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급 무한재생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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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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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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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0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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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화

DUMMY

나는 메이스를 붕붕 돌려 손목을 풀고 메이스의 무게와 길이를 가늠했다.

매번 쓰는 똑같은 메이스지만 그날그날 기분과 컨디션에 따라 매일매일 새로운 무기로 느껴져 싸우기 전에 이렇게 한 번씩 메이스의 제원을 재확인하는 게 일종의 습관이 되어 있었다.


“어어~ 잠깐만, 잠깐만, 타임~.”


전투 스위치를 올리고 심장에 시동을 걸려는데 갑자기 정우진이 싸울 생각 없다는 듯 손사래를 치며 그렇게 말했다.

순간 김이 확 빠진 나는 움찔하며 앞으로 쏠려있던 몸을 급브레이크 밟듯 멈췄고 내가 기세를 늦추자 서연도 같이 움찔하며 멈췄는데.


“적이 기다리란다고 진짜 기다리냐? 이런 디테일이 요원과 헌터찌끄레기의 차이라니까.”


정우진은 그 틈에 재빨리 자신의 목에 주사기를 찔러넣었다.

아, 강화제⋯ 이런 병신 같은⋯!


“⋯⋯⋯⋯.”


괜히 움찔거린 게 머쓱해진 나는 눈알만 굴려 곁눈으로 서연의 반응을 살폈는데 서연은 괜히 자신까지 멈추게 한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 시선을 무시하려고 했지만 서연은 이미 내 시선을 느꼈는지 뚫어져라 계속 바라봤고 결국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괘, 괜찮아, 함께라면 이길 수 있어, 그렇지⋯?”

“으응⋯.”


차라리 욕을 하지, 나쁜 말을 애써 참는 서연의 반응은 더 큰 상처로 다가왔다.


“아! 그, 그러고 보니 피 줘야지. 이리 와.”

“응.”


전투에 앞서, 나는 서연을 강화하기 위해 평소처럼 출혈을 일으켜 서연에게 흘려주었다.

정우진은 내가 갑자기 자해를 하니 저게 뭐 하는 짓인가, 하는 표정으로 지켜보더니 금세 행동의 이유를 파악했다.


“그러고 보니 박준호 너 특성이 재생이었지? 김서연은 피를 마시면 강해지고⋯ 뭐, 조합 좋네.”


역시 헌터관리국장, 나에 대한 정보를 따는 건 일도 아니겠지.


“조합 좋아, 조합 좋아⋯ 그 좋은 조합으로 지옥도 같이 가면 되겠다.”


- 콰르르릉!


“⋯⋯!”


순식간이었다.

저 멀리 있던 정우진이 날카로운 무언가로 내 목을 베며 곁을 스쳐 지나가는 느낌은 마치 번개가 치는 듯했다.

그만큼 날랬다.


하지만 빠르기로 치면 윤아린만 못하다.

이래서 수많은 학부모가 학군, 학군 따지며 자기 자식 강남에 있는 학교로 보내려 기를 쓰는 건가.

나는 별 볼 일 없는 박준호라는 인간 그대로인데 평소에 보고 배우는 게 S급 헌터의 움직임이다 보니 눈이 거기에 맞춰졌다.

그리고 그런 환경 속에서 나는 내가 가진 힘과 능력 안에서 압도적으로 빠르고 강한 적에 대항하는 법을 익혔고 그 방법은 당연히 정우진에게도 똑같이 적용됐다.


“⋯윽?!”


하지만 실전은 언제나 문제투성이였고 이번에도 치명적인 문제가 생겼다.

정우진의 움직임을 예측해 반격하려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뭐, 뭐야 이거?’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내 몸이 왜 그랬는지 파악되지 않았다.

처음엔 그저 아직 몸이 풀리지 않아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거니, 하고 넘겼다.


“⋯너 괜찮아?”


정우진의 공격은 속도에 비해 위력은 그리 대단하지 않았다.

다만 정확도는 매우 높아 내 목의 동맥을 정확히 잘라냈고 그런 상처야 내겐 별문제 되지 않지만 혹시 회복이 필요할까, 나는 우선 서연의 상태부터 살폈다.


“응, 어느 정도는 능력을 알고 있어서.”


하지만 서연은 정우진의 공격을 팔로 잘 막아냈고 크게 베인 팔에서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지만 이내 혈액이 피부에 스며들더니 찢어진 살이 붙기 시작했다.

이제 타인의 피가 아닌 자신의 피로도 어느 정도 자가 회복을 할 수 있나 보다.

아니, 그보다.


“정우진의 능력을 알고 있다고? 무슨 능력인⋯!”


능력을 알고 있으면 빨리 말해주지, 하여튼 맹하다니까.

나는 다급히 서연에게 그의 능력에 대해 물었지만 당연히 정우진은 그런 대화를 나눌 시간을 주지 않았다.


- 콰르릉!


그는 다시 쏜살처럼 달려와 연속적인 공격을 감행했다.

어중간하게 몇 번 베어서는 내가 금방 재생해버리니 완전히 난도질을 해버리겠다고 작정한 것 같았다.


- 촥! 촤악!


아깐 너무 순식간에 지나가서 못 봤는데 근처에 오래 머무르니 확실하게 보였다.

정우진의 무기는 양손에 쥔 두 개의 단검이었다.

그는 움직이는 속도는 빨랐지만 단검을 다루는 실력은⋯ 물론 평범한 수준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막 대단히 특별하지도 않아 단검의 궤적이 눈에 보였고, 대응도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대체 뭐야?!’


이상하게 반격할 수가 없었다.

뭔가 계속 기분 나쁘게 움직임이 반 박자씩 늦고 부자연스러운, 꼭 꿈속에서 누군가와 싸울 때 땅이 물렁해지고 물속에서 주먹을 휘두르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 빠악!


그렇게 내가 무력하게 한참 동안 회 뜨이는 동안 빈틈을 노린 서연이 정우진의 옆구리를 걷어찼다.

하지만 정우진은 특유의 재빠른 움직임으로 서연의 킥을 미꾸라지처럼 흘리곤 공격 대상을 서연으로 바꿨다.


‘새끼가 사람 앞에 두고 한눈을 팔아?’


나는 그 즉시 정우진에게 달려들어 그를 꽉 끌어안듯 붙잡았다.

꼴을 보아하니 놈은 A급이라고 해도 힘이 아닌 속도에 능력치가 치중된 타입이다.

그가 가하는 공격 정도는 내 재생력으로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나는 무식하게 그의 움직임을 봉쇄하기로 했다.

그리고 서연이 놈을 공격하면 일방적으로 두들겨 팰 수 있⋯.


- 파지지지직!


“큭⋯?!”


순간 전신이 쥐어짜이며 불타는 고통이 느껴졌다.

점화의 불타는 고통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고 정우진은 내 몸이 경직된 틈을 타 폴짝 뛰어올라 거리를 벌렸다.

내가 보인 무식함에 식은땀 좀 흘린 표정이었다.


“후우⋯ 그런 거였구나.”


하지만 덕분에 정우진의 능력 하나는 확실하게 알았다.

이제 내 몸이 왜 그렇게 말을 안 들었는지, 반격하기 왜 그렇게 힘들었는지 모든 게 이해됐다.


“조심해, 정우진의 스킬은 전기를 일으키는 스킬이야.”

“빨리도 알려준다. 진작에 좀 알려줬으면 좋지 않았을까?”

“안 물어봤잖아.”

“참 김서연 같은 대답이네.”

“칭찬이야 욕이야?”

“칭찬이야.”

“그럼 고마워.”


서연은 내 말을 정말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뿌듯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분명 복장 터지는 소리인데 예쁜 얼굴로 저런 소리를 해대니 그것조차 백치미로 느껴지는 게 외모라는 게 중요하긴 중요했다.


“휴~ 최대한 숨기려고 했는데 들켜버렸네?”


한편, 자신의 스킬을 들킨 정우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의 얼굴엔 여전히 여유가 넘쳤다.


“그런데, 그걸 알았다고 해서 어쩔 건데?”


- 콰르르릉!


천둥 치는 소리와 함께 정우진의 공격이 다시 시작됐다.

놈의 말대로였다.

일단 스킬은 알아냈지만 아직 특별한 대응책이 없었다.

정우진은 단검에 강력한 전력을 담아 휘둘러 날에 툭 닿기만 해도 감전돼 순간 몸이 경직됐고 그 틈에 두 번째 공격을 적중시켜 다시 감전시키며 일방적인 공세를 유지했다.


- 빠악!


그의 무한감전 지옥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은 현재로선 나와 서연이 서로를 돕는 수밖에 없었다.

서연은 정우진의 얼굴에 펀치를 날렸지만 그는 고개를 돌려 주먹을 흘리고 곧장 반격했다.


- 피익!


“윽⋯!”


- 휘리릭!


서연이 정우진의 날 끝에 팔이 닿아 잠시 감전된 사이, 그는 반대 손의 칼을 돌려 역수로 잡은 뒤 서연의 심장을 향해 내려찍었다.


- 푸욱!


“윽!”


그에 나는 급히 왼손을 뻗어 서연의 심장을 보호했고 정우진의 단검은 정확히 서연의 가슴을 꿰뚫었다.

하지만 내 손바닥을 뚫느라 그만큼 날이 짧아진 단검은 서연의 심장에까진 닿지 못했고 나는 손바닥을 꿰뚫은 단검의 날을 그대로 꽉 쥐었다.

그리고.


- 쩌저적!


그대로 단검과 내 손을 만년빙으로 얼려 이어 붙여버렸다.


“?! 이런 미친⋯!”


정우진은 갑작스럽게 단검을 버리거나 얼음을 깨고 단검을 뽑아야 하는 어느 쪽이든 선택하기 어려운 기로에 놓였다.

아무리 재빠른 정우진이라도 이런 깜짝 이벤트엔 반응이 느릴 수밖에 없었고.


- 빠악!


“큭!”


드디어 메이스로 놈의 머리통을 한 대 까는 데 성공했다.


- 촤악!


정우진은 한 대 얻어맞더니 정신이 들었는지 단검으로 단단한 얼음이 아닌 내 손목을 통째로 끊어버리고 뒤로 물러섰다.


“크으⋯.”

“흐음⋯.”


서로에게 한 방씩 먹인 상황.

하지만 나나 정우진이나 기분이 썩 좋진 않았다.


우선 나는 때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정통으로 때리지는 못했다.

정우진은 A급인 만큼 기본적으로 맷집이 굉장히 좋았다.

그의 뼈는 무슨 갑옷을 때리는 느낌이 들 정도로 튼튼했고 또 잽싸기는 얼마나 잽싼지 그 와중에도 머리를 숙여 내 공격을 어느 정도 빗겼다.


그리고 반대로 정우진은 상대방의 손목을 끊어내는, 평소라면 거의 승리에 가까운 치명상을 입히는 데 성공했지만.


- 쑤욱.


“쯧.”


순식간에 재생되는 내 손목을 보고는 혀를 찼다.

분명 서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했는데 성과는 아무것도 나지 않으니 괜히 기분만 더럽고 말았다.


“위, 위험했다⋯ 그래도 이런 식으로 합을 맞추면 될 것 같지?”


서연은 아무리 그래도 심장에 칼날이 들어오는 건 아찔했는지 식은땀을 닦으며 그렇게 말했다.

분명 우리 둘이 합을 잘 맞추면 무한감전에서 벗어날 수 있고 방금처럼 반격의 기회가 다시 찾아올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 이대로는 안 돼.”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뭐? 왜? 우리 좋았잖아, 잘 어울리잖아.”


⋯지금 작전회의 하는 거 맞지?

내가 이별통보 한 거 아니지?


“방금은 겨우 위기를 넘겼지만 다음엔 한 번이라도 삐끗하면 끝장이야. 그리고 무엇보다 이건 겨우 버티기만 하는 방법이지 이기는 방법도 아니고.”

“⋯날 생각해서 그러는 거야?”

“너 아주 듣고 싶은 대로 듣기로 작정을 했구나?”


그간 수많은 강자에 맞서며 내가 느낀 게 하나 있다.

별 건 아니고 자존심, 힘의 불균형에서 어쩔 수 없이 오는 손해와 불합리함에 대한 억울함, 뭐 그런 걸 다 내려놓고 그냥 강자를 강자로 인정하자는 것이었다.


약하면 약한 만큼 어쭙잖은 걸 작전이랍시고 밀어붙이기보단 더 많이 생각하고 몸을 비튼다.

약하면 약한 만큼 자신이 가진 것을 더 많이 걸고 손해를 감수해 그 격차를 극복한다.

약자에겐 그렇게 했을 때야 비로소 살아갈 길이 열린다.


“⋯너 괜찮아?”

“응?”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서연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계속 허공만 보고 있어서.”

“아, 괜찮아, 생각 좀 하느라.”

“날 생각해주는 건 고맙지만⋯ 그럴 필요 없어, 나보단 널 먼저 생각해.”

“⋯애초에 네 생각은 한 적이 없는데?”

“엑.”


얜 또 혼자 무슨 꽃밭을 펼치고 있던 건지⋯.

뭐, 그래도 서연의 그런 헛소리 덕분에 마음이 한층 가벼워졌다.

사람이 아무리 어쩔 수 없다고, 이게 최선이라고 자기최면을 걸어도 아쉬운 건 아쉬운 건데 내 바로 옆에 가진 거라곤 달랑 목숨 하나인 사람도 있지 않은가.

심지어 내게 악마의 계약서로 묶여있는 서연은 자유의지조차 없는 존재였다.

하지만 그런 서연도 이렇게 긍정적으로 태평하게 사는데 나라고 괴롭게 살 이유가 있을까.


“야, 서연아.”

“응?”

“한 번 해보자.”

“뭐, 뭘⋯?”


뭘 하자는 건지 알려주지도 않고 다짜고짜 그렇게만 말하니 서연은 어리둥절해 눈만 껌뻑였다.

하지만 나는 당황하는 모습이 보고 싶어서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

평소에 아무 표정도 감정도 없는 사람처럼 구는 애다 보니 저런 반응을 볼 수 있는 기회가 귀했다.


“곧 알게 될 거야.”


백치미니 뭐니 했어도 기본적으로 똑똑한 애니까 금방 내 박자를 따라오겠지.

나는 강자를 상대하기 위해 내가 가진 가능성을 희생하기로, 어느 정도의 손해를 보기로 확실하게 마음을 정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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