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은 보호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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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ya
작품등록일 :
2023.12.25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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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1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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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09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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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목을 조르다

DUMMY

***


녹호와 유송이 차에 탑승했다.


“어디로 모십니까?”


볼일을 봤으니 집으로 돌아가거나 바깥 구경을 하는 게 보통이었다.

정말 평소대로라면.


“교회.”

“네?”

“예현교회로 가라고.”


그 짧은 한 마디는 사나운 기운을 잔뜩 품고 있었다.

마치 무슨 일이라도 치를 듯이.


“일단, 알겠습니다.”


붉은 스포츠카가 부드럽게 움직였다.

차 내부는 죽은 듯이 조용했고, 유송은 운전하면서 눈치만 보았다.

그런 기색은 교회가 가까워질수록 더 뚜렷해졌다.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따라오지 마.”

“녹호 씨!”


반질거리는 문짝이 열렸다.

녹호는 유송이 부르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고 성큼 교회로 나아갔다.


“그래, 예배 전이라고 문은 열었네.”


흉흉한 기색을 뿜어내며 들어온 내부.

그곳에는 그때 봤던 여자가 홀로 서 있었다.


“무슨 일로···”

“김예현 어디 있어?”

“잠깐만요! 이게 무슨···!”

“당장 나오라고 그래. 뒤지기 싫으면.”


여자는 서슬 퍼런 기색에 잠시 주춤했다.

잘못하다간 정말 큰일이 날 듯했기 때문이다.


“오늘은 목사님을 만나 뵐 수 없어요.”


분명 용기를 내어 뱉었을 말.

하지만 녹호는 그저 한 번 흘겨보고선 스쳐 지나갈 뿐이었다.


“하긴, 굳이 나오게 할 필요는 없지.”


커다란 몸이 다시 성큼성큼 움직였다.

목표는 뻔했다.

저번에 들어갔던 안쪽, 김예현이 업무를 보는 곳이자 응접실로 쓰던 방이다.


“녹호 씨, 좀 진정···”

“거기 가시면 안 돼요!”


유송과 여자는 녹호를 붙잡기 위해 다급히 움직였다.

하지만 그러기도 전에 녹호는 성큼성큼 나아갔다.

붙잡든 말든 느려지지도 않았다.

곧바로 도착해서 문고리를 돌릴 뿐이다.


달칵, 달칵!


“아무도 없어요! 잠겼다고요!”

“······.”

“확인했으면 나와요!”


여자가 해명했다.

예배 전인데 아직 예현이 없다는 소리를 해댄다.

녹호는 당연하게도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어쩌면 방금 문을 잠그고 숨어 있다고 생각했겠지.

그렇기에 신경질적으로 발을 들어 올렸고, 힘껏 앞으로 내질렀다.


콰앙···! 콰득···!


문짝이 박살 나면서 내부가 보였다.

하지만 혹시나 했던 의심과는 달랐다.

예배가 시작되기 두어 시간 전이건만, 정말 아무도 없었다.


“뭐야?”


녹호는 그 모습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다른 방이라도 있는 건가?’

‘이 정도 소란이면 나와볼 수밖에 없을 텐데.’

‘설마 헌금을 뜯고 겁먹어서, 며칠 동안 예배를 안 하기로 했나?’

틀림없이 그런 생각이 지나갔겠지.


의문은 곧 분노로 바뀌고, 입가에는 사나움이 번지기 시작했다.

아무도 없는 방을 당장이라도 때려부술 것만 같았다.

진짜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지.

다만, 그 전에 여자가 먼저 나서서 녹호를 막아섰다.


“목사님은 오늘 감기 기운 때문에 자리를 비우셨어요. 녹음한 걸로 대신한다고요.”

“갑자기?”

“네.”


짧은 대꾸.

하지만 그 안에는 열기와 냉기가 동시에 서려 있었다.

여자는 잠시 침묵하다가 몇 마디 덧붙이려고 입을 열었다.

아니, 그러기 직전이었다.

그때, 갑자기 커다란 손아귀가 튀어나가 그 목을 움켜쥐었다.


“···윽!”

“아니지. 너한테 짬 때리고 튄 거잖아?”

“녹호 씨!”


유송이 다급히 두꺼운 팔을 붙잡았다.

숫제 매달리다시피 한 자세였다.

하지만 체급 차이는 어쩔 수 없는지, 전혀 떨쳐내지 못했다.


“사, 살려···”

“이 양심 없는 새끼를 어떻게 죽여야 할까?”

“어윽···, 윽···.”

“이러다가 큰일 납니다!”

“······.”

“녹호 씨!”


사나운 얼굴에 불쾌한 기색이 서렸다.

녹호는 그제야 성질부리듯이 손을 떼어냈다.


“케엑! 켈록, 켈록!”


여자가 다급히 숨을 몰아쉬었다.

잠시나마 정말 죽일 듯이 목이 졸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녹호는 얼마나 고통스러워하는지, 별 관심도 없어 보였다.

그저 짜증난다는 듯이 중얼거릴 뿐.


“이 망할 늙은이가···, 감히 도망을 가?”


급하게도 자리를 피한, 김예현을 향한 분노였다.


“···목사님한테 그런 말 하지 마세요.”


그런 녹호에게 여자가 눈물 어린 얼굴로 대꾸했다.

노려보는 눈동자에는 발악 비슷한 것이 서려 있었다.


“말할 만하니까 하는 거지.”

“오히려···, 대단하다고 생각되지 않나요? 이럴 걸 다 예측하고 자리를 비우셨다면.”


하지만 녹호는 그마저도 비웃었다.


“아니, 추악하지. 그 인간은 네가 목 졸리게 내버려 뒀다는 소리잖아?”

“그건···.”

“변명하지 마. ‘모든 걸 안다.’, ‘너를 소중히 여긴다.’ 이 두 가지는 공존할 수 없어. 전지전능한 새끼가 이 꼬라지를 두고 보고 있다는 소리니까.”

“······.”

“종교는 그래서 병X인 법이지. 목이 아플 만큼 뼈저린 현실이야, 안 그래?”


진실을 냉소와 함께 머릿속에 박아넣는다.

그 탓에 여자는 혼란스러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

억지로 귓속에 때려 박힌 진실에 숨이 갑갑했을 터였다.


하지만 입장을 정해야 했다.

진실을 받아들이든지, 아니면 외면하고 목사에게 맹목을 보일지.

두 가지 다 섣불리 내리긴 힘든 선택이다.

그리고 여자가 입을 뻐끔하기 전, 녹호가 은근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도와줄까?”

“···네?”

“목사한테서 시선을 끌고 싶잖아. 도와줄 수 있어.”


방금까지 목을 졸랐던 사람이 어떻게 그런 말을 꺼낼 수 있을까?

그건 납득 가지 않는 뻔뻔함이고 당당함이었다.

꼭 악마를 연상시키는 마성이다.

하지만 설화 속 악한 존재가 그렇듯, 그런 꼬드김에는 거절하기 힘든 달콤함이 있었다.


“무리한 일이라면 받아들이지 않아도 돼. 싫다고 하면 언제든 놓아줄 거야.”

“뭘···.”

“한 가지는 확답해줄게. 목사한테 관심을 끌 수 있을 때까지 돈을 때려 부어줄 수 있어.”


교회에서 뱀 같은 혀가 날름댔다.

그리고 순수한 처녀는 옛날 이야기처럼 과실을 탐했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말해줄 수 있나요?”



***


월요일.

빨간 스포츠카가 서울 거리를 지난다.

유송이 운전하는 와중, 뒷좌석에는 녹호와 여자가 떠들고 있다.


“표정 풀어. 누가 보면 못된 짓 하러 가는 줄 알겠어?”

“······.”

“아니면 내가 뭐라도 할 거라고 생각했나? 그런데도 따라나섰고?”


녹호는 장난스럽게 말하면서 팔뚝을 툭 친다.

그러자 여자는 화들짝 놀라면서 팔을 몸쪽으로 당겼다.


“아니에요, 그런 거!”


빈말로도 좋은 분위기라고 할 순 없었다.

녹호는 평소처럼 오만했고, 여자는 잔뜩 경계를 표했다.

유송은 그 모습을 백미러로 힐끗 바라보고서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당연한 일이다.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서 이 불협화음을 보는데, 걱정이 안 될 리 없었다.


“다 왔습니다.”


그와 별개로, 역할에는 충실했다.

스포츠카는 백화점 앞에 도착했다.


“마침 저쪽에 마중도 나왔습니다.”


그 말대로 단정히 정장을 입은 여성이 기다리고 있었다.



***


백화점 직원은 주차에서부터 따라붙어, 어딘가로 안내하기 시작했다.


“편하네.”

“녹호 씨가 VIP 회원이라서 그렇습니다. 정확한 등급은···”

“됐어. 그걸 내가 신경 써야겠어? 백화점이 안내하고 맞춰야지.”


대우가 별로라면 다른 곳으로 가면 된다.

아쉬운 건, 늘 백화점 쪽일 테니까.

돈이 썩어나기에 보일 수 있는 태도다.

안내하는 직원도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 어떤 방으로 안내했다.


“필요한 물건을 말해주시면 바로 준비해드리겠습니다.”


VIP실이다.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의자와 소파는 극세사 재질로 덮여 있었고, 네모난 유리 테이블 위에는 수제 과자가 자리한다.


바닥 역시 대리석이 아니라 모포 같은 질감이다.

청소가 힘들 터라, 차라리 맨발로 다니는 게 자연스러울 인테리어다.

방의 정면에는 커튼으로 가릴 수 있는 단상도 있었다.

그 덕에 꼭 웨딩드레스 피팅 때나 보일 법한 분위기를 풍겼다.


“얘 입을 거 갖다줘.”


녹호는 여자를 향해 턱 짓 하더니,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어떤 장소에서 입을 건지 얘기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평소에도 입고 다닐 법한 옷. 동시에 차려입어야 하는 장소에 간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아야지. 과하지는 않지만, 누가 봐도 돋보이게.”

“아···.”

“마네킹 입힌다고 생각하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알아서 가져와.”


직원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여자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수첩과 펜을 꺼내면서 물었다.


“옷 고르는 것 도와드리겠습니다. 먼저 사이즈를 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네? 저···.”

“말하시기 곤란하시면 여기에 적어주셔도 됩니다.”


여자는 망설이다가 펜을 받아든다.


“옷 몇몇 입는지만 적으면 되나요?”

“키, 신발과 속옷 사이즈도 부탁드립니다.”

“그것까지요?”


잠시 녹호를 슬쩍 바라보고선, 수첩을 가린 후 숫자를 적어댔다.


“여기요.”

“감사합니다. 조금만 앉아서 기다려주십시오.”


직원이 고개를 꾸벅 숙인 후 자리를 비웠다.

여자는 소파를 돌아보았다.

그곳엔 녹호가 드러눕듯 앉아있고, 유송이 그 뒤에 서 있었다.


“······.”


저 옆에 앉기는 껄끄러웠는지 잠시 망설인다.

그러다 뒤늦게 소파와 세트로 된 의자를 발견하고서 그쪽에 앉는다.

어색하게 시선을 피한 채로.


반면, 녹호는 딱히 관심이 없어 보였다.

오히려 책상 위에 있는 다과에만 집중할 정도였다.

유송 역시 저런 태도가 익숙한 듯, 어색하기보다는 지루해하게만 있을 뿐이다.

불편하게 자리를 뒤척이는 사람은 오직 한 사람뿐이었다.


“옷 가져왔습니다.”


그러다 직원이 돌아오자 반색을 하며 일어섰다.


“네, 어떤 옷···.”

“원피스 먼저 입어보시겠습니까?”


아까 그 직원 외에도 뒤이어 사람이 들어온다.

달그르르 소리와 함께 들어오는 행거.

비슷하게 신발, 악세사리 진열장도 주르륵 밀고 들어왔다.


“우선, 산뜻하게 노란색 어떻습니까?”


여자는 별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곧 단상 위 커튼 뒤로 끌려갔다.

물론, 녹호는 그런 와중에도 별 관심은 없어 보였다.


“이 과자 이름 뭐야?”

“버터 쿠키 계통일 텐데···. 입에 맞으십니까?”

“그래.”

“그럼 제가 어디서 살 수 있는지 따로 물어보겠습니다.”


시답잖은 대화가 지나간다.

당연하게도 얼마 안 되는 시간이었다.

그렇지만 입기 편한 원피스인 덕에, 여자는 금방 커튼에서 나온다.


“좀 짧긴 한데···.”


불편한 듯이 치맛단을 아래로 당긴다.


“이 정도면 짧은 편도 아닙니다.”

“그래도···.”

“고객님 의견은 어떠십니까?”


직원은 녹호를 향해 물었다.

어차피 결정자는 따로 있었기 때문이다.


“굳이 아래가 짧을 필요는 없지.”

“그럼 조신한 느낌으로···”

“가슴이 파인 옷으로 골라. 무기를 가지고 있는데 활용을 안 할 이유가 없잖아?”


여자는 안색이 어두워졌지만, 직원은 개의치 않고 새로운 옷을 고르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저도 주인공이 하는 짓을 보면 ‘미친놈’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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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화. 가정 파탄 +1 24.01.17 81 1 12쪽
22 22화. 창세기 +1 24.01.16 81 1 12쪽
21 21화. 세뇌의 시간 +1 24.01.15 91 1 13쪽
20 20화. 독대 +1 24.01.12 95 1 12쪽
19 19화. 쥐와 고양이 +1 24.01.11 94 2 14쪽
18 18화. 없는 사람 +1 24.01.10 101 2 13쪽
» 17화. 목을 조르다 +1 24.01.09 115 3 12쪽
16 16화. 천선분식 +1 24.01.08 114 2 13쪽
15 15화. 악마를 낳았다 +1 24.01.05 129 2 12쪽
14 14화. 달동네 +1 24.01.04 12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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