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탑 은퇴 후 13서클 대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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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석
작품등록일 :
2023.12.31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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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25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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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12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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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토리얼(1)

DUMMY

튜토리얼(1)




강도 녀석들을 털고 얻은 옷가지와 소지품을 다 처분하고 나니, 1시간 정도가 지나 있었다.


"헤헤. 또 오십쇼!"


순둥하게 생긴 째진 눈의 상인이 양손을 싹싹 비비며 케이얀을 배웅했다.


"뭔.. 쓸모 있는게 하나도 없어."


그래도 모험가 용품 하나 둘 정도는 가지고 있을 줄 알았더니.

강도 녀석들의 소지품은 대부분 잡동사니여서, 그대로 헐값에 팔아치우는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돈이 아예 안되지는 않았다.


"160브론즈라..."


마탑에 있을 때는 푼돈 취급하던 금액이었지만.

마도구를 사느라 가지고 있던 돈을 다 탕진했으므로, 그 돈 덕분에 케이얀은 점심을 거르지 않아도 됐다.


식당을 나선 케이얀은 그대로 시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육포와 건빵 따위의 하루치 비상 식량을 구매했다.

이것으로 미궁 입장을 위한 준비가 끝났다.



* * *



융기된 지면.

마치 선사시대의 움집 입구를 거대화해놓은 것 처럼, 높이만 해도 10미터에 폭은 그 배에 달하는 미궁의 입구가 아가리를 벌리고 있었다.

그 안에 도사린 어둠 속에는 아래를 향해 경사진 길이 있었다.

대미궁이 위치한 지하로 향하는 길이다.


입구 주위로는 창을 쥔 병사들이 도열해있다.

그 중 잘 관리된 전신 갑주로 무장한 기사는 미궁의 입구를 등지고 가로막은 채 서있었고.

모험가들은 그 앞에 한 줄로 서있었다.


마도구를 착용한 탓에 안 그래도 웃기게 생긴 차림새를 하고 있었다.


"뭐야 저 놈은."

"글쎄. 또 어떤 별난 놈이 왔나 보지."


특이하다는 듯 흘깃거리는 모험가들의 시선을 받으며 케이얀도 뒤로 가 줄을 서니.

잠시후 입장로를 가로막고 서있던 기사가 입을 열었다.


"시간이 됐군. 그럼, 미궁 진입로를 개방하도록 하겠다."


주위에 서있던 병사들이 일사분란하게 비켜섰다.

줄을 서있던 모험가들이 앞에서부터 천천히 미궁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케이얀도 그 뒤를 따라, 미궁의 어둠 속으로 천천히 걸어들어갔다.


두근거리는 심장.

괜히 힘이 들어가 뻣뻣해진 팔다리.

하지만 케이얀은 나아갔다.


-저벅 저벅.


칠흑 같은 어둠 속을 헤치고 몇 걸음이나 내딛였을까.


-파앗!


눈 앞이 한 번 빛으로 물들자, 곧 사방이 새하얗고 끝이 보이지 않는 공간이 펼쳐졌다.

마탑 도서관에 갔을 때 미궁에 관해서도 나름의 조사도 했었기에, 별로 당황하지 않을 수 있었다.


"여기가 대기실인가?"


신기하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보니, 눈 앞으로 홀로그램 같은 푸른 창이 떠올랐다.


-띠링!


[대미궁에 입장하신 걸 환영합니다.]

[먼저 모험가님의 상태를 확인하시고, 준비가 완료되었다면 '입장'을 말해주십시오.]


뒤이어 떠오른 것은 그 유명한 상태창.


[케이얀]

[힘: 5]

[체력: 6]

[민첩: 4]

[감각: 17]

[마력: 20]


일반적인 성인 남성 기준, 평균이 대략 10 전후이다.

마탑에 있는 동안 건강이 많이 망가진 케이얀이 힘, 체력, 민첩 등 육체 관련 수치가 평균보다 낮은 건 당연한 일.

다만 1서클 이론 마법사이긴 해도 꽤 오래 해먹어서 그런지, 감각 스탯과 마력 스탯은 높은 편이었다.


"스탯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대로고..."

"입장."


[현재 케이얀님이 입장 가능하신 계층은 2개 존재합니다.]

[입장하실 계층을 선택해주십시오.]

[0층]

[1층]


1층부터 본격적인 미궁의 환경이 펼쳐지고, 0층은 그저 튜토리얼에 지나지 않는다.

다만, 튜토리얼이긴 튜토리얼인데, 거의 클리어가 불가능하고, 일단 들어갔다 하면 태반이 죽어서 나올 정도로 어렵다고 여겨지는 곳이었다.


'최근 100년간의 통계 상, 처음에 바로 0층에 입장했다가 사망한 신입 모험가들만 해도 거의 37퍼센트에 육박하니까.'


때문에 굳이 0층부터 시작하지 않아도 된다는게 주류 의견이었다.

하지만 케이얀의 생각은 좀 달랐다.


"깰 수 있으면 깨고 올라가는 편이 훨씬 낫지."


보편적으로 난이도가 높은 만큼, 튜토리얼 보상은 초보 모험가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튜토리얼에서는 각 개인에게, 그 사람의 모험가 인생에서 가장 필요한 보상을 주니까.

챙겨가면 무조건 좋았다.


[0층을 선택하셨습니다.]

[방을 선택해주십시오.]

[시련의 방]

[정신의 방]

[혼돈의 방]


"시련의 방."


[시련의 방을 선택하셨습니다.]

[0층 튜토리얼 - 시련의 방에 입장합니다.]


-화악!


눈 앞으로 새하얀 빛이 덮쳐온다.

그리고 다시 시야가 돌아왔을 때.

석재로 이루어진 천장과 바닥의 공동.

벽에 간간이 걸린 횃불만 타오르는 어두운 통로를 앞에 두고 서있는 백 명 남짓의 모험가들이 있었다.



* * *



공동의 분위기는 다소 어수선했다.


"뭐야. 그 자식은 왜 안 왔어?"

"다른 방 고른거 아니야?"

"환장하겠네."


팀원이 안와서 골치를 앓는 이들도 있었고.


"..."


말없이 무기나 갑옷 따위의 제 무장 상태를 점검하는 이도 있었으며.


"언제부터 시작할까?"

"상황 봐서."


주변을 주시하는 이들도 있었다.


'대략 절반 정도는 기존 모험가들인가...'


시련의 방.

이 튜로리얼은 처음 소환된 공동에 연결된 통로를 지나, 그 끝에 도착하면 클리어되는 튜토리얼이다.

다만 문제는 그 통로 중간 중간에 위치한 함정들에 있었다.


기본적으로 무슨 함정이 어떤 순서로 설치되어있느냐는 매 튜토리얼마다 랜덤하게 달라진다.

더불어 함정들이 발동해 갑작스레 날아드는 공격, 그리고 그 위력은 신입 모험가들이 도전했다가는 송장 치우기 쉽상이었다.


적어도 케이얀이 마탑 도서관에서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그랬다.

다만 혹시 모르니, 일단은 다른 모험가들이 도전하는 걸 좀 두고 볼 요량이었다.


모험가들은 섣불리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먼저 나서는 이는 있기 마련이었으니.


"..."


홀로 무장을 점검하고 있던 창든 남자는 곧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이내 모두의 시선을 받으며 통로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케이얀도 그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잠시후.


[레인켈님이 0층 튜토리얼 - 시련의 방을 클리어하셨습니다.]


'위층 모험가였나 보네.'


냉정하게 판단한 케이얀과는 달리, 다른 모험가들의 반응은 사뭇 가벼웠다.


"뭐야... 방금 그 사람, 그냥 그대로 통과해버렸는데?"

"그렇게 강해보이지는 않았는데... 야. 어쩌면 이거, 생각보다..."


우리도 해볼만 한 거 아니야?

그런 생각으로 눈빛을 주고 받던 몇 신입 모험가들.

그들 몇 팀은 곧 너나 할 것 없이 우리가 먼저라며 어둠 속 통로로 향했다.

그리고 한 시간 뒤.


"...아무런 메시지도 안 뜨네."

"다 죽었나 보군."

"그 많은 수가 그 잠깐 사이에 다 죽었다고??"

"그럼 별 다른 가능성이라도 더 있나? 모험가가 미궁에 들어와서 조용해지는 건 죽을 때 뿐이지 뭘."

"..."


모험가들은 침묵에 빠졌다.

그 일련의 사건을 지켜본 케이얀 또한 확실하게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


'역시.'


실제 튜토리얼의 난이도 또한, 딱 케이얀이 마탑 도서관에서 조사한 정도.

즉, 기존에 예상했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듯 보였다.

그 때, 한 사내가 목소리를 높였다.


"여러분. 잠시만 주목해주시겠습니까?"


모험가들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일단의 팀원들 앞에 검과 방패를 손에 들고 선, 한 남자가 있었다.


"우선 제 이름은 로이먼 이라고 합니다. 다른게 아니고, 저희는 여기 있는 분들께 튜토리얼의 합동 공략을 제안합니다."

"여기 있는 분들 중 대부분이 이 튜토리얼에 대해 잘 모르시지 않습니까? 도전하시기 전에 저희와 정보를 나누고, 함께 튜토리얼을 공략하지 않으시겠습니까?"


모험가들이 술렁거렸다.


"맞아. 우리끼리 클리어하기에는 생각보다 쉽지도 않은 것 같고..."

"난 괜찮은 것 같다만...."


모험가들 사이에서도 긍정적인 의견이 들려오는 가운데.

한 모험가가 손을 들고 물었다.


"그럼 클리어 보상은 어떻게 되는겁니까?"

"좋은 질문입니다. 하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저희가 모험가 길드를 상대로 얻은 정보에 따르자면, 튜토리얼은 일단 클리어할 시, 공략 인원에 따라 보상이 각각 제공되는 구조이거든요."

"맞아. 그러고 보니 나도 들었던 적이 있어."

"하긴.. 그렇다고 했었지...."


주위에서 동조의 말이 흘러나오자, 질문을 던진 모험가도 이내 수긍했다.


"...그렇군요."

"뭐, 따로 질문이 있으신 분들은 더 없습니까?"

"..."

"좋습니다. 그럼 참가 의견이 있으신 분들은 이쪽으로 와서 서주시지요."


그 뒤로는 속전속결이었다.


"우리는 참여하도록 하지. 어차피 팀원도 한 명이 빠지는 바람에 불안했는데 잘 됐어."


팀원이 다른 방에 가버린 팀은 찬성표를 던졌고.


"그럼 나도."

"참가하지."

"우리 팀도 참가하도록 하겠소."


이후로도 많은 모험가들이 참가 의견을 던졌다.

그리고 어느 정도 교통정리가 된 후.

참가를 입에 담지 않은 것은 오직 케이얀과 다른 두 모험가 뿐이었다.


"거기 계신 세 분은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우리는 됐다."

"저도요."


거절했다.


"알겠습니다. 대신, 입장은 그쪽이 먼저 하도록 하시죠. 보시다시피, 저희는 인원이 인원인지라... 이 정도는 괜찮지요?"

"알았다."


모험가들의 시선은 좋지 않았다.


"쯧쯧. 저러다 뒈지고 나서야 후회하지."

"저 두 명은 뭐, 위층 사람들인 것 같으니까 그럴 수 있다고 치는데.. 저 놈은 대체 뭐야? 차림새도 이상해가지고는."


모험가들이 떠드는 소리들이 귓가에 들려왔다.

하지만 케이얀은 이미 판단을 내린 상황이었다.


'알면서 그러는건지, 아니면 몰라서 그러는건지. 선동 한 번 기가 막히게 하네.'


우선 첫째.

튜토리얼을 다같이 공략하자고?


'바보 같은 소리지.'


케이얀이 마탑 도서관에서 튜토리얼에 관해 열람했던 자료 중에는 그런 자료도 있었다.

튜토리얼의 난이도에 관한 자료.

해당 자료에는 이렇게 나와 있었다.


'모든 튜토리얼은 튜토리얼 대상자의 능력치와 인원수에 비례하여 그 난이도가 상승한다.'


앞서 먼저 튜토리얼을 클리어한 남자도, 무력이 아닌 그가 그간 쌓아온 기술이 있었기 때문에 홀로 어렵지 않게 튜토리얼을 클리어했을 터였다.

즉, 다수가 한꺼번에 튜토리얼을 공략해 인원수로 밀어붙이는 건 큰 의미가 없다.

그리고 둘째.


'난 혼자서 해야 해.'


물론 믿을 만한 전위가 있으면 더 좋기야 하겠지만...

그런 사람을 구하기 힘들기 때문에, 일단은 마도구들을 가져온거다.

굳이 다른 초보들까지 데리고 같이 튜토리얼을 할 필요도 없었고.

케이얀이 쓸 공략법은 특수한 것이었기에, 굳이 다른 이들과 함께 하는 것도 별로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셋째는...


'뭐, 그건 진짜 모르는 일인가.'


혹시 모를 가능성을 떠올리며 로이먼을 흘긋 바라보았던 케이얀은 이내 시선을 돌리고는 고개를 휘휘 저었다.


케이얀은 통로를 향해 돌아섰다.

케이얀과 마찬가지로 합류를 거절한 2인조 중 남자가 물어왔다.


"...먼저 입장할 생각인가?"

"그러려고요."

"행운을 빌지."


등판으로 쏟아지는 다른 모험가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케이얀은 통로에 들어섰다.


'마탑에서 죽도록 해봤던 일이지.'


술식을 해체, 분석하고 역산하는 일.

그리고 그건, 이번 튜토리얼에서 케이얀이 하게 될 일이기도 했다.

마법으로 작동하는 튜토리얼의 함정들 또한 술식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잘 될지는 모르겠다만...'


케이얀은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긴장감을 다스렸다.


'어디 한 번 해보자고.'


고작 17살의 나이에 전액 장학금으로 아카데미를 조기 졸업.

외부적으로도 살인적인 입탑 경쟁률을 자랑하며, 그 내부적으로도 무한 경쟁이라는 마탑에 입탑해, 최연소 부장 승진까지 코 앞에 두었던 수재.

1서클 마법사 케이얀이 눈을 빛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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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튜토리얼(2) +1 24.01.13 353 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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