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하추풍검 - 5분 후 갈라져 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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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렉스
작품등록일 :
2023.05.10 18:38
최근연재일 :
2023.10.12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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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5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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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환림비검 최서용 2

DUMMY

살면서 용기를 내 본 적이 없었다.


나를 죽을 만치 괴롭히는 가족들에게 변변한 반항도 못 하고 살아오다, 정신을 차려 보니 살수가 되어 있었다.


내가 노루아의 끄나풀 100명을 죽이기 시작한 그날.


수첩의 첫 번째 페이지를 먹으로 채운 날의 일화다.


첫 실전은 어느 시골 동네에서 이루어졌다. 나는 둘째 형과 함께 신분을 숨기고서 그 동네에 잠입했다.


시골은 여러 매체에서 다루는 것만큼 민심 좋은 인간들의 동네가 아니었다.


항상 돈을 요구하고, 뻑 하면 일 좀 도와달라고 불러대고, 하루라도 안 나가면 뒷담 앞담을 안 가리고 해대니 그만한 텃세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구멍가게의 일을 도우러 가게 되었다.


여기서도 똑같이 지루한 잡일들을 맡아서 했는데,


매대의 뒤쪽에서 내 또래 소녀가 빼꼼 모습을 드러냈다.


현지, 그런 이름이었다.


"우리 해변에서 마주쳤었지? 저번에."


현지는 초면에 살갑게 말을 걸어왔다. 완전히 초면은 아니었지만···


"으응, 그랬지."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괜히 웃음이 나왔다.


이곳은 시골이라서 놀거리 따윈 없었다.


그렇다고 이야기라도 나눌 또래 아이도 없었던지라 우리는 자연스럽게 얼굴을 텄다.


"또 부르마."


"예에."


그날 저녁, 가게 주인의 배웅을 받아 가게에서 멀어져 가면서도 뭔가가 아쉬워서 뒤를 몇 번이고 돌아보았다.


현지도 여전히 그곳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후로도 몇 번 이 가게를 도우러 왔고, 그동안 우리는 점점 친해졌다.


"오늘은 진상 손님 없었어?"


내가 물었다.


"있었지. 아무렴 없으려고."


"그래, 너도 고생이구나."


"그것보다 이것 봐!"


현지가 사진을 꺼내 보여주었다. 하얀 털이 복슬복슬 자란 강아지였다.


"우리 집 강아지 귀엽지?"


"어? 응··· 푸들이야?"


"말티푸! 히히."


"아아, 말티푸···."


얼마 전에 입양한 강아지라는 듯했고 현지는 그날 내내 강아지 이야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런데 월아, 아침은 먹고 온 거야?"


"어어, 먹었지."


"뭐 먹었는데?"


"새우튀김?"


"어, 진짜? 맛있었겠다~."


"맛은 있었는데."


"있었는데?"


"좀 물려."


"왜?"


"우리 형이 튀김을 좋아해서 맨날천날 그것만 먹어. 그러니 안 물릴 수가 있겠어?"


"아아, 그렇구나."


"그렇지."


둘째 형은 몸 관리라는 개념을 모르는 것 같은데 신기하게도 근육질이라서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나는 몸이 약하다면서 아빠가 절대로 안 사줘."


"그래?"


여기서 현지와 더 가까워질 기회임을 느꼈다.


"혹시 그러면 나중에 내가 몇 개 가져와 볼까?"


"어? 진짜?"


"응."


"그러면 나야 고맙지!"


"그래, 다음에 불러주면 그때 가져올게."


"알았어. 약속이야?"


"응, 약속."


그날은 그렇게 가게를 떠났다.


집에 온 뒤에도, 다른 곳에 일하러 가서도, 며칠이 지나서도 현지 생각이 계속 났다.


'내 번호 가르쳐줄 걸 그랬나. 그랬으면 개인적으로도 만날 수 있었을 텐데.'


현지가 연락을 주기만을 기다렸다.


그냥 내 쪽에서 먼저 찾아가겠다는 생각은 하질 않았다.


'내가 먼저 가야 하는데, 먼저 가야 하는데.' 하고 생각은 했지만,


그럴 용기가 없었다.


해변,


현지를 처음 만난 장소는 그곳이었다.


그녀는 등 돌려 모래 장난을 치고 있었다.


그녀가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을 때, 우리는 처음으로 눈이 마주쳤다.


내 또래의 소녀를 이런 곳에서 만났다는 사실에 얼마나 가슴이 두근거렸는지 모른다.


나는 첫 만남부터 현지를 좋아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가슴앓이가 1달째를 넘어갈 즈음이었다.


"월아."


"응."


"이제 슬슬 때가 되었으니, 암살 대상을 알려줄게."


드디어 때가 왔다.


둘째 형은 이제껏 암살 대상을 숨기고 있었다. 그 이유는 몰랐지만, 이제야 첫 실전을 치를 때가 온 것이다.


벌써 심장이 미칠 듯이 뛰는데, 둘째 형이 사진을 한 장 꺼내 보여주었다.


"이 사람이야."


나는 고개를 빼서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어?“


놀라웠다.


사진에 찍힌 것은 구멍가게의 주인. 다름 아닌 현지의 아버지였다.


"이, 이 사람···."


"겉은 온순해 보여도 우리랑 똑같은 살수야. 딸에겐 비밀로 하고 활동 중이지."


"···."


"우리가 얼마 전에 노루미 세력에 참가한 건 알고 있지?"


"응."


"이 양반이 노루미 세력의 살수 몇을 죽였어. 그래서 우리에게 의뢰가 들어온 거지. 아버지는 그걸 받아들였고."


둘째 형이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월아, 내가 하는 말 이해하겠지?"


알다마다.


이 임무는 실패해선 안 되는 임무이며, 아버지는 그런 일을 내게 맡겼다는 것.


"가게에 몇 번 왔다 갔다 하는 동안 구조를 파악해놨어."


둘째 형이 가게의 전개도를 펼쳐 보여주었다.


1층이 가게로 쓰이고, 2층은 주택으로 쓰이고 있었다.


2층은 상당히 기형적인 구조로 되어 있었는데, 가게 주인과 현지의 방이 중앙에 붙어 있고 복도가 주변에서 둘러싸고 있었다.


밖에서 노리기 어렵게 설계를 이렇게 한 게 아닌가 싶었다.


"벽에 둘러싸이든, 강철에 둘러싸이든, 네 초풍이라면 별문제 없이 처리할 수 있잖아."


확실히 그랬다.


3호검 초풍이라면 가만히 있는 사물은 통과하고 생물만 양단하는 것이 가능했다.


"월아, 할 수 있겠지?"


"···."


"왜 대답이 없어?"


하기 싫었다.


아무리 적대 세력의 살수라 하더라도 현지의 아버지, 죽이고 싶지는 않았다.


그때,


'가족의 지시에 거역하지 말라’


"으윽!“


갑작스레 찾아온 심장의 고통에 가슴을 움켜쥐었다.


아버지가 심어놓은 충성의 각인이 눈을 떴다.


둘째 형의 말에 거역하는 생각을 하여 그렇게 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온몸이 무기력해지고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게 된다.


이런 내 모습을 본 둘째 형.


"···이래서 미리 안 알려준 거였는데."


그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그는 옆에 있던 창문의 커튼을 내렸다.


그리고 집안의 다른 커튼들도 하나둘 내렸다.


방이 점점 어두워져 갔다.


내 심장박동은 점점 커졌다.


그가 하는 행동의 의미를 알아챘기에.


마지막 커튼이 내려가고 나서, 둘째 형은 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두 눈에서는 이 이상 없을 만큼의 한기가 느껴졌다.


"정신 교육 한 번 들어가자."


둘째 형이 내 얼굴을 후려쳤다.


"이 새끼야."


쓰러진 내게 형은 사정없이 발길질을 날렸다.


"윽, 으극, 혀, 형···!“


"입 닥쳐. 주변에 들리니까."


둘째 형은 이런 인간이었다.


아버지가 내게 새긴 충성의 각인과는 별개로, 나는 둘째 형이라는 사람 자체가 두려웠다.


종잡을 수 없는 인간. 까딱하면 이렇게 피할 수 없는 폭력이 날아온다.


그의 폭력을 피하고자 나는 용기를 내야만 했다.


그날 새벽, 나는 이제껏 스스로 찾아가지 않았던 구멍가게에 갔다.


불빛 하나 없는 시골의 밤은 두려울 정도로 어두웠다.


하지만 더욱 두려운 것은 이 임무에 실패했을 때 내가 둘째 형에게 당할 보복.


그게 가장 두려웠다.


그래서 나는 초풍을 꺼냈고,


가게 주인이 자고 있을 방으로 날렸다.


초풍은 건물을 깔끔히 통과하여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이 상황에 이르러서도 내심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초풍은 정확히 그의 침대를 가르고 지나갔고, 그가 눈치를 채고 깨는 일도 없었다.


그렇게 나는 현지의 아버지를 죽였다. 내가 인생에서 처음으로 낸 용기에서 비롯된 참사였다.


내 용기는 더럽혀졌다.


며칠 뒤 장례식장.


"아빠아아아아! 흑흑흑···."


여기 와서 그런 목소리는 처음 들었다.


현지는 아버지의 영정 앞에서 정말 처절하게도 울었다.


친족을 잃은 사람의 슬픔, 그 두꺼운 슬픔에 가로막혀 그녀에게 조금도 다가갈 수 없었다.


내가 그녀를 슬프게 만든 것이다. 무슨 낯짝으로 다가갈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


"현지야."


둘째 형이 현지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갔다.


그는 현지의 곁에 앉아 무어라 북돋아 주었다.


저 인간은 대체 저기서 뭘 하는 거지?


너와 나 둘이 함께 죽였잖아.


직접 죽인 건 나니까 네겐 죄가 없다고 할 셈이냐?


그렇게 얼굴에 철판 깔고 위로의 말을 건네어도 된다고··· 너는 말하는 것이냐?


너무 역겨웠다.


너무 역겨워서 나는 그 자리를 떴다.


당장 집구석에 처박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해가 중천에 오르고, 해가 서쪽으로 지고, 밤이 내려올 때까지도 나는 구석에 쭈그려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이열 그 인간은 그날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돌아왔고, 먼저 식사하려던 내 머리에 꿀밤을 날리고서 함께 아침밥을 먹었다.


"월아."


그가 밥을 우물거리며 검지를 들어 보였다.


"하룻밤. 어떤 관계든 하룻밤으로 끝내. 괜히 미련 생겨서 암살 활동에 지장 주지 말고."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날 우리는 집을 나와 마지막으로 동네를 돌아다녔다.


그런 와중에도 둘째 형은 저 가게 음식이 맛있었느니, 저 집 일이 힘들었느니 뭐니 하며 시답잖은 추억담을 늘어놓았다.


살인 사건 때문에 온 동네가 흉흉했는데, 유난히 사람이 많이 모인 곳이 있었다.


허름한 모텔이었는데, 둘째 형은 뭔가 재밌는 일이 생긴 것 같다며 나를 끌고 갔다.


이런 날에 저렇게 많은 사람이 모여 있다니, 예감이 좋지 않았다.


나쁜 예감은 언제나 들어맞는다고 하던가.


그곳에 또 시체가 있었다.


너무나도 큰 충격에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현지.


현지가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 있었다.


손아귀에 쪽지 하나를 쥐고서.


"창문이 열려 있어."


"떨어져 죽었나 봐."


"이렇게 흉흉할 데가···."


주민들이 현지의 주검을 둘러싸고서 저마다 한 마디씩 내뱉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너무 놀라서, 서 있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이야."


둘째 형이 감탄하듯 내뱉었다.


그를 돌아보는데, 태양의 역광에 얼굴이 어둡게 보였다.


그런데, 입가가 점점 올라가며 그의 하얀 이가 선명하게 보였다.


그는 말했다.


"죽었네."


즐거워서 못 참겠다는 표정이었다.


"형."


어째서 그런 표정을 짓는 거야.


발밑이 늪처럼 눅진해지며 내 영혼을 빨아들였다.


모든 것이 그저 혼란스러워서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나는 도대체··· 여기서 뭘 하는 거지.


이 한 달간··· 난 도대체 무슨 일을 겪은 거지.


내가 뭘 저지른 거지.


이것은··· 꿈인가, 생시인가?


"!"


코앞까지 날아든 검을 맨손으로 움켜쥐었다.


본능에 가까운 방어기제.


"윽."


손아귀에 느껴진 예리한 고통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최서용.


그의 맹렬한 표정이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나와 녀석은 서로를 보며 깜짝 놀랐다.


분명 방금까지 저세상으로 가 있었는데, 다시 이곳으로 돌아온 것이다.


"정말 빠르군. 그새 깨어난 거냐?"


"···."


대답하지 않았다.


이제는 안다.


내가 방금 본 것은 꿈이다.


그러나, 그것은 과거에 엄연히 일어났던 현실이다.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끔찍한 현실.


검은 놓지 않았다.


오히려 손에 기를 둘러 더욱더 강하게 움켜쥐었다.


칼날은 가슴 끝을 미세하게 찔러 들어왔으나 더 이상 전진하지 못했다.


최서용은 내 손아귀에 칼날이 잡혀 검을 뽑지 못했다.


그런데도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괜찮겠냐? 그렇게 붙잡고 있어도."


칼날에 묻은 물감에서부터 독한 냄새가 올라왔다.


또다시 환각이 시작되려는 모양이었다.


웃기지 마라.


그런 끔찍한 기억은 두 번 다시 경험하지 않는다.


"최서용."


다시는 그 시절로 돌아가지 않으리라.


"고마워요. 엿같은 기억을 떠올리게 해줘서."


엄지로 내 코를 세게 후려쳤다.


우둑, 뼈가 비틀리는 소리와 함께 눈물이 날만치 아찔한 고통이 느껴졌다.


코피가 콧구멍을 메워 냄새를 막았다.


그리고 동시에 입김을 검지에 불었다.


2호검 범람, 발도.


"재미있구나!"


내 손에 잡힌 칼날을 최서용이 수도로 부러뜨리고, 남은 부분을 휘둘러 왔다.


검은 범람으로 쳐서 날려버렸다.


직후에 다른 손으로 쥐고 있던 칼날 조각을 휘둘러 최서용의 목에 꽂았다.


"커헉!"


최서용이 비틀거리며 물러났다. 목덜미에서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그는 죽어가는 와중에도 이죽거렸다.


"아이야··· 실로 번뜩이는구나."


그것이 마지막 한 마디.


나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검지를 휘둘러 범람을 내던졌다.


범람은 그의 몸뚱이를 가볍게 가르며 지나갔다.


그의 두 눈에서 발하던 최후의 빛이 꺼지고,


쿵, 그의 몸뚱이가 바닥에 떨어졌다.


나는 그의 주검을 오랫동안 내려다보았다.


[20XX/10/22]

[이름 : 최서용]

[문파 : 불명]

[무공 : 환림비검]

[유언 : "아이야··· 실로 번뜩이는구나.”]

[78]


자유까지 앞으로 22명.


***


"이런 일 더는 하고 싶지 않아.“


마을을 떠나기 전, 내가 형에게 내뱉은 한 마디.


그에 돌아온 것은 사람 좋은 척하는 둘째 형의 미소와 무언가를 건네는 그의 손이었다.


형의 손에는 검고 작은 수첩이 쥐어져 있었고, 그가 그것을 가져가라고 눈짓하여 내 손으로 넘어오게 되었다.


펼쳐 보니 빈 수첩이었는데, 형이 덧붙이듯 말했다.


"거기에 이번에 네가 죽인 사람의 유언을 적어. 뭐라도 좋으니까 마지막으로 내뱉은 말 말이야."


그녀의 아버지가 죽기 전에 했던 말···? 형의 말을 속으로 곱씹던 내게 다음 한 마디가 날아왔다.


"그런 식으로 네가 앞으로 죽이게 될 인간들의 유언을 한 사람당 한 면씩 적도록 해. 수첩을 끝까지 채우면 네가 살수의 업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아버지께 건의해 볼게."


둘째 형의 말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것을 드러낼 순 없었다.


'가족의 지시에 거역하지 말라.'


그 문구가 나의 심장을 억세게 움켜쥐었기에.


저녁 식사가 끝나고 시골에서의 마지막 밤, 나는 내 방에서 수첩을 한 장 한 장 펼치며 구석에 페이지 수를 적어나갔다.


마지막 면에 페이지 수를 적었을 때, 그 수는 100이었다.


앞으로 99명을 더 죽여야 하는 것이었다.


거짓으로 수첩을 채워볼까 잠시 생각해봤지만 어림도 없었다. 어쨌든 암살 대상이 살아 있다면 말짱 도루묵일 뿐이었으니까.


'가족의 지시에 거역하지 말라.'


내 본능이 그리 외쳤기에, 결국 형의 지시대로 암살을 재개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나 고된 훈련을 해왔는데도 실제로 사람을 죽이게 되니 구역질을 참을 수가 없었다.


화장실에서 남몰래 토하는 내 모습을 거울로 보며, 그래도 내가 여전히 인간으로서의 본성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도 초반의 몇 번뿐. 횟수를 쌓아갈수록 암살의 죄책감은 빠르게 사라져갔고, 어떻게 해야 더 깔끔하게 처리하고 또한 들키지 않을 수 있을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평범한 삶에 대한 갈망, 그런 것들은 내 칼날이 예리해짐에 따라 반대로 무뎌져 간 것이다.


작가의말

 원래 최서용은 범람에 맞아죽을 예정은 아니었습니다.

 최서용이 잠시 삶을 정리할 시간을 달라고 사정하여, 이월이 2호검 범람 대신 3호검 초풍으로 베어 반각의 유예를 줄 예정이었습니다.

 초풍에 베인 최서용이 5화에 나왔던 운치 있는 의자에 앉아 창밖의 석양을 바라보며 그간 노루아와 함께 지냈던 나날들, 미술관을 차리는 꿈을 이루게 된 과정을 추억하고, ‘루아 아씨, 꿈을 쫓게 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사망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 편은 이월의 과거를 설명하기 위해 삽입한 에피소드이기도 했고, 이월의 과거가 너무 처절했던 탓에 최서용의 서사에 할애할 여백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그냥 빠르게 죽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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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하품하생下品下生 1 23.06.09 145 5 12쪽
24 쟁탈전 삼參 - 종언과 회자정리 +2 23.06.08 148 5 13쪽
23 쟁탈전 삼參 - 백살존과 백살존 23.06.07 150 5 13쪽
22 무엇을 위해 바람은 부는가 3 +2 23.06.06 153 7 15쪽
21 무엇을 위해 바람은 부는가 2 +1 23.06.05 168 6 11쪽
20 무엇을 위해 바람은 부는가 1 23.06.02 154 8 13쪽
19 쟁탈전 이貳 - 원공수라검 원지원 2 23.06.01 162 5 13쪽
18 쟁탈전 이貳 - 원공수라검 원지원 1 23.05.31 183 8 14쪽
17 쟁탈전 일壹 - 정주폭렬공 류지열 2 +1 23.05.30 230 7 14쪽
16 쟁탈전 일壹 - 정주폭렬공 류지열 1 +2 23.05.29 236 12 14쪽
15 병급 작명공 김송하 2 23.05.26 252 13 14쪽
14 병급 작명공 김송하 1 23.05.25 303 14 16쪽
13 열식탄지공 이열 3 +3 23.05.24 345 17 13쪽
12 열식탄지공 이열 2 23.05.23 336 14 12쪽
11 열식탄지공 이열 1 +2 23.05.22 370 16 13쪽
10 벽력독립창 노루아 2 +2 23.05.19 357 19 10쪽
9 벽력독립창 노루아 1 23.05.18 351 21 11쪽
8 석산검 진림 2 +1 23.05.17 356 19 13쪽
7 석산검 진림 1 +1 23.05.16 386 20 11쪽
» 환림비검 최서용 2 23.05.15 445 25 16쪽
5 환림비검 최서용 1 +3 23.05.12 520 27 11쪽
4 만상발도공 조황현 2 23.05.11 542 32 10쪽
3 만상발도공 조황현 1 +1 23.05.10 649 34 12쪽
2 문둥검 문영화 +5 23.05.10 903 38 13쪽
1 이십사수매화검 천추강 +7 23.05.10 1,617 4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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