할 일을 잊었는가?]


공간을 꽉 채우는 신의 무거운 목소리에 댄이 순간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제야 놈을 없애고 그 터무니없는 힘을 모두 차지하겠다는 탐욕에서 댄이 벗어났다.


- 재깍재깍


곧 그의 귀에 다시 울리기 시작하는 초침.


돌아가 다른 헌터들과 합류하고 부지런히 그곳을 파괴해 버려야 한다는 것을 망각하고 있었다.

괴생명체를 불러낸 이클립시아의 목적은 어쩌면 자신의 목숨을 유지하려는 것이 아니었을지도...

소환하는 과정에서 남아있는 힘을 완전히 소진해야 한다면 그것은 백퍼센트 자신의 패배를 의미하는 것 아닌가.

아무래도 승산이 없는 상황.

놈을 불러내어 시간을 끌기 위한 작전이었다.


이클립시아 자신의 궁극적인 목표는 지구를 니힐러스 행성과 똑같은 환경으로 만드는 것 아니었나.

하마터면 그녀의 작전에 말려들어 지금까지의 모든 임무를 실패로 끝낼 뻔했다.


댄이 뒤로 물러서서 숨을 고르자,

한순간 공간이 압축되기 시작했다.

창졸간 우주 공간에 떠 있는 채 남겨진 댄.


순식간에 응축되어 마치 커다란 공의 모습이 된 공간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온몸이 꺾이고 뒤틀린 채 그 공간 안에 눌려 꼼짝하지 못하고 있는 괴생명체.

공의 부피가 점점 더 줄어들며 한순간 놈의 몸이 폭발하듯 찢겨지고 터져나갔다.


시커먼 액체가 구체(球體)안을 가득 채우며 내부의 표면에 흘러내렸다.



동시에 댄의 귓가에 들려오는 헌터들의 외침 소리.


눈을 뜰 수 없이 시야가 한순간 밝아져 자신도 모르게 댄이 눈을 꽉 감았다.






“...대앤!”


황급한 제니스의 고함.

눈을 뜬 댄의 시야에 창과 화살이 날아들었다.


- 티팅!

- 캉!


그의 앞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푸른빛이 날 듯이 스쳐 지나갔다.

그 빛무리의 날카로운 끝에 날아오던 화살이 부딪쳐 방향이 바뀌었다.

동시에 그의 등 뒤에서 들려오는 쇠와 쇠가 부딪히는 묵직한 소리.


댄의 등을 향해 날아오던 창날 끝을 흘린 제이크의 싸울아비 장검의 날 끝이 댄의 시야에서 반짝였다.


“어디 갔었어? 무기도 없이!”


맨손인 댄을 돌아보며 쌤이 외쳤다.


“....아!”


얼른 손을 들어 허공에서 창을 꺼낸 댄.


“고마워.”


입꼬리를 올리며 엄지를 치켜올리는 댄을 보며 제이크가 피식 웃었다.


“네 등은 내게 맡기라고 했었지?”


주먹으로 제 가슴을 강하게 때린 제이크. 제니스를 향해 덤벼드는 네뷸로리안 병사를 향해 다른손에 들고 있던 단검을 날렸다.


어깨에 검이 박힌 놈이 시선을 돌려 제이크를 노려보았다.

건틀릿으로 검의 손잡이를 우격다짐으로 뽑아낸 놈이 제이크를 향해 단검을 조준했다.


- 티팅!


날아오는 단검이 휘돌리는 붉은 창의 궤적에 말려 하릴없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동시에 간격을 좁혀드는 사내의 붉은 창의 검선이 놈의 목을 가르고 지난다.


- 뎅겅


‘어떻게 된 거지? 섀도우베일 쪽에서 협공해준다고 협약하지 않았나.’


물론 요새의 심장 주위에 네뷸로리안 병력이 남아있을 것은 당연한 이치.

하지만 그렇게 보기엔 그 수가 너무 많아 보였다.


이미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적의 숫자도 기십은 된다.

전투 중 숨진 헌터들의 모습도 여섯은 넘어가는 듯.


“....이놈들!”


이빨을 악문 댄.

허공에서 마석 구슬을 한 움큼 꺼내 놈들이 몰려있는 곳으로 힘껏 뿌렸다.


콰콰콰콰쾅!


한순간 시선을 댄에게 돌린 모든 적들과 헌터들.


“크아아아아악!!”

기괴한 기함을 터뜨린 댄이 창대의 끝을 잡고 허공 위로 높이 날아올랐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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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32 베르겐
    작성일
    23.09.11 16:53
    No. 1

    단기필마 댄의 위력에 속이 시원합니다.
    재밌게 읽었습니다. 작가님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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