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 죽이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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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꿀호빵
작품등록일 :
2024.01.19 12:33
최근연재일 :
2024.07.24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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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27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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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대

DUMMY

2037년. 8월 16일.

은서가 말했던 대재앙의 날이 되었으나 흔히 볼 수 있던 재난이나 극심한 기상 이변을 제외하면 세계에는 별다른 재앙은 일어나지 않았다.


“뭐야?”

“괜히 허풍떤 거 아니야?”


그동안 은서를 의심했던 사람들은 은서가 망상에 빠진 종말론자일 거라며 뒤에서 수군거렸다.



2037년. 9월 5일.


쿠구구구......


잠을 자던 방주의 주민들은 극심한 진동에 눈을 떴다.


“지진! 지진이야!”


지반이 흔들리고 있었다.

땅이 갈라지고 뒤틀리며 솟구치고 있었으나 콘크리트 벽의 두께가 5m가 넘는 방주에는 아무런 피해도 입힐 수 없었다.

잠옷 차림으로 뛰쳐나온 은서는 황급히 각 분야의 박사들과 함께 외부에 설치되어있는 CCTV와 드론으로 밖의 상황을 확인했다.

10m가 넘는 해일이 마을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지진으로 땅이 갈라지며 파괴된 건물들이 끝을 알 수 없는 지저로 무너지고 있었다.

그동안 은서를 의심했던 사람들은 스크린으로 무너진 지반에 쓸려가고 있는 건물들을 보며 멍하니 중얼거렸다.


“진짜였어······?”



세계 각지의 화산이 폭발하며 도시를 휩쓸었고 절규하며 도망치던 사람들을 집어삼켰다.

오지로 도망치기 위해 도로에 꽉 차 있던 차들이 균열이 일어나며 무너진 지반에 쓸려가며 끝을 알 수 없는 지저로 추락했다.

15층 건물보다 더 높이 솟구친 거대한 해일이 도망치던 사람들을 덮치며 사방을 휩쓸어버렸다.

대재앙. 세상은 종말에 가까워 보였다.

숨이 붙어있는 사람들은 환경의 파괴로 결국 지구가 분노했다며 두려워했고 도망쳐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은 인간들은 공포에 질려 집 안으로 숨어버렸다.

지구는 흡사 그동안 당했던 울분을 쏟아내듯 쉬지 않고 계속하여 세상을 휩쓸었다.



2037년. 9월 7일.

너무나도 길게만 느껴졌던 재앙이 멈췄다.

비록 재난이 멈췄으나 살아남은 인류는 겨우 절반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방주의 지휘작전실에서 스크린으로 밖의 상황을 확인하고 있던 우진은 겨우 이틀 만에 너무나도 변해버린 도시의 모습을 보며 침음했다.

허리가 잘려나간 빌딩들과 어지럽게 거대한 균열이 이어진 지반은 황폐한 황야에 가까웠다.

폐허가 되어버린 도시는 더 이상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이 아니었다.

옆에서 스크린으로 무너져 버린 도시를 보던 금 장문인은 무겁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우진을 바라봤다.


“우진아. 따라오거라.”

“네, 스승님.”


지휘작전실을 나온 금 장문인은 우진을 자신의 방으로 데려갔다.


딸칵.


방 문의 오토락이 잠기자 금 장문인은 침대 아래에 손을 넣더니 어두운 빛깔의 목함을 꺼냈다.

금 장문인이 목함을 열자 영험한 기운이 느껴지는 신묘한 산삼이 있었다.


“만년설삼이다.”

“스승님?”

“솔직히 처음엔 대재앙이 온다고 했던 너의 말을 믿을 수 없었지만 정말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 이제는 어쩔 수 없구나.”


금 장문인은 우진의 손에 만년설삼을 꽉 쥐어줬다.


“지금 당장 만년설삼을 복용하거라.”

“스승님. 차라리 저보다 스승님이나 사저가 드시는 게 더 낫지 않겠습니까?”

금 장문인은 눈을 감더니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우진아. 이제 너에게도 말해줄 때가 된 것 같구나. 너는 너 스스로가 다른 사람과 어딘가 다르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느냐?”

“사실은 처음 본문의 무공에 입문했을 때부터 초식을 한 번 보면 절대로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아서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우진아. 너는 천무지체를 타고났다.”


천무지체!

무림 전체를 뒤져봐도 겨우 한 명 정도 존재하는 무공을 위해 태어난 무공을 위한 신체.


“스승님. 그게 정말입니까?”

“그래. 혹여 너무 빨리 말해주면 네가 재능만 믿고 자만에 빠질 것을 염려하여 그동안 말해주지 않았을 뿐이다.”

“하지만 저는 아직 본문의 구결과 요결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천무지체는 본래 오성 또한 뛰어나서 남들과는 차원이 다른 속도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우진은 아직도 파극문의 무학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자신이 천무지체라는 것을 믿기 어려웠다.


“우진아. 그건 니가 그동안 30년의 세월을 현실이라는 사회에 끼여 범인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그렇다. 너는 아직 상식이라는 틀에 너 자신을 가두고 있는 거다.”


금 장문인은 우진의 어깨를 붙잡으며 눈을 빛냈다.


“본문의 보배로 내려오던 만년설삼은 반드시 네가 먹어야만 한다. 세상이 혼란에 빠졌으니 그동안 숨어있던 군웅들이 할거할 것이다. 우진이 네가 이곳에 있는 사람들을 지켜줘야 돼.”


책임이 늘어났다는 사실은 다소 부담되는 일이었다.

금 장문인은 우진의 어깨를 두드리며 힘주어 말했다.


“우진아. 너 자신을 믿거라. 너에게는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무궁한 잠재력이 잠들어 있어. 네가 스스로를 믿는다면 너는 앞으로 절대로 패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스승님.”


우진이 만년설삼을 복용하고 운기조식을 하자 금 장문인은 호법을 서며 복잡한 눈빛으로 우진을 지켜봤다.

생존을 하기 위한 완벽에 가까운 환경을 갖추고 있는 방주를 다른 무인들이 탐내지 않을 리가 없었다.


‘우진아. 앞으로는 너에게 모든 게 달렸다.’


금 장문인은 그동안 파극문의 무학에 끊임없이 몰두했으나 오성이 높지 않았기에 절정고수를 넘어설 수 없었고 단아도 그리 특출난 무골은 아니었다.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무인들과 인간의 범주를 아득히 뛰어넘은 마력인들.

한편으로는 제자에게 너무나도 많은 짐을 지우는 것 같아서 미안했으나 우진이라면 분명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을 거라고 금 장문인은 믿었다.



다음 날 우진은 도복으로 옷을 갈아입고 배낭을 챙기며 밖으로 나갈 채비를 마쳤다.


“사제. 정말 괜찮겠어?”


단아가 걱정이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자 우진은 밝게 미소를 지었다.


“괜찮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모든 것이 갖춰져 있는 방주가 있는데도 굳이 우진이 밖으로 나가는 이유는 주변을 정찰하고 조금이나마 상가에서 식량을 챙기기 위해서였다.

방주에는 곡식을 재배하기 위한 최상의 설비가 마련되어 있지만 무한한 식량은 아니었다.

방주에는 83명의 사람들이 짧게는 10년, 길게는 13년을 버틸 수 있는 식량이 있었다.

가축들이 모두 고갈되면 나중에 남는 건 채소나 곡물밖에 없다.

우진이나 금 장문인, 단아는 곡물만 먹더라도 더 오랫동안 버틸 수 있겠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그럴 수 없었다.

방주를 처음 설계했을 때부터 어떻게든 방주의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은서는 계속해서 연구하고 있었다.

최근엔 다른 분야의 뛰어난 박사들과 연구하고 있으니 언젠가는 식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돌파구를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배낭을 등에 메고 우진이 방주의 거대한 문으로 걸어가자 지휘작전실의 오퍼레이터가 게이트 오픈을 승인했다.


쿠구구구구......


핵폭발에도 견딜 수 있게 설계된 무척이나 두터운 철문이 묵직한 소음과 함께 서서히 좌우로 열리자 우진은 천천히 밖으로 나갔다.

방주가 있는 분지에서 주변을 내려보던 우진의 입에서 침음이 흘러나왔다.


‘다 부서져 버렸구나.’


지휘작전실에서 스크린으로 보는 것과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은 느낌이 달랐다.

죽염산 근처에 있던 마을은 해일에 휩쓸렸는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고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의 지반은 갈라지며 끝을 알 수 없는 어두운 지저가 엿보이고 있었다.

등 뒤로 방주의 두꺼운 철문이 묵직한 소리를 내며 닫히자 우진은 여유롭게 방주를 떠났다.


‘북서쪽. 35도 방향에 다섯 명인가.’


정체를 알 수 없는 괴한들이 꽤 멀리 떨어진 거리에서 우진을 지켜보고 있었다.

우진은 일부러 모르는 척 하며 괴한들을 무시하고 여유롭게 가파른 분지를 내려갔다.


부아아아앙-!


북서쪽에서 모터사이클 다섯 대가 흙먼지를 흩뿌리며 접근해오고 있었다.

모터사이클에 타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남자였는데 머리는 완전히 모두 밀어버린 삭발이거나 모히칸이었다.

우진의 앞에 거칠게 모터사이클을 세운 남자가 등에 차고 있던 묵직한 슬레지 해머를 오른손에 쥐고 위아래로 크게 흔들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머리카락이 전혀 없는 민머리인 남자의 키는 190cm가 넘었고 덩치가 엄청나서 몸무게가 100kg은 가볍게 넘길 듯 했다.


“너 방금 저기서 나왔지?”


어쩌면 무공을 익히기 전이라면 큰 키와 온몸이 근육질인 덩치에 위축됐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의 우진은 그저 묵묵히 장난처럼 위아래로 슬레지 해머를 흔들고 있는 덩치를 바라 볼 뿐이었다.


“씨발! 지금 형님이 말하는데 씹는 거냐? 엉? 새꺄. 뒤질래?”


옆에서 모히칸을 하고 있던 인상 험악한 남자가 건들거리며 다가오더니 앞에서 장난처럼 나이프를 흔들었다.


“킬킬! 형님. 이 새끼 쫄아서 아무 말도 못 하는 거 같은데요?”

“켁켁켁켁!”


인상 험악한 민머리와 모히칸의 덩치들은 손에 쇠지렛대나 손도끼를 하나씩 들고 있었다.

혼란을 틈타 군대에서 훔친 건지 뒤에 있는 모히칸 놈은 K3 소총을 들고 있었다.

대재앙이 일어난다면 이런 인간들은 사실 물 만난 고기처럼 사방으로 날뛰며 기뻐한다.

법이 사라진 세상. 무법의 세계.

초유의 재앙으로 세계 각국의 정부는 완전히 파괴되어 버렸다.

세계는 이제 과거와는 전혀 달랐다.

이제는 힘 있는 자가 모든 것을 얻을 수 있었고 흉포하며 사악한 자들이 우두머리가 되어 부하들을 거느릴 수 있었다.

대재앙 이후에 이런 약탈자들이 판을 치며 세상이 혼란에 빠지리라는 것을 우진은 이미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꺼져라.”

“응? 아앙? 뭐라고? 너 방금 뭐라고 했냐?”

“꺼져라. 지금 당장 눈앞에서 사라진다면 죽이지는 않겠다.”


눈을 동그랗게 크게 뜨고 무척이나 놀라던 약탈자들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배를 부여잡고 요란스럽게 웃음을 터트렸다.


“크하! 크하하핫! 형님! 이 새끼 돌았는데요?”

“큭! 크큭! 그래. 무리도 아니지. 세상이 개판이 됐으니 미쳐버렸나 보구나.”


순간 약탈자의 우두머리는 거짓말처럼 웃음을 뚝 그치며 우진의 머리에 슬레지 해머를 휘둘렀다.


부웅-!


굉장히 위협적으로 날아오던 슬레지 해머는 우진의 손에 너무나도 쉽게 붙잡혀있었다.

탁.

키 190이 넘는 우두머리는 팍 인상을 쓰며 우진이 붙잡고 있는 슬레지 해머를 뺏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뭐, 뭐야? 이 새끼 힘이 왜 이렇게 세?’


우진은 한 손으로 무척이나 가볍게 붙잡고 있는 것 같은데 슬레지 해머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윽! 으그그극!”


결국 우두머리는 양손으로 붙잡고 온 힘을 다하며 우진에게서 슬레지 해머를 뺏어내려고 했으나 마치 우진의 손에 완전히 붙어버린 것처럼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형님! 장난은 그만하고 빨리 처리하죠!”

“아니! 씨발! 이게 장난으로 보이냐?”


우진이 잡고 있던 슬레지 해머를 놓자 시뻘겋게 얼굴을 붉히며 안간힘을 쓰고 있던 우두머리가 뒤로 자빠지며 손에서 해머를 놓쳤다.


“꺼져라.”

“씨발!”


옆에 있던 모히칸은 본보기를 보여줘야겠다고 결심하며 우진에게 거칠게 손도끼를 휘둘렀다.


‘엇?’


우진의 신형이 거짓말처럼 어느새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마지막으로 경고하겠다. 꺼져라.”

“퉷! 별 괴상한 놈을 다 보겠군. 도시에 돌아가면 바로 여자들과 놀아야겠어.”

“형님! 어제 봤던 부녀자는 저한테 줄 수 있습니까?”

“크흐흐! 몸매가 끝내줬던 그 년 말이냐?”

“목소리가 앙칼진 게 무너뜨리는 맛이 있잖아요? 형님은 재미 보셨으니 양보해주셨으면 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99 마인드웹
    작성일
    24.02.22 15:20
    No. 1

    마지막에 등장한 애들은 잠재적 범죄자가 아니라
    말 그대로 생존을 위협하는 적인데 무슨 말로
    해결을 보려는지 주인공의 태도는 상황과 동떨어져 있군요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9 용인피아
    작성일
    24.07.19 00:13
    No.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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