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나는 F급 각성자다.
하지만 불만은 없다.
왜냐면 딱히 헌터가 되고 싶지 않으니까.
헌터가 꿈인 사람에게 자신이 F급 각성자라는 사실은 저주처럼 느껴지겠지만 나에겐 그냥 축복이었다.
몸 튼튼하지, 체력 좋지, 병 안 걸리지, 그냥 장점밖에 없었다.
[박진홍 헌터님! C급 헌터에서 B급 헌터로 승급하셨는데요! 승급하신 비결이라도 있으신가요?!]
[하하, 비결이라기보다는 꾸준히 열심히 했을 뿐입니다.]
한참 일하고 중 TV에서 그런 소리가 흘러나왔다.
나는 별로 관심 없지만 세간은 얼마 전 C급에서 B급으로 승급한 박진홍 헌터의 이야기로 한참 시끄러웠다.
나 같은 F급 나부랭이면 모를까, 한국에서 C급 이상의 각성자가 승급한 건 몇 년 만의 일이라니 화제일 만도 했다.
더군다나 C급에서 B급으로 승급하면 등급은 고작 한 단계 차이지만 연봉과 대우는 본인 하기에 따라 몇 배에서 몇십 배까지도 확 뛴다.
C급 헌터만 해도 일반인은 꿈도 꿀 수 없는 워라밸과 연봉, 각종 특권과 인기를 누릴 수 있는 직업인데 거기서 한 번 더 업그레이드라니 부러워서라도 관심을 가질 만했다.
하지만 나는 별 감흥 없이 뉴스를 흘려듣고 다시 내 일에 집중했다.
사실 나도 아주 잠깐이지만 꼴에 각성자라고 헌터로 활동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헌터라는 직업이 어떤 직업인지 알기에 관심을 끈 건데 솔직히 그런 내 생각이 바로 다음 날 더 확고해질 줄은 몰랐다.
[속보입니다. A급 던전 레이드에 참가했던 B급 박진홍 헌터가 중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 중 사망하였습니다.]
“어허~ 저런, 쯧쯧쯧.”
속보를 접한 손님이 안타깝다는 듯 혀를 찼다.
B급 헌터가 됐다고 세상 다 가진 얼굴로 인터뷰한 게 어제였다.
정확히는 하루도 채 지나지 않은 16시간 전.
그런데 헌터라는 직업은 저 모양이었다.
고액의 연봉은 목숨을 담보 잡고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를 미래의 연봉을 일찍 당겨 받을 뿐이고 인기와 명예는 타인의 안전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갖다 바치기에 어르고 달래주는 것일 뿐이다.
사람들은 세상이 헌터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남을 위해 목숨을 바쳐 싸우고 돈을 받아 가는 사람과 그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기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안전하고 편안히 살아가는 사람.
둘 중 누가 더 세상의 주체냐고 따지면 난 후자라고 생각한다.
헌터들은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생활을 위해 쓰이고 있을 뿐이다.
너무 염세적으로 꼬였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헌터질을 하며 느낀 내 감상은 그러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겨우 F급인 내가 세상에 많고 많은 직업 중 굳이 헌터를 택해야 하는 이유가 없었다.
책임져야 할 병약한 여동생이나 어머니 같은 건 없다.
위로 형은 한 명 있는데 제 할 일 알아서 잘하면서 잘살고 있고 엄마도 맛집으로 소문난 가게를 열정적으로 운영하며 활기찬 생활을 보내고 있다.
아버지가 실종되거나 돌아가시지도 않았다.
아빠는 공무원 은퇴 후 따박따박 연금을 받으며 즐거운 은퇴 라이프를 즐기는 중이었다.
그리고 나도, 장사가 너무 잘되는 엄마의 가게에서 일을 배우며 2호점 오픈을 준비 중이었다.
그런데 내가 이런 화목한 가정에서의 안정적인 생활을 다 집어치우고 굳이 하루하루가 고통과 죽음의 연속인 헌터를 해야 할 이유가 대체 뭐가 있을까?
라고 생각한 게 엊그제였다.
“전열 흐트러지지 마!”
“버프 서둘러!”
- 크아아아아아아!!!
“온다! 물러서지 마!!!”
“우리도 가자! 공격!!!!”
- 와아아아아아아!!!
“하⋯ 현기증이 다 나네⋯.”
몬스터의 괴성과 헌터의 함성이 섞여 소리가 쩌렁쩌렁 울리는 치열한 전장의 한복판.
어쩌다 보니 나는 팔자에도 없는 던전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잘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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