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였지만 마법 고수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앵무바람
작품등록일 :
2023.05.28 12:12
최근연재일 :
2024.09.18 09:00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123
추천수 :
1
글자수 :
76,259

작성
24.09.07 21:20
조회
12
추천
0
글자
12쪽

004

DUMMY

<004>








초론이 동굴 안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자 곧 커다란 공간이 나타났다. 천장은 급격하게 높아져서 어른 5명이 수직으로 서도 될 정도였고, 마치 광장을 연상케 할 정도로 넓었다.




이런 공간이 있었다니. 초론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다. 마치 수많은 사람들이 수백 년에 걸쳐서 파내 인공적으로 만든 게 아닐까 의심이 될 정도였다. 하지만 곡선의 모양과 여기저기 빽빽이 담긴 석순을 보니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 같았다.




“네 최후로 맞기에 나쁘지 않은 곳이지?”




그 공간을 가로질러 걸어가고 있는데 어디선가 말을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왼편 멀리 높은 곳에 서있는 어떤 사내가 보였는데, 저자가 말을 걸어온 것 같았다.




“여기 대장이냐.”




초론이 그렇게 생각한 이유가 있었다. 말을 걸어온 사내에게서 강한 힘이 느껴졌다.




멀리에 있는데도 키가 이상할정도로 매우 컸고, 전체적인 골격이 좋아서 마치 큰 벽이 서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더 이상한 건 옷차림새였다. 일반적인 드루이드들과 달리 자연에서 얻는 가죽이나 뿔을 이용하여 만든 복장을 하고 있지 않았다. 대신 황금빛으로 빛나는 어떤 금속으로 만든 갑옷을 입고 있었다.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내 목적이 너를 잡아가는 것이라는 거. 그것만이 중요할거다.”




거만한 내용이었지만, 말투에는 거만한 기색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어떤 의도도 실지 않고 공식적인 내용을 연설을 하는 듯한 말투였다.




“나의 주인님은 어디 있지?”




초론은 다른 것은 궁금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걸 먼저 알고자 했다.




“으응. 그 여자를 말하는가 보구나. 어차피 네가 다시 마주할 일은 없다. 결국 우리에게 지게 될 테니까.”




사내는 단정적인 말을 들은 초론은 잠시 침착성을 잃고 바로 저 사내를 죽이려고 마법을 쓸 준비를 하려했다.




“이거 놔! 집에 돌아가야 한다고!”




그 순간 너무나 익숙하고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디서 듣더라도 구분해낼 수 있는 맑고 깨끗한 목소리. 상황에 따라서 새 소리처럼 높게도, 늑대처럼 낮게도 변하는 마법 같은 목소리.




마네프 주인님의 목소리였다.




사내 옆에 있는 작은 공간으로부터 뛰쳐나온 주인님은 자신들을 잡으려는 드루이드를 날렵하게 한번 피했지만 그 다음번에 잡히고 말았다.




“주인님!”




초론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날아올랐다.




하지만 무언가 볼 수 없는 벽에 가로막혀 더 이상 접근할 수 없었다.




마법이었다.




동물 변환 마법 외에 다른 마법들도 쓸 수 있다는 드루이드들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인간과의 대전쟁에서 패한 드루이드들은 정착할 영토도 없이 떠돌며 인간 사회에 적응하려 하지도 않고 현상금만으로 생활을 연명해나갔기 때문에 타고난 마법인 동물 변환 마법 외의 다른 마법들을 배울 수가 없었다.




“이 마법 푸는 게 좋을 거다!”




초론은 쓸데없이 방어막을 향해 계속 날아들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하하. 너도 이게 어떤 마법인지 아는 모양이군. 하긴 마법에 아주 능한 앵무새이니까.”




사내는 껄껄 웃으면서 어떤 책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옆 시골 마을에서 한 쌍의 퀘이커 앵무새의 자식으로 태어났군. 그곳에서 사람의 손으로 이유식을 먹고 컸고. 몇 개월 후 여기 이 여자의 애완 앵무새로 살기 시작했군. 12년 정도,”




아마 책에 초론에 대한 정보가 써져 있는 것 같았다. 얼마나 오래전부터 초론의 뒤를 쫓으며 정보를 쌓아왔는지는 알 수 가 없었다.




“집어치워. 주인님만 돌려주면 목숨은 살려주겠다.”




초론은 다른 것보다도 이 위험한 상황에 놓여있는 주인님이 신경이 쓰여 한시라도 빨리 데려오고 싶었다.




“워워. 애완 앵무새가 그렇게 사나워서야 쓰나.”




“앵무새?”




사내와 초론이 주고받던 대화를 듣던 마네프 주인님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듯 했다.




초론은 그것마저 신경쓰였다. 재회의 순간을 이렇게 하고 싶진 않았는데.




“네가 수많은 변화자 중에서도 인간사회에 가장 잘 적응하고 강력해진 변화자로 지목되었다는 건 모르고 있나보군. 최고 현상금 금액을 경신했다.”




최고 현상금 금액이 걸렸다고? 초론은 그런 낌새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 무엇 때문에 자신에 대해 그렇게까지 은밀하게 알아본 것일까.




“모든 정보들을 접할 수 있는 고위급 인간들이 너의 존재를 눈치 채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너가 변화자들에게 대항할 수 있는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거라고 꼭 잡아오라고 하더군,”




“나는 인간들에게 어떤 것도 가르쳐줄 것이 없어. 너에게 어떤 현상금을 줄 생각도 없고.”




초론은 더 이상 대화로는 얻을 게 없다고 판단했고, 이 마법 결계를 깨버릴 궁리를 하며 마법을 부릴 준비 자세를 취했다.




“하하. 나는 그런 현상금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인간 왕 크라울리에게 직속으로 고용되어 일하며 충분히 누리고 있거든.”




“인간 왕 크라울리가 보냈다고?”




초론은 순식간에 긴장이 풀리면서 되물었다.




“그래. 그게 무슨 뜻인지 알겠지?‘




대륙의 모든 권력의 가장 위에 올라있는 크라울리가 원하는 게 초론이라면, 초론이 아무리 저항한다고 해도 결과는 똑같을지도 몰랐다.




“초론? 초론아 너니! 너도 변화자가 된거야? 그래서 사라졌던거야?”




마네프 주인님이 갑작스럽게 어떤 생각이 떠오른 듯 초론을 향해 소리치기 시작했다.




초론은 어서 주인님에게 다가가서 맞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상황은 맘대로 따라주지 않았다.




“젠장. 크라울리 왕이든 뭐든 쓰러뜨려주지! 마리어테르!”




초론이 기습적으로 마법 주문을 외우자 주변에서 습기가 빙결되며 날카로운 얼음 칼이 여러 개 생겨 보이지 않는 막을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아무리 마력을 쏟아 부어 힘을 강화해도 결계는 뚫리지는 않았다. 미리 설치를 제대로 해놓은 상태라면 뚫는다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건 초론도 이미 알고 있었다.




“너를 죽이는 임무라면 훨씬 더 쉬웠겠지만, 전하께서는 반드시 손상 없이 생포하라고 하셔서.”




사내가 일어나 손짓을 하자 뒤편에서 드루이드 네 명이 나타났다. 그들은 각각 무기를 들곤 동물로 변신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곧 초론에게 돌격할 기세였다.




“내가 아끼는 실력자 네 명이다.”




그 말을 끝으로 사내는 자신은 뒷짐을 지고 구경이라도 하려는 듯 바위에 편하게 걸터앉았다.




“초론아. 바로 도망쳐! 이런 놈들 피해서 숨어서 잘 살아!”




마네프 주인님이 초론을 향해 소리쳤다. 사람으로 변한 초론이라도 이미 다 알아본 것 같았다. 초론은 마음이 조금 진정되는 기분이 들었다.




“아니요. 그럴 리 없잖아요! 곧 구하러 갈게요!”




하지만 보호막은 이제 소리까지 차단하였는지, 몸부림치고 있는 마네프 주인의 그 어떤 목소리도 전달되지 않았고,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초론은 생애 처음으로 마네프 주인과 서로 말을 나누고 나자, 이대로 죽어도 크게 상관이 없겠다는 기분이 잠시 들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아니, 저 사내까지 모두 쓰러뜨리고 마네프 주인을 구할 것이다.




네 명의 드루이드가 여러 번 훈련해본 듯한 잘 짜인 전투 진영을 형성하며 초론에게 다가왔다.




두 명은 네발 동물로 변신하여 절벽처럼 가파른 곳으로부터 재빠르게 연속하여 뛰어내리곤 달려왔고, 다른 두 명은 독수리로 변하여 날아오기 시작했다.




초론은 먼저 날아오는 드루이드들을 따돌기 위해 급속도로 왼쪽으로 크게 돌며 마법을 두 가지 외웠다.




“데라크라스.”




“크라우스산.”




그러자 초론을 보호하는 마법 보호막이 생겼고, 초론의 몸으로부터 날카로운 얼음 가시들이 뻗어 나왔다.




날아오던 두 마리의 독수리 드루이드는 얼음 가시를 교묘하게 파고들어 초론의 머리를 부리로 쪼아댔다.




“아악.”




초론은 머리카락이 뿌리째 뽑이는 고통을 느끼며 주춤했다. 잠시 독수리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아래쪽으로 하강했다.




그 순간 고양이로 변신한 드루이드 한 명이 엄청난 점프력으로 뛰어올라 도끼를 들고 그 얼음 가시들을 내리쳤다. 그러자 얼음이 마치 눈으로 변해버린 듯 산산조각 나서 날아가 버렸다.




“다인스 케······ 흐엇!”




초론이 황급하게 또 다른 마법을 외우려했지만 방해받아 제대로 외울 수 없었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치타로 변신한 또 다른 드루이드 한 명이 쌍검을 들고 달려들었다.




“하야앗! 츠캉츠캉!”




쌍검을 초론에게 휘둘러댔지만, 다행히 미리 외워둔 마법 방어막 마법 때문에 공격을 어느 정도 튕겨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계속 공격을 받게 된다면 방어막이 깨져버릴지도 몰랐다. 어느새 독수리들이 쌍검을 든 드루이드를 받쳐주고 있었다.




“제길. 다인스 케르딘!”




초론이 다시 정신을 집중하여 마침내 마법을 제대로 시전하자, 초론의 몸으로부터 번개가 사방으로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크라스 리미노.”




하지만 그 순간 쌍검을 든 드루이드가 마법을 시전했다.




저것은 번개의 위력을 약화시키는 다인스 케르딘의 카운터 마법이었다. 카운터 마법들은 마법보다는 배우기 쉬우나, 이 역시 일반인들이라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마법이었다.




“네놈들은 대체 뭐지?”




“왜 그래? 마법은 네놈만 해야 한다 것도 아니잖아?”




방금 카운터 마법을 외운 드루이드가 킬킬거리다 대답했다. 전투 중이였지만 자신의 실력을 믿기 때문인지 여유로웠다.




그건 맞는 말이었다. 단지 초론은 지금까지 자신처럼 마법을 부릴 수 있는 적을 단 한 번도 상대해 본적이 없었을 뿐이었다.




돈과 권력과 마법에 대한 흥미를 모두 가진 소수의 지배 계급만이 마법을 부릴 수 있는데, 이들과 싸워본 적은 없었으니까.




“역시 인간 왕이 지원을 해준 건가?”




초론이 묻자, 드루이드는 대답대신 손가락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해보였다. 초론의 목숨은 왕에게 달려있다는 뜻이 담겨있었다.




초론은 마네프 주인님이 있는 쪽을 다시 바라보았다. 걱정 어린 표정으로, 그러나 초론을 믿는다는 표정으로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마네프 주인님을 실망시키기 싫었다. 적이 마법을 부린다 해도 그딴 건 중요하지 않았다. 쓰러뜨리고 마네프 주인님과 함께 탈출할 꺼다.




“결국엔 죽는 한이 있어도······”




초론은 눈물이 고인 걸 숨기기 위해 고개를 숙이고 웅얼거렸다.




“으응? 뭐라고?”




드루이드는 갑작스럽게 바뀐 초론의 분위기를 감지하고는 의문스럽게 쳐다봤다.




“지금은 아니다. 지금 죽는 건 너야.”




마력에 점령당한 초론의 눈이 푸르게 물들어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앵무새였지만 마법 고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5 015 24.09.18 4 0 11쪽
14 014 24.09.17 5 0 11쪽
13 013 24.09.16 6 1 11쪽
12 012 24.09.15 7 0 11쪽
11 011 24.09.14 7 0 11쪽
10 010 24.09.13 8 0 11쪽
9 009 24.09.12 7 0 12쪽
8 008 24.09.11 9 0 12쪽
7 007 24.09.10 9 0 12쪽
6 006 24.09.09 10 0 11쪽
5 005(수정) 24.09.08 10 0 11쪽
» 004 24.09.07 13 0 12쪽
3 003 24.09.07 7 0 11쪽
2 002 24.09.07 7 0 11쪽
1 001 24.09.07 15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