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 죽이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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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꿀호빵
작품등록일 :
2024.01.19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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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25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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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심상치 않은 기류

DUMMY

금 장문인의 집에 돌아오자 어느덧 황혼이 지며 하늘이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금 장문인은 냉장고에 가득 찬 식품들을 보며 쾌활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우진이 덕분에 당분간은 배 터지게 먹을 수 있겠구나.”

“스승님. 혹시 필요한 게 있으시면 제가 사 오겠습니다. 제자에게 부담 없이 말해주셔도 상관없습니다.”

“하하하! 명품도 상관없느냐?”

“아버지!”


단아가 째려보자 금 장문인은 호탕하게 미소를 지었다.


“장난이다. 어찌 스승으로서 내가 무리한 부탁을 하겠느냐. 괜히 무리해서 돈 쓸 필요 없다. 우진아. 사문에도 금전이라면 부족하지 않으니 무리하지 말거라.”

“알겠습니다, 스승님.”

“오늘 저녁은 꽃등심이 좋겠구나.”

“지금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스승님.”


치이익······.


우진이 후추와 소금으로 간을 한 꽃등심이 불판에 익어가자 금민석은 무의식적으로 마른침을 삼켰다.


“참으로 향기가 좋구나.”

“1등급 한우입니다, 스승님.”

“오! 역시. 그런 것 같았어.”


우진이 불판에 버터를 넣자 지켜보고 있던 단아도 어느새 꽃등심을 집게로 뒤집고 있었다.

잘 익은 꽃등심을 우진이 잘게 썰자 금 장문인은 꽃등심을 미리 익혀놓았던 양파와 함께 조심스럽게 입에 넣었다.


“오······.”


굉장히 담백하며 산뜻한 맛이 입 안으로 느껴졌다.

씹을 때마다 천천히 퍼져나가는 감칠맛이 정말이지 일품이다.


“훌륭한 맛이구나.”

“정말 맛있네요.”


금 장문인과 단아가 맛있게 먹자 우진은 뿌듯한 기분이 들어 미소를 지었다.


“맛있다니 정말 다행이네요. 다음에 장을 보면 또 사 오겠습니다.”

“그래. 가끔은 꽃등심을 먹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사제. 그렇다고 괜히 무리해서 살 필요는 없어. 항상 적당히 사야 돼.”

“알겠습니다, 사저.”


식사가 끝나자 우진은 생과일을 블렌더로 갈아서 만족스럽게 식사를 마쳤다.



파극신권의 기본적인 초식은 총 40개.

초식에 변초와 파식을 섞으면 파생되는 초식의 숫자는 200을 가뿐히 넘겼다.

매일 공력과 권법의 수련에 전념하자 서서히 우진의 몸에 변화가 일어났다.


‘이게 바로 공력인가?’


초승달이 뜬 깊은 밤, 가부좌를 틀고 파천무극신공에 전념하던 우진은 단전에서 움직이는 내력을 느낄 수 있었다.

기초적인 공력이 생긴 뒤부터 모든 것이 변해버렸다.


퍼벙-!


공력을 실어 파극신권의 파천쌍룡을 펼치자 묵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힘도 속도도 무공을 익히기 전과는 확연히 달랐다.

문득 우진은 호기심이 들어 근처에 있는 바위에 파천쌍룡에 이어 파천무쌍을 날렸다.


콰직!


강맹한 위력에 바위가 힘을 이기지 못하고 박살 나버렸다.

직접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아 우진은 눈을 치켜떴다.

제법 두꺼운 바위를 박살 냈건만 주먹이 제법 저릴 뿐 그다지 아프지도 않았다.


‘혹시 이것도 되나?’


우진은 발치에 떨어져 있던 돌의 파편을 집어 들었다.

손바닥에 착 감기는 주먹만 한 돌 조각을 우진은 손으로 움켜쥐며 강하게 힘을 주었다.


콰드드득!


우진의 손에 있던 돌 조각이 으스러지며 우수수 떨어졌다.


‘정말로 내가 무공을 배웠구나.’


지금껏 30년 동안 현대인으로 살아왔던 우진은 이제야 진정으로 무인에 한 걸음 발을 디뎠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서서히 동이 트며 여명이 밝아오고 있었다.

스승과 사저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이른 아침, 우진은 죽염산의 험준한 산길을 치달렸다.


타타타탓-!


빠르다.

백야낙일홍의 무극일섬을 펼치자 우진의 신형이 순식간에 쏘아져 나갔다.

얼굴에 부딪치는 공기가 매섭다.

체감되는 속도가 굉장했다.

시속 40km가 넘어가자 우진은 무척이나 상쾌한 느낌이 들었다.

어디든 달려갈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

자유롭다.

우진을 지금껏 가로막고 있었던 상식과 범주는 점차 허물어지고 있었다.

산봉우리의 정상에 오자 우진은 찬연하게 빛나고 있는 여명을 바라봤다.



수련에 재미가 붙자 우진은 하루에 7시간만 자며 눈이 뜨여있는 시간 동안 언제나 수련에 매진했다.

우진의 주먹은 시간이 갈수록 매서워졌고 날렵해졌으나 어느 순간부터 눈에 띄는 성장은 보이지 않았다.

분명 과거에 비교하면 강해졌다. 하지만 우진은 만족할 수 없었다.

요즘 들어서 세계 곳곳에서 이상 기후가 더욱 극심해지고 있었고 해일이나 토네이도가 도시를 쓸어버렸다는 기사가 가끔 나오고 있었다.


‘더 강해져야 돼.’


수련에 전념한 만큼 우진의 주먹은 무척이나 섬세하고 날카로워졌지만.

파극문의 무학은 겨우 이 정도가 아니라는 걸 우진은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무학에 있어 더 높은 경지에 오르려면 깨달음은 필수적인 요소였다.

깨달았는가. 혹은 깨닫지 못했는가. 그것이 일류와 절정고수의 차이였다.

대부분의 무인들이 일류고수를 넘지 못하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수련을 하면서 우진은 점차 파천무극신공의 구결과 신공절학들의 요결을 신경 쓰게 됐다.


‘어렵구나. 쉽지 않은 일이야.’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눈이 떠 있는 동안 수련에 매진하며 선대가 남긴 구결과 요결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고심해 보았으나 우진은 상승의 경지로 가는 실마리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잠을 자던 김은서는 신경질적으로 눈을 떴다.


펑-! 파앙!


오늘은 죽염산에서 캠핑을 하며 마음을 비우고 푹 쉬려고 했건만.

어디선가 계속 묵직한 무언가 터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아! 정말! 대체 뭐야?’


쉬지 않고 계속 들리는 북 터지는 소리에 결국 은서는 참지 못하고 자리를 박차며 텐트를 빠져나왔다.

시간은 아직 오전 10시에 가까웠다.

느긋하게 보내려던 휴일의 여유가 산산이 부서졌기에 은서는 머리 끝까지 화가 나 있었다.

우거진 나무들을 지나치며 은서는 묵직한 소리가 울리고 있는 곳을 향해 걸어갔다.


파앙!


점차 묵직한 터지는 소리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수풀을 헤치며 걸어가던 은서는 당황하며 재빨리 커다란 나무 뒤에 몸을 숨겼다.

상의를 입지 않은 남자가 넓은 공터에서 주먹을 휘두르고 있었다.

잔근육이 섬세하게 압축되어 있는 남자의 근육에 약간 얼굴이 붉어진 은서는 묵직한 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부우웅! 파앙-!


남자가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흡사 허공이 폭발하듯 묵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찌 인간이 허공에 주먹질을 하여 저런 소리를 낼 수 있단 말인가?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른 남자의 주먹에 은서는 몹시 당황했다.

그녀의 상식으로 인간이 저런 박투를 하는 건 불가능했다.


“언제까지 거기 숨어계실 겁니까?”

‘뭐, 뭐야? 설마 들켰나?’


분명 숨소리도 조심하며 무척이나 조용히 숨어있었건만 마치 남자는 처음부터 은서가 나무 뒤에 있었던 걸 알고 있었던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

하는 수 없이 은서는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나무에서 모습을 드러낸 여인은 결이 좋은 은빛 머리를 허리까지 기른 아름다운 여자였다.

짙은 속눈썹 아래 호수처럼 깊은 흑빛 눈은 고요하고 지적인지라 더워서 상의를 탈의하고 있던 우진은 괜히 머쓱해졌다.


“당신은 대체 누구죠? 당신처럼 주먹이 빠른 사람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어요.”


우진은 수건으로 땀을 닦은 뒤에 도복을 입으며 돌아섰다.


“미안하지만 말해드릴 수 없습니다.”


세계 각국의 정부는 여전히 무인과 마력인을 경계하고 있었다.

파극문의 존재는 함부로 말해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무림인과 마력인에 대해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위험해질 수도 있었기에 우진은 그저 묵묵히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잠시 쉴 겸 우진은 스마트폰으로 통장 잔고를 확인했다.


‘좋아. 오늘도 잘 있군.’


30억이 넘는 잔고가 통장에 잘 들어있다는 건 보는 것만으로도 기운을 북돋아 줬고 활력을 불어넣어 줬다.

뒤에서 은발의 여인이 힐끔 우진이 들고 있던 스마트폰을 바라봤다.

우진의 주머니에 스마트폰을 집어넣자 은발의 여인은 아까 전과는 다르게 각오를 굳힌 눈빛으로 우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반가워요. 나는 김은서라고 해요.”


은서가 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서 건네자 우진은 심중을 떠보는 눈빛으로 은서의 낯빛을 훑어보다가 명함을 받았다.

명함에는 환경공학 분야 전공 박사라고 적혀있었다.

어쩌면 사기꾼일지도 모르기에 우진은 은서를 다소 경계했다.

거리가 제법 있었지만 어쩌면 통장 잔고를 보고 있던 스마트폰을 은서가 엿봤을지도 몰랐다.


“서우진입니다.”

“우진 씨. 초면이지만 당신은 어딘가 특별한 것 같으니까 중요한 사실을 말해줄게요.”

“뭘 말입니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지구에 대재앙이 찾아올 거예요.”


‘역시 사기꾼이었나······.’


급격한 기상 이변과 세계 각지에 일어나고 있는 각종 재해로 종말론은 이미 세상에 파다하게 퍼져있었다.

30일 뒤에 세계가 멸망한다느니. 다섯 달 뒤면 종말이 일어난 다느니. 다 죽는다느니. 그런 말은 이미 쉬지 않고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어쩌면 정말로 환경공학 분야 박사일지도 모르지만 오늘 처음 만난 사람의 말이기에 그다지 믿음은 가지 않았다.


“미안하지만 저는 종말론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종교 권유라면 더더욱 싫구요.”

“우진 씨! 정말이에요. 얼마 지나지 않으면 절반이 넘는 인류가 대재앙으로 사망하게 될 거라구요!”


‘후. 제기랄. 쓸데없이 시간만 낭비했군.’


등을 돌리고 멀어져가는 우진의 등에 은서는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일주일 뒤에 초대형 허리케인이 뉴욕을 덮칠 거예요! 12일 뒤에는 산티아고데칼리를 해일이 휩쓸고 17일 뒤에는 러시아에 대규모 지진이 일어날 거라구요! 한 달 뒤에는 영국이 극심한 홍수에 시달리게 될 거예요!”


우진은 더 듣고 싶지 않아서 재빨리 자리를 떠났다.






매일을 수련에 매진하며 시간은 흘러갔다.

저녁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요리를 하던 우진은 문득 8일 전에 만났던 은발의 여자가 떠올랐다.


‘역시 종말론자들을 조심해야 돼.’


비록 외모가 굉장히 뛰어났었으나 종말론자라면 반드시 피해야만 한다.


치이이익······.


불을 켜자 후추와 소금으로 간을 한 꽃등심이 먹음직스러운 소리와 함께 서서히 익어갔다.

티비에서는 한창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다음 소식입니다. 초강력 폭풍 해일과 강풍을 동반한 허리케인이 뉴욕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규모 대피 명령이 내려졌습니다. 미국 언론들은 허리케인 신디아르가......


‘어?’


꽃등심을 젓가락으로 뒤집던 우진의 손이 잠시 멈췄다.


‘그러고 보니 그 여자. 일주일 뒤에 초대형 허리케인이 뉴욕을 덮친다고 했었는데······.’


8일이 지났으니 정확하게 맞진 않았지만 은서의 예상이 얼추 들어맞았다는 사실에 우진은 몹시 기분이 찝찝해졌다.


‘에이. 우연이겠지. 어쩌다 한 번 맞은 거겠지, 분명.’


-다음 소식입니다. 오늘 오후 5시 25분 경에 산티아고데칼리 서쪽 85km 해역에서 규모 8.2의 지진에 이어 지진해일이 발생했습니다......

-러시아 오이먀콘에서 규모 7.6의 지진이......

-영국 북서부 지역에 기습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주택이 침수되고 도로가 유실되는 피해가 잇따랐습니다. 버밍엄 시에서......


정말이지 신기했다.

은서가 했던 말은 기간은 하루나 이틀의 차이가 나도 나중에 대부분 다 들어맞고 있었다.


‘무슨 제갈량도 아니고······.’


이쯤 되니 은서가 머지않아 대재앙이 찾아온다고 했던 말이 굉장히 신경 쓰였다.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일수록 더욱 잃은 것을 두려워하게 된다는 말은 과연 사실이었다.

만약 정말로 은서의 말대로 대재앙이 일어난다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

무공을 익힌 무인은 확실히 굉장히 강하다. 하지만 천재지변은 가끔 인간의 상상을 아득히 초월하는 경우가 있었다.

계속 이대로 무공 수련에만 전념하며 별다른 대비를 하지 않아도 괜찮은 걸까?

보유하고 있는 자금도 있으니 지금이라도 금전을 써서 재앙에 대비해야 되는 게 아닐까?


‘아, 그거 참. 찝찝하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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