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랑전(極狼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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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HaL
작품등록일 :
2023.10.09 20:25
최근연재일 :
2024.09.19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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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0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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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16화. 관화(關和) (2)

DUMMY

제갈민은 며칠 만에 보는 십비를 최대한 반가운, 그러나 누가 봐도 어두워 보이는 얼굴로 맞이했다.


“수고했어.”

“송구합니다.”


제갈민의 눈가의 그늘이 더욱 짙어졌다.


“어느 부분이 송구한지, 송구하지 않은 부분은 없는지, 일단 다 얘기해봐.”


십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최우선 사항은 아가씨의 예견이 맞았습니다.”

“···역시. 놈들도 이 사흘 동안 사라진 무허 자식을 쫓았다 이거지?”

“확정된 정보는 아닙니다. 하오문의 향파에게서 얻은 정보인데, 무허자가 움직인 것으로 추정되는 경로에서 전에 없이 비적들이나 승려들이 많이 보였다고.”

“···공덕자 할마씨 정보니까 신뢰도는 7할.”


제갈민은 검지로 턱을 톡톡 두드리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낙양에서 무당산이 있는 호북성까진 걸어서도 닷새면 갈 수 있어. 벌써 사흘이나 지났으니, 말까지 준비해온 무허는 무당에 도착하고도 남겠네.”

“공 향파도 그리 말하더군요.”


쯧, 혀를 찬 제갈민은 화제를 돌렸다.


“놈들이 공의현에서 관심을 아예 뗐을 것 같진 않아. 천가방의 움직임은 어땠지?”

“전혀, 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없었습니다.”

“···그럴 리가.”


제갈민은 눈살을 찌푸렸다. 잠시 후, 그녀의 눈이 번뜩, 빛을 발했다.


“송화루. 송화루는 어때? 천가방이든, 백련교든 수십에서 수백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곳이라면 공의현에 한현보와 송화루, 단 둘뿐이잖아.”

“···송구합니다.”


제갈민의 미간이 좁아졌지만, 그녀도 그 이유를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무허 그 자식을 쫓다 보니 송화루까지 확인할 여력이 없었겠지. 좋아. 그건 넘어가겠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그래?”


제갈민은 예상하는 바를 함부로 입에 담지 않았다. 십비는 고개를 끄덕이고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무허자가 공의현을 이탈한 이유를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마지막 행적이 홍 의원이었다는 것까지는 확실합니다만.”

“홍 의원의 신상에 뭔가 달라진 건 없었어?”

“예. 무허자에 관해 물어보았을 때 특별히 이상한 대답은 없었습니다.”

“···무언가를 감추는 데 능한 사람은 아니라고 봤는데.”


제갈민은 답답함에 속이 타들어 가는 것을 느꼈다. 구정삼의 소식이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구정삼은 3,000명을 장담했다. 무려 3,000명을 움직이는 데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는 게 도리어 말이 되지 않는다.


다행히 천가방과 백련교의 움직임이 소강상태에 빠져들었지만, 그것은 구정삼이 등장한 시점부터 대략이나마 예상하던 바였다. 구보신개─ 무려 천하삼절이 나타났는데, 섣불리 움직일 수는 없는 노릇일 테니까.


문제는 무허자였다. 분명히 무허자는 한 소가주에게 기대하는 것이 있었다.


“···그런데 그것을 포기하고 갑자기 날라? 오대호법을 봤다고 겁을 먹을 놈도 아닌데.”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촉이 경보를 울려왔다. 분명, 무허는 무언가를 낚은 게 분명했다. 그것도 아주 큰 놈으로.


솔직히 말하면 짐작 가는 게 없어서 이렇게 머리를 굴리는 것이 아니다. 도리어 짐작 가는 게 너무 많다. 이미 드러나 버린 것이 너무 많지 않은가? 천검의 정체라든가, 약왕서라는 책도 그렇고. 결정적으로 백련교의 도래가 그저 지레짐작이 아니었다는 점이, 이 모든 것이 그저 이야기 속의 위협이나 과거의 전설 따위가 아니라 실존하는 위협임을 증명하고 있다.


‘···나 혼자 머리 굴려서 답이 나올 문제가 아냐.’


제갈민의 눈이 오른쪽으로 한 바퀴 굴렀다.


“연화 언니는?”

“아가씨께서는 무사히 문(門)으로 복귀하셨습니다. 현재 문주님의 지시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공의현으로의 복귀는 문주님께서 허락하지 않으셨다고.”

“다행이네. 언니는 무공도 할 줄 모르면서 겁도 참 없단 말야.”

“또한, 말씀하신 대로 무허자가 사라진 소식 또한 전해지도록 손을 써 놨습니다.”


제갈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공덕자가 아는 사실 중에 천하가 모르는 사실은 드물다. 역으로 따져보면 천하가 다 아는 사실 중에 공덕자가 모르는 사실은 없다는 뜻도 되지만, 정보상치고 입이 무척 싼 건 사실이다.


“연화 언니라면 그 정도만 알아도 충분해.”


제갈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다음 지시를 내리겠어.”


바스락.


“···한 소가주.”


십비가 먼저 포권을 취하자, 제갈민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설총을 노려보았다.


“부디 엿들을 셈이라면 끝까지 들키지 말아줬으면 싶은데요?”

“아시다시피 그런 사람은 못 됩니다. 듣고 싶은 이야기도 있고, 전하고 싶은 이야기도 있어 이리 무례를 무릅쓰게 되었습니다.”

“뭐지요?”


설총은 목을 좌우로 한 차례씩 크게 꺾었다. 우드득 소리가 요란했다.


“생각보다 더 힘을 쓰게 만드는군요. 좋은 일이지만, 이대로는 몸이 버티기 어려울 것도 같습니다.”

“십비 앞에서는 잡담은 피해줬으면 하는데요.”


제갈민이 저기압이자, 설총은 양손을 들어 보였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부터 이야기하지요.”

“좋아요.”

“무허자가 무당에 복귀한 것이 사실이라면, 저는 그 가능성을 둘 중 하나라고 봅니다.”

“···뭐지요?”

“하나는 상부로부터의 복귀 명령.”

“가능성이 낮아요.”

“물론 그렇습니다만, 오대호법이 개입한 상황입니다. 군웅칠세와 달리 겉으로나마 봉문체제를 유지 중인 무당으로서는 버거운 상대가 아닐지.”

“아뇨, 가능성이 낮아요.”

“개인적으로는 걸협 어르신의 개입이 또한 큰 영향을 미쳤다고도···.”

“소가주님.”


제갈민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저는 절대로 그 가능성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아요.”

“···알겠습니다.”


날카로운 제갈민의 태도에 설총은 고개를 끄덕이며 사과했다.


“아무래도 본론만 짚어야겠군요.”

“그거예요.”

“두 번째는 약왕서(藥王書)입니다.”

“···약왕서.”


설총은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저 역시 이것을 가장 큰 가능성으로 짚고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 얻었다는 거죠?”

“물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면 이야기가 되질 않···.”

“아뇨.”


설총은 말을 끊어서 미안하다는 듯, 손을 펼쳐 보인 뒤에 말을 이었다.


“장담할 수는 없지만, 가능성은 그것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근거 없는 추측으로는 아무것도 진행할 수 없어요.”


설총은 미약한 웃음을 짓고 말했다.


“연화신산께서는 실상, 자신의 추론을 지지해줄 다른 견해를 기다린 것이 아닙니까?”

“···.”

“책임은 나눠서 지도록 하지요.”

“뭐라도 근거를 대봐요.”

“생각하시는 것 그대로입니다. 저 또한 그 이상의 근거는 없습니다.”

“제가 뭘 생각한다는 거죠?”


설총은 한숨을 폭, 내쉬고 말했다.


“우선은 단순히 무허자가 아무 소득이 없음에도 무당에 복귀한다고 가정했을 때, 백련교가 그를 쫓을 이유가 무엇이 있겠습니까?”

“왜 이유가 없어요? 백련교로서는 지금 상황에 무당이 개입하는 것을 당연히 막아야죠.”

“그들이 얼마만큼 준비를 마쳤는지 보셨잖습니까.”

“그렇다고 한들, 천하제일인 무당이 개입하는 것을 감당할 수 있다? 아직 그 정도 규모는 아닐 거라고 확신해요. 무려 삼십만 명의 광신도들에 더해 삼제진경을 온전히 보유하고 있던 계묘혈사 당시의 백련교라면 또 모를까.”


제갈민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서 말했다.


“다른 근거.”

“말씀드렸잖습니까. 저도 다른 근거는 없습니다. 단지 추측에 불과하지요.”


제갈민은 미간을 좁히고 눈을 가늘게 뜨고서 물었다.


“그럼, 소가주께서는 지난 15년간 약왕서를 코앞에 두고도 찾지 못하셨단 말인가요?”

“등잔 밑이 어두운 법 아닙니까?”

“···.”

“게다가, 저로서는 물리적인 거리가 가까웠다는 점보다, 심리적인 거리가 멀었다는 점에 초점을 두고 싶습니다.”

“심리적인 거리?”

“저로서는 단 숙부를 찾고 싶어 하지 않는 아버님의 심정 또한 헤아려야 했으니 말입니다.”


제갈민은 칫, 잇새로 소리를 냈다.


“추측에 불과하지만, 한 가지 이유를 더 들 수 있겠군요.”

“어떤 거지요?”

“아까 연화신산께서는 홍 의원을 두고 무언가를 감추는 데는 능한 사내가 아니라고 판단하셨지만···.”

“그건··· 아녜요. 계속 말씀해보세요.”


설총은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무허자가 정말로 그에게서 약왕서를 얻었다면, 홍 의원으로서는 그 일이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할 비밀이지 않을까요?”

“···그야 그렇긴 하겠지만.”

“홍 의원뿐만이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목숨이 걸리면 스스로도 깜짝 놀랄 정도의 변화를 보이곤 합니다.”

“그건 예시도, 근거도 못 돼요. 일반 사례가 아니니까.”

“···맞는 말씀입니다.”


제갈민은 검지로 턱을 두드리다 이내 엄지손톱을 잘근 씹기 시작했다.


“근거가 필요해요. 명확한 근거가.”


제갈민의 초조한 기색에 설총은 한숨을 내쉬고 어깨를 으쓱, 들어 보였다.


“담하 대인께 상신하기 위해서입니까?”

“물론 그래요. 그것도 있지만···.”


제갈민은 고개를 저었다.


“아녜요. 아무것도.”


설총은 보았다. 그 잠깐 사이에 제갈민의 눈이 십비를 향해 있었던 것을. 설총은 제갈민이 왜 근거에 집착하게 되었는지 대강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물론 담하의 치열한 교육이 있었겠지만, 거기에 더해 제갈민은 아는 것이다. 정보를 다루는 세작의 목숨이 얼마나 쉽게 다루어지는지를. 지휘자의 사소한 말 한마디가 그 목숨을 좌우한다는 사실에 제갈민은 압박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것을 이해한 설총은 더는 제갈민을 밀어붙이지 않기로 했다.


“좋습니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이 이상은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

“다만, 판단을 내리셔야만 할 때가 온다면, 저는 연화신산께서 앞서 생각하신 추론을 지지합니다. 가능성이 가장 높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하지만?”

“현 상황에서도 가장 개연성이 높은 이야기이니 말입니다.”

“···그건 동의해요. 솔직히 삼제진경이 천검 본인에게 있을 것이 확정된 사실인 현 상황에서는 약왕서보다 더 가치가 높은 물건이 없겠지요.”


설총은 별말을 더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좋아요. 그럼, 다음 듣고 싶으시다는 이야기는 뭐지요?”

“제갈세가···. 아니, 신기천성의 의사를 듣고 싶습니다.”


신기천성의 이름이 불리자, 제갈민은 자세를 바로 하고 설총을 똑바로 마주 보았다.


“감히 제가 신기천성의 이름을 대변할 지위는 아니지만···. 어쨌든, 어떤 부분에 대해 의사를 듣고 싶으시다는 거죠?”

“만약 한현보가 멸문지화를 당한다면,”


그 말에 제갈민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설총은 잠깐의 휴지 동안 그녀의 안색을 살핀 후 말을 이었다.


“신기천성에서는 한현보의 재건을 도와주실 의향이 있으신지 여쭙고 싶습니다.”

“···멸문지화라니.”


설총은 어깨를 살짝 떨어뜨리고 말했다.


“저는 이번 일에서 한현보가 재액을 피할 수 있는 확률을, 이할, 내지는 삼할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설총의 기울어진 얼굴에 그늘이 지고, 그늘진 눈가 사이로 안광이 빛났다.


“어째서죠?”

“설명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설명은 할 수 없지만, 만약에라도 멸문지화를 당할 경우, 재건을 도와달라?”


잠시간의 정적이 흐른 후 설총이 답했다.


“예.”

“농담하시는 건 아니죠?”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까지는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소가주님.”

“저를 도와달라고 드리는 말씀은 아닙니다.”

“그게 무슨 소리죠?”


제갈민의 눈썹이 어긋맞았다. 그 떨떠름한 표정에 설총은 미안함을 느끼며 말을 이었다.


“혹시 모를 가능성에 대비하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그게 무슨 개떡 같은 소리냐구요. 뭐, 죽을 거예요?! 죽을 날짜라도 받아뒀어요?”

“아닙니다. 가능하면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요.”

“그럼, 그게 무슨···!”


설총은 후,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천중이 불안합니다. 그자를 직접 대면한 이후부터 왠지 모르게 계속 불안감이 가시질 않는군요.”

“그자는 그저 왈패에 불과하잖아요? 백련교의 오대호법도 아니고 무슨 그런 자에게···!”

“그래서 불안한 겁니다.”

“···.”

“백련교의 무기는 명확합니다. 강력한 호법들, 죽음을 불사하고 뒤를 따르는 광신도들. 또 믿기지는 않지만, 계묘혈사 당시에 그들이 보여주었다는 믿기지 않는 신공들이 있지요.”


설총은 눈썹을 어긋매끼고 말을 이었다.


“그러나 천중의 무기는 무엇인지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제게는 그자가 백련교도들보다 더 위험해 보입니다.”


여전히 무슨 소릴 하는 건지 당최 이해를 못하겠다는 제갈민의 얼굴을 뒤로하고, 설총은 등을 돌렸다.


“답은 당장 주시지 않아도 좋습니다.”


설총은 불쑥 얼굴을 들이밀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그렇게 불쑥 자리를 떠버렸다.



* * *



“이상해.”

“···뭐가요?”


근육통에 시달리며 다리를 후들거리던 고무래는 달구의 말을 대충 듣는 척만 하려다가 그의 시무룩한 표정을 보고는 상체를 일으켰다.


“어쩐지 점점 더 격차가 벌어지는 기분이야.”

“기분인 겁니까?”


고무래의 말속에 담긴 속뜻을 대강 눈치챈 달구가 선수를 쳤다.


“기분이지만 사실에 가까운 기분이다.”

“다행이네요, 그냥 그런 기분만 드는 거였으면···.”

“···거였으면 뭐.”

“아님다. 그런 개 같은 기분은 들지를 말아야죠.”

“내 말이 그 말이다, 이거야.”


달구는 눈썹으로 이맛살을 한껏 밀어 올린 다음 말했다.


“놈은 시간이 갈수록 펄펄 나는데, 이상하게 나는 제자리걸음이란 말이야. 왜지?”

“음.”


모르는 걸 묻지 말아 달라는 고무래의 표정에 달구는 이를 드러냈다.


“···같이 생각을 안 하겠다는 뜻은 아님다. 다만 저도 모르니까 정답을 묻지는 말아 달라는, 그런 마음의 표현이랄까···.”

“틀렸다고 후려칠 생각은 없으니까 말이나 해봐.”


그 말이야말로 가장 믿기 어려운 말입니다─ 라고 말하고 싶었던 고무래는 혀끝에 맴도는 말을 얼른 삼키고, 입을 열었다.


“우선, 듣자 하니, 놈은 꽤 오래전부터 한현보의 무공을 수련했다고 그랬잖슴까.”

“그랬지.”

“게다가 심법까지요.”

“것두 그랬지.”

“물론 완벽한 형태의 심법이 아니라서 제대로 공력을 쌓기 시작한 건 얼마 안 됐다고 말은 합디다만, 어째 못해도 10년 적공이란 말이 있는데, 그 차이가 드러나는 게 아닐까요?”

“···음.”


달구는 고개를 끄덕이다 다시 한번 이맛살을 화악, 밀어 올렸다.


“그거랑은 조금 다른 느낌이야. 뭐랄까, 설명은 못 하겠지만, 뭔가가 달라.”

“···뭔가가 뭔데요.”

“모르니까 뭔가라고 그러지. 알면 뭔가라고 그러겠냐?”

“음···. 그 무슨 느낌적인 느낌인 것도 아니고, 바람직한 것도 발암직한 것도 아닌 요상한 걸 말씀하십니까.”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이맛살을 계속 뭉개며 주름을 늘려가던 달구가 말했다.


“···그 왜, 제갈 어쩌구가 그러든데.”

“제갈 소저요?”

“아, 그래 그 여자.”

“뭐라고 그랬는데요?”

“그 왜, 큰형님이 땅에 말뚝이라도 박아뒀나, 미친놈처럼 보법으로 한 자리를 뱅글뱅글 도는 걸, 그 녀석이 미친놈처럼 쳐다보더라고.”

“음, 저도 본 것 같슴다.”

“그래서 미친놈이 넋이라도 나갔나 싶어서 정신 차리라고 해줄랬는데,”

“음음, 미친··· 놈은 매가 약이지요.”

“방해하지 말라고 그러더라고.”

“왜요?”

“글쎄?”


달구는 이마를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


“뭐랬더라, 미친놈들이 미친 것처럼 미친 속도로 성장하는 이유가 미쳐서 그런 거라고 그랬나, 미쳐야지 되는 거라고 그랬나? 여하튼 뭐라고 미친 소리를 했는데, 기억이 잘 안 난다.”


고무래는 바로 그 제갈민이 자신에게도 해준 말이 있음을 떠올렸다.


“음. 그러고 보니 그 여자가 저한테도 해준 말이 있습니다.”

“오오, 뭔데?”

“관화(關和)···라는 건데 말임다.”


고무래는 이걸 달구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담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어려운 얘기냐?”

“예.”

“그럼, 담에 하자.”

“예.”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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