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공간 지도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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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폴풀
작품등록일 :
2023.08.07 15:17
최근연재일 :
2024.08.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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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1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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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돌아온 기억 (1)

DUMMY

섬광이 하늘에서 일직선으로 떨어졌다.

그것은 정확히 하나의 건물을 꿰뚫었다.

그러나 딱히 큰 피해는 없었다.

그저 빛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다만 이 도시에서 있던 이들을 놀라게 하기엔 충분했다.

그만한 밝기였으니 말이다.

또한 이어지는 굉음 역시 깜짝 놀랄만한 크기의 소리였다.


콰르르릉!


미르의 건물에 번개가 떨어지고 천둥이 울부짖었다.

텔레포트였다.


“오, 왔는가.”


미르의 건물 내부, 텔레포트 기계.

그것이 벼락을 빨아들이며 무언가를 토해냈다.


한 줄기의 섬광이 뭉치며 사람의 형태로 변했다.

김윤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를 한 중년 남성이 맞이했다.

미르의 길드장, 박건영이었다.


“의뢰는 성공했나?”

“······.”


아름으로 돌아온 김윤.

그는 박건영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고 그저 그를 째려볼 뿐이었다.

지금의 벼락을 보니 그가 처음 의뢰를 떠났을 때가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잠입이라 해놓고는 이러한 이펙트와 함께 섬광으로 떨어졌던 그.

덕분에 잠입은 실패하고 경비병에게 쫓기며 의뢰를 시작했었다.


“음? 왜 그러지?”

“······아닙니다. 그저 텔레포트가 이렇게 요란한 것이라면 미리 알려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하하하! 그건 미안하게 됐네. 내가 깜빡했구먼.”

“이러면 밤에 가는 게 아무런 소용이 없지 않습니까.”

“아니지! 아공간은 밤에도 어느 정도 밝아 커튼을 치고 자지 않나? 그래서 안 보였을 걸세. 하하하.”


김윤은 그의 당당한 태도에 할 말을 잃었다.

아무리 커튼을 친다 해도 이러한 빛이라면 그 미약한 틈을 파고들 것은 물론, 천둥의 굉음을 동반하는 이동이었다.

들키지 않을 리가 없었다.


‘어차피 나도 뻔뻔하게 나설 생각이긴 했으니.’


그래서 그도 뻔뻔하게 나서기로 다짐했다.

박건영의 태도를 보니 그가 요구할 보상들이 적당해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일단 의뢰는 성공했습니다만······.”

“했습니다만?”

“이거 보수를 더 받아야겠던데요?”


김윤이 미소를 지었다.


“보수? 그래, 얼마든지 주겠네. 무려 전쟁을 막았는데 내가 그것 하나 못하겠나? 도시를 지킨 영웅 아닌가?”

“아, 역시 그런가요? 안 그래도 요새 가게가 낡은 듯해서요.”


사전 공지를 하지 않고, 자신을 호되게 부려 먹은 보상을 받을 시간이었다.



***



“······그래, 뭐. 전쟁을 막았으니······.”

“내키지 않으신가 봐요?”


김윤이 자신의 턱을 쓰다듬었다.


“그럴 리가 있나? 이렇게 우리 무기들도 회수해줬는데 말이야······.”


박건영이 김윤이 인벤토리에서 쏟아낸 무구들을 바라보았다.

모두 미르의 마크가 새겨진 미르의 것들이었다.


“아, 이 무기들 때문에 제가 죽을 뻔했다니까요?”

“······그래서 해준다고 하지 않았나.”


김윤이 미르에게 제안한 보상.

그것은 가게의 증축과 미르의 기술 제공이었다.

정확히는 가게에 대한 보안 기술.

미르의 사장이 타고 다니는 차와 같은 곳에 들어간 보호막 스킬과 같은 것을 바라는 것이었다.


물론 이것으로 끝은 아니었다.

의뢰를 받았을 때 미르 측에서 제공하기로 한 것들도 남았으니 말이다.


“아, 물론 그때 말한 무구 제공도 있죠?”

“······자네가 한 번씩 다 사용해 보는 거였나?”

“아뇨, 제가 얼마나 고생했는데. 게다가 도시를 지킨 영웅이잖아요? 그러니까 한 다섯 개 정도는 가져가야 할 것 같아요. 제가 그 벼락 떨어지는 것 때문에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쫓겨 다녔거든요.”


김윤이 투덜거리며 박건영의 눈치를 살폈다.


“음? 싫으신가요? 싫으시면 뭐, 정부나 길드 쪽에 부탁해야겠네요.”

“······아닐세. 가게 증축과 보안 스킬, 그리고 무구 다섯 종류 제공과 나머지의 체험. 마지막으로 미리 말했던 추가 금액. 맞나······?”

“맞아요.”


미르의 무구, 그것 하나만으로도 상당한 가격을 자랑한다.

그야 도시 최고의 장비들을 만드는 길드의 것이니 말이다.


‘제대로 된 미르의 무구 한두 개 정도면 집 하나도 사고 남지.’


주로 리터너들이 사용하는 무구.

그것은 그들의 목숨과 직결되기에 성능이 좋을수록 비쌀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그것의 재료는 몬스터의 부산물.

구하기 힘들뿐더러 하나하나의 재료가 비싼 것이 부산물이기에, 그것으로 만든 무구는 더더욱 비쌀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가게 증축과 보안 스킬.

이것도 상당한 금액이었다.


멸망 이후 도시에서의 건물은 보통 마력을 이용한 스킬을 통해 지어진다.

그것이 더욱 빠르며 튼튼하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그러한 스킬을 지닌 이들이 판매권을 독점, 가격이 멸망 전보다 더욱 비싼 편이었다.


‘안 비싼 게 없는 세상이긴 하지만.’


거기다가 몬스터의 심장등을 이용해 만든 마력 코어와 그것에 새겨진 스킬들.

이것 역시 고가의 물건들.


‘뜯어낼 수 있을 때 뜯어내야지.’


여러 도시에 무기를 팔았으니 돈은 넘쳐나는 길드다.

그러니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또한 그만큼 죽을 고생을 했으니 아무리 적어도 이만큼은 받아야 했다.

더군다나 지금 주도권은 그에게 있다.


미르에게 생긴 약점.

다른 도시에 대한 무기 제공.

물론 이 부분이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무기가 전쟁용 무기임은 물론, 아름을 노리게 된다면 그것은 큰 문제가 된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될 뻔했고.’


김윤이 자신이 회수한 미르의 무기들을 바라보았다.

임재현이 죽은 후, 이지우를 통해 회수한 물건들이었다.

하나하나 전부 위험한 물건들뿐이었다.


전쟁을 위한 무기들.

이곳에 있는 무기 두세 개만 제대로 사용한다면 도시 하나쯤은 쉽사리 궤멸시킬 수 있을 것이었다.


‘정작 구매한 놈은 쓰지 않은 듯하지만.’


김윤은 임재현을 떠올렸다.

이러한 무기들을 구매했으나 그는 쓰지 않았다.

그나마 사용했다 하는 것들도 그저 대인 무기 정도.

전쟁용은 단 하나도 사용하지 않았다.


‘그 건틀릿도 그랬지.’


김윤은 그의 건틀릿을 떠올렸다.

그것 역시 대인 무기에 불과했다.


그래서 그 도시에 두고 왔다.

전쟁용 무구도 아닐 뿐더러 이지우를 위해서였다.


‘그저 형식상이었나.’


물론 지금은 그의 뜻을 깨달았으니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도시가 망가지는 것을 원치 않았던 것이렷다.

그는 섬광이라는 도시를 제대로 살려내고 싶었던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이지우, 그녀가 있으니 섬광은 그가 바라는 대로 되겠지.’


김윤은 저 멀리서 걸어오는 정장 차림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가 섬광으로 떠나기 전에 가게로 그를 데려다준 인물이었다.

그의 오른손에는 과거 가게에서 주었던 것과 같은 케이스 가방이 들려있었다.


‘추가 보수만 해도 당분간 애들 월급 걱정이랑 가게 운영비 문제는 없을 테고.’


“여기 추가 보수네.”


박건영이 케이스를 건넸다.

김윤은 그것을 받고 열어 금액을 확인했다.


“확인했습니다.”

“······그럼 무구는 바로 보러 갈 건가?”

“뭐, 빨리빨리 처리하는 게 좋겠죠.”


김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따라오게.”


그러자 박건영이 앞장서 걷기 시작했다.

그 뒤를 정장 차림의 남자가 잇따랐고, 또 그 뒤를 김윤이 잇따랐다.


미르에 있는 거대한 창고.

판매되기 전 무구들을 보관하는 곳이었다.


“역시 미르네요.”


거대한 창고를 가득 채운 수많은 무구들.

김윤이 그것들을 살폈다.


“한 번씩 사용해 보고 싶은데 쓸 곳이 있나요?”

“당연히 있다네.”


그야 무구들은 목숨과 직결된다.

방어구의 성능이 몸을 지켜줄 것이고, 무기의 성능이 적을 도륙할 것이다.

때문에 리터너들은 무기를 반드시 사용해 보고 구매했다.

자신에게 맞는지 확인을 해야 했으니 말이다.


‘안 그래도 섬광에서 지도 소모가 꽤 컸는데 말이야.’


김윤이 훈련실과 같이 생긴 곳에 들어가 무구를 사용해 보았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을 보낸 후, 그는 자신의 기억 속에 무구를 저장함은 물론 다섯 가지의 무구를 골랐다.


‘애들한테 하나씩 주면 되겠군.’


모두 길잡이의 이들에게 걸맞는 무구들이었다.

김윤은 자신이 챙긴 무구들을 하나씩 살피며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단도 한 자루, 팔찌 하나, 신발 한 켤레, 권총 한 정, 그리고 무언가의 손잡이로 보이는 것 하나였다.


“다 챙겼나?”

“네, 감사합니다.”

“······그래. 다음부터 의뢰는 조금 조심해서 넣어야겠군.”

“하하하, 그런가요?”


김윤이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마치 박건영이 매번 웃던 것처럼 말이다.


“그럼 저는 이만 돌아 가보겠습니다. 다음에 또 의뢰 주시고요.”

“그래, 수고했네. 그리고 의뢰는······ 고민 좀 해보겠네.”


김윤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넨 후, 미르를 빠져나갔다.

아직 아침이 오기 전의 시간이었다.


“저렇게 다 건네줘도 되겠습니까?”


김윤이 떠나자 정장 차림의 남자가 박건영에게 물었다.


“상관없다. 이 정도면 계획이 시작되기 전에 망쳐지는 것보다는 싸게 먹힌 거지.”

“그렇습니까. 그럼 다행이군요.”

“······사실 생각보다 더 뜯겼다.”


박건영이 창문을 통해 김윤이 지나간 길을 바라보았다.

마력을 통해 건물 옥상을 도약해 날아갔기에 그의 모습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나중에 그 배로 다 돌려받아야겠어.”


박건영이 몸을 돌려 건물 안쪽으로 향했다.



***



다음날, 직원들이 하나둘 길잡이로 출근할 시간이었다.


“······이게 무슨 일이에요?”


주은서가 가게 앞에 모여있는 직원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최현민과 이서준이 가게에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 가게 증축 한대.”

“가게 증축이요? 갑자기?”

“으, 응. 사장님이 도, 돌아오셔서는 그러더라고.”


최현민이 자신의 뒤를 가리켰다.

가게 안쪽이었다.


그곳에서는 김윤이 열심히 가게 증축하는 이들에게 무언가를 설명하고 있었다.


“언제 돌아오셨대.”


이서준이 답했다.


“오늘 돌아오셨대요.”

“그, 그래도 멀쩡히 돌아오셔서 다행이야.”


최현민이 김윤을 바라보았다.

따로 다친 곳은 없어 보였다.


“근데 돈은 어디서 나서 증축을 한 대요?”

“이, 이전 의뢰자 기억하지?”

“미르의 길드장이었죠.”

“그, 그 사람이 보수로 가게 증축이랑 보안 스킬등을 해주기로 했대.”


최현민이 말을 더듬으며 열심히 설명했다.

그때였다.


“그래서 오늘은 쉬어도 된다는 사실.”


언제 곁에 왔는지 김윤이 최현민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그리고 이거 말고도 선물도 있는데 어때, 관심 있어?”

“······일단 장소를 옮기면요.”


주은서가 주변을 가리켰다.

흉흉한 시선이 그들을 향하고 있었다.

모두 시민들의 것이었다.


“그럼 뭐, 현민이네 집으로 가자.”

“네, 네? 저희 집이요?”

“우리가 가게로 갈 수는 없잖아? 특히 내가.”


김윤이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렇네요. 일단 빨리 이동하죠. 사장님은 따로 오고요.”

“그럼 있다가 보자고.”


김윤이 손을 흔들며 모습을 감췄다.

은신 스킬을 사용한 것이었다.


“그럼 어서 가요.”

“아······. 으응······.”


최현민이 힘없이 고개를 끄덕인 후, 앞장서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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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헛수고 (1) 23.09.28 83 2 12쪽
38 기억과 길 (3) 23.09.27 96 4 11쪽
37 기억과 길 (2) 23.09.26 77 4 12쪽
36 기억과 길 (1) 23.09.25 94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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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마력초 공장 (3) 23.09.21 91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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