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두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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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깃쿠크
작품등록일 :
2023.12.24 22:44
최근연재일 :
2024.08.07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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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7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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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아낌없이 주는 나무

DUMMY

나무는 그 자리에 있었다.


어떤 가난한 집 아이가 누군가 먹고 버린 씨앗을 심은 곳에서

나무는 싹을 틔웠다.


나무꾼이 나무를 하러 이곳에 올때면

아이도 같이 와서 나무에게 물을 주었다.


나무는 어렸고

꼬마아이가 자그마한 손바닥에 담아온

물을 마시며 자랐다.


“오, 싹이 꽤자랐는걸 이 정도면 허기를 달랠 정도는 될 것 같아”


아이의 아버지가 자란 나무를 보며 뽑으려 하자


아이가 아버지를 막아선다.


“안돼요, 아버지 이 나무는 제꺼에요. 나무가 자라는 걸 보고 싶어요”


겁이나서 떨던 나무는 아이 덕분에 더 자랄 수 있게 된다.


아이는 아이의 아버지의 무심한 걸음에 나무가 밟히지 않게 지켜주었고

목마를때면 물을 주었고

숲속이 어두워서 무서울 때면 햇빛과 함께 와서 말을 걸어 주었다.


나무가 어렸을 적에 그곳은 울창한 숲이었다.

나무꾼 나무를 하러 오는 곳이었다.


나무는 어렸지만, 주변에 있는 가족들과 친구들로부터

또 아이로부터 물을 공유받을 수 있었고 성장할 수 있었다.


그곳은 싱그러운 숲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서

나무가 사람보다 더 커졌을 때

나무의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주변의 큰 나무들은 이미 다 잘려서

작았던 나무만이 남겨졌다.


나무는 작아서 살아남을 수 있었고 자랄 수 있었다.


나무와 인간의 시간을 다르기에

아이가 성장해 소년이 되어 1미터의 키를 갖게 되었을 때

나무는 이미 몇 미터의 키를 갖고 있었다.


나무의 주변에 집들이 하나, 둘 들어서고

나무와 가까운 곳은 누구도 집을 짓지 않아 공터가 되었다.


공터에 아이들이 한 명, 두 명 모여들고

소년이 된 아이가 친구들과 함께 놀러 온다.


나무에 얼굴을 대서 눈을 가리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다시 나무에 얼굴을 대고 눈을 가려서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또, 나무에 등을 대고 말뚝박기


그렇게 나무는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어느날 소년이 숨밖꼭질을 하러 올때면

자신을 밟고 올라간 소년이 들키지 않도록

나뭇잎으로 숨겨주었고


“와, 너는 도대체 어디에 숨는 거야? 도저히 못찾겠어”


놀다가 지친 소년에게 과일을 내주었으며


“자 하나씩 나눠먹자!”


한껏 놀다가 지쳐서 쓰러진 소년과 친구들에게 그늘을 만들어 주었다.

바림이 살랑살랑 잠든 아이들의 머리를 간질인다.


“아~ 시원하다~”


시간이 흘러

가을이 되면


낙엽을 주었고


소년은 친구들과 낙엽을 모아 모닥불을 만들어

산에서 주은 밤을 구워 먹었다.


시간이 흘러

겨울이 되면


찬 바람에 언 손에 호호 따듯한 입김을 불며 등장한 아이들이

소년과 함께 콧물을 잔뜩흘리며 몸에 열이 오를 때까지

눈싸움을 하고, 눈사람을 만들고, 눈밭을 구르다


지쳐서 서로서로 자신의 키가 더 크다며 나무에 기대 키를 잰다.

올해 초에 그린 선과 지금의 그은 선을 비교한다.


시간이 흘러

다시 봄이 왔다.


눈이 녹아 땅이 드러났고

어린시절 같이 놀던 친구들 중

누군가는 이사를 갔고

누군가는 입학을 했고

누군가는 돈벌러 간다 했다.


이제 헤어지는 친구들이 자신들의 추억을 기억하자며

나무아래 땅을 파서 서로의 보물을 숨긴다.


나무는 뿌리를 자라게 해 그것을 꼭꼭 숨겨 주었다.


그렇게 몇 해가 지나고


소년은 교복을 입었고 한 소녀를 사랑을 하게 된다.


소녀는 명절 때 나무의 가지에 그네가 걸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왔고

마을 사람들을 도와 나무에 그네를 걸던 소년은

구경 나온 소녀에게 반해 나뭇가지에서 떨어질 뻔한다.


나무는 재빠르게 소년을 가지로 받쳐주었고

소년은 크게 다치지 않았지만

정신을 잃는다.


나뭇잎 사이로 든 햇빛에 정신이 든 소년이 처음 본 것은

소녀의 얼굴이었다.


쓰러진 소년이 걱정돼 그네 타는 것도 미루고 곁에 있던 소녀의 얼굴이 잘 보이게

나무는 나뭇잎 사이로 햇빛을 비추어 주고

너무나 가까운 소녀의 얼굴에 빨개진 소년의 얼굴이 소녀에게 보이지 않도록

나뭇잎으로 햇빛을 가려 그늘을 만들어 주었다.


“나무있는 곳에서 보자”


그렇게 그곳은 두 사람이 만나는 장소가 되었다.


둘은 나무에서 만나 학교를 갔고, 시장에 갔고, 집으로 갔다.


나무 아래서 공부를 하였고, 이야기를 하였고, 사랑을 하였다.


소년이 자라 청년이 되었고 어느날이었다.


여느때처럼 소녀가 나무에 와서 청년을 기다린다.

청년이 와서 소녀에게 무언가 말한다.

청년을 기다리던 소녀가 울면서 청년에게 안기지만

청년은 그녀를 안아주지 못한다.


청년은 아무말 없이 고개를 들어 눈물이 흐르지 않게 하는 것이 다였다.


“그 날 이곳에서 보자”


울면서 헤어지는 둘

도망치자는 약속

서로 준비를 마치고 이곳에서 보기로 한다.


나무는 둘의 비밀을 모두 들었지만 둘을 위해 이 비밀을 지켜주기로 한다.


하지만 약속한 날 청년은 이곳에 오지 못한다.


하지만 나무는 알고 있었다.


청년이 이곳에 왔었던 것을

청년이 이곳에 온 그 날

나라에 전쟁이 터졌다고 한다.


젊은 사람들이 군복을 입은 사람들에게 끌려간다.


청년은 이곳에서 자신을 기다릴 소녀가 생각나 도망쳐서 이곳에 왔었다.


그리고 청년을 붙잡으러 온 사람들

끌려가기 전 청년은 이곳에 올 소녀를 위해 무언가를 남겨 놓는다.


청년이 이곳에 왔다갔다는 흔적

나무는 청년을 한참 기다리다 울다지쳐 가려는 소녀의 발을 건다.


“아얏”


뿌리에 걸려 넘어진 소녀가 넘어지지 않으려 짚은 곳에

청년이 남기고 간 쪽지가 보인다.


나무의 움푹 파인 주름, 깊은 곳에 넣어 두었던 쪽지가 살짝 보였고

소녀는 청년이 왔다갔음을 알게된다.


그렇게 나무는 서로 오해한채 헤어졌을 둘의 소식을 전해준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어린 시절 청년이 왔다갔던 곳은

한 아가씨가 오고가는 곳이 되었다.


그리고 어느날

이곳에 와서 누군가를 생각하던 아가씨는

편지를 한통 써서 남겨 놓고 간다.


나무는 이 비밀을 고이고이 간직한채 누구도 보지 못하도록 품는다.


그렇게 봄이 가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되고, 겨울이 되고, 다시 봄이 왔다.

그렇게 다시 봄이 가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되고, 겨울이 되고, 다시 봄이 왔다.


그렇게 몇 번이고 반복되었을 때

목발을 짚은 한 남성이 나무에 온다.


나무를 어루만지는 남성

추억을 되새기던 남성이 포기하고 자리를 벗어나려할 때

나무가 남성의 발을 건다.


뿌리에 걸려 넘어질뻔한 남성은

넘어지지 않으려 나무를 짚었고

나무의 깊은 주름살 한 곳에 숨겨져 있던 편지를 발견한다.


편지의 말미에는 어느 집의 주소가 적혀 있었다.


어둡던 청년의 얼굴이 밝아져서 급하게 뛰어간다.


목발을 짚을 정도로 아프던 고통도 잊어버린 듯 뛰어가던 남성은

갑자기 멈추더니 돌아서 나무를 향해 머리 숙여 인사를 한다.


다음해


남성은 여성과 함께 나무를 찾아온다.


둘의 결혼식은 나무 앞에서 성대하게 치러진다.

마을 사람들 모두가 모여서 축하하고

나무도 꽃을 피워 결혼식을 장식해준다.


행복할 것만 같았다.


그럴거라 생각했다.


그래야 했는데 나무가 있는 곳에 벼락이 친다.

사람들이 만든 무기온 인한 것이었다


이곳 저곳에서 천둥 소리가 울리고

가지가 불탄다.


나무는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누군가 이곳을 약탈하러 왔다고 한다.


모든 것이 무너진 그곳에

남성과 여성이 도망쳐 온다.


나무는 둘을 숨겨 주었고

어두운 밤 나뭇잎이 스산하게 부딪치는 소리와

나뭇가지에 둥지를 튼 새들의 울음소리

마치 사람의 얼굴과도 같은 나무의 깊은 주름


둘을 쫓아온 사람들은 혼쭐이 나서 도망친다.


다음날 아침 나무는 자신의 일부가 타버렸음을 알게된다.

그리고 나무의 앞에 있던 마을이 잿더미가 된 것을 본다.


살아남았다는 기쁨도 잠시

무너진 잔해를 바라보며 좌절하는 두 사람


나무는 열매를 청년의 머리 위로 떨어트린다.


머리에 열매를 맞고 정신이 든 남성이 여성에게 과일을 건넨다.


달콤했다.


둘은 허기진 배를 채우며 눈물 흘리며 과일을 먹는다.


살아 있구나

살았다.

살았어!!!


배를 채우자 참았던 감정이 폭발한다.


기뻤다가 슬펐다가 웃다가 울다가

눈 앞의 폐허에 좌절한다.


살고 싶다.

하지만 어떻게?


그때였다.


풀썩


불타버린 나무는 자신을 지탱할 수 없었고

그동안 자신이 숨겨왔던 비밀을 보여준다.


사람들이 숨겼던 여러 가지 물건들

남성은 그 물건들을 보며 얼굴색이 밝아진다.


나무는 그 물건들을 내주었고

남성은 재기할 수 있었다.


이후에 종종 오는 남성을 위해 나무는 얼마 안남은 가지를 내준다.

남성은 장인이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시간이 흘르자

이제 나무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고

멀린 떠난 남성과 여성은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일부가 불타버린 나무를 보러오는 사람은 더 이상 없었다.


나무는 끝이 옴을 느꼈다.

그렇게 시들어가고 있었다.


어느날 나무가 쓸쓸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곳에

한 노인이 찾아온다.


노인은 하루종인 나무에 기대 앉아 있더니

나지막히 한마디 했다.


“고마워, 이제는 이곳을 떠나려고 해, 그래서 마지막으로 너를 보고 싶었어

괜찮으면 너도 같이 가지 않을래?”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며 고개를 끄덕인다.


나무의 대답을 들은 노인이 조용히 물러가고

사람들이 와서 나무의 죽은 부분을 잘라낸다.

그리고 산 부분을 잘라낸다.


나무를 옮기던 사람들이 그 노인은 유명한 장인이라고 했다.


그렇기에 이런 다 죽은 나무를 이용해서도 멋진 물건을 만들어낼거라고 했다.


그리고 살날이 얼마 안 남아 이 나무로 만든 것이 유작이 될거라 했다.


나무는 오랜시간 정들엇던 곳을 떠나게되어 아쉬웠지만

솜씨 좋은 장인이 만들어낼 자신의 모습이 기대되었다.


장인이 작품을 완성하고


장인의 손자가 태어나던 날 나무도 그 집의 가족이 되었다.


똑딱똑딱


아기가 처음으로 울던 날

낡은 마루에 커다란 시계도 울었다.

시계가 새로운 시작을 알려주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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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낌없이 주는 나무 24.08.07 6 0 10쪽
4 할아버지와 도깨비 24.03.30 7 0 20쪽
3 바이올린 켜는 개구리와 책을 읽는 소녀 24.02.18 8 0 8쪽
2 서쪽을 향해 달리는 흰 짐승이야기 24.01.14 15 0 20쪽
1 북풍과 태양 23.12.24 1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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