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였지만 마법 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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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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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8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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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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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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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

DUMMY

“서걱서걱”


초론은 귀를 쫑긋 세웠다.


모든 신경이 작은 풀 소리에 집중되었다. 바람이 흔드는 소리일까. 아니면 지난 몇 달간 끈질기게 쫓아오던 드루이드들이 주변에 있는 걸까.


작은 변화라도 놓친다면 곧바로 죽음에 이를 수 있다. 그만큼 드루이드들은 숙련된 사냥꾼들이었다.


초론도 이들과 맞서기 위해 몇 년간 훈련해왔다. 지금처럼 비가 와서 축축해진 흙 위를 이동하면서도 흔적을 남기지 않는 법도 배웠다.


하지만 초론의 기대와는 달리 나무가 드리운 그림자 속에서 드루이드 서너 명이 스르르 등장했다. 자이언트 베어의 가죽과 호랑이 털을 트로피처럼 화려하게 둘러쓰고 칼이나 철퇴를 들고 있었다.


보이지는 않지만 이미 다른 드루이드들이 초론의 주변을 둘러싸고 도망갈 길을 차단하고 있을 것이었다. 그건 사냥의 기본 중의 기본이니까.


“앵무새 주제에 인간의 기술들을 잘도 배웠군. 덕분에 고생은 했지만 너를 잡아가기만 하면 보상은 두둑하게 받을 수 있지.”


드루이드 중 두목처럼 보이는 자가 초론에게 가까이 다가오며 말했다. 체구가 옆에 있는 아름드리나무에 견줄 정도로 거대했다. 초론이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아도 깊은 상처들로 뒤덮인 턱주가리만 보였다.


초론은 빠르게 검을 빼들었다.


“앵무새라고? 두 손으로 너를 베어버릴 수도 있는 내가 어딜 봐서 앵무새라는 거지?”


초론은 아무렇지 않은 듯 대답했지만, 앵무새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움찔했다. 이미 정체까지 모두 알고 있구나. 완전 망했다.


지금은 멀쩡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초론은 본래 앵무새로 태어났다. 아기새 때부터 함께한 주인이 있었고, 평생 행복하게 지낼 줄 알았다.


하지만 주인과 산책을 하던 어느 날 처음 보는 괴한에게 납치를 당하며 정신을 잃었고, 그게 주인과 보낸 마지막 날이 되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눈을 떠 정신을 차려보니 낯선 곳이었다. 게다가 초론은 10살 정도의 인간 남자아이로 변해버려 있었다.

마음씨 좋은 사냥꾼에게 발견 되었으니 목숨은 부지했지만, 그때부터 온갖 고생은 다하며 살아남아야 했다.


초론은 살아남아 키워주던 주인의 얼굴을 다시 봐야 했다. 드루이드 들이 걸리적거린다면 초론도 가만히 있지 않을 예정이었다.


“반항하지 않으면 고통 없이 한 번에 보내주겠다.”


정신을 차려보니 드루이드 두목이 비열하게 씨익 웃으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누렇고 냄새날 것 같은 이가 삐뚤빼뚤 나있었다.


“너야말로.”


초론은 뒷걸음질 치며 찬찬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푸하하하. 너야말로?”


드루이드 두목은 모두가 들으라는 듯 크게 웃어 제꼈다. 그러자 보이지 않는 숲 안에서 실실거리며 따라 웃는 소리가 났다. 몇 명이나 숨어있는 건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다.


“너희 변화자들은 참 골칫덩이야. 동물이면 동물답게 얌전히 드루이드인 내 말을 따라라.”


드루이드 두목은 동네 똥개를 어르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변화자‘들이란 초론처럼 동물이었다가 인간으로 변해버린 자들을 말했다. 아직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변화자들은 10년전 부터 대륙의 여기저기서 동시다발적으로 생겨나고 있었다.


호랑이로 태어나 사람으로 변했다는 자들은 엄청난 힘과 속도로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 뱀으로 태어나 사람이 되었다는 자들은 치명적인 독을 자유자재로 생성하고 다룰 수 있었다.


인간들은 자신과 다른 변화자들을 두려워했다. 동물에 대해 잘 알며 전투에 능한 드루이드 헌터를 고용해 보내서라도 변화자들을 없애려했다. 드루이드는 부와 명예를 위해 목숨을 걸고 변화자들을 사냥했다.


그런 자들이라면 인간들이 두려워하고 드루이드 헌터를 고용해 보내서라도 잡으려는 건 이해가 갔다.


“인간들이나 너희 드루이들은 멍청한 겁쟁이들이라 우리를 무서워하고 죽이려고 혈안이 되어있는데, 왜 너희 말을 따라야 하지?”


“우리가 너를 두려워한다고? 맹수도 아닌 겨우 앵무새였던 너를? 우습구나.”


원래 초론은 단지 노래를 지저귀고 인간의 문장 몇 개를 따라하던 애완 앵무새일 뿐이었다. 동물 생태계 중 최약체. 먹이 사슬에서 주로 먹이에 해당되던 앵무새.


다른 동물에 비해 덩치가 크지도 않고 유일한 무기인 부리 힘도 약하고 빠른 속도로 이동하지도 못했다. 당장 강해보이는 힘만 중시하는 인간들이나 드루이드들은 앵무새를 쉽게 무시했다.


하지만 초론은 앵무새가 가진 장점들을 최대한 이용하여 여기까지 성장해왔다.


“힘들게 여기까지 쫓아 왔겠지만, 나도 볼일이 있어서 매우 바쁘거든.”


초론은 나지막히 말하곤, 부유할 때 안정감 있도록 양팔을 살짝 벌린 자세를 취했다. 그 순간 두목이 팔을 높이 뻗었다.


“설마 우리가 앵무새가 날아서 도망칠 수 있다는 것조차 예측하지 못 했을 거라고 생각한건 아니겠지?”


두목이 원을 그리며 팔을 휘두르자 그것이 무언의 신호라도 되는 듯 사방에서 그물이 빠르게 쏘아져 왔다.


그 정도는 초론도 예측하고 있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그물은 앵무새 특유의 빠른 반사 신경으로 날아올라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더 많은 그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의 생각보다 더 많은 드루이드 헌터들이 잠복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상황이 꽤 귀찮게 흘러가고 있으며, 적당히 빠져나갈 수 없음을 직감했다.


그런 판단이 서자마자, 초론은 손을 재빠르게 움직여 수인을 맺었다. 손앞에 복잡한 도형 선들이 그려지더니 푸르게 빛나기 시작했다.


“마법진이다!”


“앵무새가 마법을 부린다!”


그 빛을 본 드루이드 헌터들은 전혀 뜻밖의 것을 마주쳤다는 듯 술렁거렸다. 동물 주제에 마법을 부린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어하는 것이 분명했다. 초론은 어리둥절해하는 그들을 보고 한쪽 입 꼬리를 올렸다.


순식간에 초론의 손안에서 불길이 솓아 올랐고, 그 상태로 날아오는 그물들을 향해 조준했다. 모두 거대한 불길 속에서 순식간에 불타 없어졌다.


그런데도 별다른 계획이 없는 드루이드들은 소용도 없는 그물만 계속 던질 뿐이었다. 몇 몇은 두목에게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거냐고 소리치며 다음 지시를 요구했다,


하지만 앞장서서 모습을 드러낸 두목 역시 뾰족한 수 생각해내지 못하는 듯 얼빠진 듯 서있었다. 하대하는 듯한 아까의 위풍당당한 태도는 사라져 있었다. 두르고 있는 자이언트 베어 가죽과 호랑이 털이 지금은 초라해 보였다.


아직은 숙련되지 않은 드루이드 헌터 무리로 보였고, 큰 돈 좀 만져보겠다고 ‘변화자’ 사냥을 나섰지만, 단편적인 지식만을 가지고 무리하게 도전한 듯 보였다.


초론은 이쯤 하고 가던 길을 다시 가려고 했다. 여기서 한 시간이나 지체했다. 언제나 꿈꿔왔던 주인을 재회하는 순간을 한시라도 빨리 맞이하고 싶었다.


그러나 여러 번의 전투를 겪으며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을 타개하는 방법을 알고 있던 드루이드 두목은 눈앞의 현상금을 두고 쉽사리 포기하지 않았다.


“전원 동물로 변신하여 돌격하라! 동물은 동물의 방식으로 잡는 거다!”


두목은 불리한 상황과는 상관없이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 상공에 있는 초론이 들을 수 있을 정도면 모든 드루이드 헌터들도 들었을 것이었다.


초론은 꽤나 귀찮은 듯 입술을 깨물며 주변을 찬찬히 살폈다.


가장 먼저 커다란 독수리와 작은 크기의 매 두 마리가 날아들기 시작했다. 시선을 조금 돌리자 주변에서 십 수 마리의 새들이 날아오고 있었다.


몇 초 만에 눈앞까지 가까워진 커다란 독수리는 발로 원숭이를 잡고 있었다. 드루이드들이 동물로 변신하여 접근해오는 것이었다,


초론은 다시 재빨리 수인을 맺어 그들에게 불을 뿜었지만, 새들은 날렵한 비행으로 피했다.


비록 졸개들이었지만 드루이드는 드루이드였다. 동물로 변한 상태에서도 자유자재로 움직일 줄 알았다.


이렇게 된 이상 저들을 쓰러뜨리지 않으면 안 되었다. 주인이 살고 있다는 마을까지 흉포한 드루이드 헌터 무리를 끌고 가 주인까지 위험하게 만들 순 없었으니까.


하지만 드루이드들을 섣불리 건들였다간, 다른 지역들의 드루이드들에게도 원한을 사게 되거나 주요 경계 인물로 기억되어 더 끈질길 드루이드 헌터들의 위협을 받게 될 수도 있었다.


드루이드들은 자연에 남은 아주 작은 흔적들을 통해서도 자기 종족을 공격한 자가 누구인지 추측 가능했다.


초론은 자신의 강력한 근력과 철도 꿰뚫을 정도로 날카로운 발톱 무기를 믿고 드루이드들을 사냥하다가 결국 상급 드루이드들의 치밀한 함정에 걸려 죽게 된 사자 변화자를 직접 목격한 적이 있었다.


“끼야아앙!”


원숭이로 변한 드루이드가 알아들을 수 없는 괴성을 지르며 독수리로부터 점프하여 초론의 어깨에 올라타는데 성공했다. 여러 번 훈련을 해본 솜씨였다.


원숭이는 올라타자마자 초론의 등을 마구 물고 할퀴기 시작했다. 살이 깊게 파이는 고통에 비명소리를 내는 걸 참기 어려웠다.


“아아악!”


게다가 멀리 선회를 하곤 다시 초론 쪽으로 접근해오는 독수리와 매 두마리가 큰 부리를 벌려 초론의 몸을 쪼려고 했다.


초론은 여러 가지 마법을 쓸 수 있음에도 드루이드를 상대로는 되도록 전투를 피해왔지만, 지금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걸 직감했다.


“다인스 케르딘.”


수인을 맺으며 이번엔 주문까지 외웠다. 이번엔 단순히 불을 내지르는 아까의 마법보다 더 상급인 마법이었다.


“치지지지지직.”


주문을 외운 초론의 입술이 닫히자마자 순간적으로 초론의 몸으로부터 번쩍하는 빛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파바바바바박.”


그 순간 초론을 위협하던 원숭이, 독수리, 두 마리의 매, 그 밖의 작은 새들도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대신 타는 냄새가 진동했다. 방금 그건 단순히 아름다운 빛이 아니었다. 번개였다.


동물들로 변했던 드루이드들은 번개를 정통으로 맞아 짧은 비명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까맣게 그을린 인간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온 채 추락하고 있었다.


방해물이 없이 뻥 뚫린 상공의 새들에게 번개 마법의 위력은 대단했다. 새로 변해 자신을 추적하던 십 수 명의 드루이드들 중 단 한 명도 살아남지 못한 듯 했다.


아직 땅위에 머물고 있던 다른 드루이드들은 번개의 진원지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 목숨은 부지하였지만, 전투의지를 완전히 상실한 듯 무기를 떨어뜨리고 울부짖었다.


초론은 이 상황에서 드루이드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했다. 먼저 드루이드 두목을 놓치면 안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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