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랑전(極狼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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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HaL
작품등록일 :
2023.10.0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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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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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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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29화. 염병, 천하 (3)

DUMMY

무당의 시조라고 일컬어지는 원원자(元元子) 장삼풍(張三豊). 그러나 이는 엄밀히 따져보면 사실이 아니다.


그가 삼풍파를 세우기 훨씬 이전부터 본래 무당산에는 정을파(正乙派), 전진파(全眞派), 현무파(玄武派)라는 세 계파의 도문이 존재하고 있었는데, 이들을 함께 일컫는 말이 바로 무당파였으니, 실제로 장삼풍의 등장 이전에도 무당파는 엄연히 존재하고 있었다.


다만 곤륜과 화산에 자리한 다른 도문에 비하면 지리멸렬하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작은 도관에 불과했을 뿐이다. 장삼풍은 바로 그 정을파, 전진파, 현무파의 도사들을 설득해 자신이 세운 삼풍파와 연합하여 하나의 도문으로 만들었다. 즉, 지금의 무당파를 있게 한 장본인이라는 뜻에서 그를 무당의 시조로 본다면, 맞는 이야기다.


그렇기에 역대로 무당파의 비조는 무당삼풍파로 인정되고 있으며, 무당의 문인들의 입문서인 ‘무당권법비결’에서도, ‘본 무당삼풍의 요결은 무당의 정종이다.’라는 문구를 통해 그 뿌리를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무당파의 모든 제자가 그렇게만 생각할 수는 없는 법이다. 죽고 못 살 정도의 연인조차 생각이 갈라지는 것이 인간 아닌가?


하물며, ‘무당삼풍’보다 훨씬 오래되고 더 깊은 전통을 가졌으나 강자지존의 논리에 의해 ‘정종’에서 밀려난 다른 삼파의 제자들은 어떠했을 것인가?



* * *



정(正), 진(眞), 무(武), 풍(豊). 네 글자를 상하좌우에 크게 아로새긴 태극음양기가 숭산의 거친 바람에 거세게 펄럭인다. 그렇게 세차게 펄럭이는 무당의 깃발이 소림사의 산문을 통과했다. 개회선언은 아직이지만, 기실, 이 순간부터가 천하지회의 시작임을 아는 자들만이 이 회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을 수 있으리라.


“드디어 나의··· 천하지회로구나.”


현문이 감개무량한 표정으로 말했다. 무척 위험한 발언이었으나, 현문의 발언은 일견 타당한 발언이라 할 수 있었다. 그것은 이번 천하지회를 선포한 원종대사가 이번 회의 의장으로 무당파의 현문진인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이유는 단순했다. 소림은 ‘장문령부’를 조정과 황실에 바친 상태이며, 그렇기에 사사로이 봉문을 해금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15년 전, 계묘혈사의 마지막 순간에 오직 소림만이 장문령부를 봉문의 신표로 바친 일은 천하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일이다.


만약 사독파파가 정주에서 2,300여 명을 학살하는 대사건을 벌이지 않았다면, 원종대사는 끝까지 침묵하며 수동적인 태도를 고수하지 않았을까?


“우리로선 차라리 잘된 일이 아니냐? 만약 장문의 계획대로 구룡맹을 열었더라면··· 아마 우린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쓸모없는 신세가 되었을 테지. 이런 시국에 사독파파가 나타난 건··· 하늘이 우릴 도우심이야.”


그런고로, 평소 신경질적인 성미로 유명한 현문은 정말 보기 드문 미소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합니다.”


그런 연유에서 무허는 현문에게 동의를 표했지만, 굳이 그의 웃음에는 동참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곧 만나게 될 누군가를 떠올리니 마음이 썩 편치만은 않았던 것이다.


“마음이 불편한 일이라도 있는 게냐?”


역시,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 주변을 둘러볼 줄 아는 것이 인간인 모양이다. 평소라면 제자가 죽상을 짓든, 울상을 짓든 아무 신경도 쓰지 않았을 텐데. 무허는 굳은 얼굴을 억지로 펴고서 말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이토록 좋은 날에 마음이 불편할 것이 무에 있겠습니까?”

“허허, 속에 없는 소리 하기는.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면 말해보거라.”

“···하하.”


무허는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정말 괜찮으니, 사부님께서는 너무 괘념치 마십시오. 사부님께서는 곧 천하를 좌우하게 될 중차대사를 고려하셔야 하지 않습니까?”

“허허, 네 이렇게 속이 깊으니 내 마음이 든든하구나. 그에 비해···.”


현문의 눈이 다른 제자들, 즉 무허의 사형들에게로 향했다. 그 날카로운 시선에 모두들 몸을 사리며 현문의 낯빛을 피하기에 급급했다.


“쯧쯧. 저런 놈들을 제자라고 애지중지 키워왔다니···. 내 참.”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젓던 현문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고 말했다.


“보아하니, 역시 사람의 인연이란 알다가도 모를 일이 아니냐.”

“···무슨 말씀이신지.”

“후후후···.”


무허는 일그러지는 이마를 힘겹게 펴냈다. 현문이 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그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무허는 현문의 저 미소를 용납할 수가 없었다.


“후후, 어쨌거나··· 결국 말년에 홍복이 찾아온 셈이야. 마지막에 승리하는 자가 결국 승리자로 기록되는 것이 아닌가. 천운은, 이 나에게 있음이야.”


무허는 그런 현문을 마주 보며 웃어주고 속으로 조용히 읊조렸다.


‘어디, 두고 봅시다. 그 천운··· 얼마나 갈지.’


“하늘의 뜻이, 옳은 길을 가는 자에게 있음은 도를 깨치지 않은 자들도 능히 알 만한 사실입니다. 하오니, 사부님께 하늘의 뜻이 따르는 것은 응당 당연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누가 봐도 뻔히 보이는 입에 발린 소리였지만, 현문은 도리어 재미있다는 듯 빙그레 미소를 지어 보였다.


“후후···. 그렇지. 그렇고말고.”


웃는 현문과, 착잡한 무허와, 얼굴이 일그러진 현문의 다른 제자들은 제각기 다른 생각을 품고 숭산을 올랐다.



* * *



발가락은 불만으로 가득 차 있었다. 토해내지 못한 불만과 새로 쌓이는 불만이 이중으로 발가락의 뱃속을 뒤집는 중인 게다. 다시 말하자면, 복장이 뒤집히는 중이었다.


“아뇨, 아가씨. 그게 아니고요.”


득구는 실실거리며 앞에 앉힌 성채에게 말고삐를 잡는 법을 가르쳐주고 있었다.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말과는 불구대천의 원수지간이던 득구가 말이다.


“넵, 그겁니다요. 히히.”


발가락이 불만을 품는 부분이라면, 저 어린놈도 시시덕거릴 사람이 있거늘, 뭐 이런 사소한 부분이 절대로 아니었다. 물론 정말 절대로 아니냐고 묻는다면 입으로는 절대로 아니라고 말하겠지만, 절대로 아니라고 확신할 수는 없는(응?) 그런 기묘한 기분 상태였지만. 어쨌든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이보게, 한 소협. 우린 지금 길을 서둘러야 한다 하지 않았나.”


발가락이 점잖은 말투와 어조로 묻자, 득구가 미간을 찌푸렸다.


“뭐여? 왜 어울리지도 않게 무게를 잡고 그래?”

“응? 아, 안 어울리냐?”

“지금 누구 흉내냐?”


뜨끔, 발가락은 벌게진 얼굴로 손을 휘휘 저었다.


“아녀! 그건 아닌데···. 아, 쫌! 중요한 말이니까 무게를 잡아본 거지! 뭐, 못 할 말 했나?”

“못 할 건 아닌데···. 웃는 건지 우는 건지 모를 얼굴로 재수 없게 씨불이니까 대갈빡을 한 대 후려치고 싶어서···.”

“하, 하하···.”


성채가 득구의 팔을 꼬집더니 발가락에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쯥, 에이···. 농담이야.”

“하, 하하···. 네가 말하면 농담처럼 안 들려.”

“반은 진담이거든. 아얏!”


또 팔을 꼬집힌 득구가 입을 꾹 다물자, 발가락은 저 소녀가 이 길을 쫓아온 것이 다행이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아니, 그러면 안 되지! 저 소녀야말로 지금 발가락의 불만을 가중시키고 있는 첫 번째 이유인데 말이다.


“흠! 아니, 그건 차치하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때 했던 얘기를 또 하시려고?”


득구가 눈을 가늘게 뜨고 싸늘한 눈초리를 보내왔다. 발가락은 호흡이 후달리는 느낌을 받았다. 빌어먹을, 뭔 눈깔이 저렇게 살벌하냐. 아니, 그래도 처음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뭐랄까, 날이 갈수록 더 눈빛이 살벌해지는 기분이다.


“그! 뭐냐··· 그래! 이, 일단 위험하잖아!”

“그래서, 맡기면, 뭐가 달라져?”

“그, 그게···.”


득구는 이미 가늘어진 눈을 더 가늘고 날카롭게 좁히며 말을 이었다.


“그 주둥아리 잘 돌아가는 왕초 할배가 분명히 나한테 약속했어. 울 아가씨에 대해선 자기에게 맡기라고. 근데 봤어? 그 여자가 백련교에서 제일 위험한 여자라며? 그런 여자가 뒤를 쫓고 있는데,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단 말이지?”

“그, 그건 말이지, 득구야.”

“닥치고 내 말부터 끝까지 들어.”

“···.”

“그 약왕전인지 뭔지를 찾는 건 좋아. 그건 우리 도련님한테도 도움이 되는 거니까. 단!”


득구는 성채를 가리듯 팔을 뻗어서 고삐를 움켜쥐고 말했다.


“나나 도련님, 그리고 울 아가씨를 무슨 패거리니 뭐니 해서 이용해 먹을 생각을 하는 거면, 아주 대갈빡들을 진짜 깡그리 갈아줄 테니까, 대가리 그만 굴려. 이건 경고야.”

“그, 그러니까··· 한 소가주님도 이 부분에선 동의를···.”

“시끄러! 도련님을 직접 만나 뵙고 얘기하기 전까지는 늬들 말은 못 믿어. 그 빌어 처먹을 할망구도 그렇고, 사람을 무슨 도구로 생각해. 콱 죽여 버릴라다가 말았다, 진짜.”


발가락은 한숨을 내쉬었다. 득구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애초에 잘못은 이쪽에 있었다.



* * *



사흘 전.


“한 소협, 정말 미안하네만···. 먼저 출발하셔야겠네.”

“뭔 일 있수?”

“그게 말이지, 내가 찾던 사람이 행방불명되었지 뭔가.”


도종인은 난감한 표정으로 이마를 짚었다. 순득이 사라진 게다.


“알다시피, 지금 정주는 아비규환인 상황이 아닌가. 사독파파가 돌아왔다는 소문이 도는 바람에 난리가 아니지. 심지어 도성 내에서 비적단(匪賊團)이 결성되었다는 이야기까지 있으니···. 아무래도 심상치가 않네. 내 그를 꼭 여기서 도피시켜야 할 듯싶어서 말일세.”

“뭐, 중요한 사람이면 그래야지. 얼른 댕겨오슈.”

“음···. 빠르면 내일, 늦어도 사흘 이내에는 꼭 찾아내고, 그 후에 자네를 쫓도록 하겠네.”

“에이, 뭘 또···.”

“사람 찾기라면 우리한테 맡기는 게 어때?”


공덕자가 끼어들었다.


“사람 하나쯤, 금방 찾으니 말이야.”

“아니, 괜찮소.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하오문의 향파에게 도움을 청하고 싶진 않군.”

“뭐, 어때? 이미 서로 안면도 튼 사이고 말이야.”


공덕자는 그 두툼한 입술을 비틀어 올려 누가 봐도 위험해 보이는 미소를 짓고 말했다.


“아는 사람끼리는 오고 가는 게 있을 때 사이가 더 돈독해진단 말씀이야.”

“···다른 사람이면 모를까. 단호히 거부하겠소.”

“헹, 일을 쉽게 풀어가는 법을 모르시는구먼.”

“반대겠지.”


도종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하오문에 진 빚은 삼도천을 건널 때도 지워지지 않는다는 것이 평판 아니오. 게다가 염라왕 염천호···. 하필 걸협 어르신 곁에, 흑도에서 가장 위험한 자가 붙어 있는 것도, 젊은 시절에 그자에게 진 빚이 많기 때문 아니오.”

“왕초가 위험한 사람이란 걸 안다면 현명하다고 말해주고 싶지만 말이야. 그 두 사람의 관계를 그런 식으로 재단하진 말았으면 하는데.”

“하물며, 나는 화검이오.”

“···.”


도종인의 말에 공덕자는 대꾸하려던 것을 멈추고 입을 다물었다.


“나는 바보천치가 아니오. 내 별호에 걸린 의미를 잘 알고 있소. 화산의 이름에 누를 끼칠 수 있는 일이라면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도.”

“뭐, 좋아. 알아서 잘 찾아보라구. 내, 참. 도와준다고 말했을 뿐인데 말이야.”


투덜대며 고개를 젓는 공덕자를 가만히 쳐다보던 도종인이 단호하게 고개를 돌렸다.


“그럼, 소협. 약조를 어기는 것 같아 미안하네만, 양해를 부탁하네.”

“···잘 찾아보쇼. 놓치지 말고.”

“그러도록 하지.”


도종인이 떠나자, 공덕자의 눈이 득구를 향했다.


“왜?”


공덕자가 입을 떼기도 전, 선수를 친 것은 득구였다.


“무슨 볼일 있어?”

“그 한성채란 아이 말이다. 사독파파에게서 실혼대법을 받은 것이 정말 사실이라면 우리 쪽에 있는 의원에게 진료를 한 번 받게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


득구는 공덕자의 눈을 뚫어져라 들여다보았다. 입으로는 진료라 말하고 있지만, 눈으로는 다른 말을 하고 있었다. 득구는 그런 눈빛을 가진 사람들을 잘 알았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다른 이의 희생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놈들이다. 그 순간에 득구의 표정이 일변했다.


“아가씨는 내가 데려갈 거야.”

“뭐라고?”


득구는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울 아가씨는 내가 데려갈 거라고.”

“아니, 거기가 어디인 줄 알고 데려간단 말이냐?! 어떤 위험이 있을지, 또 백련교의 누가 네놈을 쫓을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여기보단 덜 위험하겠지.”


득구는 이를 드러냈다.


“당신들한테는 못 맡겨. 약왕전인지 뭔지가 멸혼산을 고칠 방도가 있을 거라 했으니, 거기 의원에게 보이겠어. 사독파파의 실혼대법인지 뭔지도 말야. 내가 들은 게 맞다면, 거기서 충분히 고쳐줄 수 있지 않겠어?”

“이 미친개가 거기가 어떤 곳인지 알기나 해?!”


득구의 눈썹이 역팔자를 그렸다.


“한 번만 더 미친개라고 하면 당신 주둥아리가 지금보다 배는 부풀 거야.”

“···뭐?”

“그리고 거기서 한 번 더 미친개라고 한다면, 아마 그다음에는 평생 뭘 씹으면서 살기는 힘들어질 테지.”


득구는 경계심이 가득한 눈으로 공덕자를 노려보았다.


“당신이 어떻게 되든 간에, 내 사정은 아니니까. 무슨 말인지 알겠어?”

“···좋아. 쓸데없는 자존심은 버려두도록 하지.”

“그거야.”


득구는 퉷, 바닥에 침을 뱉고 말했다.


“그 염라왕인지, 염라방구인지 모르겠는데. 그 할배 나한테 분명히 약속했어. 울 아가씨 구하는 일, 자기가 맡겠다고.”

“···.”

“근데 뭐? 왕태하 그 개자식이 뭘 처먹고 백련교 귀신에 씐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할배, 약속 못 지켰어. 아니, 안 지킨 거지.”

“그런 식으로 볼 일은 아니야.”

“그럼 어떤 식으로 처봐야 하나?”


건방지기 짝이 없는 득구의 태도에 공덕자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지만, 앞에 득구가 했던 경고를 잊지는 않았다.


“너는 모르겠지만, 왕초는 지금 매우 중요한 일을 하는 중이야. 어쩌면 당금 천하의 안녕과 평화가 걸린 문제일···.”

“염병, 천하.”


득구는 검지를 세워 삿대질하며 말을 이었다.


“엿이나 까 잡수세요. 빌어 처먹을 천하 따위.”

“···너무 말씀이 지나치신 것 아닌가요?”


결국 참지 못한 정연이 나서서 공덕자 앞을 가로막았다. 공덕자는 비키라는 듯 정연의 팔을 잡아 뺐지만, 정연은 물러서지 않았다.


“한 소협의 의중이나 지금 느끼시는 감정이 어떤지는 잘 알겠어요. 하지만, 우리도···.”

“당신네들도, 뭐?”

“우리도 많은 희생을 치르고서 이 자리에 있는 거예요. 우리도 한 소가주님이나, 소협처럼 손해를 감수하···.”


득구는 코웃음을 쳤다.


“손해? 지랄하지 마.”


득구는 으르렁거리며 말을 맺었다.


“도련님은 이번 일에 모든 걸 걸었어, 모든 걸! 손해? 지랄하고 있네.”



* * *



공덕자가 실혼대법에 대해 알아보겠답시고 티만 내지 않았더라도, 미친개의 성미를 건드리진 않았을 것이다. 물론, 가능성에 불과하다.


발가락은 푹, 한숨을 쉬었다.


“지금까지 우리 하오문과 개방이 너희들을 도운 일··· 조금쯤은 고려해봐야겠다는 생각은 안 드는 거냐?”

“그래서 지금 참고 있잖아.”

“···제길.”


발가락은 고개를 저었다. 어지간해서는 득구의 마음을 돌리기 어려울 듯싶다.


‘저 꼬마 아가씨를 데리고 강소성까지··· 무사히 갈 수 있을까?’


발가락의 고민이 깊어졌다. 한시라도 발길을 재촉해야 하는 여행길에, 저 작고 연약해 보이는 아가씨가 잘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 크다.


“고삐는 이제 저보다 더 잘 잡으시는 듯?”

“···.”


발가락의 속이 타들어 가든 말든, 득구는 여전히 꼬마 아가씨와 꽁냥대기에 여념이 없었다.


‘결국, 왕초가 말씀하신 대로 되는 거 아니야? 제기랄, 그런 건···!’


공의를 출발하던 날, 염천호의 은밀한 지시사항을 떠올리며 발가락은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어디까지나 최후의 수단이지만, 왠지 모르게 불안한 예감이 자꾸만 그의 뒤통수를 간지럽혔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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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32화. 개회(開會) (6) +1 23.12.19 424 11 15쪽
116 32화. 개회(開會) (5) +1 23.12.18 433 8 16쪽
115 32화. 개회(開會) (4) +1 23.12.18 417 8 15쪽
114 32화. 개회(開會) (3) +1 23.12.17 437 10 14쪽
113 32화. 개회(開會) (2) +1 23.12.16 426 10 14쪽
112 32화. 개회(開會) (1) +1 23.12.15 433 8 16쪽
111 31화. 괴물 (2) +1 23.12.15 427 8 16쪽
110 31화. 괴물 (1) +1 23.12.14 431 7 15쪽
109 30화. 성동격서(聲東擊西) (4) +1 23.12.13 420 8 16쪽
108 30화. 성동격서(聲東擊西) (3) +1 23.12.12 423 7 13쪽
107 30화. 성동격서(聲東擊西) (2) +1 23.12.12 429 7 13쪽
106 30화. 성동격서(聲東擊西) (1) +1 23.12.11 441 10 17쪽
» 29화. 염병, 천하 (3) +1 23.12.10 472 9 16쪽
104 29화. 염병, 천하 (2) +1 23.12.09 455 10 14쪽
103 29화. 염병, 천하 (1) +1 23.12.08 486 7 15쪽
102 28화. 부족함을 알고도 머무르는 자는 부끄러운 법이거니와 (5) +1 23.12.07 461 10 16쪽
101 28화. 부족함을 알고도 머무르는 자는 부끄러운 법이거니와 (4) +1 23.12.06 439 11 14쪽
100 28화. 부족함을 알고도 머무르는 자는 부끄러운 법이거니와 (3) +1 23.12.05 451 9 16쪽
99 28화. 부족함을 알고도 머무르는 자는 부끄러운 법이거니와 (2) +1 23.12.05 432 9 14쪽
98 28화. 부족함을 알고도 머무르는 자는 부끄러운 법이거니와 (1) +1 23.12.04 477 9 15쪽
97 27화. 간극(間隙) (3) +1 23.12.04 464 8 16쪽
96 27화. 간극(間隙) (2) +1 23.12.03 450 9 13쪽
95 27화. 간극(間隙) (1) +1 23.12.02 474 12 16쪽
94 26화. 쿤달리 (3) 23.12.01 442 8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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