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하추풍검 - 5분 후 갈라져 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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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렉스
작품등록일 :
2023.05.10 18:38
최근연재일 :
2023.10.12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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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06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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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즉발도공 유영 1

DUMMY

"이월, 당신은 이제 재앙을 일으킬 힘을 손에 넣었어요."


수련이 끝난 직후 수희가 내게 했던 말이다.


"앞으로 더욱 신중한 선택과 건전한 행동을 하도록 하세요. 무의식의 늪에 빠져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지 마세요."


그녀는 내가 힘 있는 자이기에, 그 힘을 올바르게 사용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옛날에 노요한이 일대제자들에게 당부했던 말이기도 하다고 그녀는 말했다.


"세상을 확실히 알기 전에는 그 힘을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돼요."


나는 이가살수문과 아버지의 슬하라는 세상은 알았다. 그렇기에 이천을 상대로는 내 힘을 거리낌 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회로 나온 지금은 다르다.


무분별한 힘의 발산은 재앙으로 이어진다.


그렇기에 이 세상을 좀 더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


좀 더 냉철해져야 한다.


루아를 이기게 하는 선에서 끝내는 게 아니라, 이 힘을 더 올바르게 쓸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수희는 그 방법에 관해서 내게 알려주었다.


"이월, 당신은 착한 심성을 갖고 있어요. 살수인데도 피에 미치지 않고 그 정도의 이성과 심성을 유지하는 건 기적에 가깝죠.


타인을 이롭게 하라, 그것이 뇌단법의 근원 정신이에요.


피에 젖은 지난날을 사죄하고 싶다면, 루아를 위해서만 싸울 게 아니라 이 세상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힘을 쓰도록 하세요."


백살존 이월.


그녀는 내 과거에 관해서는 필요 이상으로 묻지 않았다.


풍존 이월.


그저 미래의 내 모습에 관해서만 이야기했다.


"그 마음을 끝까지 지켜나가도록 하세요. 원한에 빠져서 요한이나 이천 같은 길은 걸어가지 마세요."


그 말을 기억했기에 나는 최소한의 선을 지켰고, 나운은 지금 내 부하가 되어 있다.


그리고 나는 이제 나선당의 두 번째 호법을 만나려 하고 있다.


발도문拔刀門.


만상발도공 조황현과 광변발도공 영힐이 한때 몸을 담았던 살수 문파.


발도문에서는 암살 대상의 상식과 의식을 속이는 방법을 가르친다.


상식을 속이는 발도란, 검술 외의 갖은 방법으로 상대방의 상식을 속이는 발도. 소위 말하는 비겁한 발도.


의식을 속이는 발도란, 다른 속임수는 쓰지 않고 오직 검술과 속도만을 이용하여 상대방의 의식을 뛰어넘는 발도. 대체로 정정당당하다고 받아들여지는 발도.


원래는 상식을 속이는 발도만을 가르치려 했으나, 초대 문주 조황현의 재능을 따라갈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탓에 의식을 속이는 발도를 섞어서 가르치게 되었다.


살수에게 정정당당함이란 언어도단이다. 늙어서도 살수로서 먹고살려면 힘과 속도 대신 지혜를 추구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한 조황현에게는 썩 내키지 않는 일이었지만, 문파의 부흥을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그런 그의 마음은 헤아리지도 않고, 오직 초속의 발도, 의식을 찌르는 발도만을 추구하여 조황현의 대척점의 선 문하생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영힐이었다.


영힐은 문파에 발을 들인 그 순간부터 계속 한결같이 발도문의 가르침을 정면에서 거부했고, 조황현은 그런 그를 미워했다.


그러나 영힐의 실력이 워낙에 뛰어났던 탓에 그를 내쫓지는 못했고, 쾌검을 지향하는 그의 시원한 검법에 영향을 받은 문하생도 점차 생겨나기 시작했다.


"오늘 풍존께서 만나셔야 할 유영이 그 중 한 사람입니다."


인형사 나운이 내게 낱낱이 고했다.


"유영은 속도 하나만을 꾸준히 추구한 끝에 영힐보다도 빠른 발도 속도를 얻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빨리 베는 남자라는 이명이 붙은 유명한 인플루언서입니다."


"인플루언서? 그게 뭐지?"


"모르시나요? 영향력 있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젊은 사람들이 쓰는 단어인가보군."


"당신도 15살이잖아요···."


나운이 어이없다는 눈길로 나를 보았다.


우리는 지금 고층 건물들이 잔뜩 들어선 대구 시내를 거닐고 있었다.


유영이 기다리고 있다는 곳에 도착해보니, 지하 노래방이었다.


"유영이 자주 드나드는 곳입니다. 유흥주점이죠."


"여자 끼고 술 마시면서 노는 곳인가?"


"맞습니다."


"왜 대낮부터 이런 곳으로 부른 거지? 그것도 살수라는 놈이 살수를."


"유영은 유명인이니까요. 당신과 싸워 이기는 걸 만천하에 보이고 싶은 거예요."


"사람 죽이는 모습을 만천하에 보인다고?"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당신 업적이 보통은 아니잖아요."


나운이 뒤통수에 깍지 끼며 말했다.


"초대 발도문주 조황현은 물론이고, 유영이 존경하던 영힐까지 이겼으니까 직접 만나보고 싶다는 거겠죠. 유영이 전화로 말했잖아요. 당신과 발도 속도를 겨루어보고 싶다고요."


"나는 그 녀석을 죽일 생각인데, 그 녀석도 알고서 나를 초대하는 거겠지?"


"물론이죠. 유영도 당신을 죽일 생각으로 가득 차 있어요. 방심하는 순간 당신이 거꾸로 죽을 거예요."


그가 검지와 중지를 들어 보였다.


"2미터. 2미터 안에 들어가는 순간 죽는다고 생각하십쇼."


"별로 넓지는 않군."


"범위나 다른 부가 능력들은 포기하고 오직 속도 하나에만 집중했으니까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나운과 함께 지하로 내려갔다.


가장 안쪽에 가장 큰 방이 있었는데, 저곳에서 유영이 기다리고 있다고 나운은 말했다.


나운이 방문을 두드리며 유영을 불렀다.


"유영, 나운입니다. 이월을 데리고 왔습니다."


안쪽에서 대답은 없었다. 주변이 무척이나 시끄러워서 노크 소리가 잘 안 들리는 것도 있었다.


나운은 한 번 더 문을 두드리며 문을 열어달라고 하였다.


"···어어, 들어오라고 해."


방 안에서 청년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리더니, 얼마 안 가 문이 열렸다.


몸에 쫙 달라붙는 원피스를 입은 여성이었다. 그녀가 나운과 가볍게 인사를 나누었다.


대체 이런 곳에서 뭐 하는 짓인가 싶었다.


"들어가시죠. 안에서 유영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운은 밖에서 대기하고 나 혼자 방안으로 발을 들였다.


선글라스를 쓰고 휘황찬란한 보석을 몸에 칭칭 감은 청년 한 사람이 방 안쪽에 앉아 있었다.


그는 치마가 짧은 여성 두 명을 양옆에 끼고서 놀고 있었다.


내가 가만히 서서 그를 내려다보는데, 그 역시 나를 올려다보더니,


"우리 이쁜이들, 잠깐만 밖에서 기다리고 있자."


하고서 여성들을 밖으로 내보냈다. 나는 그들에게 길을 터주었고, 그들은 꾸벅 인사하며 밖으로 나갔다.


문이 닫히고, 적막이 찾아왔다.


이제 이 공간은 나와 유영, 둘만의 것이 되었다.


"편하게 앉아."


방 안쪽에 거만하게 앉아 있던 유영이 그렇게 말했다.


그의 곁에는 검이 놓여 있었고, 나는 입구 근처에 서서 그와 2미터 이상 거리를 두었다.


주변을 둘러보는데 곳곳에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다.


"뭐냐, 이 장소는."


내가 물었다.


"내 실력을 뽐내기 위한 장소지."


유영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불쾌한 미소였다.


"우리가 싸우는 모습을 다른 사람들이 본다는 건가?"


"맞아."


"어째서지? 살수의 살법이 외부에 드러나 봐야 좋을 건 없을 텐데."


"돈과 명성이 되니까. 강자들을 벨 때마다 사람들이 돈을 쏴주거든."


"돈을··· 쏴준다고? 사람 죽이는 모습을 보고?"


"맞아."


유영이 찢어질 듯한 미소를 지었다.


"시작하기 전에 사전 인터뷰부터 나누어볼까."


그가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어디 보자, 이월, 나이가··· 15살이라고 했나? 겉보기에는 엄청 어른스럽네. 일단 나보다 어리니까 말 놓을게. 괜찮지?"


나는 당황스러움에 대꾸하지 못했다. 그가 계속 말했다.


"이가살수문 소속이랬나?"


"···."


"대답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내가 알아서 말할 테니까."


유영이 계속 떠벌렸다.


"내 이름은 유영이고, 발도문 출신이야. 이가살수문처럼 살수를 키우고 운영하는 문파지. 사용하는 무공은 심즉발도공心卽拔刀功. 마음먹은 즉시 베어 버리는 초고속의 발도술이지."


살수라면서 자기 정보를 아무렇지도 않게 늘어놓는 유영.


아무리 돈과 유명세를 위해서라고는 해도, 어쭙잖은 실력으로 저런 짓을 반복하다가는 오래 못 산다.


"아무튼 너는 월하추풍인이라고 해서, 바람을 칼날처럼 예리하게 벼려서 휘두르는 무공을 사용하는데···."


그는 나를 보며 말하기는 했지만, 저 설명의 대상은 이 현장을 지켜보고 있을 시청자들일 터였다.


"기를 볼 수 없다면 칼날도 볼 수 없어서 웬만한 무림인은 눈 뜬 채로 코가 베여 버리는 무공이라지."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굳이 숨기려 할 필요 없어."


유영이 말했다.


"지금은 현대고 신무림이야. 아무리 속이려 해도 100명이나 사람을 죽여대면 결국 드러날 수밖에 없지.


그러니 나는 차라리 나 자신을 유명인으로 만들어서 몸을 지키는 게 최선이라 판단했어."


"살수를 사람들이 유명인으로 인정해준다는 거냐."


"그래, 지금은 폭력의 시대니까.


그가 두 팔 벌려 웃었다.


"자, 여러분, 무림사대지존의 일각을 자칭하는 저 풍존 이월이라는 청년은 사실 15살짜리 꼬마입니다. 그의 정체는 단신으로 무림인 100명을 살해한 그 백살존이죠.


15살짜리 꼬마가 무림인 100명을 죽였다? 이거 완전 천재 살수 아닙니까?"


천재 살수.


그 말에 기분이 나빠지려 했다.


"그딴 게 뭐가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그렇게 떠벌리는 거냐."


"너 실력 좋다고 띄워주는 건데? 기쁘지 않아?"


나는 대답 대신 인상을 찌푸렸다. 유영이 실실 웃으며 나를 진정시켰다.


"자자, 내가 질문 하나 하지. 이월 군, 자네가 생각하기에 검이란 무엇이지?"


"이 자식, 언제까지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할 거냐."


"이건 진지한 질문이야. 이것만 끝내고 시작하자."


"사람을 죽이기 위한 도구."


"사람을 죽이기 위한 도구? 그것 참 중학생 남자애스러운 대답이로군."


"뭐라고!"


내가 발끈하는데, 유영은 여유롭게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검은 요리에 쓸 수도 있고, 종이를 자를 때에 쓸 수도 있고, 심지어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쓸 수도 있어."


"그딴 건 수도 없이 들은 말이야. 그런 말은 사람 죽이는 놈들이 방패처럼 써먹는 말이지."


내가 진지하게 말했다.


"적어도 이 시대에, 무공과 살수가 넘쳐나는 이 시대에 검의 7할 이상은 사람을 죽이는 일에 쓰인다고 장담할 수 있다."


"하하, 너 통계청 직원이야? 그걸 다 세어보기라고 했어?"


"뭐야?"


"아는 척 장난 아니네. 역시 몸만 컸지 세상은 전혀 모르고 있잖아? 15년 남짓한 짧은 기간에, 그것도 살수로만 살아온 우물 안 개구리가 할만한 생각이야."


유영이 으스대며 말했다.


"월아, 형이 알려줄 테니까 잘 들어. 신무림에서 검이나 무공은 말이야, 나만의 멋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야."


유영이 자리에서 일어나 일장 연설을 펼쳤다.


"자연에는 정말 다양한 구애 수단이 있어. 크고 아름다운 깃털을 펼치거나, 독특한 소리를 내거나, 기묘한 춤을 추거나 해서 암컷의 관심을 끌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거든?"


그가 계속 말했다.


"예나 지금이나 피 끓는 젊은이들은 넘쳐나고, 여자에 미친 놈들도 많아.


너는 학교를 안 다니고 사회에도 나가본 적 없으니 모르겠지만, 월아, 신무림에서 무공은 구애의 수단으로도 곧잘 쓰여. 멋지고 화려한 무공으로 여성의 관심을 끄는 거지."


"구애 행동이랑 발도문이랑 무슨 상관이지? 발도문에서 구애의 기술이라도 가르치나?"


뭐가 웃긴 지 유영이 실실 웃었다.


"사실 구애의 수단은 조금 과장해서 한 이야기긴 한데, 맥락은 비슷해. 발도문에 들어간 문하생 중에는 살인 기술을 배우려는 사람만 있는 게 아니라, 멋진 검법을 배우려는 사람도 많거든."


유영이 계속 말했다.


"매체에 나오는 발도술을 보면 정말로 멋지기 그지없어. 너도 영힐과 싸워봐서 알겠지만, 요즘에는 그런 검법을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 낭만의 시대야."


유영이 말했다.


"원래 발도문에서는 검을 뽑아서 휘두르기까지의 온갖 잡다한 준비 과정만을 가르쳤어. 예를 들어 뜨거운 차를 건네고 그 틈에 벤다든가, 고개 숙여 인사를 하는 틈에 벤다든가 하는 비겁한 기술들 말이야.


그런 전통 발도술을 처음으로 정면에서 거부한 게 영힐이야. 조황현을 비롯한 꼰대들은 영힐을 미워했지만, 영힐은 실력과 실적으로 입증했어.


얼마나 대단해? 그러니까 젊은 문하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영힐에게 푹 빠질 수밖에 없었지."


유영은 그렇게 말했지만, 내가 만났던 때의 영힐은 의식보다는 상식을 찌르는 발도술을 펼쳤다.


영힐의 검은 빠르기만 한 것이 아니라 검의 궤도가 불가사의하게 길어지고 휘어졌다. 그것은 의식이 아닌 상식을 찌르는 발도의 일면이다. 보통 검은 절대 그런 식으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이해할 수 있다.


결국 겉멋보다는 강함을 얻고 싶었기에, 노루미라는 타인을 지키고 싶었기에 그런 길을 택한 거겠지. 단순히 멋지기만 한 검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느꼈을 터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유영은 아예 검을 놓고 자아도취 하며 지껄였다.


"순수하게 의식만을 찌르고자 한다면, 순수하게 속도만을 늘려야 해. 마음먹은 순간 베는 심즉참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 의식을 찌르는 발도의 최고봉이야."


그의 발도론에 슬슬 따분해지려 했다.


"심즉참, 거기에 이르면 뭐가 좋은 거지?"


"딱히 좋은 건 없어. 사정거리에서 벗어나는 순간 맞추지도 못하게 되는 부실한 검법일 뿐이지."


"왜 그런 말뿐이고 실용성 없는 검법을 추구하는 거냐?"


"이봐, 내 말은 귓등으로 들었어?"


유영이 교단의 교주처럼 두 팔 벌려 소리쳤다.


"그야 멋있으니까!


그렇게 멋진 검법으로 적을 베면 사람들이 더 열광하니까!


모두가 개성을 추구하는 이 시대에서 한 분야의 정점에 이르렀다는 증거가 되니까!


군계일학이 될 수 있으니까! 평범함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까! 특별한 사람이 될 수 있으니까! 사람들에게 주목받으니까!"


그 말을 듣자 하니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내가 지금껏 보아온 놈들은 타인을 죽이지 못해 안달 난 놈들뿐이었는데, 이놈은 살법은 뒷전이고 개성에 관한 이야기만 지껄이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직후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다.


살수가 아닌 일반인 대다수는 이 녀석처럼 생각하고 행동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지금이 사람 죽이는 기술을 개성으로 받아들이는 시대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이런 시대이기 때문에 가능한 거야."


내 생각에 쐐기를 꽂는 한 마디를 유영이 말했다.


"미쳐 돌아가는 시대이기 때문에 미쳐버린 동경을 가질 수 있는 거야. 동서고금 유일하게, 지금 바로 이 시대에만 도덕의 선을 넘고 살인마를, 범죄자를 동경할 수 있어."


유영이 익살스럽게 웃으며 얼굴을 들이밀었다.


"몰랐어? 그렇다면 어서 와. 신무림에."


"···."


"왜 대답이 없어? 너한테는 자극이 너무 강했나?"


"유영."


진지한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그래도 너도 실력은 있으니까 나선당의 호법으로 고용된 거겠지?"


"그렇지. 사정거리 안에서는 조황현과 영힐보다도 강하지."


"그럼 너를 죽여도 할 말은 없겠군."


"나를 죽인다고? 네가?"


유영이 나를 비웃으며 다시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야, 말은 안 했지만 넌 이미 내 사정거리 안에···."


자신이 신무림의 젊은이를 대변한다고 말하는 듯한 저 유영이라는 청년.


그는 자기가 뭐라도 되는 듯 일장연설을 펼쳤지만, 실은 심즉참조차도 아니었다.


그가 검을 뽑는 속도보다 내가 노려보는 속도가 더 빨랐으니까.


9식 진·월공.


내 눈빛에 유영은 꼿꼿이 굳어버렸고 검 또한 뽑지 못했다.


그는 땀을 뻘뻘 흘리며 검을 쥔 손을 파르르 떨었다.


"뭐, 뭐냐, 이건···!"


살인에 열광하는 세상이라니.


이해할 수 없었다.


수희가 나더러 알라고 했던 세상이란 이런 끔찍한 세상인가?


나더러 신무림에 재앙이라도 일으키라는 것인가?


모르겠다.


그저 지금 당장 내가 알 수 있었던 것은···.


"웃기지 마. 나 유영이··· 너 같이 세상 물정도 모르는 애새끼를 두려워할 것 같아?"


내 경고에도 불구하고 그가 멈추지 않고, 주저하지 않고 검을 뽑으려 했다는 것.


내가 나름대로 정해놓은 선을 넘었다는 것.


"···알았다. 그게 네 선택이로군."


최소한의 선을 넘었다는 것.


"범람."


바람이 그의 목을 쳤고, 그는 머리만 하늘 높이 날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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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79 서부D4C
    작성일
    23.09.06 22:33
    No. 1

    나운은 3화에 걸쳐서 죽었는데 유영은 1화만에 죽었으니 과연 쾌속하군.....가짜인가?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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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작명사 협회 1 +1 23.09.22 57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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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천마신공 파비야 1 +1 23.09.18 46 2 13쪽
95 발도문 5 23.09.15 37 1 12쪽
94 발도문 4 23.09.14 34 1 11쪽
93 발도문 3 23.09.12 41 1 12쪽
92 발도문 2 23.09.11 40 1 12쪽
91 발도문 1 +1 23.09.08 41 1 11쪽
90 철위대식공 문암, 그리고··· 23.09.07 38 1 17쪽
» 심즉발도공 유영 1 +1 23.09.06 47 1 17쪽
88 뇌신인형술 나운 3 23.09.05 45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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