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탑 은퇴 후 13서클 대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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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석
작품등록일 :
2023.12.31 00:33
최근연재일 :
2024.01.25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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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2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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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신공(3)

DUMMY

천마신공(3)




"그, 그걸 어떻게...."

"뻔하지. 아주 죽어보자고 마법을 쓰더만. 그 정도면 모르는게 병신 아니냐? 아니면 네가 날 그 정도 병신으로 밖에 생각 안했다는 소리거나."

"..."


눈에 훤히 보이는 수작질이었다.

리겔이 보인 과장된 감정 표현.

흥분.

과도한 각성 효과 등.

풀도핑의 부작용으로 인해 따라오는 증상들이었다.


그러나 사실 리겔은 결투에 그 정도 도핑이 필요하지 않았다.

지닌 바 순수 마력량이나 마나 지배력 등, 마법사의 전투력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요소들만 놓고 봐도, 고작 1서클인 케이얀보다는 5서클인 리겔이 압도적이었으니까.

오히려 도핑의 부작용으로 판단력이 흐려져, 결투에 있어서는 내내 케이얀에게 주도권을 내어줘야 했다.

마법전에서 쓸데없이 수가 읽히기 쉬운 선공을 취한다거나.

도발에 넘어가 시전하는 마법 간의 상성이나 시너지 효과 따위는 무시한 채, 그저 위력과 물량만 무식하게 쏟아내는 식으로, 마구잡이로 주문을 시전한다거나.

기타 등등.


다만 그러한 단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리겔은 풀도핑 상태로 링 위에 올랐다.

대체 왜 일까?


결투를 이어가면서도, 케이얀은 내심 그 점에 의문을 품고 생각을 거듭했다.

도중에 리겔을 자극할 만한 말을 많이 한 것도, 일부러 그런거여다.

도핑의 부작용으로 인한 흥분에 도발까지 당하면, 감정에 치우쳐서 제 계획을 지 입으로 나불거리지 않을까 해서.

그런데, 또 그렇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케이얀이 리겔의 분노와 원한, 독기와 과감함 따위를 과소평가했던 모양이었다.

그렇기에.

케이얀도 좀 더 세게 나가기로 했다.


"결투 도중 벌어진 고의적 살인. 그건 아무리 로비를 하거나, 뇌물을 갖다 바친다고 해서 어떻게 덮어줄 수 있는 죄가 아니지. 하물며 그 대상이 마탑 사람이 아닌 외부인에 불과할지라도 말이야."


케이얀이 건조한 목소리로 제 예상을 읊었다.


"리겔. 그래서 넌 쓸데없는 풀도핑까지 하면서 결투를 해야 했지. 날 죽이고도, 고의적 살인이 아니라 심신 미약으로 인한 우발적 살인이었다는 명목으로 빠져나가기 위해서. 맞나?"


움찔, 하고 크게 몸을 떤 리겔이 덜덜 떨었다.


"어, 어떻게 그걸 다..."


숨이 거칠어졌다.

마탑에 입탑하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케이얀을 상대로 뒷담화를 하거나, 헛소문을 퍼뜨리거나, 기타 등등의 헛짓거리를 할 때마저도, 리겔은 제 밑바닥의, 가슴 속 아주 깊은 곳에 품고 있던 생각까지 전부 들켰다고 여겼던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건...

이건.....


"마, 말도 안돼. 말도 안된다고..! 이, 이건...."


리겔이 발작을 일으켰다.

풀도핑의 부작용에, 케이얀의 발언으로 인한 정신적 충격까지 더해진 결과였다.


"더 말할 필요도 없나."


발작하는 리겔의 멱살 잡은 손을 놓고, 케이얀은 바닥에 쓰러진 리겔을 바라보았다.


"으아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온몸을 뒤트는 리겔.


"케이야아아아안!!! 너만 없으면!! 너만 없었으며어어언!!!!"


그 집념은 대단해서, 리겔은 아직도 포기하지 않고 사방으로 마법을 난사했다.


-쾅!


"우왁!"

"이런 미친!"

"경비! 경비원!!"


결투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관중들은 혼비백산하여 방어마법을 펼치거나, 도망치기 바빴다.


난장판 속에서 케이얀은 돌아섰다.

케이얀은 다급히 링 위로 올라오려던 심판을 막았다.


"내가 하겠습니다."

"하지만..."

"맡겨요."

"..."


심판이 물러났다.


케이얀은 리겔에게로 다가갔다.


"끄륵.. 끄르으으으윽..."


두 눈을 까뒤집고, 입에 거품을 문 채로도 주위에 마법을 난사하고 있었다.


"꼴 사납다 리겔."


꼴 사나워.


케이얀은 다시 한 번 멱살을 틀어쥐고, 리겔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쫘악!!


리겔의 뺨에서 채찍 휘두르는 소리가 터졌다.


"커윽."


홱 돌아간 고개.

마법의 시전이 잠시 중지되었다.

그 틈을 타, 케이얀이 리겔 주위로 떠오른 마법진을 시야에 담았다.

그리고 술식을 역산했다.

하나둘 씩, 술식이 전개되던 리겔의 마법들이, 느릿하게 해체되기 시작했다.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전개하는 술식이라, 전개 속도도 느리고, 술식의 암호화도 형편없다.

얼마든 역산이 가능했다.


-쫘악!


"커억."


리겔의 고개가 반대 방향으로 돌아갔다.

입술이 터져 핏물이 튀겼다.

그리고 케이얀은 기계적으로, 그 작업을 반복했다.


'사이가 나쁘고, 내가 일방적으로 괴롭힘 당하긴 했어도, 그래도 후배는 후배라고 생각했었지.'


-쫙!


같이 일하는 동료이자, 그래도 그가 잘 이끌어줘야 할 모자란 후배 중 하나라고 여겼었다.


-쫘악!


그런데 죽이려고 했었단다.

내 목숨이 그렇게 가볍나?

아니면 사람 하나 죽이는게 그렇게 쉽나?

아니, 전혀 그렇지 않다.


-쫘아악!!


그렇다면 이 놈은 뭐란 말인가.

회사 후배?

전직장의 미운 동료?

그를 죽이려고 했던 살인미수범?


'모르겠지만.'


이대로 끝내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수도.


"...선배."

"....선배!"


치켜든 그의 팔을 누군가 강하게 부여잡았다.

케이얀은 그에 정신을 차렸다.

어느새 옆에 다가와있는 리벤이었다.


"이제 그만해도 돼요. 기절했어요."

"아."


그 말 그대로.

얼마나 때렸는지 그의 손바닥은 퉁퉁 부어있었고.

리겔은 입술이 터지고 얼굴이 부어있다 못해, 기절한 채 그의 손아귀에 축 늘어져있었다.


"끝났어요. 선배가 이겼다구요."

"...그래."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위안이 된다.

더 이상 리겔 이 자식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는.


"선배.. 괜찮아요?"

"괜찮은데, 좀 피곤하네."

"....그래보여요. 좀 쉬시는게 좋을 것 같아요."


그렇게 케이얀은 여관으로 돌아왔다.

이후,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그냥 기억하고 싶지 않은걸지도.

들리는 말에 의하면, 그날 이후 리겔은 좀 더 긴 치료를 받게 되었으며, 결투에서의 도핑 및 마법을 이용해 난동을 부린 혐의로 마탑에서 쫓겨났다고 한다.


뭐, 기분은 별로였지만, 어쨌든 얻은 건 많았다.

천마신공을 얻음으로써 더 이상 쓸모없어진 초대 마탑주의 신분패를 반환하고, 약간의 보상금 3실버 가량을 얻었다.

그리고 결투에 승리함으로써 리겔에게서 1실버를 뜯어냈다.

마지막으로, 원래도 알고는 있었지만.

이 세상에서는 원한이 있는 누구든, 얼마든지 죽이려 들 수 있다는 뼈아픈 교훈까지 다시 한 번 얻었다.


그래서 그 모든 일이 있고 난 후, 생각했다.

더 강해져야겠다고.

스스로를 지킬 힘이 있어야겠다고.

그리고 강해질 방법은 단 하나 뿐이었다.


다시 일주일 가량의 휴식과 준비 기간을 보내고, 케이얀은 대미궁에 입장했다.


[케이얀님의 상태 변화를 확인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려면 상태창을 열어주십시오.]


[케이얀]

[힘: 5 >> 6]

[체력: 7 >> 8]

[민첩: 4 >> 5]

[감각: 19 >> 20]

[마력: 23 >> 26]


[현재 케이얀님이 입장 가능하신 계층은 1개 존재합니다.]

[입장하실 계층을 선택해주십시오.]

[1층]


[1층을 선택하셨습니다.]

[1층 - 상잔의 섬에 입장합니다.]



* * *



밤중의 무펠렘.

어느 주점.

테이블마다 촛불을 켜놓고 모험가들이 나즈막히 떠드는 가운데, 네 남녀가 거지꼴로 모습을 드러냈다.


네 사람은 나란히 바 테이블에 앉았다.

눈가에 흉터가 있는 바텐더가 맥주잔을 닦으며 물었다.


"주문은?"

"맥주. 거품 많이."

"몇 잔?"

"한 잔만."

"알겠소."

"아, 생각해보니 세 잔이 더 필요할 것 같군."

"그럼 네 잔이요?"

"그래."


바텐더가 네 잔의 맥주를 내밀었다.

네 남녀는 그걸 마시는 둥 마는 둥 하더니, 이내 마지막 손님까지 주점을 나서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금 전의 대화 자체가 일종의 암호였다.

한 마디, 한 글자라도 틀리면 아지트로 입장할 수 없는 암호.

바텐더는 씩 웃었다.


"꼴이 말이 아니군 로이먼. 일이 잘 안 풀린 모양이지?"

"그래."


얼굴을 와락 일그러뜨린 로이먼이 이를 갈며 대답했다.


"어떤 쥐새끼 같은 주문쟁이 놈이 훼방을 놓는 바람에 말이야."

"하하! 잔머리로 길드 신고식도 빼먹은 천하의 로이먼이 실패라. 어떤 놈인지는 몰라도 아주 대단한 놈이로군."

"그래, 아주 빌어먹을 놈이지."


바텐더는 일행을 주점의 뒷쪽, 지하실로 이어진 계단으로 안내했다.

이번에는 로이먼 일행의 남자가 말을 이었다.


"덕분에 튜토리얼 보상도 간신히 챙겨서 나왔다."

"우리야 그렇다치지만, 로이먼은 아까운 점멸 스크롤도 써야했지."

"괜한 짓이었어. 이번 일에 발을 걸치는게 아니었는데."


일행의 여자가 자조하며, 비웃듯 말을 받았다.


"동감이다."


다른 일행도 고개를 끄덕였고, 로이먼은 분함에 주먹을 꾹 움켜쥔 채 파르르 떨었다.

촛불을 들고 앞장서 계단을 내려가던 바텐더가 피식 웃었다.


"너무 놀리지 말라고. 실전에서 겪는 실패는 필연이니까."


일행은 길드 아지트에 입성했다.


도둑 길드 '협객(俠客)'의 무펠렘 지부.

지하에 지어진 작은 라이브 하우스 같은 공간.

뒷쪽 벽에는 후드를 눌러쓴 남자-대도(大盜) 아잘란의 마크가 새겨져 있었고.

테이블에 앉은 이들은 떠들며 술을 마시거나 포커를 닮은 카드게임을 하고 있었다.


로이먼 일당은 익숙한 듯 각각 갈라졌다.

다시 혼자가 된 로이먼은 빈 테이블에 앉아 술을 시켰다.

맥주 같은 양조주가 아닌 독한 증류주였다.


"크... 시발....."


이번 일로 인해 생긴 손해를 떠올리면 오장육부가 다 뒤틀리는 기분이었다.


'이게 다 케이얀 그 주문쟁이 때문이다.'


원래대로 라면 로이먼은 이번 일로 신입 모험가 약 60명 가량의 전리품을 전부 획득했어야 했다.

그런데 그러지 못했다.

오히려 로이먼은 아끼고 있던 점멸 스크롤까지 사용해야 했다.


점멸 스크롤은 4서클 마법인 점멸 마법이 새겨진 스크롤 답게, 그 값어치는 10골드 전후를 호가한다.

그에게 있어서는 여벌 목숨인 셈이었다.

더구나 이번 일이 실패함으로 인해, 참여해준 다른 길드원들도 그에 대한 신뢰도를 낮게 측정할테고, 튜토리얼에 있던 모험가들에게 로이먼의 얼굴도 팔려서, 당분간은 선동이라는 그의 특기를 쓸 수 없게 됐으니...


슬슬 취기가 돌기 시작해서인걸까.

분노가 후끈거리며 올라왔다.


"젠장!"


-쾅!


로이먼이 테이블을 내려치고는 씨근거렸다.

그리고 그런 그에게 째진 눈의 한 남자가 다가왔다.


"보기 드물구만? 비싸다면서 평소에는 마시지도 않던 증류주를 다 마시고."

"...베런. 무슨 용건이냐."


로이먼이 서슬퍼렇게 눈을 빛냈다.

베런은 두 손을 들며 말했다.


"아이고. 놀리러 온 건 아니니까 너무 그러지 말라고."

"그럼 뭐야? 용건만 말하고 얼른 꺼져. 지금 기분 뭣 같으니까."

"너무 하시네. 얘기도 다 들었겠다, 좀 도와주려고 했던 것 뿐인데."


베런이 로이먼의 맞은 편에 앉았다.


"하. 도와? 나보다 층도 낮은 놈이? 뭔 수를 써서?"


로이먼은 2층 모험가였으나 베런은 1층 모험가였으니까.

다만, 아랫층 모험가라고 해서 반드시 윗층 모험가보다 약하리라는 법은 없다.

당장이라도 할 수 있으나, 베런은 초보 모험가들을 사냥하기 위해 일부러 2층에 올라가지 않고 오랜 기간 1층에 머무는 중이었으니까.


베런의 가는 눈이 크게 떠졌다.


"층수가 전부가 아니란 건 잘 알고 있을텐데."

"..."


로이먼은 말없이 그를 응시했다.

베런이 웃었다.


"하핫. 뭐, 좋아. 다른게 아니고 이번에 1층에서 사냥을 좀 하려고 하는데 말이야. 그 때 네 대신 복수라도 해줄까 해서 말이지."

"복수?"

"그래. 널 엿 먹인 케이얀인가 뭔가 하는 놈 있다며? 눈치 빠른 초보 주문쟁이 자식. 1층에서 마지막 사냥도 할 겸, 그 자식한테 네 대신 복수해주겠다고. 나도 이번에는 1층을 클리어할 생각이라 겸사겸사지."


베런이 씩 웃었다.


"어때?"

"복수라..."


여태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로이먼이 돌연 웃음을 터뜨렸다.


"크핫. 크하핫! 하하하하하! 크흐흐..."


베런의 표정이 차갑게 식었다.


"뭐가 웃기지?"

"오만하긴. 나 대신 네가 가면 뭐가 달라질 것 같냐? 복수를 이룰 수 있을거라고, 어떻게 장담하는데?"

"내가 실패할거다?"

"어디까지나 가능성을 말한 것 뿐이야."


사실 반쯤은 실패하길 바라는 것도 있었다.

같은 길드라고 모두가 동료인 것도 아니고, 길드에서 베런은 그의 라이벌이라고 할 만 했으니.

다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케이얀. 그 애송이.'


그는 절대로 범상치 않은 마법사였다.

제 아무리 베런이라도, 얕보다가는 큰 코 다칠게 불 보듯 뻔했다.


"뭐, 네가 이번 일에서 그 놈을 타겟으로 삼든, 삼지 않든. 난 아무래도 상관 없지만."


당분간 말이 없던 베런이 입꼬리를 삐뚜름히 올렸다.


"그렇다면 복수할 기회를 뺏어도 된다는 걸로 받아들이지. 로이먼."

"어. 상관 없으니 어디 마음대로 해보시지, 베런."


그렇게 말없이 서로를 응시하던 두 사람은, 이내 차게 웃었다.

그리고 베런이 먼저 돌아섬으로 인해 대화가 끝이 났다.


왁자지껄한 도둑 길드의 하룻밤이, 또 저물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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