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였지만 마법 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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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바람
작품등록일 :
2023.05.28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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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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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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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8

DUMMY

<008>










고요한 동굴 안에 초론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그 소리를 들은 스레논은 경기를 일으키듯 그 자리에서 펄쩍 뛰었고, 테론은 표정을 완전히 일그러뜨리며 다시 마법을 퍼부울 듯 자세를 취했다.




그 장면마저도 초론은 모두 보고있었다. 아직 걷히지 않은 연기 속에서.




초론이 연기 밖으로 나왔다. 털끝하나도 다친 부분없이 입고있었던 옷도 그대로 방금전과 같은 모습이었다.




“순.. 순간이동을 한건가?”




스레논이 절망에 빠진 듯 한껏 잠긴 목소리로 맥없이 말했다.




“바보야. 보이는 곳으로만 순간이동 할 수 있다고. 순간이동 해도 동굴 밖으로는 나갈 수 없는데. 어떻게 살아남은거지?”




테론이 스레논에게 기본적인 것도 모르냐는 듯이 핀잔을 주곤 초론을 노려봤다.




“혈마법이다.”




스레논은 떨리는 목소리로 나지막이 말했다.




“뭐?”




테론은 자신이 뭔가 잘못들었다고 생각하고 확인하려는 듯 초론 쪽을 다시 자세히 사폈다.




“아. 알아차렸나?”




초론은 자신의 손을 뒤로 슬쩍 숨겼지만 드루이드들은 이미 자신들의 생각에 확신을 가진 듯 했다.




사실 초론은 혈마법을 쓴게 맞았다.




구체가 발사되기 직전 혈마법을 외워 찰나 같은 짧은 시간 동안 이공간에 넘어갔다가 구체가 모두 퍼부어지고 난 후 다시 현세계로 돌아온 것이었다.




“혈마법을 쓰다니 저주 받을 놈이군! 누구한테 영혼을 판거지?”




테론이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하지만 얼굴은 마치 괴물이라도 본 듯 하얗게 질렸다.




스레논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입을 벌린채 초론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실제로 혈마법을 쓰는걸 보리라고는 상상도 못했겠지.




초론도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혈마법을 아주 잠깐 썼는데도, 자신의 수명이 몇 개월은 깎일 예정이었으니까.




“이 버러지 같은 자식. 내 마법으로 네가 갈갈이 찢기는걸 봐야겠다.”




테론은 마치 마지막 허세라도 부리듯 더 큰 목소리로 소리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목소리가 부들거리는 떨리는건 숨기지 못했다.




“그만두는게 좋을 거야.”




초론은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읊조리듯 말했다.




“너희들 방금전 그 마법으로 마력을 다 써버린거 알아.”




초론이 드루이드들에 대해선 모든 것을 다 파악했으니, 더 이상 자신의 인내심을 시험하지 말라는듯한 태도로 말했다.




그리고 천천히 다가가기 시작했다.




“제···젠장. 다가오지마! 저리꺼져! 네놈은 도대체 정체가 뭐냐.”




테론이 뒷걸음 치며 소리쳤다.




“그동안 내가 장난치는줄 알았나? 너희가 하나의 마법을 쓰기 위해 마력을 채우는 시간 간격들을 보고 예측할 수 있었지.”




두 드루이드들은 지금과 같은 상황은 처음 접해본 듯 했다.




혈마법을 부릴 수 있는 상대와 싸워야 하는 상황.




게다가 자신은 마력이 없는 상태에서 마력이 있는 상대와 싸워야 하는 상황.




“우리가 상대하지 않아도, 네놈은 스스로 죽게될 거야. 알고있지?”




스레논은 어차피 초론은 혈마법을 쓰고도 멀쩡하게 살아갈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렇게라도 자신들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듯 했다.




“그래봤자 수십년 후니까 걱정말라고.”




초론은 위험한 상황에 이르지 않을 정도로 혈마법을 교묘하게 사용하는 법까지 배웠다.




드루이드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지만 아무런 좋은 방법도 생각해내지 못한 듯 했다. 침착하게 있지 못하고 불안한 듯 주변을 살폈다.




맨처음에 초론과 대화를 나눴던, 이들의 대장으로 보이던 커다란 사내가 있는 곳을 간절하게 바라보는 것 같았다.




“······”




하지만 그곳은 한참 전에 베일이 싸인 이후로 그 안에선 아무것도 들려오지 않았고, 사내는 여전히 같은 자세로 앉아있는 상태였다.




“아량을 베풀때 받아들이는게 좋을꺼다.”




초론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말했다.




드루이드들은 이미 전투의지를 잃은 듯 잠잠해졌다. 실제로 저들이 할 수 있는건 별로 남아있지 않았다.




“다린스 크레드.”




초론이 무기력해진 드루이드들을 향해 마법을 외우자, 빛나는 끈이 생성되어 드루이드들을 향해 날아갔다.




드루이드들이 별다른 수 없이 뛰어 도망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끈은 화살처럼 빠른 속도로 날아가 드루이드들의 손과 발을 스스로 묶어버렸다.




결박당한 드루이드들은 땅바닥에 쓰러져 버둥거리기 시작했다.




“뭐지. 바로 죽이지 않는건가?”




테론이 힘겹게 초론을 올려다보며 의아해했다.




“네놈들에게 더 얻었으면 하는 정보들이 있거든.”




초론이 나지막이 말하고, 비축해두었던 마력으로 서서히 날아올랐다.




두 드루이드들은 자신들이 아직 살아있음에 조금 안도하는 듯 더 이상 저항하지 않고 스르르 쓰러졌다.




“네놈 부하들도 다 끝났다. 이제 직접 나서지 그래?”




초론이 아직도 묵묵히 앉아있는 사내를 향해 소리쳤다.




분명 저 막은 밖으로 소리가 빠져나가는 것은 막아도, 안으로 소리가 들어가는 걸 막고있지는 않을텐데.




초론은 사내가 무슨 생각으로 지금까지 뒷짐만 지고 부하들이 당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만 보고 있었는지 알 수가 없어 조금 신경쓰였다.




마네프 주인님은 초론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마네프 주인님이 무사한 것을 재차 확인하자 아직 싸움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안도감이 조금 들었다.




그 순간 사내가 벌떡 일어났다. 그리곤 간단히 손짓했다.




손짓만으로 모든 것을 튕겨내던 강력한 막이 걷어졌다. 파괴 마법이 아닌 저 정도의 복잡한 마법을 쓰다니.




“흥미롭구나.”




사내가 오랜시간이 지나 처음 하는 말은 초론의 생각과는 달랐다.




마치 하나의 오락거리를 보고난 감흥을 말하듯 덤덤했다.




“초론! 그동안 무슨 시간들을 보낸거야!”




초론이 뭐라고 답하려는 순간, 드디어 자신의 목소리가 전달된다는 것을 알게된듯 마네프 주인님이 초론을 향해 외쳤다.




“아······”




초론은 무슨 대답을 해야 할까 고민되었다. 누군가와 싸우고 이런 불안한 모습 보여주기 싫었는데.




단지 평범하게 그러나 생전 처음으로 주인과 인사를 나누고 싶었다.




그리고 앵무새였을적 주인이 느끼게 해주었던 행복을, 주인 곁에 머물며 천천히 되돌려주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왜 주인에게 다가갈 수도 없는 이런 상황이 되어버린 걸까.




”그건 나중에 말해줘도 돼. 돌아와줘서 고마워!”




초론이 조금 우울해지려는 찰나 주인이 하는 말이 들려왔다. 그 말은 지금이 어떤 상황이든 상관없어지게 만들었다.




저 사내마저도 쓰러뜨리고, 주인과 다시 만날 것이다. 초론은 그렇게 결심했다.




“하하하. 시끄럽구나. 그럴일은 없을꺼다.”




사내는 껄걸 웃으며 다시 손짓을 했다.




그러자 아까의 막이 다시 생기며 다시 주인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게 되었다.




“마네프 주인님!”




초론이 다급하게 소리쳤지만 더 이상 달콤한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다시 혼자 남겨진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정신을 다잡았다. 방금전의 결심을 꼭 이루고 말기 위해서.




“이제 나한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나 보군.”




초론이 사내를 쏘아보자, 사내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드라스노님!”




사내가 비행하여 아래쪽으로 내려오자, 스레논이 절박하게 소리쳤다.




초론은 아차 싶었다. 물론 저 마법은 맞추기 힘들어도 일단 한번 속박되면 웬만해선 풀 수 없었지만, 저 사내라면 혹시 풀 수 있는 방법을 알지도 몰랐다.




“아아. 스레논. 테론.”




드라스노라는 이름의 사내는 두 드루이드의 이름을 부드럽게 부르며 그들의 앞까지 미끄러지듯 다가왔다.




“마력을 나누어주시면 저희도 돕겠습니다!”




테론이 초론에게 말하던 것과는 확연히 다르게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




“뭐하고 있는거지?




드라스노는 엎어져 있는 두 드루이드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다 보시지 않으셨잖습니까? 저 앵무새놈은 간교한 계략을 쓰는데다가 혈마법까지 알고 있습니다!”




스레논은 마치 일러바치듯 소리쳤다. 동시에 한시라도 빨리 자신의 포박을 풀어달라는 듯 손을 드라스노 쪽으로 뻗으려 애썼다.




“그래. 덕분에 좋은 정보들을 얻었지. 하지만 너희들 참······”




드라스노는 잠시 손가락으로 턱쪽을 문질러대며 어떤 단어가 가장 적절한지 생각하듯 뜸을 드렸다.




초론은 그 모습을 보면서 어떤 마법을 조합하여 사용하면 드라스노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 머릿 속으로 한참 계산 중이었다.




“한심하게도 낭비만 많고 머리를 쓸줄은 전혀 모르는구나. 쯧쯧.”




드라스노는 테론의 머리를 지긋이 밟으며 낭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아악!”




거구의 체중이 실리자 테론이 고통스러운 듯 소리쳤다.




“설마 우리도 버리려는건가!”




스레논이 드라스노로부터 멀어지려고 몸부림치며 절망적인 목소리로 소리쳤다.




초론은 드라스노의 행동이 이해가지 않아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물론 두 드루이드들이 지금 당장 쓸모가 없어지긴 했지만, 마력만 보충한다면 다시 아까와 같이 싸울 수 있는 전사들이었다.




그런데 지금 드라스노는 뭘 하려는 거지?




“카이스마노.”




드라스노가 마법을 외우자 초록빛으로 강력하게 빛으로 이루어진 기다란 창이 생겨났다.




“그렇게 낭비할꺼면서, 마력을 다시 구걸하다니. 염치도 없구나.”




그렇게 말하면서 창을 잡을 팔을 뒤로 뺐다가 힘을 실어 테론을 찔렀다.




“크헉!”




테론은 급소를 찔린 듯 외마디 비명만을 지른 채 금방 숨을 멎었다.




“으아아아아!”




스레논은 마치 자신이 찔린 듯 공포에 질렸다. 속박된 발로 낑낑대며 땅을 차 데굴데굴 굴러가기 시작했다.




그 우스꽝스러운 몸짓이 스레논이 살아남기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이었다.




“그래. 네놈들에게 어울리는 모습이구나.”




드라스노는 우습다는 듯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스레논도 창으로 꿰듯 찔렀다.




“크으으으. 우리를 지금껏 키운게 이렇게 쓰고 버릴려고였나?”




복부 깊숙이 찔린 스레논이 목구멍으로부터 피를 토했다. 마지막 유언 같은 말을 늘어놓으면서도 드라스노를 날카롭게 노려봤지만, 이내 초점이 흐려지고 고개를 떨궜다.




“흐음. 거지 같이 살던 놈들을 거두어줬으면 더 잘 했어야지.”




드라스노는 드루이드들의 잘못을 탓하며 창을 뽑아냈다.




“왜 굳이 죽인거지?”




자신에게 다가오는 드라스노와 정면으로 마주하게된 초론이 물었다.




“아아. 이제는 성가셔져서. 어차피 너는 내 것이었다. 앵무새.”




드라스노는 마치 애완동물을 내려다보는 듯한 눈빛으로 초론을 봤다.




“이 모든게 너로부터 시작된 일이라면, 각오해야할 꺼다.”




초론은 마치 맹수와 같은 눈빛으로 올려다보며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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