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 대한민국, 한국인만 빼고 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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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몰입러
작품등록일 :
2023.08.25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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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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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30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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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1 요새를 지키는 사람들 (3)

DUMMY

11


요새를 지키는 사람들 (1)






“회장님! 놀랐잖아요!

들어오실 때 벨이라도 누르고 오셨어야죠.

애 떨어질 뻔 했잖아요!”


“아니, 저기, 닥터 에이프릴.

그건 내가 할 말이잖아요.

여기는 내 집 아닙니까?

자기가 혼자 사는 집에 벨을 누르고 오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하얀색 괴생명체의 정체가 확인되었다.

바로 유진의 주치의인 제니퍼 에이프릴 박사였다.

백인이니 당연히 피부가 하얬고, 환한 금발이 조명에 더 반짝였다.


인공 동면 캡슐에서 나왔을 때 제일 처음 마주친 22세기 사람이었다.

초창기 일주일 동안 항상 유진의 옆에 붙어서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의료진들을 진두 지휘한 사람이었다.


이제 막 발을 딛기 시작한 공적인 사회 생활에서는 남강민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있지만, 그전에 본능적으로 유진이 의존했던 사람이 에이프릴 박사였다.

수 년 동안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다보니 항상 의료진에게 의지하는 습관 같은 것이 생겼는데, 박사는 그러한 유진의 불안을 너무나 잘 달래줬다.


뛰어난 미모의 여성은 항상 남자들의 호의를 사게 마련이지만, 외모랑 무관하게 유진이 항상 의지해왔다.


오늘 아침에도 그동안 머무르던 유진 의료원 VIP 병실에서 나오면서 고맙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박사님. 정말 고마웠습니다.

이제 다른 곳으로 옮기게되었는데, 박사님을 잊지 않겠습니다.

자리 잡히면 한번 초대할게요.”


“네, 회장님.

어차피 검진 때마다 자주 뵐 거에요.

아무튼 회장님께서 사적으로 따로 초대해주시면 정말 영광이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이렇게 훈훈한 분위기로 작별한 게 아직 12시간도 안 지난 거 같은데?


“그런데 박사님이 도대체 왜 여기에 있냐고요?

지금 10시가 넘었는데, 박사님은 퇴근 안 하세요?”


“저도 퇴근하고 싶어요.

지금 근무 중이란 말이에요!”


“근무 중이라고요?”


유진은 고개를 들어 주위 풍경을 다시 확인했다.

거대한 거실과 중앙 계단, 계단 위 복층에 있는 여러 개의 방문.

아무리 봐도 병원은 아니다.


“박사님이 일할 곳은 안 보이는데요?

아무리 봐도 박사님 같은 고급 인력이 근무할 직장은 아닌데요?”


“직장 맞아요.

지금 초과 근무중이거든요.

잠시만요. 옷 좀 입고 올게요.”




***




뷰 맛집은 이런 느낌이구나.

한강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초고층 건물 펜트하우스.

거실 한 면 거의 전부를 차지하는 통유리창을 옆에 두고.

슈퍼모델 같은 금발머리 미녀랑 함께 차를 마신다.

그래, 이게 사는 거지.



“아깐 정말 놀랬어요.”


“나도요.

그런데 왜 옷은 다 벗고 있었던 거죠?”


“아, 그게요.”


에이프릴은 손가락으로 거실 한쪽을 가르켰다.


“저쪽에 호텔 사우나 뺨치는 멋진 욕실이 있던데요.

전망도 너무 좋고, 작은 풀도 있고요.

화장실은 한쪽 면이 전부 유리더군요.

거기서 신나서 퐁당퐁당 하다보니 회장님 오신 줄도 몰랐나 봐요.

아무도 없는 줄 알고, 보자마자 뛰어들어서 옷도 가져가지 못했거든요.

죄송해요.

앞으로는 이런 일 없도록 조심할게요.”


“굳이 조심은 안해도 돼요.”


“그런데 아까 옷도 제대로 못 입고 있는 사람에게 뭘 그렇게 자꾸 물어봤어요?”


“너무 놀라서요.

옷 안 입은 줄도 몰랐어요.”


“에이. 아닌 거 같은데.

다 보셨죠?”


“지금 그런 게 중요한 것이 아니에요.

그럼 남강민 실장이 박사님에게 당분간 내 집에서 근무하라고 요청했다는 겁니까?”


그래서 아까 남강민 실장이 집으로 올라가면 깜짝 놀랄만한 사람이 있다고 한 거구나.

하지연을 말하는 줄 알았는데.



“네, 성공적인 동면 해제였지만 사실 아직도 회장님의 건강에 대한 100% 확신은 힘들다면서요.

아무래도 주치의인 제가 바로 옆에서 항상 체크해야 마음이 놓인다네요.”


그건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리고 솔직히 의사로서 제 욕심도 있었군요.

회장님은 백 년 만에 인공 동면에서 깨어난 유일한 실험체... 아니 환자예요.

당장은 아무 이상 없으시지만 앞으로는 혹시 모르니까요.

옆에서 계속 신체 변화를 지켜보면서 확인하고 싶었어요.”


이것도 이해할 만하다.


“수당도 엄청 준다고 하고.

제 본봉의 세 배를 준다고 하더군요.”


완전 이해된다.

확실히 자본주의가 생명력이 길다.


“인센티브도 약속 받았어요.

회장님이 1년씩 더 사실 때마다 추가 보너스가 있어요.”


살짝 기분 나빠지려 했다.


“게다가 재택근무잖아요.

출퇴근도 안하고 얼마나 좋아요.

그리고 회장님은 바쁘시잖아요.

회장님이 집에 들어오시지 않는 날에는 완전 호캉스인데요.”


이건 선을 넘었다.


“닥터 에이프릴.

재택이라니요?

여긴 내 집이에요. 박사님의 택(宅)이 아니라고요.”


“그건 잘 모르겠고요.

전 어려운 한자 모른단 말이에요.

아무튼 회사의 지시를 받은 거에요.

회사의 직무상 정당한 지시를 어기라는 말이에요?

회장님은 직장 생활 안 해보셨죠?”


해봤지.

민간 군사 기업(PMC)이 얼마나 빡센데.

거기도 팀장 있고 에이전트 있고 본봉, 인센티브 다 있었다고.


아무튼 좋다.

1초 정도 생각해봤는데, 이 여자랑 함께 있어도 손해볼 일은 없을 거다.

눈치 볼 와이프나 애인이 있는 것도 아니고, 걱정할 부모님도 안 계신다.

의사가 바로 옆에 있으면 좋지 뭐.

다만.


“가족들이 걱정 안 해요?

엄마가 집에 안 들어오면 애들이 걱정할 텐데...”


“없는 애를 왜 걱정해요?

어머니는 제주도에 계시고 전 혼자 자취해요.

나 혼 자 산다고요.”


에이프릴은 ‘혼자’라는 단어를 강하게 발음했다.

하기는 독신이니 이런 제안도 받아들였겠지.


“알겠습니다.

그럼 어느 방에서 지낼 거에요?”


“아직 안 정했는데요.

그건 집 주인이랑 협의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박사의 하얗고 긴 손가락이 위쪽을 가르키면서 커다랗게 원을 그렸다.


“제가 회장님 오시기 전에 잠깐 집을 둘러봤거든요.”


“나도 아직 구경도 못한 집인데.”


“죄송해요. 도저히 호기심을 이기지 못해서요.”


그렇더라도 직장 상사의 집을 자기 집처럼 누비며 구경하다니 박사도 그리 눈치보는 성격은 아닌가 보다.

예의 없는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는데.


“엄청나던데요.

두 개 층이라고 들었는데, 실제로 보니까 각층이 복층으로 되어 있어서 실제로는 4개층을 쓰시더라고요.

그리고 71층,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있는 층의 위쪽을 보면.

그러니까 71-2층이라고 할까요?”


에이프릴이 중앙 계단 위쪽을 가르켰다.


“게스트룸과 사무실이 여러 개 있어요.

회장님을 위한 의료도구들이 그 층에 셋팅되어 있거든요.

저도 그 중 한 방에 머무르면 어떨까 해요.”


“마음대로 하세요.

그런데 72층에도 가봤어요?”


“물론이죠.

아직 보안시설이 완전히 작동이 안 되는지, 아니면 회장님을 맞으려고 하는 건지.

모든 문이 개방되어 있더라고요.

거기도 엄청나요.


아래층이랑 복층 모두 아파트 같은 별도의 거주 구역이 여러 개 있더군요.

게스트룸인지 아니면 가족들 거주 구역인지는 모르겠어요.

아, 그건 회장님이 이제 정하시면 되겠네요.”


제1 요새라더니.

병사들 합숙소라도 되나.

에이프릴의 말을 들어보면 일개 중대는 주둔할 수 있겠다.


“거기 한 채를 통째로 쓰던지, 방금 말한 의료 기기 옆방을 쓰던지 마음대로 하세요.

사실 아직 내가 쓸 방도 안 정했어요.”


돌아보지도 못했는데 어떻게 정하겠는가.


“처음에는 별 생각없었는데, 돌아보니까 이 집이 너무 마음에 드네요.”


정말 집이 좋긴 한가 보다.




“나랑 둘이 사는 게 불편하지는 않아요?”


“백 년 연상의 남자랑 살아본 적은 없는데, 뭐 별일 있겠어요?”


에이프릴은 고개를 흔들면서 환하게 웃었다.


“열심히 근무하겠습니다.

근무 환경이 너무 좋아요.”


“혼자 할 수 있겠어요?

유진 의료원에서는 팀으로 활동했잖아요.”


“물론 다른 전문가분들 도움을 받아야죠.

수시로 출장 오실 거고, 70층에 항상 당직 서시는 분들 중에 의료 전문가들이 있어요.”


“식사는요?”


“제가 요리를 좀 해요. 혼자 오래 살다보니.

아니면 아래 층에 연회장과 대형 주방이 있어서 24시간 내내 식사 준비가 가능하다고 하네요.


참, 저보다 회장님 식사가 문제죠?

아까 70층 리셉션 공간에서 근무하시는 분이 물어보시더군요.

회장님 식사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저한테는 의사로서 문의한 건데, 특별히 회장님이 주의해야 할 음식 같은 건 없다고 했어요.

알레르기도 없으시고 혈압이나 당도 괜찮으시니까요.”


“나이 먹은 것치고는 건강한 편이네요.”


“그러게요.

백 서른 여섯 살 치고는 아주 정정하시죠.”


닥터 에이프릴이 웃는 모습은 병원에서도 자주 봤다.

그런데 이렇게 사복을 입고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니 또 느낌이 달랐다.

저건 업무용 미소인가, 아니면 진심일까.


아무튼 조금 더 가까워진 거 같아서 나쁘지 않았다.

어떻게든 적응해가야 할 세상이다.




***




유진은 에이프릴의 안내를 받아 자신의 요새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

불과 몇 시간 전에 먼저 온 에이프릴은 생각보다 훨씬 집안 구조를 잘 파악하고 있었다.

누가 집주인인지 모를 정도였다.


대충 둘러봐도 한 시간은 걸린 것 같다.


방이 너무 많아서 어느 방을 사용할 지도 선택 장애가 왔다.

70층에 당직자가 있다는데, 그렇다고 사용할 방을 골라달라고 사람을 부를 수는 없는 일이다.


결국 일단 71층 아래쪽에 있는 큰 방으로 정했다.

들어오면 바로 보이는 거실에 붙어 있는 방이다.


괜히 여기서 더 올라가면 미로 안에 들어가는 것 같아서 꺼려졌다.

가족이 생기거나 은밀한 사생활이 있어야 72층의 활용도가 높아질 것 같다.

그때까지는 지금 방으로도 충분해 보인다.

다만.


‘문만 나가면 에이프릴의 방이 바로 올려다 보이긴 하네.’


그래도 회장이 불편할 건 없다.

직원이 불편하겠지.





백 년 뒤의 세상.

비록 일주일 겪어본 게 전부였지만.


‘나쁘지 않네.’


호화로운 집.

회장님이라 불리는 화려한 생활.

주위 사람들도 모두 호의적이다.

그리고 유진의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아프지 않아서 좋았다.




그런데 이제부터가 문제였다.


‘뭘 하지?’


생각해보면 부모님이 돌아가신 십대 후반 이후, 한번도 마음 편한 시간이 없었다.

이십 대 때는 경제적으로 너무 어려웠고, 열심히 총질해서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삼심 대 시절에는 너무 아팠다.


‘전생에 고생을 해서 내세에 복을 받는 걸까?’


그런데 내세에 복을 준 사람이 하느님이나 부처님이면 그냥 열심히 기도만 하면 되는데.

그에게 복을 준 사람은 그와 같은 시대 사람이었던 하지은 박사다.


좀 전에 하 박사와 대화를 나누었다.

실제로는 진짜 하지은이 아니라 하지은의 남은 인격이 깃들은 인공지능이라 하는데, 유진은 도저히 진짜 하 박사와 구분할 수 없었다.


그런 진짜 같은 하 박사가 유진에게 말했다.


“바라는 거 없어요.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사세요.

행복하게.”


그게 다였다.



‘그건 아니잖아.’



세상을 구하라던가.

한국인들을 다시 이 땅에 번성하게 하라던가.


이런 구체적인 요청이 있는 것이 차라리 마음 편할 것 같다.


유진은 다시 일어나 비망록을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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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 깨어난 회장님 (2) +2 23.08.25 608 9 11쪽
2 2 깨어난 회장님 +2 23.08.25 765 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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