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은 보호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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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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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5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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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5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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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화. 독재자와 테러리스트

DUMMY

***


비닐하우스가 보이는 풍경.

저 멀리에는 찰랑이는 물결 역시 보였다.

녹호는 그런 도시를 거닐었다.

그렇게 들어가는 곳은 교회, 그것도 꽤 커다란 곳이다.

약속도 없이 왔는지, 목사는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누구십니까?”


심지어 일면식도 없는 모양이다.

이리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걸 보면.


“미리 얘기해주러 왔어. 저기 건널목에 교회 하나 들어온다고.”

“예?”

“알아두는 편이 좋지 않겠어? 영업에 문제가 생길 텐데?”


녹호는 무작정 들이닥쳐서 통보했다.

이는 반쯤 협박이나 다름없었다.

손해 볼 테니, 알아두라니.


“영업이라니, 무슨 말입니까? 종교에 그런 게 어디 있습니까?”


우연히 있던 목사.

아니, 정확히는 잘못 걸린 거겠지.

도플갱어가 만날지 말지 운에 맡겼을 리 없으니.


하지만 지금은 그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녹호를 알아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저 이상한 사람이 왔다고 생각할 뿐이다.


“그래? 그럼 상관없겠네?”

“아니, 도의적인 문제는 있겠지만···.”


일단 말꼬리를 흐렸다.

혹시나 할 터였다.

이게 진실일까 아닐까.

그저 돈을 뜯어내려고 한다면 거짓이라고 보고 넘겨도 되겠지.


“혹시 여기 팔 생각이 있나 싶어서.”

“···예?”

“말 그대로야. 장사 접을 거면 말하라는 뜻이지.”


하지만 녹호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아···. 정말입니까?”


목사는 다소 안색이 어두워졌다.

지금처럼 계속 지낼 수는 없었다.


“예현 교회야.”

“그건 또 무슨 소리입니까?”

“저기 세워질 교회 말이야.”


그 말에 무언가를 떠올린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내 입을 벌리고서는 되물었다.


“예현 교회라면, 뉴스에 나오던?”

“잘 아네.”


도플갱어와 관련된 이야기였다.

한동안 전파를 타고 떠들썩했다.

더군다나 최근엔 사이비 의혹까지 생겨났다.

재림 예수냐는 질문에 얼버무린 영상만 있긴 하지만.


“안으로···. 우선, 안으로 모실 수 있겠습니까?”

“그래. 시간은 길게 못 내지만.”


목사는 우선 편한 자리로 데려갔다.

진지한 대화를 해야 했다.

동시에, 혹여 새어나가면 곤란한 이야기이기도 할 터였다.

두 사람은 금세 복도를 지나 응접실에 도착했다.


“음료 드시겠습니까?”

“빨리 가져올 만한 걸로.”


녹호는 안내받지 않아도 알아서 소파에 앉았다.

목사도 이에 불만을 내뱉지 않았다.

그저 얼른 컵에 주스 한 잔을 가져올 뿐이다.


“여기 있습니다.”


그렇게 잔을 내려두자마자, 거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신도 두당 300씩.”

“예?”

“이 정도면 넉넉히 쳐준 것 같은데.”


무슨 뜻인지 알아챘을까?

곧 당황한 기색이 목사의 얼굴에 서렸다.


“조금만 시간을 주십시오. 그러면 내부 논의 후에···”

“250.”

“···예?”

“200.”


숫자는 빠르게 줄어들었다.

300만 원이라는 금액은, 처음부터 협력해왔을 때나 주는 금액이었다.


“아니, 갑자기!”

“150.”

“250! 250에서 대화합시다!”


녹호는 아쉬울 것 없었다.

애당초 이런 짓을 할 교회는 많았다.

그저 적당해서 여길 골랐을 뿐.


목사는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터였다.

그러니 다시 300만 원을 부르지 않았다.

250만 원에서, 천천히 대화라도 시작하자고 했지.


“예현 교회, 복지가 어떤지 들었지?”

“그렇습니다.”

“그런데 댁이 제안할 처지야? 굳이 그만큼 안 해도, 몇 달 안에 신도 죄다 뺏을 자신도 있는데.”


그 말대로다.

레저 피노키오와 협력해서, 엄청난 서비스를 제공한다.

심지어 최근엔 일자리까지 쥐여준다.

아무런 자격이 필요 없는, SNS 홍보 업무에.


그런 교회가 바로 옆에 있다?

쉽사리 이겨낼 수 없었다.

똑같은 헌금을 내고서, 누구만 다양한 혜택을 누린다면 어떻게 홀리지 않을까.

일단 교회를 옮기고 나면 쉽사리 돌아오지도 않을 터였다.

사이비란 원래 그런 법이니 말이다.


“200.”

“230까지만 부탁드립니다. 저도 내부에서 설득해야 합니다.”

“200이면 잘 쳐주는 편일 텐데?”

“예, 그게 정가이긴 합니다만···.”


‘정가’라는 말이 나왔다.

교회를 거래할 때, 가격을 매기는 방법.

신도 수에 따라서 비용을 책정한다고 인정한 셈이다.

한 명당 200만 원 정도이고.


“그래. 가치를 알면 그 정도에서 만족해야지. 안 그러면 끝 아니겠어?”


거만한 목소리다.

목사도 그 말에 안색이 어두워졌다.

맞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더 받기를 원한다면, 무언가를 더 내어놓아야 한다.


“그럼···, 연줄은 어떠십니까?”

“연줄?”

“예.”


목사는 말하고 나서도 아무도 없는 공간을 둘러보았다.

지나치리만큼 경계하는 행동이다.

연줄인데 그렇다니.

떳떳한 인맥은 아닐 터였다.


“서울에서만 계셔서 모르겠지만, 지방은 나름 지역 유지···”

“알아. 다 똑같지.”

“예?”

“여의도 축소판 아니겠어?”


녹호는 말하기도 전에 알아들었다.


“한 달 뒤에 목사 한 명이 내려올 거야. 알아서 인수인계하고.”

“조건은···.”

“대충 알지 않나? 눈치껏?”


어떤 일인지 정확히 알아챘다.

그러니 확실히 정하지 않았다.

돈세탁을 서주 선에서 책임을 끝냈듯, 이곳도 따로 총알받이를 내려보낼 생각이다.

과도한 충성심을 가지고, 스스로 불법을 저지를 사람을.


“알겠습니다. 도착 전에 연락해주시면 그분도 잘 모시겠습니다.”

“그래. 필요한 교육은 확실히 해두라고.”


녹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이 잘 풀렸다는 듯, 입가에 시원한 미소가 걸렸다.



***


청바지에 흰 티셔츠.

이상적이라고 부를 수 있는 몸의 외곽선.

유송이 부엌에서 달그락거린다.

음식이 눌어붙지 않도록, 국자로 냄비를 휘젓는다.


“다들 식사하러 오세요!”


이내 한 상을 차리고선 목소리를 돋웠다.

한 중년 여성이 가장 먼저 내려온다.


“아유, 고생 많았어요. 같이 해도 되는데.”

“아니에요. 얹혀사는 처지에, 이런 일이라도 해야죠.”

“어머! 솜씨가 좋네요!”


다른 사람 역시 줄줄이 들어온다.

먼저 들어온 한 사람은 중년 남성, 청천해였다.


“유송 씨, 고생이 많았어요.”

“아니에요.”


이제는 이곳이 어디일지도 짐작이 갔다.

아니나 다를까, 동죽도 들어오는 중이니.


“와! 새로운 음식이 많네요?”

“여기에 앉으세요. ‘하죽’ 씨가 좋아하는 음식은 이쪽에 뒀거든요.”

“아, 감사···. 어? 구분하시네요? 저랑 동죽이, 다들 못 알아보던데.”


유송은 동죽을 ‘하죽’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그리고 쌍둥이처럼 똑같은 얼굴이 이곳으로 들어온다.

짧게 목례를 취하며 인사를 건넨다.


“그게, 억양이나 분위기 차이가 나서요.”

“그래요?”

“네, 여기 동죽 씨는 조금 더 단정하다고 할까요? 하죽 씨는 생기 넘치는 편이고요.”

“하하, 그렇죠! 아무래도 친구들도 다 운동하다 보니!”


동죽은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고선, 빙긋 웃어 보였다.


“친한 친구들도 구별을 못 하는데, 기분이 좋네요.”

“네.”

“얼른 식사하지. 차려주셨잖아.”


모두 자리에 앉아 식사를 시작할 무렵.

문득 청해가 입을 열었다.


“유송 씨, 할 말이 있는데···.”

“여보, 밥은 먹고 하지.”

“아니에요, 괜찮아요. 말씀하세요.”

“이제 하죽이도 다시 훈련하러 가봐야 해요. 그래서 말인데, 유송 씨가 그 도플갱어에 대해서 이야기해줄 수 있겠어요?”


동죽을 말하는 게 아니다.

녹호, 예현, 천선, 이 세 신분을 지칭할 터였다.

알아야 할 정보가 있다면 말해달라고.


“아버지.”

“다들 알아야지. 혹여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그랬다.

도플갱어는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다.

자신의 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줄 알았다.

이를 통해, 돈과 권력을 손에 넣었다.


심지어 도덕성을 따지지도 않았다.

아니, 아예 반사회적인 수준이지.

일반적인 악인은 사회를 갈취하며 욕심을 채우지만, 이쪽은 파괴하기 위해 권력을 모은다.

군림이 아니라 끝을 원한다는 뜻이다.


“도플갱어는 세상을 원망한다고 했죠?”

“네. 진실이 알려졌을 때, 사회는 자신을 받아주지 않을 테니까요.”

“그건 꼭···, 테러리스트가 하는 생각 같은데요.”

“···네, 맞아요.”


유송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먼 훗날에라도 어떻게 풀릴 문제가 아니에요. 한 번이라도 넘어가면 다음은 없겠죠.”


독재자는 세상 위에 군림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그건 사회를 존속시킨다는 뜻이기도 했다.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발전해야, 그 번거로운 일도 의미가 있을 테지.


하지만 도플갱어는 달랐다.

오직 파괴만을 바라보았다.

그렇기에 그 계획이 완료됐을 때, 다음 기회는 없었다.

방법은 모르지만, 아차 하는 순간 모든 게 무너져내리겠지.


“피녹호 대표가 지방으로 내려갔다더군요.”

“아.”

“옆에 박인영 대표 대리, 방서주 씨를 데리고 갔다고 해요. 그 덕에 가는 곳마다 떠들썩하죠. 진실이 음모론처럼 떠돌면서 말이에요.”

“···네. 그러고도 남았겠죠. 주어졌다면 어떻게든 활용할 뿐이에요. 그 사람한테 편견은 없으니까요.”


‘진실이 음모론처럼 떠돈다.’

이는 그 자체로 홍보 효과가 된다.

사라지지 않고 끊임없이 누군가의 입에 오르내린다.


동시에 음모론이기에, 결코 주류가 될 수 없다.

지나치게 심취할수록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게 된다.

이를테면, 현실보다는 미신에 심취한 인간이라든가 말이지.

즉, 가장 안전하게 권력을 유지한다는 뜻이다.


“하···. 알았어요, 말할게요.”


상황이 좋지 않았다.

유송도 이를 알기에 입을 열었다.


“천선 씨가 지하에서 피산범 흉내를 냈다는 사실은 들었을 거예요. 그런데 도중에 양아버지가 아들의 죽음을 받아들였어요. 대용품 역할을 할 수 없게 됐죠.”

“음. 그럼 잘 풀린 게···.”

“아니에요. 그저 방치됐어요. 천선 씨를 볼 때마다 자신의 잘못이 생각났거든요. 겉모습에 홀려서, 진짜 아들에게 소홀히 한 잘못이요.”


방치의 이유였다.

죽이지도 살리지도 못한 채, 그저 생존만 챙겨줬을 뿐이다.

그나마도 직접 하지 않고 두오가 담당했을 테지만.


“지하에서, 십수 년을요?”

“네.”

“그럼···, 그 시간 동안 뭘 했죠? 혼자서, 제정신으로 버틸 수 있나요?”


청해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건 당연한 반응이기도 했다.

징역과 병역에 비견될 바도 아니었다.

독방에서 그 어떤 일도 부여받지 못하고 감금당했다는 뜻이니까.


“···사랑받는 법을 공부했어요.”


유송 역시 씁쓸한 얼굴로 답했다.


“처음엔 교과서였죠. 공부를 잘하면 부모가 좋아한다는 말을, 얼핏 들었거든요.”

“책은 음식이 나오는 통로로 받았나 보군요.”

“네. 그렇게 모두 이해한 다음엔 심리학이었어요. 프로이트, 스키너, 할로우. 심리학 거장의 책을 찾아 읽고, 어떻게 해야 아버지에게 다시 관심을 끌어올 수 있을까 공부했어요.”

“······.”

“십수 년이라고 했죠? 아니요, 그 두 배는 될 거예요. 천선 씨는 잠을 자지 않았으니까요.”

“아···.”

“몇십 년을 쉬지 않고 갈망했죠. 하지만 끝내 기회는 오지 않았지만요.”


지하실에서 나온 건, 장례가 치러진 후였다.

양아버지는 마지막까지 도플갱어를 마주하지 못했다.

그저 일에 매몰되어 자학했을 뿐이다.


“어떻게 사이비를 운영할 수 있었나 했더니, 그 덕이었군요.”


동죽이 돌연 입을 열었다.

그 덕에 침울했던 분위기가 바뀌었다.

꺼져가는 경계심에, 다시 불이 붙었다.


“지금은 경험까지 쌓여서 더 교활해졌겠고요.”

“하긴···.”

“어쨌든 지금은 우리 적이니까···.”


다들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안타깝기는 하지만, 그저 불쌍해할 일은 아니었다.

증오만 가득 찬 사람이기에.


“네. 그래도 여전히 아이예요, 그 사람은. 그러니 제대로 살 수 있게 도와주세요.”


유송만이 끝까지 동정을 표했다.

이곳에 온 이유, 그건 애초에 도플갱어가 제대로 된 삶을 살았기를 바라서였으니까.


작가의말

주인공은 대마왕쯤 됩니다.

목표가 국가 소멸이거든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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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125화. 공작 24.07.11 10 0 13쪽
124 124화. 지역구 24.07.09 15 0 11쪽
123 123화. 권리 위에 잠자는 자 24.07.06 13 0 11쪽
122 122화. 논벌 24.07.03 12 0 11쪽
121 121화. 교수 24.07.01 13 0 12쪽
120 120화. 댓글 24.06.27 15 0 12쪽
119 119화. 인터뷰 24.06.24 18 0 12쪽
118 118화. 만찬 24.06.19 9 0 12쪽
» 117화. 독재자와 테러리스트 24.06.15 13 0 13쪽
116 116화. 세 명 24.06.13 9 0 12쪽
115 115화. 화해? 24.06.10 13 0 12쪽
114 114화. 천청해 24.06.06 11 0 13쪽
113 113화. 재림예수 24.06.04 10 0 11쪽
112 112화. 반증 24.06.01 11 0 12쪽
111 111화. 선악은 항상 정방향으로 향하는가 24.05.30 10 0 13쪽
110 110화. 배신 24.05.27 1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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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107화. 김송과 24.05.18 1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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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105화. 시위 24.05.14 11 0 12쪽
104 104화. 하늘 24.05.10 14 0 12쪽
103 103화. 상식 24.05.08 10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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