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따 버리고 천재 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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슥슥트레인
작품등록일 :
2023.10.06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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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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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21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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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자, 이제 시작이야 (6)

DUMMY

‘빠르네···.’


그전까지는 솔직히 말하면 얕보고 있었다.

예능팀 소속의 이벤트 경기.

거기서 나오는 선수, 게다가 일본도 아닌 한국 리그도 못들어 가는 선수들 모아둔 곳이라고 들었기에.


‘미친···. 예능이 아니라 혼자 다큐를 찍고 있었군.’


그게 아니라면 이런 공을 던질리가 없었다.

그때부터 이건 이벤트성 경기가 아닌 실제 경기처럼 느껴졌다.


‘이런 선수면 곧 미국에도 오겠군.’


미래의 메이저리거가 맞붙는다고 생각해야겠어.

스스로 그런 생각을 하며 디아고는 타석에서 내려온 타자에게 물었다.


“공은 어떤거 같아?”


그러자 타자는 혀를 내두른 체 말하였다.


“말해, 뭐해. 디아고. 보면 알잖아? 나 순식간에 잡힌 거.”

“그래, 봤지. 그래도 느낀게 있을 거 아니야?”

“너무 순식간이라 제대로 못봤지만, 커터와 직구를 섞어 던지는 거 같아.”


커터와 직구라.

디아고의 머릿속에는 순간 양키스의 전설, 마리아노 리베라가 떠올랐다.


‘뭐, 그정도는 아니겠지만.’


실제로 나이덕의 구위가 그정도로 보이지는 않았다.

다만, 던지는 구종이 그렇다보니 순간적으로 떠오른거다.


‘일단 한번 지켜보자.’


수비가 끝나고 디아고가 타석에 들어선 순간.

그는 우선 공을 지켜보기로 했다.

그런데.


“스트라이크!”


순식간에 카운트가 몰리기 시작했다.

특히, 두번째 공이 문제였다.

한가운데로 몰린 직구까지 놓쳐버린 것이었다.


‘제길, 이런것까지 놓치고 말다니.’


아무리 공이 좋다지만 이건 명백한 실투였다.

디아고가 놓쳐서는 안되는 공이었던 거다.

그런데 놓쳤다.

디아고는 자신도 모르게 배트를 꽉 쥐고 말았다.


‘아···.’


몸에 자동적으로 힘이 들어가고 말았다.

디아고는 공이 배트에 맞자마자 직감할 수 있었다.

죽은 공이라는 걸.


“아웃!”


‘다음 타석에는 안진다···!’


물론 다음 타석까지 저 투수가 있을지는 모른다.

연습 경기인 만큼 그가 던질 수 있는 투구수는 적을테니까.

그런데 동료들이 디아고를 돕기 시작했다.

엄청난 투구수 절약으로 순식간에 디아고의 차례까지 온 것이다.


“휴···.”


솔직히 팀원에게 감사했다.

평소라면 밥상 차리지 못해서 불만을 표했을 디아고였지만.

오늘만큼은 달랐다.


‘이번에는 무조건 이긴다.’


승부욕이 불타올랐다.

저 콧대 높은 투수의 피칭을 꺾어버리고 싶었다.


훅-! 훅-!


디아고는 상대의 공이 빠르다는 건 인정했다.

구위 또한 위력적이다는 것 또한 인정했다.

하지만.


‘내가 이겨내지 못할 상대는 아니야.’


자신이 두번이나 진 다는 사실은 인정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이번에는 스윙을 짧게 가져갔다.

상대의 타이밍이 빨랐기에 그만큼 컨택에 집중하기로 한거다.


“배터 인.”


심판의 지시에 따라 디아고가 타석에 들어섰다.

그와 동시에 투수의 숨소리, 투구 전 동작 등을 면밀히 주시했다.


‘시작하는 군.’


투구 동작에 들어간 투수.

디아고는 이번 초구가 들어갈 것이라 예상했다.

그도 그럴께, 저 동양인 투수는 계속 해서 집요하게 스트라이크 존에만 넣으려고 했기에.

유인구 없는 적극적인 피칭을 보여준다는 의미였다.


‘확률은 50퍼.’


커터냐 포심이냐.


‘존 안으로 오는 건 분명해.’


볼이 되는 경우는 그의 머릿속에서 제외했다.

그리고 자신이 칠 수 없는 구석탱이 코스 또한 제외.

그런 공을 던진다면 애초에 무슨 공이던 치기 힘들다.

그래도 다행인건.


‘아직 투수의 제구가 그렇게 좋지 않아.’


존으로 쑤셔 넣는 능력은 뛰어났다.

실제로 s/b 비율이 80퍼 이상이나 되었기에.

허나, 정밀한 제구를 가졌나 하는 거엔 물음표를 가진다.

그의 공은 대부분 가운데를 저격했다.


‘포심을 노린다.’


디아고의 선택은 포심.

그 이유는 간단했다.

커터를 예상하다 포심이 오면 이미 늦어버리지만, 포심을 예상하다 커터가 오면 찰나의 순간에 바꿀 수 있다.

또한 디아고의 스윙은 커터나 슬라이더 같은 궤적에 유리했기에.

커터를 노리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운이 좋아 안타를 칠 확률이 존재했다.


후욱-!


그리고 1초가 남짓한 상황.

투수의 공이 손에서 빠져나왔을 때.


“···!”


디아고는 보란 듯이 공을 쎄게 때려내고 말았다.


‘운이 좋았군.’


노렸던 공은 아니었다.

다만 타이밍이 좋았고 정면을 때리진 않았지만, 공의 밑둥을 때릴 수 있었다.

게다가 그동안 단련했던 디아고의 근육.

그건 강속구도 어거지로 이겨낼 수 있는 강한 힘이 들어있었다.


“호우-!”


홈을 밟자 자신도 모르게 호날두의 세레머니를 하고 마는 디아고.

살짝 민망했는지 투수에게는 미안하다는 재스처도 보냈다.


“어떻게 친거야?”

“몰라. 그냥 쎄게 쳐!”


과정보다는 결과.

디아고는 증명할 줄 아는 사나이였다.



###




홈런을 맞은 후.

나는 디아고를 잠시 지켜보고 있었다.


‘저 자식 호기견이구나.’


개인적으로 나는 호날두를 좋아하지 않는다.

원래도 메시를 더 좋아했지만, 한국에 있던 노쇼 사건 이후 더 그렇게 되었다.


‘그나저나···.’


“무슨 일이십니까? 감독님.”


어느샌가 배중근 감독이 마운드에 올라왔다.

솔직히 딴 생각하고 있어서 올라온 줄도 이제야 알았다.


“괜찮아?”

“네?”


갑작스런 물음에 나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괜찮냐니.

도대체 뭐가 괜찮냐는 말인가.


“뭐가요?”

“홈런 맞았잖아. 너. 잘나가다 한 방 맞은 기분이 어떠냐고.”

“음···.”


잠시 생각해야 했다.

지금의 내 기분을 떠올리기 위해서.


“맞을 수도 있는거죠.”


디아고의 기습적인 한 방이 당황스럽긴 했다.

허나 그뿐이었다.

살다보면 홈런 맞을 수도 있고 그런거니까.


“그것 뿐이냐?”

“네. 그거 외엔 더 있나요?”


배중근 감독님이 나를 보며 웃었다.


“그래? 이제 5구 남았다.”


4회초.

투아웃에 주자 없는 상황.

점수를 한 점 주기는 했지만, 이정도면 꽤 깔끔하게 막았다고 볼 수 있었다.


“하나만 상대하면 되겠네요.”


투구수 상 그정도 되는 거 같았다.


“그래. 깔끔하게 막고 내려와라.”

“넵!”


남은 타자는 무척이나 쉬웠다.

애초에 디아고를 제외하고는 애리조나 타선은 크게 위력적이지 않았으니까.


“아웃!”


쉽게 타자를 정리하고 내려왔다.

그리고 박사장이 내게 다가와 아이싱을 해주기 시작했다.


“공식은 아니지만, 첫 실점이네요.”


박사장의 말을 듣고보니 그랬다.

여태라고 하기엔 게임을 별로 안해봐서 민망하지만, 어쨌든 첫 실점이었다.


“생각보다 별거 없네요.”


시원하게 한방 맞아서 그런지.

볼넷 주고 질질 끄는 그런 한 점보다는 꽤 깔끔했다.

아마, 나도 그렇게 생각하니 수비수들도 그렇게 생각하겠지.


“뭐,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홈런 정도야 맞을 수 있는거죠.”

“그렇죠. 솔직히 홈런이란거 저도 친 적이 있거든요.”

“그래요?”


의외라는 듯 박사장이 말했다.

박사장은 그동안 얘기를 하면서 내가 마린스의 병신이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 시절을 생각하면 홈런이 나올 수가 있냐 싶겠지.


“저 이래뵈도 통산 홈런 5개입니다.”


덩치만 봐서는 그정도 치는게 당연하다 느낄 수도 있는데.

내 통산 타율은 1할 2푼 4리.

삼진과 병살을 밥먹듯이 쳤던 기억이 있으신 분들에게는 의아해 할 것이다.


“신기하네요···.”


나도 신기했다.

어떻게 나한테 홈런을 맞을 수 있는건지.

그리고 나한테 홈런 맞은 사람은 어떻게 야구를 계속하는 건지도 말이다.


‘솔직히 디아고의 홈런은 그정도 충격은 아니었어.’


디아고는 기록만 봐도 잘하는 놈이었다.

그런 놈에게 한 방을 맞았다고 욕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물론, 9회말 2사 만루 3점차에 쳐맞으면 좀 그렇긴 하겠다만.


‘내가 마무리 할 건 아니니깐.’


목표는 선발 투수였다.

물론 살다보면 완봉이나 완투 하는 날이 나와서 마무리 역할도 할 수 있고.

팀의 사정에 따라 마무리를 전향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허나, 그건 그때가서 생각할 것이지 지금은 주어진 것에 집중을 해야 한다.


“후···.”


머릿속을 정리하니 피곤함이 물씬 몰려왔다.

아무래도 실전 피칭, 그것도 43구나 던져서 그런지 모르겠다.

마운드에서는 딱히 피곤한지 몰랐는데 지금 내려오니 잠이 솔솔 오더라고.


“저 한숨 잘께요.”


뜨거운 태양 아래.

경기가 이어지는 와중에도 나는 잠이 들기 시작했다.



###



“끝났어요. 이제 일어나셔야죠.”

“···.”


내 얼굴 옆에는 침샘이 잔뜩 묻혀져 있었다.

아무래도 꽤나 많이 잠을 잔듯 했다.


“저 얼마나 잤어요?”

“별로 안잤어요. 내려온지 대략 1시간 조금 넘었거든요.”


진짜로 얼마 안잤네.

그렇다면 더 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나.


“이덕아. 올라가자.”


이창호 선배가 나를 벤치 밖으로 이끌었다.

더 자고 싶었지만, 경기가 끝났으니 인사는 해야겠지.


“수고하셨습니다.”


으레 연습경기가 끝나면 다들 모여 인사를 한다.

일렬로 나란히 인사를 하는 거 그거.

부스터즈 멤버들과 상대팀 애리조나 대학 또한 그러했다.


“hey, pitcher!”


그 중 내 앞에는 디아고 마차도가 있었다.

아까부터 나를 찾았다고 그러는데···.

선배들이 워낙 시끄럽다고 일단 가봐라고 그랬다.


“굿바이.”


솔직히 나는 할 말이 없다.

애초에 말이 통하지도 않는데 어떻게 말을 할까.

개인 통역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나는 시크하게 인사만 했다.


“What is the pitch you threw? It's a cutter, right?”

“···.”


당체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어려운 얘기는 아닌거 같은데 괜히 자괴감이 든다.

이럴 줄 알았으면 영어를 배워두는 건데.


“No, he threw a slider.”


그때였다.

옆에서 나타난 한 아저씨가 유창한 발음으로 무언가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사람은.


“나이덕 선수, 디아고씨는 지금 구종에 대해 물은겁니다. 변화구가 커터가 맞는지 말이죠.”


바로 박사장이었다.


“영어 할 줄 아세요?”


솔직히 영어 못하게 생겼었다.

박사장의 외모는 수염난 동네 건달 아저씨랑 별반 다를빠가 없었으니까.

허나, 박사장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하였다.


“모르고 계셨어요? 애초에 에이전트 하려면 영어 잘해야 해요.”


듣고보니 맞는 말이었다.

에이전트 같은 말로 먹고 사는 직업이 영어를 못하는 게 이상하니까.


“그런 사람이 왜 창원에···.”


것보다 왜 미국에서 일 안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야···.”


창원이 고향이라고.


“참고로 저는 마산고 출신입니다.”

“저희 선배는 아니셨군요.”

“네. 그보다 지금 디아고씨 할 말이 많아보이던데···.”


박사장은 슬며시 디아고를 가르켰다.

뭔가 할말은 있는데 아까의 나처럼 언어의 장벽에 막혀 못하는 모습이었다.


“디아고, 무슨 할 말이 있는거야?”


그러자 디아고가 나도 알아먹을 수 있도록 천천히 말하였다.


“Let's meet in the major leagues.”


이정도는 대충 눈치를 깠다.

디아고,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지 알겠어.

그렇다면 나도 말해야지.


“오케이. 렛츠 고 메이저.”


당당하고 자신있게 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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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자, 이제 시작이야 (1) +1 23.10.17 818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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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죽어도 야구(4) +1 23.10.15 777 15 12쪽
10 죽어도 야구(3) +1 23.10.14 798 18 12쪽
9 죽어도 야구(2) +1 23.10.13 820 14 12쪽
8 죽어도 야구(1) +1 23.10.12 889 14 12쪽
7 위대한 은퇴선수와의 대결(3) +1 23.10.11 922 15 12쪽
6 위대한 은퇴선수와의 대결(2) +1 23.10.10 930 17 12쪽
5 위대한 은퇴선수와의 대결(1) +1 23.10.09 1,039 1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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