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때리는 구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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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다
작품등록일 :
2023.06.01 21:06
최근연재일 :
2023.07.28 14:23
연재수 :
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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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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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0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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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연기(2)

처음입니다. 가볍게 읽어주세요.




DUMMY

41화.




‘라커룸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전반전까지만 해도 공격이 제대로 풀리지 않아서 스스로 화를 참지 못하고 씩씩거리던 FC해운 선수들의 모습이 아니다.


FC해운 선수들 눈빛이 달라졌다.


오진수는 FC김천 선수들이 다 들을 수 있도록 허공에 대고 큰소리로 외쳤다.


“집중해! FC해운 전반전과 다르다.”

“오진수 선배, 너무 걱정하지마세요. 후반전도 똑같이 하면 최소 무승부해요.”

여유롭게 웃고 있는 수비수 진민식.


민식이만 이번 경기를 무승부로 끝낼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다른 FC김천 선수들 포함 감독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현재 FC해운 선수들은 과거 K리그 시절 폼으로 돌아왔으며, 박호 감독을 만나 K2리그에서는 ‘어나더 레벨’로 통한다.


그렇기에 처음부터 우리 팀 전략은 무승부다.


삑!


주심 휘슬과 함께 후반전이 시작됐다.

FC해운 선수들은 공을 돌리며 조금씩 우리 수비 진영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툭툭

간결하고 빠른 패스.



오른쪽 측면에서 공을 받은 선수는 라이언.

왼쪽에 있어야 할 선수가 왜 저기?


‘스위칭 플레이다.’

순간 고개를 돌려 반대편을 보니 안토니 선수가 있다.

양쪽 윙어들 위치를 서로 바꾼 것이다.


“라이언 왼발이야! 안쪽으로 드리블 친다.”

오진수 말처럼 라이언은 사이드가 아닌 안쪽으로 드리블을 치며 페널티 박스 근처까지 오고 있었다.



같은 편 선수를 보고 준 라이언 패스.


펑!

오진수는 미리 예측해 공을 라인 밖으로 걷어낸다.


“나이스 패스.”

아쉽게 패스를 받지 못한 이민형 선수가 ‘엄지척’을 한다.


큰일이다.

상대 선수 한두 명은 쉽게 제칠 수 있는 안토니 선수와 라이언선수가 계속해서 좌우 위치를 바꿔가면서 우리 선수들을 흔들고 있다.


“뭐야?”

정신 못 차리는 FC김천 선수들.


“선수들 따라 다니지 말고 지역 수비해!”

오진수는 손을 뻗으며 흔들리는 선수들 위치를 다시 잡아준다.


“미안해요, 오진수 선배.”

“지금부터 집중해.”


방심하던 진민식 선수도 전반전과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몸을 느끼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다시 안정적인 수비를 보여주는 FC김천.


‘박호 감독님 생각대로 안돼요.’

고개를 돌려 FC해운 벤치 쪽에서, 서 있는 박호 감독을 쳐다보는데 웃고 있다.


‘웃어?’

이대로 경기가 무승부로 끝나, 승부가 나지 않으면 FC김천 홈에서 재경기를 하게 된다.

초초한건 FC김천이 아니라 FC해운인데···.


또 거슬리는 건 수비수 주영호 선수다.

아까부터 공격수 포지션에서 위협적으로 우리 수비수를 괴롭히고 있다.


처음에는 공격적으로 오버래핑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공격이 끝나고 원래 있던 수비진영으로 내려가지 않는다.

마치 공격수처럼 플레이 하고 있다.


오진수는 자기한테 바짝 붙어서 몸싸움하고 있는 주영호 선수한테 물었다.


“너 뭐야? 왜 자꾸 내 앞에서 알짱거려.”

“박호 감독님이, 공격수하면서 선배 수비하는 거 배우라고 하던데요?”


“!”

박호 감독은 진짜 주영호 선수를 공격수로 쓰고 있었다.


하긴, 농구로 따지면 현재 반코트 게임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풀백 수비수 한명이 없어도 무관 할 정도로 밀리고 있다.


그래도 보통 다른 감독이면 수비수를 빼고 공격수 한명을 더 추가로 넣는다.

그냥 수비수를 공격수로 쓰지 않는다.


머리로는 이해가 안 되는 박호 감독이다.


‘나한테 배워? 웃기고들 있네.’

오진수는 상기된 표정으로 자기 앞에 있는 주영호 선수를 마크한다.



이번에 반대편 안토니 선수가 왼쪽 사이드측면으로 파고들어가 주발인 왼발로 크로스를 올린다.


퍽!

페널티 박스로 날아오는 공중 볼을 주영호 선수하고 볼 경합을 하다가, 그의 팔꿈치에 맞은 척 쓸어 진다.


삑!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고통스러운 연기를 하자 주심은 공격자 파울을 선언한다.


배우고 싶으면 마음껏 배워라.

이것이 오진수 수비다.


‘얘도 웃어?’

바닥에 쓸어져 얼굴을 가린 채, 손가락 틈 사이로 주영호 선수 표정을 확인했다.


그의 미소는 마치 16년 전, 고현우 때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그때도 유니폼을 당기고 팔꿈치로 가슴을 때려도 짜증한번 내지 않고 웃고 있는 고현우.


“웃지 마 새끼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주영호 선수 멱살을 잡았다.


“연기는 그렇게 하는 거구나.”

“뭐!?”


멱살을 잡았는데도 당황하기는커녕, 새로운 기술을 배웠다는 듯 좋아하는걸 보니 더 화가 치밀어 오른다.


그 구단대표에 그 선수다.


처음부터 고현우가 FC해운 대표로 축구판에 다시 돌아온다는 기사를 봤을 때부터 마음에 안 들었다.


***


16년 전 해운병원.


고교 대통령배 결승전이 끝나고, 진수는 사과하러 현우가 입원해 있는 해운병원 입구까지 갔었다.


“의사말로는 수술 성공적으로 끝나서 꾸준히 재활운동하면 몇 년 뒤에 복귀 할 수 있다던데 왜 재활을 안 하지?”


“LK사람들 말로는 더 이상 축구 안하기로 했다던데요.”


우연히 해운병원 입구에서 기자들끼리 하는 얘기를 몰래 들었다.


“아깝네, 이번 대회 끝나고 성인 국대로 월반한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뭐가 아까워요. LK그룹 고승호 회장 아들인데 축구 안 해도 잘 먹고 잘 살아요.”

“하긴, 돈이 그렇게 많으면 축구는 그냥 취미생활이겠다.”


‘취미?’

기둥 뒤에서 모자를 푹 눌러쓰고 조용히 듣고 있는 오진수는 표정이 굳어진다.


“어!? 저 사람!”


한 스포츠 기자가 진수를 알아보고 기둥 쪽으로 천천히 다가온다.


“오진수 선수 맞죠?”

“아닙니다.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

진수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황급히 그 자리를 피한다.


축구 하나밖에 없던 진수.

그마저도 특별한 재능이 있던 선수도 아니다.


하지만 축구유망주로 많은 사람들에게 재능을 인정받았던 현우에게는 축구가 ‘취미’다.


누구는 죽으라고 뛰어도 제대로 인정을 못 받는데···.


미안했던 감정이 한순간 미움으로 바뀌는 계기가 됐다.


그 이후, 대학교축구 생활을 할 때부터 거친 플레이로 유명세를 얻기 시작했다.

상대 에이스 선수에게 거친 파울을 해도 죄책감은 없었으니깐.

자연스럽게 붙은 별명도 ‘에이스 킬러’다.


“오진수, 이건 연습경기야!”

“왜요? 연습은 실천처럼 몰라요?”

“······.”

같은 학교 선배들도 진수를 무서워 할 정도.


“저 새끼, 고현우 담군 놈 아냐?”

“맞아. 괜히 도발하지 마! 너도 죽어.”


뒤에서 수군거리며 욕하는 것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누구보다 축구에 진심인 사람은 고현우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학교 2학년 때, K리그 프로축구 팀과 연습경기를 한적 있었다.

당시 상대 프로 감독직을 맡았던 김남길 감독이 경기 끝나고 학교에 찾아왔다.


“오진수 선수, 우리 팀에 오지 않을래?”

“프로팀이요?”

“그래, 아직 날것처럼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좋은 실력을 가지고 있어.”

“······.”

처음으로 자신을 인정해준 감독이다.


그렇게 프로팀에 들어간 진수는 김남길 감독으로부터 수비수가 어떻게 파울을 해야 하는지 처음부터 다시 배웠다.


1.유니폼은 그냥 잡는 게 아니라, 잡았다 놨다하면서 상대 몸 밸런스만 무너트리면 된다.


2.상대가 역습상황이 올 거 같으면, 위험지역이 아닌 곳에서 미리 파울로 끊어라.


3.침대축구 한다고 상대가 항의해도 일어나지마라, 우리 팀은 널 노련한 선수로 생각할거다.


4.적절한 도발은 오히려 상대로부터 반칙을 얻어 낼 수 있다.


“오진수 이것도 축구야, 화려한 기술과 골만 축구가 아냐.”

김날길은 그 말과 함께 진수에게 유니폼 등번호 ‘4’번을 지어주며 말을 계속해서 한다.


“무슨 의미인줄 아니?”

“중앙 수비수들이 많이 쓰는 등번호잖아요?”

“나한테 등번호 4번의 의미는 죽을 사(死)야!”

“감독님!”

“상대 선수들 살려서 내보내지마!”

“네, 알겠습니다.”


김남길 감독은 선수 시절 별명이 ‘저승자사’였다.

화장실까지 따라와서 괴롭힌다고 할 정도로 상대선수 혼을 다 빼게 만들었다고 한다.


“감독님, 지켜봐주세요. 제 축구가 틀리지 않았다는 걸 보여줄게요.”


***


현재 레드스타디움.


“그만해요, 선배.”

“영호야 괜찮아?”


양 팀 선수들이 뛰어와 오진수와 주영호 사이를 떼어낸다.


삑!

주심이 주머니에 있던 옐로카드를 꺼내, 진수와 영호를 향해 손을 들어서 보여준다.


‘옐로카드!’

어린 꼬맹이 도발에 넘어간 진수는 주심의 카드를 보고 나서야 부끄러운 감정이 들었다.

경험 많은 배태랑 선수가 이런 실수를 하다니.


치열한 혈투 속에 어느덧 전광판 시계는 80분을 가리키고 있다.


“조금만 더 집중해!”

“네.”


이대로 끝나면 홈에서 재경기를 할 수 있다.


툭툭

센터서클에서부터 간결한 패스로 공을 돌리는 FC해운 선수들.



마지막으로 공을 받은 주아솔 선수가 골대를 보고 있다.


“중거리 슛이다 막아!”

언제든지 기회면 되면 슛을 때릴 수 있는 선수라는 것은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상대보다 운동신경이 느려도 상대정보와 습관을 알면 예측해서 막을 수 있어.

김남길 감독님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퍽!

같은 팀 민식이 등을 막고 굴전 된 공이 골라인 밖으로 나가려고 한다.


“앗!”

그때, 주영호가 공을 살리려고 무리하게 뛰다가 자신의 오른쪽 허벅지를 잡는다.

햄스리팅이 올라온 것이다.


‘왜? 안 바꾸는 거지?’

고개를 돌려 주영호와 FC해운 벤치를 번갈아 봐도 교체하려는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박호 감독은 과거 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선수를 보호해야한다는 생각이 없다.


‘나도 더럽게 플레이하지만 이건 아니지.’

진수는 허벅지를 만지며 자신 앞에서 공을 받으려고 등지고 있는 영호한테 말했다.


“교체사인 보내, 그러다 진짜 크게 다쳐.”

“10분도 안 남았는데 그냥 할레요.”

“그러다 너희 대표님 꼴 난다.”

“지금, 대표님 무릎아파서 병원에 있다던데···.”

“······.”

진수는 순간 표정이 굳어진다.



그때, 주아솔이 페널티 박스 안으로 영호를 보고 스루패스를 한다.


“!”

갑자기 돌아 뛰어 들어가는 영호를 예상 못하고 뒤늦게 유니폼 뒤를 잡았다.

부상당한 선수의 움직임이 아니었다.


퍽!


유니폼 때문에 무게중심을 잃고 쓰러진 영호는 잔디에 얼굴을 박고 있다.


삑!

주심이 페널티킥을 찍었다.


‘속았다.’

페널티킥 선언과 함께 쓰러져 있던 영호가 주먹을 불끈 쥐는 것을 보고 알았다.

햄스트링 올라온 척 연기를 했다는 것을.


주심은 벙찐 표정을 짓고 있는 진수한테 다가와 주머니에 있던 옐로카드를 먼저 꺼낸다.

다음으로 레드카드도 들어 나가라는 신호를 보낸다.


퇴장이다.


FC김천 선수들이 주심한테 달려가 항의하면서 경기가 잠시 지연 되고 있을 때, 영호가 일어나 진수에게 귓속말로 말했다.


“연기 이렇게 하는 거 맞죠?”

“미친놈!”


우우우우

원정 응원석에 있던 서포터즈 팬들은 퇴장 받고 골라인 밖으로 걸어서 나가는 진수를 향해 야유를 보낸다.


공격수는 계속 못하다가 한번 잘해서 골을 넣으면 영웅이 된다.

반대로 수비수는 계속 잘하다가 한번 크게 실책하면 역적이 된다.


“축구 X같네.”




처음입니다. 가볍게 읽어주세요.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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