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탑 은퇴 후 13서클 대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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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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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31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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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19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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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신공(1)

DUMMY

천마신공(1)




천마신공.

뭇 장르 소설 좀 읽어본 독자들이라면.

혹은 소싯적에 무협지 좀 읽어본 독자들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이름.

흔히 무협에서 나오는 마교의 우두머리이자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마인, 천마의 무공을 일컫는 말이다.


근데 초대 마탑주가 남긴 유물 이름이...

천마신공?


"이거 뭔가 잘못된 것 같은데."


리벤을 통해 연결된 관리인의 도움으로, 돌기둥에서 빛이 터져나온 헤프닝을 어떻게 잘 넘긴 후.

케이얀은 책을 들고 공립 묘지를 나오며 볼을 긁적였다.


"이게 맞나?"


'알고 보니 초대 마탑주가 쓴 무협 소설이라거나 그런 거 아니야?'


...그런 의심도 좀 들긴 했지만,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일단은 초대 마탑주의 유물이다.

속는 셈 치고 한 번 읽어는 보기로 했다.


케이얀이 책을 펼쳤다.

첫장.

첫 문단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았다.


[필자는 하늘이 내린 천재 마법사다.

따라서 필자는 '天' 하늘이 내린 '魔' 마법사 라는 뜻으로, 앞으로 스스로를 '천마(天魔)'라 칭할 것이며, 이러한 필자의 마나 연공법과 주문들을 기록한 마도서를 작성하니...

이것은 신이 내린 필자의 연공법이자 필자의 업이라는 뜻으로 '신공(神功)'이라 불러 마땅할 것.

따라서 이 책의 이름을 천마신공(天魔神功)이라 하겠다.]


"미친 새끼...."


이해는 간다.

무협지의 천마(天魔)든, 하늘이 내린 천재 마법사의 준말인 천마(天魔)든.

말만 놓고 보면 그게 그거니까.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제 정신인가?


케이얀은 고개를 절레 절레 저었다.


"모르겠다."


책 이름이야 천마신공이 됐건, 자하신공이 됐건, 뭐가 됐건.

오히려 명칭 보다는 그 내용이 훨씬 중요하기도 하고 말이다.


"그나저나, 초대 마탑주의 마나 연공법에, 오리지널 주문이라...."


천금을 주고도 배울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런데 그런 기술들을 배울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건 좋은데?"


그 길로 곧장 묵고 있던 여관에 돌아간 케이얀은 본격적으로 천마신공을 탐독하기 시작했다.


천마신공은 초대 마탑주가 남겼다는 비전서 정도로 생각할 수 있을 터.

그러나 생각외로 천마신공의 두께는 그리 두껍지 않았고.

케이얀은 일주일 만에 천마신공을 독파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당장 쓸 수 있는 건 이것 정도인가..."


우선 첫 번째.

'천마신공'이라 이름 붙여진 초대 마탑주의 마나 연공법 그 자체.

일반 마나 연공법에 비해 훨씬 빠른 속도로, 훨씬 정순한 마나를 끌어모을 수 있는 마나 연공법.


그리고 두 번째.

초대 마탑주가 자체 개발한 주문.

'역마탄'.


책에 나와있는 주문들은 기본적으로 마력 소모가 크다.

천마신공으로, 동 서클 대비 많은 양의 정순한 마력을 쌓아야 수월하게 사용이 가능한 수준.

그런데 케이얀이 아직 1서클 마법사에 불과하기에, 현재 상태로는 연습해서 쓸 수 있는 주문이 역마탄 하나 뿐이었다.

다만, 오히려 좋은 점도 있었으니....


"서클이 오르고, 마나량이 많아지면, 기존에 쓰던 마나 연공법을 탈피하기 어려워지니까."


케이얀이 아직 1서클 마법사에 불과고, 마나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천마신공이라는 특수한 마나 연공법을 배울 수 있는 것이기도 했다.


미궁 튜토리얼의 보상, 그리고 리벤의 조언.

그 덕에, 좋은 기회를 얻었다.


'맛있는 거 사줘야겠네.'


케이얀의 입가가 호선을 그렸다.


그렇게 마탑 공원에서 산책을 하며 생각 정리가 끝나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가닥도 잡혔겠다, 기분 좋게 여관으로 돌아가려던 그 때였다.


"오랜만입니다? 케이얀 선배."


고개를 돌리자, 왼팔에 기브스를 한 리겔이 그를 노려보며 서있었다.


"아, 이젠 선배도 아니지? 그러니까 말 편하게 한다? 케이얀."


케이얀이 미간을 좁혔다.

껄렁거리는 태도에, 나이 차이가 다섯 살이 넘게 나는데 아무렇지 않게 툭툭 뱉는 반말.

리겔의 얼굴에는 대놓고 비웃음마저 걸려있었지만.

리겔은 원래 성격부터가 그런 놈이었기에, 케이얀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리벤에게서 이미 이야기를 전해들었기에, 예상하고 있었던 것도 있었고.


"그래서, 용건이 뭐냐? 네가 내 얼굴 보자고 여기까지 행차했을 것 같지는 않은데."


케이얀의 말에 리겔이 종이 하나를 집어던졌다.

케이얀의 가슴에 맞고 바닥에 툭 떨어진 것은 다름 아닌 편지봉투였다.

주워서 열어보니, 안에는 마탑 공식 결투 문서가 들어있었다.


"댁이나 나나. 피차 쌓인 것도 많은데 한 번에 풀고 끝내면 좋지 않겠어? 거기 싸인이나 하라고."


결투 신청.

드디어 올 것이 온 셈이지만, 케이얀은 평온했다.

아니, 되려 저도 모르게 입가에 절로 미소가 그려졌다.


'타이밍 한 번 기가 막힌다니까?'


마침 천마신공을 얻은 참이다.

천마신공으로 마력을 쌓는 수련도 할 생각이고, 역마탄도 익혀볼 예정이었다.

그런데 하필 지금 결투 신청이라니.


'제발 나한테 시험해주세요~ 하는 꼴이지.'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케이얀의 여유로운 태도에 리겔의 눈썹이 꿈틀 했다.


"하. 퍽 자신 있나 보지? 고작 1서클 마법사 주제에. 그 짧은 사이에 서클이 오른 것도 아닐테고, 뭐, 모험가 나부랭이들이랑 뒹굴다 보니까 그새 어디서 천박한 술수라도 익혀오셨나봐?"


리겔의 비아냥에도 케이얀은 눈 하나 꿈쩍 하지 않고 품에서 펜을 꺼내 결투 신청서에 서명을 했다.

그리고 결투 신청서를 편지 봉투에 잘 담아, 옆의 벤치에 내려두었다.


"싸구려 갑옷이 덜그럭댄다고 하지?"

"뭐?"

"그만 짖고, 결투 신청서나 내 리겔. 아니면 뭐, 쫄리냐? 그럼 지금이라도 결투 같은 건 꿈도 꾸지 말고, 신청서 제출도 하지 말던가. 그럼 그냥 넘어가줄테니까."

"크으으윽...!"


리겔이 멀쩡한 오른 주먹을 꾹 움켜쥔 채 부들 부들 떨었다.

원래 그의 예상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태도였다.


리겔은 자신이 결투를 신청하면 케이얀이 헤헤 웃는 얼굴로 빌빌거리며 자신의 앞에서 고개를 숙이거나, 두 손 싹싹 비비며 아부라도 떨 줄 알았다.

어떻게든 제 체면을 지키기 위해, 결투를 피하려고.

그런데 이건 대체 무슨 경우 라는 말인가.


"케이얀...."


이를 까드득 갈며 리겔이 케이얀을 노려보았다.


"어디 내 앞에서 무릎 꿇었을 때도, 봐달라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빌때도 그런 여유를 부릴 수 있는지 보겠어."


으르렁대듯 말을 씹어뱉었다.

그러나 케이얀은.


"그러시던지."


여유롭게 돌아섰다.

그리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투숙중인 여관을 향해 돌아갔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리겔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마법을 시전했다.


"씨발!!"


-쾅!!


"꺄악!"

"무, 무슨...!"

"뭘 꼬라봐 이 새끼들아!!"


씩씩대며 소리치자 사람들이 혼비백산했다.

그리고 혼자가 된 리겔은 그 분노를 곱씹고, 또 곱씹었다.


그날 저녁.

쓰레기통, 벤치, 보도 블럭, 화단 등, 마탑 공원의 일부가 불에 타 엉망이 되었고.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한 리겔은 결국 3년 감봉에 일주일 근신 처분을 받았다.



* * *



"드디어 오늘인가."


가부좌를 틀고 호흡을 하던 케이얀이 번쩍 눈을 떴다.

서클에 모여든 정순한 마나.

온 몸에 충만한 기운이 감돌았다.


지난 일주일.

리겔과의 결투를 준비하며 케이얀은 천마신공을 연공했다.

그리고 역마탄 주문의 술식을 외우고, 부지런히 시전 연습을 했다.

그 결과.


"이제 2서클 까지도 얼마 안 남았네."


생각보다도 훨씬 빠르게, 2서클에 도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거기에 더불어, 초대 마탑주의 오리지널 1서클 마법인 역마탄 주문까지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수준으로 습득할 수 있었다.


"마도구는... 필요 없겠지."


어차피 실전도 아니고, 일정 룰 안에서 승부를 보는 결투에 불과하다.

리겔 그 자식의 콧대를 확실하게 꺾어주고, 버릇을 제대로 고쳐주려면 마도구를 끼지 않고 오로지 본신의 실력으로 철저히 밟아줄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케이얀은 맨 몸으로 여관을 나섰다.

결투 장소는 마탑의 모의전 시합장.

리겔이 소문을 낸 건지, 시합장에 도착하자 적어도 수십 명은 되어보이는 구경꾼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있었다.

그리고 개중에는 부장과 리벤, 뭔가 불안해보이는 얼굴의 카인도 있었다.


"선배!"


케이얀을 향해 손을 흔들며 소리쳐 부르고는, 리벤이 복화술처럼 무언가를 말했다.


'저 개자식 뭔가 꼼수를 부렸어요.'


케이얀은 피식 웃고는 똑같이 입 모양으로 대답해주었다.


'내가 그 정도도 예상 못했을까봐?'


흔한 일 이었다.

특히 리겔 처럼 자기 체면과 자존심을 중요시하는, 귀하게 자란 귀족이나 부유한 상인 가문 출신 마법사 샌님들은.

근데.

지금 그런 건 아무래도 좋거든.


리겔의 상태는 딱 봐도 멀쩡하지 않았다.

풀려있는 눈동자.

짙은 다크서클.

창백한 안색.

딱 봐도 각성제에 도핑제..

뭐 여러개 섞어 쓴게 눈에 훤히 보일 정도였다.

아마 부장님이나 리벤 정도만 되도 다들 알고 있겠지.

그래도 모르는 척 하는 건, 리겔 저 자식이 오늘 일을 위해서 더 윗선에 로비 같은 걸 해서 그런거겠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이얀은 빙긋 웃었다.


"우리 일주일 전에도 봤었지? 이렇게 또 보니까 좋네, 리겔. 반갑다, 야."


리겔이 실실 웃으며 중얼댔다.


"케이야아안... 흐흐.. 드디어.. 드디어다... 오늘이야 말로.. 내가 기필고 네 놈을...."

"야. 좆까고 빨리 덤벼."

"뭐?"

"싫으면 내가 먼저 한다?"


마탑에 들어와, 6개월짜리 프로젝트에서 역대급 연구 성과를 내서, 목표 수치 초과 달성을 이루고 과장을 달았을 때 이후 처음으로.

케이얀은 하늘을 나는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왜냐고?


'한 방으론 부족하지.'


지금까지 쌓인게 얼마나 많은데.


케이얀이 17세의 나이로 마탑에 입탑한지도 어언 13년.

입탑 5년차에 들어온 리겔은 케이얀에게 있어 원수 같은 놈중 하나였다.

업무 성과가 뛰어나다고 질투하고, 뒷담화하고.

전에 여자 부장이 온 적 있었을 때는, 그 부장이랑 자고 다닌다는 이상한 소문을 퍼뜨리질 않나, 같이 연구를 해놓고, 케이얀이 빽을 이용해서 자기 연구 성과를 가로챘다고 주작질을 하질 않나...


마탑 상층부에 빽이 있는 건 오히려 리겔이었다.

이 개자식은 남작 가문이긴 해도 자기 집안이 나름 잘산다는 걸 잘 이용해서, 마탑 간부 중 한 명한테 로비를 하는 걸로 이 모든 사건을 무마시켜왔다.

때문에 진실이 밝혀져도, 리겔에게는 별로 큰 타격이 없었다.

반면 혈혈단신에 평민 고아 출신인 케이얀은, 아카데미를 3년이나 조기졸업하고 역대급 실적을 매년 갈아치우는 중이라고는 해도, 그 모든 것들을 그저 웃는 얼굴로 참고 견디며.

좋게 좋게 넘기는 수 밖에 없었다.

마탑이라는 곳은 냉혹한 실력주의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도 평민 출신에 대한 은근한 차별이 더욱 짙은 곳이기도 했으니까.

그나마 케이얀이 오랫동안 마탑에서 버티며 빠르게 승진까지 할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지닌 실력과 성과가 압도적이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니 같은 부서에서 함께 일했던 8년 동안.

케이얀도 쌓인게 많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케이얀은 은퇴할 당시의 7서클 염동 마법 한 방으로 끝내려고 했었다.

나름 좋게 마무리하려고 한거다.

리겔 같은 놈들이랑 깊게 엮이면 인생 골치 아파지니까.

그런데...


'지가 알아서 줘 팰 기회를 만들어 왔네?'


넌 뒤졌다.


케이얀의 서클이 회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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