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랑전(極狼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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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HaL
작품등록일 :
2023.10.09 20:25
최근연재일 :
2024.09.19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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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2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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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쪽

25화. 역려과객(逆旅過客) (2)

DUMMY

“너는 누구냐.”


도종인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물었다. 종리양과 황보언은 침을 꿀꺽, 삼키며 소년의 대답을 기다렸다. 소년은 콧구멍을 후비적거리면서 되물었다.


“알아서 뭐 하시게?”

“바른대로 답하는 것이 네 신상에 좋을 것인데···?”

“캑?”


소년이 갑자기 목에 걸린 소리를 내더니 얼굴을 와락 찌푸렸다. 그 표정에 그러면 그렇지, 하는 얼굴로 도종인이 말했다.


“얌전히 신상을 밝히···.”

“우와, 왕건이. 대박.”


도종인의 주먹을 쥔 손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내가 누군지 모르는 모양이로구나?”

“네가 누군지 내가 알 게 뭐냐!”


상상을 초월하는 소년의 패기에 피식, 웃음을 터뜨린 도종인은 이를 드러내고 웃어 보였다.


“···그렇다면 좋다. 통성명을 원치 않는다면야, 그것도 좋지. 하면, 한 가지만 묻겠다.”

“뭐?”

“어디까지 들었느냐?”


순간, 도종인의 눈가에 섬뜩한 살기가 어렸다.


“뭘?”

“···시치미를 뗄 셈이냐.”

“아항?”


소년의 눈이 가늘어졌다.


“뭐, 거기 있는 젊은 놈이 사고 친 거? 쯧쯧! 그러게, 하반신 간수를 잘했어야지. 혼례도 치르기 전에 애부터 덜컥 배면 씨바, 그게 사내새끼가 할 짓이야?”


소년의 신랄한 비평에 종리양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하여튼, 꼭 계집에 미쳐가지고 좆을 좆대로 휘두르는 좆같은 새끼들이 꼭 있어요. 넌 새끼야, 좆 잡고 반성해라! 정 반성이 안 되면 짤라내등가! 쯧쯧쯧!”

“···무, 무슨!”


종리양은 시뻘건 얼굴로 황망함을 그대로 토해냈다.


“또, 똑바로 책임질 거니까 상관없잖나! 아니, 이게 아니지. 네놈! 어린놈이 감히 겁도 없이 이 소화검 종리···웁?”


황급하게 종리양의 입을 틀어막은 도종인이 말했다.


“타인의 일에 너무 과분한 관심을 가지는 것이 아닌가?”

“누가 듣고 싶댔냐?”

“예의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군.”


도종인은 주먹을 쥐고 있던 손을 쥐었다 폈다, 반복하며 말을 이었다.


“전부 듣지 못한 것이라면, 운이 좋구나. 내 직접 예의가 무엇이며 어른을 어찌 공경해야 하는지를 가르치고 싶으나 자리가 마땅치 않으니, 지금 이 덕화루를 나간다면 목숨만은,”

“목숨만은?”

“살려주도록 하겠다.”

“뭐? 푸하핫!”


소년이 폭소를 터뜨리자, 도종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아해야, 자비를 베푸는 것에도 정도가 있는 법이니라. 적당히 마음을 다스리지 않는다면, 내 직접 따끔한 교훈을 줄 것이다!”


갑자기 소년의 웃음소리가 뚝, 그쳤다. 그리고 소년에게서 무시무시한 투기가 흘러나왔다.


“야, 날 살리고 말고를 왜 네가 결정해? 네가 뭔데?”

“?!”


예상치 못한 소년의 기세에 도종인과 종리양이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그때, 소년의 입꼬리가 쭉 찢어졌다.


“흐흥, 뭐, 그런 거구만?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지 대충 이해했어. 좋아, 그런 거라면 한 판 어울려줘야지.”


소년은 이를 드러내고 웃으며 눈에서 창광을 빛냈다. 가늘게 벼린 눈이 마치 칼날 같았다.


“대화산파 어쩌구 하는 걸 들었느냐는 말이지?”

“···!”



* * *



“야, 너 혹시 미쳤니?! 앙?!”

“···그게, 그···. 죄송합니다.”

“이런, 썅···! 덕화루 하루 숙박비가 얼만데 멋대로 거길 가!”


특이하게도 두툼한 입술이 남들 두 배쯤 되는 크기를 자랑하는 노년의 여성이 바락바락 소리를 질러댔다.


“이건 뭐, 지가 거지란 자각이 읎나 봐? 아주, 앙?!”

“아니 그게, 왕초가 일단 쓰라고 돈을 주셔서···.”

“야! 당연히 쓰고 남겨서 돌려주라고 준 거 아니니! 으이그, 넋 빠진 놈 같으니. 하여튼 발가락 큰 거 말고는 뭐 어따 써먹을 데가 없다니까!”

“···발가락 큰 거는 어디다 써먹으시려고요?”


젊은 여성이 딴죽을 건다. 짙은 화장 탓에 나이를 짐작하기는 어려웠지만, 적어도 서른을 넘지는 않은 것 같았다.


“내가 알아?! 나한테 묻지 말어!”


와락, 성질을 낸 ‘왕입술’은 머리를 벅벅 긁었다.


“으이그, 안 그래도 요번 달에 구정삼이 그 양반이, 응? 아주 살림살이를 아주 거덜 내놔서 적자가 이만저만이 아니고만···. 등골 빠져, 증말!”

“향파, 고정하셔요, 쫌. 그러다 또 쓰러지시겠네.”

“아이고야, 정연아. 네가 나라면 으찌겠니? 앙?! 요놈 다리몽둥이를 아주 그냥···!”


향파라고 불린 왕입술은 이를 부득부득 갈아대며 무릎을 꿇고 손을 번쩍 들고 있는 발가락의 허벅지를 걷어찼다.


“손 똑바로 못 드냐!”

“죄, 죄송함다!”

“아휴, 진짜. 그쯤 해두세요. 어쨌든 왕초 지령을 수행 중인 거잖아요?”

“···에잇!”


정연은 실실 웃으며 발가락을 일으켜 세웠다. 발가락은 눈물이 글썽거리는 눈으로 정연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


“어쨌든, 그 미친개란 녀석은 우리가 계속 지켜보던 녀석이잖아요. 앞으로도 요주의 인물이 될 거라면, 차라리 손아귀에 붙들고 있는 편이 낫죠.”


정연은 어깨를 으쓱이고 발가락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돈푼 얼마라도 써서 녀석의 환심을 살 수 있다면 지금 사두라고. 알지?”

“아, 그야 물론이지 말임다.”


정연은 재채기가 나려는지 콧잔등을 긁적거리더니 말했다.


“어쨌든, 치! 그 은설이랑 관계있는 게 확실, 치! ···한 상황에선···. 야! 너 언제 씻었니?”

“그게··· 한 달포 됐을 검다.”

“아유, 증말! 드러! 좀 씻어! 너 땜에 재채기 나잖아!”

“죄송함다···.”

“흠! 어쨌든···.”


정연은 표정을 고쳐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여차할 때 써먹을 수 있는 패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거니까 말이야.”



* * *



“건방짐이 과하다 생각했는데···. 믿는 바가 있었군.”

“믿긴 뭘 믿냐? 싸움을 아주 주둥아리로 하시나 본데?”


마치 저잣거리 불량배와 같은 저질스러운 도발에 도종인은 눈살을 찌푸렸다. 아까 내비친 투기를 보고 분명 이름 있는 문파의 제자가 확실하다고 생각했는데.


“누군지는 대답하지 않았었지. 그렇다면, 어디 출신인지는 말해줄 수 있느냐?”

“나? 공의에 사는데. 그건 알아서 뭐 하시게?”

“공의···라.”


공의현이라면 이름이 난 무가라고는 오로지 한현보뿐이다. 한현보? 한현보에는 이름난 고수가 없다. 심지어 가주인 하남제현조차도, 이 소년의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렇군. 숭산의 북쪽 자락에 은거한 기인의 제자인가? 그렇다면 저런 성격일 수도 있겠군.’


도종인은 가만히 생각을 정리해나갔다. 기껏해야 지학을 갓 넘었을 법한 외모에 나이를 한참 초월한 투기, 그리고 싸움이라면 이골이 난 듯한 저 눈빛까지. 분명 은거기인을 만나 실전에 가까운 거친 수련을 받은 소년이 틀림없다.


그러나 진짜 고수와 맞서본 적은 없으리라. 오직 우물 안의 개구리들만이 자신의 성취를 과신하고 담대할 수 있는 법.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법이다.


“사문을 밝히고 싶지 않은 것이라면 좋다.”

“아까부터 계속 좋다, 좋다, 그러는데 뭐가 그렇게 좋다는 거냐?”

“겨루어보면 밝혀질 일.”


도종인은 떨어져 있던 검을 주워들었다. 잠시 검을 내려다보다 흘깃, 종리양의 얼굴을 쳐다본 도종인은 이내 검을 칼집에 꽂아 넣었다.


“뭐야? 한판 붙자는 거 아녔어? 칼은 왜 집어넣어?”

“주제를 모르는군.”


도종인이 한숨을 폭, 내쉬고 종리양의 얼굴에도 비웃음이 떠올랐다. 비록 도종인의 문하를 떠나왔지만, 그의 실력만큼은 높이 사는 바였다. 화산의 장문인 송청양 진인도 도종인의 검을 대적할 수 없다. 그것이 종리양의 솔직한 평가였다.


“분수를 가르쳐주마.”


쉿!


땅을 박차는 소리도 없이 도종인의 몸이 솟구쳐 올랐다. 흔적도 없이 홀연히 매화의 향기만을 남기고 사라진다는 화산의 경공, 암향표(暗香飄)를 펼친 것이다.


“우왓?!”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도종인의 모습에 놀란 듯, 소년이 자지러지는 소리를 냈다. 도종인은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소리를 내고 주먹을 내뻗었다. 과연, 이 소년은 실전 경험은 많지만, 고수를 상대해본 경험은 없는 것이 확실하다.


“···라고 놀랄 줄 알았냐?”


이미 주먹을 내뻗는 중에, 소년의 표정이 급변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놀란 도종인이 출수한 수법을 되돌리려는데, 소년이 손바닥을 펼쳐 도종인의 주먹 위에 얹었다.


“이건?!”


도종인은 경악하며 주먹을 뗐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파파팟!


도종인의 경력이 되돌아왔다. 도종인은 급히 복호장(伏虎掌)을 펼쳐 경력을 상쇄했다. 앗, 하는 사이에 세 걸음이나 물러났음을 깨달은 도종인은 얼굴을 굳혔다.


“놈! 어찌 당문의 배산장을 알고 있는 것이냐?”

“뭐, 이게 그런 이름이었어?”

“···뭐라?”


소년은 씩, 웃더니 양팔을 세워 들었다.


“내가 어디서 뭘 배웠는지는 알아서 뭐 하시게?”

“···놈!”


결국 도종인은 검을 뽑아 들었다.


“하늘을 보아야 정신을 차릴 놈이로구나.”

“거참, 손바닥만 한 하늘일세. 그만 씨불이고 덤벼!”

“갈(喝)!”


크게 호령한 도종인의 검이 선을 그렸다. 여유작작하던 소년의 얼굴에 놀라움이 떠오르더니, 이내 긴장한 기색이 드러났다. 반면, 검을 쥔 순간 도종인은 조금 전의 황망함을 깨끗이 지웠다.


“···음!”


돌연 뒤바뀐 기세에 소년도 감히 도종인을 경시하지 못하고 방어 자세를 취했다.


‘저것은··· 쌍주(雙柱)! 한현보의 천원팔문이 아닌가? 설마, 한현보의 제자란 말인가?’


도종인은 다시 한번 놀랐지만, 이내 놀람을 가라앉혔다. 예상보다 더 뛰어난 무공을 가지고 있으니, 더 이상 방심은 금물이다.


“가겠다!”

“흡!”


그러나 도종인이 발을 내딛기 직전, 먼저 출수한 쪽은 소년이었다.


“비겁한!”


지켜보던 종리양이 크게 소리쳤지만, 소년은 아랑곳하지 않고 초식을 전개해나갔다.


‘잠깐, 이것은 분명···.’


당문의 배산장으로 시작해 한현보의 천원팔문을 펼치더니, 이번에 출수하는 초식의 투로에는 아무리 보아도 제갈세가의 소리비도의 그것이 가미되어 있다.


‘도대체 이놈, 정체가···!’


생각을 이어갈 틈이 없다. 소년이 유리한 진지를 먼저 차지해버렸다. 관화(關和)를 통달했다 말하긴 어려우나, 적어도 그것을 깨우치는 초입에 서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첫수는 좌수 직선.’


칫!


도종인은 어깨만 살짝 틀어 비껴낸다.


다음 수로는 어깨 너머로 시위를 매기듯 당기고 있던 우수가 먹이를 노리는 매처럼 위에서 내리꽂힌다.


“흡!”


도종인의 검이 세 줄기의 검선을 내비친다. 노린 것은 비어 있는 옆구리. 검기가 휘감겨 드는 것이 마치 요염한 여인의 손길과 같은 모양새였다. 매화토염(梅花吐艶)이다.


“으랴!”


주먹을 내리꽂는 원심력을 그대로 받아 소년의 발이 땅을 박찼다. 허리가 허공에서 화살이라도 맞은 듯 튕겨 오르고, 그대로 하반신이 회전한다.


쾅!


경력을 담은 발끝과 검이 부딪힌다. 그와 동시의 도종인의 검이 비산하는 매화꽃을 그려낸다. 나비의 날갯짓과도 같은 움직임. 매화접무(梅花蝶舞)다.


“읏?!”


소년이 크게 세 걸음을 물러섰다. 그러나 도종인의 검이 집요하게 따라붙었다.


“매화침골(梅花浸骨)에 낙매성우(落梅成雨)라니!”


도종인의 검세를 지켜보던 종리양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후퇴하는 적을 대할 때 매화검을 운용하는 법의 정수를 목격한 것이나 다름없었던 탓이다.


“흥!”


소년은 대차게 코웃음을 치더니, 흩날리는 검세를 대하고 크게 팔을 펼쳤다. 왼손이 위로, 오른손이 아래로. 양손의 천지상하가 뒤집히며 큰 것이 작게, 위에 있는 것이 낮게, 넓게 펼쳐져 있던 공력이 협소하게 좁아졌다.


팅!


집중된 반탄강기에 막힌 검이 튕겨 나갔다. 도종인은 침착하게 초식을 수습하고 검을 회수했다. 어느새 두 사람은 다시 처음의 기수식으로 돌아와 서로를 마주보고 서 있었다. 심지어 두 사람이 선 위치까지도 처음 자리와 똑같았다.


“어기압박(御氣押縛)의 수법이라니··· 한현보, 천원팔문의 초식인가? 이름이 뭐지?”

“협해(夾㒠).”

“좁은 길···. 아니 좁은 문을 뜻하는 것인가?”

“대충 그럴걸?”

“후후···.”


도종인은 검을 도로 집어넣었다. 그와 동시에 소년도 두 손을 내렸다.


“한현보의 제자인가?”

“···뭐, 정식 제자는 아뇨.”

“그럴 것 같았지. 하면, 당문의 배산장이나 제갈세가의 소리비도는 어찌?”

“배운 적은 없수. 그냥 흉내 내는 거요.”

“흉내?”

“뭐, 우연찮게 볼 기회가 좀 있어서···.”

“···!”


도종인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저 흉내 내는 것만으로 저런 완성도를 보이다니. 아니, 애초에 보는 것만으로 흉내를 낼 수 있단 말인가?


“증명해보겠나?”

“무얼?”


도종인은 손으로 허공에 매화꽃을 하나 그려냈다. 매화검의 기수식인 매화노방(梅花路傍)이다. 가장 단순한 초식이지만, 도종인의 손이 그린 선은 그저 단순하지 않았다. 한겨울의 추위에 맞서 핀 설중매(雪中梅)와도 같은 기상과 생명력이 담겨있었다.


“따라 해보게.”

“흠.”


소년은 흥미가 가득하다는 표정으로 도종인의 손을 뚫어져라 바라보더니, 곧 손을 들었다.


스읏!


‘거칠고 투박하지만···!’


실로 기상이 흘러넘치는 매화였다. 마치, 정말로 길가에 아무렇게나 피어난 매화처럼 말이다. 매화검의 정수는 휘몰아치는 폭설 앞에서도 결단코 봉우리를 피워내는 끈질긴 생명력과 고고한 기상이다. 10년, 아니 20년을 매화검에 매진해도 이 매화노방에 담긴 진의가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하는 이들이 수두룩하거늘···.


도종인은 무인의 피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호승심이 들끓고, 동시에 이 소년의 재능을 만개시키고 싶다는 성취욕이 들끓었다.


‘실로 그릇을 헤아릴 수 없는(器欲難量) 소년이 아닌가!’


도종인은 들끓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물었다.


“한현보의 정식 제자는 아니라고 했었지. 혹, 특별히 속한 사문이 없다면, 나의 제자가 되는 건 어떤가?”

“미안하지만, 있수.”

“···그런가? 아쉽군.”


도종인은 아쉬움을 곱씹으며 말했다.


“오늘 일을 다른 곳에서 발설치 않겠다고 맹세한다면, 이 이상 문제 삼지는 않겠네.”

“뭐, 특별히 같이 떠들 사람도 없수다. 그럴 이야기도 아니고.”


소년이 더러운 것을 쳐다보는 표정으로 종리양을 흘깃, 쳐다보자 도종인은 쓴웃음을 지었다.


“맹세해줄 수 있겠는가?”

“뭐, 어렵다고. 맹세하겠수다.”


도종인은 진심으로 아쉽다는 표정으로 포권을 취해 보였다.


“좋은 자질을 가졌군. 정진하게나. 앞으로의 강호가 기대되는군.”


소년은 뺨을 긁적이다 어설프게나마 마주 포권을 취했다.


“좋은 거 배웠수다. 다음에 또 보면 한 수 가르쳐주쇼.”

“그거 좋지.”

“잠깐!”


훈훈함마저 느껴지는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든 사람은 종리양이었다. 종리양은 똥 씹은 표정을 하고서 말했다.


“그딴 맹세 따위를 어떻게 믿으란 말이오? 사형, 머리가 어떻게 된 것이 아니오?”

“···뭐라?”

“웃기지도 않는군.”


종리양은 자신의 검을 뽑아 들었다.


“사형이 손을 더럽히고 싶지 않은 거라면, 내가 직접 하겠소. 그런 일을 알고 있는 자를 살려둘 수야 없지.”

“종리양, 그만두지 못하겠느냐?”

“하물며 그 한현보와 관련이 있는 자라는데,”


종리양이 날카로운 이를 드러냈다.


“그냥 보내줄 수야 있나?”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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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23화. 천하지회(天下之會) (1) +1 23.11.21 596 9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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