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두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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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깃쿠크
작품등록일 :
2023.12.24 22:44
최근연재일 :
2024.08.07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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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30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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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할아버지와 도깨비

DUMMY

"우리 헤어져"​


평생을 함께 할 것 같던 나의 부모님은 함께한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짧은 말 한마디와 함께

헤어지고 말았다


그 이후 혼란스런 와중에

두분이 다투는 모습을 보이기 싫었던 건지

어머니는 나를 외할아버지 댁에 맞기셨다


처음에는​

생전 처음보는 할아버지가 반가우면서도 신기했지만

할아버지는

아침에 농사를 지으러 나가셨다

저녁 때나 들어 오셨고

예전에 허풍선이라 불리며 말씀이 많으셨다는

과거가 무색할 정도로 아무 말씀을 않으셨다



남자 때문에 도망가서 소식이 끊겼던​

딸아이가 갑작스럽게 맞긴 손자에

할아버지는 불편하신듯 하셨다



마을 지주의 딸과 소작농 집안의 아들의 사랑에 당연하듯이 지주였던

할아버지는 크게 반대하셨다



어머니는 집의 패물과 얼마의 재산을 갖고

밤에 몰래 도망쳤었다



'그래 불편하시겠지'



불편해 하시는 할아버지를 피해

늦은 시간까지 밖에 있고는 했지만

한적한 시골 마을이라 할 것이 없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시골 풍경

오늘도 가만히 누워서 매미 소리를 듣고 있는데

곧 해가 질 것 같았다



너무도 간단하게 나는 혼자가 되었고

혼자만의 시간들을 보내게 되었다


-------------------------------------------


소년은 그날도 평상시처럼 혼자서 터벅터벅 뒷산에 올랐다.


마을의 뒷산은 신령한 산이라 깊게 들어가면

온갑 잡것들을 만나게 된다고

마을 사람들이 떠들던게 떠올랐다.


아무렴 어때


소년은 자신이 사라진다 한들 찾으러 올 사람도 없을 것 같았다.


공포보다는 호기심이 동했고

안쪽으로 안쪽으로 계속 들어갔다.


숲을 계속 들어가니 신비로운 대나무 숲이 나왔고

대나무 숲에서 더 들어가니 동굴이 하나 나왔다.


순간 이제 돌아가야 하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막연한 불안감도 같이 스치고 지나갔지만

신령스러운 분위기에 무서움보다 호기심이 앞섰다.


결국 동굴 속으로 들어 가고 깜깜한 동굴 속에 퍼져 있는

푸른 빛에 의지해

반대편 출구로 나왔다.


반대편 출구는 절벽 위 벽면에 붙어 있고 외길이 나있었다.


외길의 끝에는 작은 집이 한 채 있었는데 신령한 안개가 짙게 깔려 있었다


소년은 조심히 걸어서 집에 당도해 안을 살펴보려고 문틈 사이를 엿보았다

얼핏 거대한 몸집의 무언가를 봤다고 생각할 때였다


“네 이놈!! 여기가 어디라고 왔느냐?”


소년이 깜짝 놀라 뒤 돌아봤으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살짝 아래를 내려다 보니 작은 꼬마가 소년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네이놈 여기는 아무나 올 수 있는 곳이 아닌데 어떻게 들어 왔느냐”


“문이 열려 있어서 들어 왔는데?”


여전히 호통치는 꼬마를 보며 소년은 조용히 문을 가리켰다


어? 어? 어?


꼬마는 소년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시선을 돌리다가 깜짝 놀라 허둥댔다


“어? 이게 왜 열려 있지?”


"이러면 안 되는데"


어리둥절해하며 꼬마가 문으로 향했고

아까 보았던 것이 무엇인지 다시 보려는데 꼬마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 왔다


“안돼!! 그 분을 방해하면 안돼!!!”


꼬마의 목소리에 놀라 뒤를 돌아보니

허겁지겁 뒤로 뛰어온 꼬마가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김서방 제발 그 문을 열지마”


헥헥


꼬마는 숨을 한번 들이키고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는 말을 이었다.


“김서방 네가 여기 있다는 것을 할아버지가 아시면 큰일난단 말이야”


으으음


방안에서 누군가의 잠꼬대가 들리자 꼬마가 소스라치게 놀란다


“자자 김서방 제발 일단 이곳에서 벗어나요”


어느새 꼬마는 애원하는 표정으로 존댓말까지 쓰고 있었다


꼬마의 다급한 태도에 골려주고 싶다는 마음이 든 소년은

일부러 밍기적 대며 자리를 지켰다


보다 못한 꼬마가 소년의 등을 밀며 집 밖으로 밀어내려고 할 때였다


아얏


소년의 팔에 무언가가 스쳤고

그것이 뿔이었음을 아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뿔? 뿔!


인간과는 다른 존재


머리에 뿔이 난 도깨비


보통은 무서워 할 법도 하지만 호기심에

깊은 숲속까지 온 소년은 놀라운 발견에 오히려 흥미로 가득찼다


“너 뿔이 있네?”


소년을 집 밖으로 밀던 꼬마 도깨비는 소스라치게 놀라더니 자신의 뿔을 감췄다


“제 뿔은... 못 본 걸로 해주시와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


그때 방안에서 기침 소리가 났다

방안에 있던 것이 깬 듯하였다


“아이고 김서방 제발 이것을 드릴테니 이곳에서 떠나 먼 곳으로 가주세요”


꼬마 도깨비가 소년의 손에 무언가를 쥐어주었다.


"이게 뭔데?"


"말해도 모를 것이와요, 다만 드시면 웬만한 상처는 금방 낫고 기운이 회복될거에요"


꼬마 도깨비가 밍기적 대는 소년의 등을 계속 민다.


둘의 체격 차이로 인해 꼬마 도깨비의 뿔이 소년의 등에 계속 닿는다.


“저와 제 뿔 얘기는 어디가서도 하지 마시고요”


더이상 꼬마 도깨비를 곤란하게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소년은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집으로 가면서 꼬마 도깨비가 쥐어 준 물건을 보니

뱀의 비늘 같은 것이 푸르스름하게 빛나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지만

집 근처에 당도해보니 어느새 해가 지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집에 계시지 않아 의아해 하고 있는데

마을 사람들이 급하게 소년을 찾았다.

그날 말없이 나간 소년을 찾다가

할아버지가 다치셨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아무도 자신을 찾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소년은

다친 할아버지를 보며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산에서 미끄러져 다친 상처에

할아버지는 힘들어하고 있었고

소년이 할아버지를 붙잡고 우는데

문득 도깨비가 준 비늘이 생각나 할아버지의 입에 넣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할아버지가 정신을 차리시고

고통스러워 하던 표정도 한결 나아졌다


"분명 크게 다쳤던 상처였는데..."


동네 의원의 말로는 특별한 이상 소견이 없으니

몇 일 푹 쉬면 나을 거라하였고

소년은 할아버지가 나았음에 안도하며 잠이 들었다


할아버지가 쉬면서 소년은 할아버지와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특히, 할아버지는 다치시기 전보다 밝아지고 말 수가 많아 지셨다.


할아버지는 정말로 말이 많으셨고

왜 마을 사람들이 할아버지를 허풍선이라고 불렀는지 알 수 있었다.


할아버지는 마을 숲속에서 살았다던 이무기의 이야기를 해주었고

호랑이를 만났던 나무꾼의 이야기

마을의 산을 오래전부터 지켜온 산신령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소년에게 도깨비를 속이는 법을 알려주었다.


도깨비들은 어수룩해서 잘 속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도깨비는 보물과 진기한 것들을 좋아하는데

인간세상의 잡동사니를 신기해하고 잘 속이면 금은보화도 얻을 수 있다하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할아버지가 다시 일을 하러 나가시고

소년은 혼자서 집을 지키다 전에 만났던 도깨비가 떠올랐다.


"심심하네"


소년은 지난번 도깨비를 만났던 곳으로 갔다.


여전히 같은 곳에 집이 한 채 있었고

지난번 봤던 꼬마 도깨비가 문앞에서 졸고 있었다.


“도깨비야!!”


소년이 도깨비를 부르자 도깨비가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깼다.


“흐업, 아무 이상 없습니다!!”


입에는 침이 흐르고 있었고 비몽사몽한 상태에서 점점 정신이 든

도깨비가 소년을 보았다.


“김서방, 깜작 놀랐잖아요. 이곳은 김서방이 오시면 안돼요. 빨리 돌아가세요”


집을 지키고 있는 듯한 도깨비는 소년을 돌려보내려고 애썼다.


도깨비가 소년의 등을 밀며 돌려보내려고 하는데

소년은 할아버지가 도깨비들은 잘 속는다고 했던 것이 떠올랐다.


소년은 얼마전 모양이 신기해 주워서 주머니에 넣어뒀던 돌멩이가 떠올랐다.


“오늘은 그냥 온 것이 아니라 내가 봉황의 알을 발견해서 말이야. 그걸 보여주려고 왔어”


소년의 이야기에 도깨비의 눈이 번쩍였다.


“네? 그 귀한 걸 어디서?”


소년은 알처럼 생긴 돌멩이를 꺼냈다.


“그게 뭐에요. 그냥 평범한 돌멩이잖아요”


“맞아 지금은 돌멩이가 맞지만 이게 옛날에는 봉황의 알이었어 봉황의 알이 부화되지 못한 채 화석이 된 거야.”


“에이 그러면 이미 죽은 거 아닌가요?”


실망한 듯한 말과는 다르게 도깨비는 돌멩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봉황이란 녀석은 영물이기 때문에 애정을 가지고 보살펴주면 화석이 된 알에서도 부화할 수 있어”


“정말인가요?”


도깨비의 눈이 반짝였다.


“그럼. 이거 너 줄게 대신에 내가 이곳에 내가 오는 것을 막지 말아 줄래?”


도깨비는 잠시 고민하는 듯 하였다.


“네.. 하지만 어르신들과 할아버지가 계실때는 안돼요. 그분들은 이곳에 인간이 오는 것을 싫어 하세요”


그렇게 소년은 자주 도깨비를 찾아가게 되었다.


소년은 매일같이 도깨비를 찾아갔고 도깨비와 금세 친해 질 수 있었다.


“저는 이곳을 떠날 수 없어요. 이곳을 지켜야 하거든요 그래서 김서방이 해주는 이야기들이 참 재밌어요. 인간세상은 그런가요? 언젠가 꼭 한번 가보고 싶어요”


도깨비는 소년의 거짓말을 재미있게 들어주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할아버지가 사기를 당해 논과 밭을 다 잃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할아버지는 하루종일 한 숨을 쉬셨고 소년은 도깨비가 떠올랐다.

도깨비라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소년은 대나무로 피리를 만들어 도깨비에게 가져갔다.


“이 피리로 말할 것 같으면 만파식적이라고 하는 건데, 이걸로 동해에 가서 피리를 불면 용이 나타난다고 해”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도깨비는 동해에 갈 수 없고

피리의 진위를 확인할 방법이 없을 거라는 생각에서 나온 거짓말이었다.


“정말인가요?”


"그렇다니까"


“그것도 저 주실 건가요?”


“안돼 이거는 비싼 거라 그냥 줄 수 없어”


“그럼 저한테 파세요. 제가 살게요”


하지만 도깨비가 내미는 것은 하나같이 쓸모없고 볼품 없어 보이는 물건들이었다.

여타의 꼬마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어린 도깨비의 보물이라는 것들은 그런 것이었을 것이다.

소년이 그래도 도깨비가 내민 것이니 어떤 신비한 능력이 있지는 않을까 고민하고 있는데 도깨비가 허리춤에 차고 있는 장식이 눈에 들어왔다. 온통 금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혹시, 네 허리춤에 있는 물건 같은 거는 없어?”


“이거요? 이거는 저희 동네에 정말 많아요. 다들 버리고는 해요”


“그럼, 그걸로 바꾸지 않을래?”


“정말 이걸로 되나요?”


도깨비가 밝은 표정으로 되물었다. 아무가치도 없는 대나무 피리를 속여서 파는데 도깨비에게 가치가 없는 물건이라면 바꿔도 될 것 같았다.


소년은 그렇게 이후로 도깨비를 찾아갈 때마다

도깨비를 속여 재물을 얻었고 집안의 살림은 점차 나아졌다.


그런데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여느날처럼 도깨비와 놀고 집으로 들어왔는데 할아버지가 무척이나 수척해보였다.


“이놈아 몇 일 동안 어딜갔다가 이제 오는거냐”


할아버지는 소년을 보자마자 화를 내셨다.


몇 일? 반나절도 안 있다가 온 것 같은데


의아해하는 소년의 표정을 본 할아버지가 말을 덧붙이셨다.


그 말은 본인이 오랫동안 속으로만 간직해온 비밀을 풀어놓는 것이었다.


“얼마전부터 알 수 없는 금붙이를 가지고 오는 것도 그렇고 너 설마 도깨비를 만난 것이냐?”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은 소년은 그날 알았다.

소년이 도깨비를 속이고 나서부터

이곳과 그곳의 시간이 다르게 가게 되었다는 것을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줄 모른다고 했던가


그곳과 이곳은 본디 시간의 흐름이 다르다.


호기심으로 그곳에 갔을때는 괜찮지만


순수한 존재인 도깨비를 속인 벌로 시간이 다르게 가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것은 영물들이 인간에게 이용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어떤 존재가 설계한 법칙 같은 것이 아닐까 한다고 할아버지는 얘기했다.


“이 녀석아, 영물은 우리와 다른 존재들이다. 그들과 가까이해서는 안돼”


할아버지는 허풍선이 아니었다.


할아버지가 들려주신 이야기는 모두 할아버지 본인이 겪으신 일들이었고

할아버지는 걱정스런 눈빛으로 소년을 보았다.


“그들과 가까이하면 정말 소중한 것을 잃게 돼”


할아버지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말을 아끼셨다.


할아버지가 말 수가 없어지셨던 것은

자신이 잃어버린 소중한 것들로 인해

후회가 계속 되었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소년은 할아버지의 말이 머릿속에 멤돌기는 하였지만

실감이 되지 않았고

단지 찾아가는 시간을 줄였다.


잘 조절하면 될 거라 생각했다. .


오랜만에 도깨비를 찾아갈 때면

도깨비는 소년을 반겨 주었지만 어딘가 꺼름칙한 느낌이 들곤했다.

그것은 할아버지의 말도 그렇지만

인간과는 다른 상식을 가지고 있는 도깨비의 말 때문도 있었다.


“김서방, 왜 이렇게 오랜만에 오셨어요. 이번에는 무얼하고 놀까요? 아니면 무얼 가지고 오셨나요? 저는 김서방의 심장이 두근대는 소리가 좋아요. 저한테 없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그것도 가지고 싶어지곤 해요. 오늘은 그 두근대는 걸 저한테 파시지 않겠어요?”


도깨비를 속일때면 걸릴까봐 두근대던 심장 소리를 도깨비는 듣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도깨비는 그게 자신을 속이고 있기 때문에 긴장해서 두근대던 것이라고는

생각 못하는 듯했다. 그리고 사람은 심장이 없으면 죽는다는 것을 모르는 듯 하였다.


그 말은 소년이 도깨비와 자신이 다른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할아버지가 말씀하셨던 소중한 것이 자신의 생명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소년은 도깨비를 만날때면 항상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였다.


“김서방 봉화의 알이 금이 갔어요. 곧 부화하려는 걸까요?”


도깨비는 소년이 주었던 돌멩이를 애지중지하였고 오래되어 간 금에 기뻐하였다.


소년은 도깨비와 만날수록

도깨비에 관해 알수록 도깨비를 속이는 것에 대해 죄책감이 들었다.

그래서 소년은 도깨비에 대해 알려 하지 않았다.


소년은 도깨비가 왜 뿔이 있는지,

왜 그곳을 지키고 있는지 궁금해 하지 않았다.


소년은 청년이 되었고 도깨비는 어른 도깨비가 되었다.


하지만 그래도 청년은 돈이 필요할때면 출장을 간다는 명목으로

장시간 집을 비워 도깨비를 찾아가 부를 일구었고

근방에서 알아주는 부자가 되었다.


장성한 청년은 이윽고 결혼을 했다.


청년은 가끔씩 집을 장기간 비웠지만

그리 긴 시간이 아니었기 때문에 집안의 모두가 그럭저럭 이해해 주었다.


그런데, 청년의 아내가 전염병에 걸리는 일이 생겼다.

병은 나았지만 병의 휴유증으로 아내의 몸이 너무 약해져 있었다.


죽어가는 아내를 보며 청년은 어린시절 할아버지에게 주었던 비늘이 생각났다.


그것이 있으면 아내가 회복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청년은 도깨비를 찾아갔다.


오랜만에 찾아온 도깨비는 청년을 반겨 주었고

도깨비는 비늘은 귀한 물건이라 자신과 씨름을 해서 이기면 주겠다고 하였다.


청년은 어쩔 수 없이 도깨비와 씨름을 하였지만

속임수를 쓰지 않고는 도깨비를 이길 수 없었다.


청년이 좌절하고 있을 때 도깨비가 말하였다.


“내 자네가 결혼했다는 말을 듣고 나도 그 사랑이라는 것을 해보고 싶어졌네, 하지만 나는 이곳에 묶여 있는 몸이 아닌가, 내 짝을 찾으러 다닐 수 없으니 만약 자네의 딸을 내게 시집 보내준다면 내가 그 비늘을 주겠네”


도깨비의 말을 들은 청년은 자식을 낳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약속을 지킬 필요가 없지 않은가? 만약 아내가 나아서 아이를 낳게 되고 그 자식이 딸이라면 도깨비에게 시집 보내겠다고 약속하였다.


도깨비로부터 비늘을 받아 집에 가며


청년은 도깨비를 속여 다행이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청년이 집을 찾아 갔을 때 청년은 절망하고 말았다.


시간이 너무 흘러 아내가 이미 죽어 있었다.


그리고 청년은 자신이 몰랐던 사실을 하나 알게 되었다.

청년이 떠나기 전 아내가 임신하고 있었고 딸을 낳았다는 것이었다.

병치레 후 약해졌던 몸으로 출산을 한 아내는 기력이 다해 죽고 말았다는 것이었다.


아내의 죽음, 도깨비와의 약속


청년의 머릿속이 온갖 혼란으로 가득하였다.

그러다 문득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어차피 도깨비는 그곳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딸을 낳았다 한들 내가 시집 보내지 않는다면 도깨비가 어떻게 하겠는가


그렇게 하루하루 시간을 보내던 청년이었지만

아내에 대한 그리움, 외로움이 더해져, 슬픔에 점점 무너졌고

청년은 이윽고

아내를 되살릴 방법이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깨비라면 시간을 돌리는 방법을 알지 모른다고 생각하여

혹은 영물들이 세계라면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여

계속해서 그곳을 찾아갔다.


청년은 영물들의 세계에 대해 알고 그곳을 여행하기 위해 도깨비를 계속 속였고

어떨때는 무게가 다른 윷을 준비해 사기로 내기를 하기도 했다.


도깨비와 윳놀이를 해서 이기면 무언가를 얻어가고는 했다.


아직 딸이 장성하지 않아 시집 보낼 수 없다는 핑계를 계속해서 하였다.


그렇게 시간이 속절없이 흘러갔다.


여느날처럼 그곳에서 머물다가 가려는데 도깨비가 청년에게 말을 했다.


“기뻐해주게 김서방, 이곳에서의 내 임무도 이제 끝날 듯하네, 이제는 어디든 갈 수 있어. 네 자네의 자식을 한번 보고 싶어, 나에게 자네 딸을 주겠다고 하지 않았나?”


집으로 돌아가려던 청년은 덜컥 심장이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다.


도깨비에게 딸을 시집 보낸다니 말도 안 될 일이었다.


그동안 아직 딸이 어리다는 핑계를 대었다지만

도깨비가 직접 찾아올 수 있다면 큰일이었다.


그때였다. 청년은 한가지 묘수가 떠올랐다.


“자네 숨박꼭질이라고 아나?”


“숨박꼭질?”


“그래 밖에서 인간들이 하는 놀이이지, 자네가 숨으면 술래가 자네가 어디 있는지 찾는 놀이 일세. 우리 숨박꼭질을 하지 않겠나?”


“네 자네와 하는 건 뭐든지 재미있으니 하겠네 그거는 어떻게 하는 건가?”


청년은 도깨비에게 숨박꼭질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마침 자네가 자유로워졌다고 하니 자네가 숨으면 내가 자네를 찾겠네.

자네는 내가 찾을때까지 숨으면 되는 거야”


“오 마침 잘됐군 자네는 날 찾지 못하 걸세”


“그래, 그럼 숨어 있게나. 내 자네를 찾을 테니”


도깨비는 들뜬 마음으로 새로운 놀이에 심취해 있었고

청년은 다시는 이곳을 찾지 않겠다는 비장한 표정으로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집에 도착했을 때


얼굴이 익숙한 모르는 여성이 집에서 자신을 맞이해주고 있었다.


청년은 이곳은 자신의 집인데 누구냐고 물었다.


그런데 그 순간 청년의 머리에 할아버지가 하셨던 말씀이 스쳐지나갔다.


신령한 존재를 속이려들수록 시간이 빠르게 간다고 하셨던 말씀이었다.


청년의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그리고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여성의 양팔을 붙잡았다.


여성에게는 청년에게 가장 소중한 이의 얼굴이 있었다.


"혹시, 아..버지?"


그제서야 청년은 할아버지가 말씀하셨던 소중한 것을 잃어 버린다는 것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꼬마였던 딸이 어느새 어른이 되어 있었다.


시간이 흘러가버린 것이었다.


청년은 집에 있는 딸의 앨범을 보았다.


사진 속 딸은 항상 혼자였다.


딸과 함께하고 싶었던 순간들

함께 있어주지 못했던 시간들

옆에서 보고 싶었던 모습들이 찍혀 있었다.


청년은 지난 세월들을 생각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전신 거울 하나가 놓여져 있었다.


거울 속에는 세월이 맞은 듯 주름 가득한 노인이 하나 있었다.


거울 속에 있던 이의 얼굴을 젊었지만 우울한 얼굴에 그를 청년이라

부를 이는 없어 보였다.


이룰 말할 수 없는 슬픔과 좌절이 노인의 얼굴에 새겨져 있었다.


노인의 얼굴이 초췌해졌다.


노인은 아내가 죽을 때 옆에 있어주지 못했고

성장할 때 자신의 딸의 옆에도 있어 주지 못했다.


후회와 회한으로 마음이 늙어버린 노인은

자신의 할아버지가 옛날에 그랬던 것처럼 하늘만 공허하게 쳐다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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