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자 출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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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파
작품등록일 :
2023.05.10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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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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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화 양호채 (3)

DUMMY

밤이 깊어 사위가 적막했지만 순우현은 안팎으로 분주했다. 불과 한 시진도 못 된 사이에 춘일루에서 일어난 일은 순우현 백성 모두가 알게 되었다. 저녁 무렵 적당이 순우현으로 들어오는 것을 본 백성들은 큰 불안에 떨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잠시의 시간이 흐르는 듯싶었는데, 양호채 졸개들이 적당주 혈랑도 피대경의 시신을 수레에 싣고 나가는 모습을 본 백성들은, 이제 정말로 큰 사달이 일었다 여기고 서둘러 문을 걸어 닫고 숨소리를 죽였다.


포교들 몇몇이 춘일루 주위를 살피기는 했지만, 그들도 성문을 나가는 혈랑도 피대경의 피떡으로 변한 시신을 이미 보고 난 후라, 감히 가까이 다가서지 못했던 것이다. 무려 백 명이 넘는 양호채 적당이 몰려갔는데, 한 식경도 못 돼 당주가 피곤죽으로 변해 수레에 실려진 것을 봤으니 두려움이 절로 밀려들었던 것이다.


표교들은 일이 벌어지고 사실관계를 파악하려 춘일루로 달려가기는 했었다. 하지만 혈랑도 피대경이 어찌 죽었는지 듣고 나서는 춘일루 가까이 다가서지도 못했다. 소문이라는 것이 그렇듯이 그 자리에 있었다며 말을 전한 사람들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점점 부풀려져 듣기에도 두려운 마음이 일어나 꿈자리를 걱정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곳에서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지켜봤던 누군가가 자신이 본 것을 몰려든 사람들에게 큰 소리로 전했다.


"피 당주와 적당의 무리들이 춘일루에 도착하자, 혈랑도 피대경이 졸개들에게 춘일루를 포위하고 아무도 나가지 못하게 지시하는 순간, 춘일루 이 층 창문으로 한 사람이 날아내리며 혈랑도 피대경이 타고 있던 말에 일 권을 내쳤소이다.


그 무인의 일 권에 피대경이 타고 있던 말 옆구리에 사람 몸통만 한 구멍이 나며 말과 함께 피대경이 쓰러졌고, 쓰러진 피대경이 미처 일어서기도 전에 커다란 곰 같은 무인이 피대경을 발로 밟아 일어서지 못하게 했소이다.


피 당주가 비명을 지르자 다시 발길질 한 번에 피 당주의 머리가 돌아갔고, 이어진 발길질에 팔이 날아가고 다리가 휘어졌으며, 졸개들이 다가서려 하자 남아 있던 피대경의 팔을 두어 번 밟았는데, 팔을 팔이라 부를 수 없는 지경이었소이다.


적당의 졸개들이 감히 다가서지도 못하는 가운데, 적당주 피대경을 그리 만든 무인이, 멀리 숨어 지켜보던 목 당주에게 뭐라 하고는, 주위를 휙 둘러보고 다시 춘일루로 들어갔소이다."


그 사람은 큰 소리로 사건의 전말을 이야기하고는, 조금이라도 더 하고 싶은 말이 남았는지, 제법 큰 소리로 졸개들 태반이 바지를 적셨더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어둠 속으로 달아났다.


아무튼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의 진술과 소문을 들은 포교장은 지현에게 보고 들은 대로 전했다. 그동안 지현이 양호채와 가까이 지낸 것을 알고 있었으니, 혹시라도 추포하라는 명이 떨어질까 염려하고 있었는데, 지현 배진소는 포교장을 보며 씩 웃어 보이고 말했다.


"진시라 했더냐?"


"예, 대인.

놈이 진시에 양호채를 치겠다며 호언장담했다 들었습니다."


"몇 놈 데리고 그놈들 뒤를 따르거라."


"감시하라는 말씀이신지요?"


"쯧쯧쯧

지켜보고 그놈이 양호채를 이겨 내면 양호채 정리를 해야 할 것 아니더냐? 이겨 내지 못하면 양호채에 도움을 주러 왔다 해야겠지.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느냐?"


"예, 대인."







곽하민이 곽씨 세가로 돌아오자 가주 곽부상은 다짜고짜 곽하민에게 물었다.


"어찌 된 일이더냐?"


곽하민은 객잔에서 사마의와 목 당주가 마주한 순간부터, 사마의가 졸개의 도를 막고 튕겨 낸 것을 바로 이 층에서 지켜봤으니 본 그대로 소상히 말했다. 그리고 곽하민이 사마의와 자리를 함께한 이후의 일들도 천천히 풀어냈고, 주루에서 있었던 일도 간신히 내려갔을 때는 모든 일이 끝난 뒤라 직접 보지 못했지만 과정은 분명하게 말했다.


"가능하다 여기느냐?"


사마의가 내공의 고수라 해도 곽하민의 이야기와 들리는 소문을 합치면, 적당주 혈랑도 피대경이 미처 방비하지 못한 순간에 기습으로 처리한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적당주 피대경을 친 것과 준비하고 있을 양호채를 치는 것은 경우가 달랐다.


곽하민은 함께 자리한 호위장 감람을 보며 물었다.


"일 권에 말 옆구리가 한 자 넘게 뚫렸습니다."


"직접 보셨소이까?"


"예, 쓰러진 말 옆구리는 소생이 분명하게 봤습니다. 소생뿐 아니라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봤을 겁니다."


"적당의 졸개들이 일백 넘게 둘러싸고 있었고요?"


"예, 그것도 맞습니다. 소생이 비록 늦게 내려갔지만 그때까지 둘러싸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달려드는 놈이 한 놈도 없었다는 말씀이시지요?"


"달려들다니요? 사마 대협의 눈길만 스쳐도 물러서기 바빴습니다."


"얼마나 멀리 물러서던가요?"


"삼 장, 아니 오 장은···. 아무튼 멀었습니다."


"가주님,

그 사마 대협이라는 분께서 대단한 고수가 맞는 듯싶습니다."


"대단한 것이야 이미 들어 아시는 것 아니오?"


호위장 감람은 고개를 흔들어 보이며 대답했다.


"졸개들이 달려들지 못한 것을 말씀드린 것입니다. 일백이 넘었다 하셨고, 공자님의 말씀이 아니라도 그 자리를 본 사람들이 꽤나 많습니다. 적당이 몰려들었으니 무슨 일인가 싶은 사람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그들의 말 가운데 지금 공자님께서 하신 말씀과 일맥상통하는 말이 있었습니다. 조금만 다가서려 해도 온몸이 쭈뼛거리며 소름이 돋아났다 하더군요. 아마도 사마 대협께서 많은 살생을 꺼려해 기세를 멀리까지 펼쳐낸 것 같습니다.


졸개들이 둘러싸고 있던 것이 삼 장이라면 구경하던 사람들이야 더 멀리 떨어지지 않았겠습니까? 그런데도 살기를 느꼈다면 공자께서 말씀을 머뭇거리시던 오 장 십 장 밖까지 살기를 뿜어냈다는 말이지요."


"그게 어느 정도의 고수라는 말씀이시오?"


"소생인들 짐작이나 하겠습니까?"


"감 호위께서도 모르신다는 말씀이시오?"


"이곳에서야 소생도 나름 소생의 무공에 자부심을 갖고 지냅니다만, 지금 말씀하시는 사마 대협의 무공 경지를 말씀드릴 정도는 못 됩니다."


"도움을 청했다 했느냐?"


곽씨 세가주 곽부상이 묵운 사마의가 곽하민에게 도움을 청했느냐 물으니, 곽하민이 뭐라 대답하려 하는데 호위장 감람이 먼저 답했다.


"가주님,

공자님의 말씀을 들으니 도움을 청했다기보다는 명분을 순우현에 두려 한 것 같습니다."


"명분이란 말씀이시오?"


"소생의 판단으로는 그렇습니다. 기세가 거의 십 장에 이를 경지라면 양호채 졸개들 숫자는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도움을 청했다기보다는 순우현 일은 순우현 사람들의 손으로 해결했다는 명분을 주려 한 것 같습니다."


"공을 내세우지 않으려 한다는 말씀이시구려."


"그리 여겨집니다."


"감 호위가 나서신다면 얼마나 모을 수 있겠소이까?"


"소생이 나서서야 사마 대협의 뜻에 맞출 수 있겠는지요?"


"서신을 적어 줄 것이니 세가들을 돌아보시겠소이까?"


"예, 가주님."


"민아,

네가 감 호위와 함께하거라."


"예, 그리하겠습니다."







천주산 양호곡에 자리한 양호채에서는, 채주 반혼수 방이와 부채주 혈음겸 장태구, 재당주 목영천을 비롯한 사 당의 당주들이 모여, 적당주 혈랑도 피대경의 죽음을 놓고 말이 오가고 있었다.


"목 당주의 말과 그 자리에 있던 놈들의 말이 한결같았다. 놈이 창을 통해 날아내려 와 적당주가 타고 있던 말에 일 권을 내쳤고, 말과 함께 넘어진 적당주를 짓이겼다 했다. 모두들 적당주의 시신을 살폈을 것이니 알 것 아니더냐?"


채주 반혼수 방이의 말에 부채주 혈음겸 장태구가 고개를 저으며 한심하다는 듯, 목 당주 목영천을 보며 물었다.


"어쩌다 그런 놈이 순우현에 들었는지 모르나, 날이 밝는 대로 나간다는 놈을 어찌 건드린 것이더냐?"


"뜨내기라 여겨 혼을 내주려던 것이 이리될 줄 어찌 알았겠습니까? 놈이 조말상의 도를 내친 뒤 그대로 전하지 않았습니까? 일이 벌어졌다 여겨 보고한 것이고 적당주의 순서라 적당주가 나간 것이지요."


"그놈이 조말상이 내려친 대감도를 젓가락으로 막았다는 말은 왜 전하지 않은 것이냐?"


"그야 내친 것이 더 중하니 그런 것 아닙니까?"


"제대로 전했으면 적당주가 아무런 대비도 없이 갔겠느냐?"


"놈이 창을 넘어오고 그대로 말을 내칠 줄 어찌 알았겠소이까?"


흑당주 옥사한이 껴들며 물었다.


"여기서 그놈의 무공을 살핀 사람이 목 당주뿐이니 자세히 말해 보시오."


"사실 제대로 보지 못했소이다. 말이 넘어가고 놈이 적당주의 머리를 걷어찬 뒤에야 일이 어려워진 것을 알았소이다."


"순식간에 일이 끝났다는 말씀이구려?"


"그렇소이다."


"날아내리며 권을 낸 것이오, 날아내려 와 권을 낸 것이오?"


"날아내리며 권을 냈던 것 같소이다. 놈이 내려선 뒤에, 바로 적당주의 비명이 들렸으니 말이외다."


"날아내리며 펼친 권이라면 격공장이라는 말인데, 참으로 상대하기 어려운 놈인 듯싶소이다."


흑당주 옥사한의 말에 모두가 같은 생각인지 누구 하나 입을 여는 사람이 없었다. 격공장을 펼쳐내 말 옆구리에 구멍을 냈다면 최소한 절정이었고, 초절정의 무인이라 판단해도 좋을 듯싶었다.


흑당주 옥사한이 모두를 둘러보며 말했다.


"놈이 자만하여 이곳으로 온다 하니 차라리 잘되지 않았소이까? 놈이 한순간의 객기를 부린 것이라면, 놈이 떠나간 뒤 변한 것이 없으니 그게 최선이겠지만, 아무래도 오긴 할 것 같소이다. 다만 놈이 적당주만 치고 졸개들은 건드리지 않은 것을 보면 살생을 즐기는 놈은 아닌 듯싶소이다."


"소위 정파라는 놈들이 대부분 그렇지요."


"그러니 말씀드리고 있지 않소이까? 놈은 올 것이고 이곳은 순우현과 달리 산채이외다. 날아내리는 것과 날아오르는 것은 다르지요. 더구나 지켜보고 공세를 펼쳐내면 생각 외로 쉽게 놈을 상대할 수 있을 듯싶소이다만 어찌들 생각하시오?"


부채주 혈음겸 장태구가 흑당주 옥사현의 말을 되뇌는 듯하더니, 채주 반혼수 방이를 보며 말했다.


"흑당주의 말에 일리가 있소이다. 졸개들의 손에 장죽을 들게 하면 산채로 오르는 것도 어느 정도 막아 낼 수 있을 것이고, 졸개들을 놈에게 몰아넣고 빈틈을 노린다면 충분히 상대해 볼 수 있을 것 같소이다."


"놈이 혼자 오겠소이까?"


"곽가의 호위 감람을 염려하시오?"


"다른 놈은 몰라도 그놈은 당주들도 상대하기 꺼리던 놈이 아니오?"


"도검을 두려워하지 않는 놈이니 꺼려지기는 하지만, 이미 상대해 본 놈이 아닙니까? 그놈 하나 더한다 한들 아무런 문제도 없을 것이외다."


"자신하시는 것 같소이다."


"놈이 온다면 놈은 소생이 상대하겠소이다. 이 혈음겸에 놈의 목이 잘리는지 아니면 튕겨 나가는지 진작부터 알고 싶었소이다."


"하하하

역시 혈음겸이오. 모두 장 부채주와 같은 마음으로 놈들을 상대하면 되지 싶소이다."


"예, 채주님."





유시 초부터 춘일루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어젯밤 있었던 일은 순우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었으니, 오랫동안 양호채 산왕들에게 눌려 지내던 순우현 백성들은, 진시에 양호채를 토벌하러 출발한다는 말을 들었음에도, 신시 초부터 사람들이 몰려들더니 유시가 되자 시전 거리에 발 디딜 틈도 없을 만큼 몰려들 나왔다.


곽하민을 앞세우고 곽씨 세가의 호위들 모두와 세가주 곽부상도 모습을 보였다. 밤새 돌아다니며 세가들을 독려한 보람이 있었는지, 다른 세가의 호위 십여 명도 모습을 보였다. 곽씨 세가 호위장인 감람은 다른 세가 호위들의 모습이 보일 때마다 다가가 인사하며 반겨 맞았다.


"와 주셔서 감사하외다."


"가주님이 가 보라 하시니 나오기는 했소이다만, 양호채 토벌이 가능하긴 한 것이오?"


"듣지 못하신 게요? 적당주 혈랑도 피대경이 검도 빼 보지 못하고 피떡으로 죽어 갔소이다."


"그야 들었지요. 그렇지 않고서야 나오기나 했겠소이까? 하나 양호채를 토벌하는 것은 다르지 않소이까?"


호위장 육신갑 감람은 그들의 심정을 모르는 바 아니었기에 긴말을 나누지는 않았다. 다만 따라가 살피다가 어렵다 여겨지면 바로 돌아오면 될 것이라는 말로 그들을 참여시키려 다독였다.


육신갑 감람이 나온 호위들을 다독이던 가운데, 포교들의 모습을 보고 의외라 여기면서도 다가가 인사했다.


"함 포교께서 여긴 어인 일이십니까?"


"감 호위,

현에 살인이 벌어졌으니 본관이 나오는 것이 당연하지 않는가?"


"배 대인께서 가 보라 하시던가요?"


"지현이신 배 대인께서 관할하시는 곳에서 일이 벌어졌으니, 어찌 관심을 두시지 않으시겠는가?"


"참으로 감사하신 말씀이외다. 그럼 함 포교께서도 토벌에 나서시는 겁니까?"


"내 감 호위이니 말하는 것이네만, 지켜보라 하셨네."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아들었습니다. 일이 잘 마무리 지어지면야 공은 당연히 지현께 있는 것이지요."


"이리 말이 통하니 내 어찌 감 호위를 좋아하지 않겠는가?"


"지금은 모두 의심할 것이나 일을 마치고 나면 모두가 큰 공을 세우게 될 것입니다. 우리들이야 그저 세가의 녹을 먹으니 가주님들의 뜻을 따르는 것이지만, 함 표교님이나 배 대인께서는 직을 높이지 않으실까 싶습니다."


"그자가 그 정도의 실력을 갖추었소이까?"


"홀로 올라가도 양호채는 감당하지 못하리라 여겨지외다."


"호~!

그 정도였소이까?"


"적당주가 끽소리도 못 내고 저세상으로 갔소이다."


"기습한 것이라 하더구먼?"


"소생이 아무리 기습을 해도 불가한 일이올시다."


"감 호위가 그리 말하니 궁금해 묻소이다만, 어느 정도라 여기시오?"


"격공장이었소이다. 그것도 이 층에서 날아내리며 내친 것이고요. 구멍 크기는 들으셨을 터이니 더는 말씀드리지 않겠소이다."


"절정이라는 말씀이구려?"


"초절정 이상이올시다."


"초절정 이상이요?"


"소생이 화경은 알지 못하니 드린 말씀이나 최소한 이외다."


"하하하

감 호위께서 단단히 반하신 모양이오?"


"아직 만나 보지도 못했소이다."


"뭐 하고 있느라 이리 많은 사람들을 기다리게 한다는 것이오?"


"총관에게 물으니 밤새 설앵이가 내는 앓는 소리에 기녀들이 잠들지 못했다 하더이다."


"큰일을 앞두고 기녀를 끼고 밤새 뒹굴었단 말씀이시오?"


"정력 또한 그리 절륜하니 그게 다 내공이 튼실한 연유가 아니겠소이까?"


"이거야 원~, 홀려도 단단히 홀렸구려. 온갖 것이 다 그자의 무공 탓이라니···."


"소생은 평생 외공만 익혔소이다만 어찌 듣지 못했겠소이까? 술은 독째 비우고 사흘 밤낮을 달려도 지치지 않는다 하더이다."


"내공을 익히면 모두 그렇다는 말씀이시오?"


"초절정을 말씀드린 것이오, 초절정의 내공 말씀이외다."


"대협께서 나오십니다."


누군가의 큰 소리에 모두의 눈길이 모아졌다. 묵운 사마의 뒤로 여전히 침의를 입고 있어 가슴을 드러낸 설앵의 배웅을 몸으로 받으며, 춘일루를 나오는 사마의의 모습에 모두는 어이없어했다.


곽하민이 얼른 다가가 말했다.


"진시가 다 되어 갑니다."


"함께 가실 분들이 저분들이시오?"


"예, 대협.

밤새 독려했습니다만 십여 분이 다인 듯싶습니다"


묵운 사마의는 함께 가려 나왔다는 무인들을 둘러보고 한껏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포교라, 그나마 지현께서 현명하셨던 모양이오?"


"관아의 속을 어찌 알겠습니까?"


묵운 사마의가 모인 무인들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이렇게 의기 높으신 분들이 많을 줄은 미처 몰랐소이다. 포교들도 나온 것을 보면 이곳 지현께서 영민하신 것도 짐작할 수 있겠고, 의기는 뭉쳐야 빛을 발한다고 소생의 노사님들께서 말씀이 계셨으니, 이리 나와 주신 분들 모두에게 소생이 감사드리외다."


사마의는 함 포교를 바라보며 말했다.


"거기 포교 나리께서는 잠시 소생을 보시겠습니까?"


함 포교는 지현 배진소가 어찌하는지 지켜보기만 하라 했지만, 사마의의 말에 재미있다는 듯 다가왔다.


"호걸께서 무슨 분부가 있어 부르셨소이까?"


"지현께서 현명하신 듯 여겨지니, 소생이 짐작하자면 아마도 그저 멀리서 지켜보다 일을 마무리 지으라 하셨을 듯싶소이다."


"허~어~!

이거야 마치 본 듯 말씀하시는구려."


"관아야 그저 관할 안이 조용하면 최고가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누구라도 능히 짐작하고 남지요. 달리 모신 것은 아니고 기왕 나오셨으니 아문의 포졸들을 모두 이끄시고 천천히 뒤따라오시기 바랍니다.


그리 많은 놈들은 아닐 것이나 그래도 죽은 놈은 있지 않겠소이까? 그리고 포승줄도 넉넉히 들고 오셔야 하실 것 같소이다. 듣자 하니 양호채 산왕들 숫자가 제법 된다 했소이다."


"그것이면 되오?"


"수급 오백 개보다야 포승줄이 나은 것 아니시오? 그래야 조정에 장계를 올려도 과한 토벌이란 말은 듣지 않을 것 아니시오."


함 포교는 묵운 사마의가 마치 관의 일을 잘 아는 듯 말하자 살짝 비위가 상했는지 어깃장을 놓았다.


"이거야 원, 야인 놈이 정치를 말하다니 천지가 개벽할 일이로구나."


"소생이 들은 것이 좀 많소이다. 늙으면 어찌들 그리 말이 많아지는지···."


사마의는 함 포교가 여전히 노려보듯 바라보는 가운데, 곽씨 세가주 곽부상의 곁을 지키고 있던 육신갑 감람을 보며 물었다.


"혹시 양호채의 위치를 아시오?"


"잘 알고 있습니다."


"가 보시기라도 하신 것이오?"


"기회가 있어 들어가 봤습니다."


"어찌 무사히 돌아왔는지 매우 궁금하나 그 이야기는 함께 가며 나누기로 하고···."


사마의는 말을 멈추고 모여 있던 다른 무인들을 향해 큰 소리로 말했다.


"빠르게 움직일 것이니 알아서들 따라오시오. 최소한 포교들보다 일찍 도착하면 공을 세운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니 그리들 아시고 쉬엄쉬엄 와도 뭐라 하진 않겠소이다. 다만 너무 일찍 달려가 소생보다 먼저 당도하시다면, 어제 죽은 적당주라는 놈을 부러워할 것이외다."


묵운 사마의의 말인즉 먼저 달려가 양호채에 소식을 전하면 양호채 놈들과 같은 꼴이 날 것이라 한 것이었다.


모인 사람들 가운데 작은 소란이 일었지만 사마의가 기세를 펼쳐 내자 금세 조용해졌다. 사마의가 육신갑 감람에게 다가서며 물었다.


"죽여야 할 놈이 어느 놈인지는 아시오?"


육신갑 감람은 사마의의 말에 질렸다는 듯 어깨를 들썩이며 대답했다.


"알고 있습니다."


"가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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