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 죽이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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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꿀호빵
작품등록일 :
2024.01.19 12:33
최근연재일 :
2024.07.24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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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30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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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백은문 -2-

DUMMY

쿠구구구구......


묵직한 소리와 함께 방주의 두터운 철문이 열리자 우진은 천천히 밖으로 나갔다.

백은문의 무인들은 우진이 정말로 벙커 밖으로 나오자 크게 웃음을 터트리며 흡족해했다.

“드디어 조금은 제정신이 들었나 보구나! 어서 속국답게 땅에 머리를 박고 우리에게 절을 올려라!”

“당신. 죽염산에 온 적 있었나?”


가장 앞에서 입꼬리를 올리며 크게 웃고 있던 단목후는 속으로 뜨끔 했으나 짐짓 태연한 얼굴로 크게 소리쳤다.


“갑자기 뜬금없이 무슨 헛소리냐?”


우진이 거칠게 도복 상의를 벗자 가슴에 길게 이어져 있는 흉터가 드러났다.

사선으로 이어진 흉터를 유심히 지켜보던 단목후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배를 부여잡으며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크흐! 하하하하! 누군가 했더니 죽염산에서 봤던 벌레 새끼였구나!”

“사형! 저 놈은 만난 적 있습니까?”

“그래! 아무것도 하지 못해서 내 앞에서 땀만 뻘뻘 흘렸던 나약한 놈이었지!”


서서히 우진의 눈이 분노로 뜨겁게 이글거렸다.


“큭! 크흐흐! 아직도 살아있었다니 참 낯짝도 두껍구나! 나 같으면 부끄러워서 땅에 머리를 처박고 이미 죽었을 것이다!”


주변에 있던 백은문의 무인들은 단목후를 따라서 배를 부여잡으며 함께 우진을 비웃었다.


“지금부터 본문의 규율에 따라 너를 처단하겠다.”

“뭐? 처단? 지금 처단이라고 했냐? 실로 오만하구나!”

“너는 본문의 무학을 훔치려고 했으니 목숨으로 그 죄를 뉘우쳐라.”

“개소리······.”


츠팟-!


순간 우진의 신형이 눈 앞에서 사라졌다.


“어?”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눈을 끔뻑이던 단목후는 등에서 느껴지는 지독한 통증에 경악하며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콰드득!


우진의 주먹이 단목후의 척추를 으스러트리며 틀어박혀 있었고 공력을 이기지 못하고 내장은 갈가리 찢겨나가고 있었다.


“커헉!”


어떻게?

분명 예전에는 땀이나 줄줄 흘리며 아무것도 못하던 애송이였을 텐데.

기척조차 느끼지 못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단목후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털썩.


경악에 가득 찬 얼굴로 힘없이 땅에 쓰러진 단목후가 절명하자 주변에 있던 백은문의 무인들이 기겁하며 뒤로 물러났다.


‘고수!’


우진이 단목후의 뒤에 접근하는 걸 제대로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장내에 쥐 죽은 듯 차가운 정적이 깔리자 우진은 날카로운 안광을 번뜩였다.


“꺼져라. 다시는 이 근처에 찾아오지 마라.”


쭈뼛거리며 눈치를 보던 등상보는 황급히 단목후의 시신을 챙기고 사제들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



백은문의 본거지로 돌아온 등상보가 대실에 단목후의 시신을 내려놓자 눈매가 날카로운 흑의인이 눈을 부릅뜨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이냐? 대체 누가 감히 이런 짓을 벌인 것이냐!”


실질적인 백은문의 우두머리이자 아문왕(我門王)으로 주변에 알려져 있는 묘남천이 사자후를 터트리자 주변에 있던 사제들이 쭈뼛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돔 형태의 벙커에 있는 놈이 단 사형을 죽였습니다.”

“흐흑······ 목후야. 어쩌다가 니가 이렇게 됐단 말이냐?”


단목후의 시신을 끌어안으며 묘남천은 구슬프게 울음을 터트렸다.

단목후는 묘남천이 특히나 아끼던 사제였다.

명령이라면 불구덩이라도 뛰어들 기세로 몸을 사리지 않았던 단목후를 묘남천은 친동생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일류고수였던 단목후가 훗날 자신이 왕이 되기 위한 토대를 만들어 줄 기둥이 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묘남천은 단목후가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왔다는 사실에 솟구치는 슬픔을 참을 수가 없었다.

슬픔 뒤에 찾아온 건 용암처럼 끓어오르는 뜨거운 분노였다.


고오오오오......


어깨 위로 유형의 기운이 일렁이고 있는 묘남천이 차가운 안광을 번뜩이자 주변에 있던 사제들이 식은땀을 흘리며 뒤로 물러섰다.


“등상보.”

“예?”


당황한 등상보가 움찔거리며 바라보자 묘남천은 흡사 꿰뚫어 버릴 것만 같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죽은 단목후를 내려봤다.


“놈은 강한가?”

“예. 심상치 않은 놈이었습니다.”

“나보다 더 강한가?”


차가운 안광을 번뜩이며 묘남천이 노려보자 등상보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황급히 좌우로 고개를 저었다.


“아뇨! 어찌 놈이 대사형보다 강하겠습니까?”


묘남천. 등상보는 지금껏 살면서 묘남천만큼 무공을 위해 태어난 기재는 본 적이 없었다.

천재. 하늘 위를 달리는 하늘.

5살에 백은문에 입문하여 불과 16살의 나이에 본문의 모든 무학을 깨우쳤고 유일하게 사숙조에게 인정받았던 천재 중의 천재였다.

언제나 냉철한 이성과 사고를 유지했던 묘남천이 이토록 화가 난 걸 등상보는 지금껏 본 적이 없었다.


“내일 반드시 놈의 머리를 들고 와서 목후의 한을 달래줄 것이다.”






방주의 지하 1층.

막 샤워를 끝낸 우진은 정장을 입고 여유롭게 복도를 걸어 다니고 있었다.


“너 오늘 아침에 아크 로드님 봤어?”

“혜은이가 그러던데 칼을 들고 온 남자들을 밖에 나가서 혼자서 제압했다면서?”

“움직이는 게 엄청나게 빨랐어!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고!”

“에이. 니가 잘못 본 거겠지.”

“진짜야! 내가 봤다니까?”


복도에서 걸어오며 한참 대화를 나누던 오퍼레이터들은 우진을 보더니 당황하며 재빨리 미소를 지었다.


“아크 로드님! 저녁 식사하셨어요?”

“아니. 이제 먹으러 가려고.”

“헤헷! 맛있게 드세요!”


우진의 옆으로 지나가면서 여성 오퍼레이터 둘은 작은 목소리로 소곤거렸다.


“참 잘생기셨어.”

“그러게. 몸도 좋고 피부도 깔끔하고. 분명 여자친구 있겠지?”

“은서 씨랑 굉장히 친하다던데.”

“단아 씨랑도 친하지 않아?”


공력이 상승하고 무학의 성취가 올랐다 보니 멀리서 작게 소곤거리는 소리도 또렷하게 들려오고 있었다.

무공을 익히면서 피부는 하얗게 생기가 돌아왔으며 온몸에 세밀한 잔근육이 생겼고 이목구비가 뚜렷해졌다 보니 얼굴은 훈훈한 훈남에 가까웠다.

우진이 아침에 백은파의 무인을 쓰러트렸다는 소문은 이미 방주 전체에 파다하게 퍼져있었다.

방주의 주민들이 우진을 바라보는 시선은 이제 예전과는 달랐다.

예전에는 그저 겉으로만 존중하며 아크 로드라는 호칭이 우진에게 과분한 것 같다고 의심하던 주민들도 이제는 존경과 선망이 섞여 있는 시선으로 우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 이것도 앞으로는 익숙해져야겠지.’


처음엔 부담스럽다고 생각했던 우진은 이제 서서히 아크 로드로서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강한 자가 포악한 자가 세상을 지배할 수 있을 정도로 세상은 변해버렸다. 이런 세계인만큼 사람들의 정신적 지주는 필요할 수밖에 없었다.


“오빠!”


익숙한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자 은서가 허리를 숙이며 밝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저녁 먹었어요?”

“아니. 이제 먹으려고.”

“그럼 같이 가죠! 저도 아직 안 먹었어요.”


또각. 또각.


은서는 오늘 기분이 좋은지 평소와 다르게 청바지가 아닌 플리츠 스커트를 입고 있었고 검은색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


“사실 그동안 오빠의 신체 능력을 그동안 모았던 데이터로 조금 추측해봤어요. 종합해 본 결과 오빠의 신체는 현대 인간 수준이 아니에요.”

“그러고 보니 너에게 아직 설명해주지 않았었구나.”

“설마! 잊고 있었어요? 너무해요!”


은서가 볼을 잔뜩 부풀리며 째려보자 우진은 크게 웃음을 지었다.


“미안. 요즘 워낙 바빴잖아.”


뒤에서 익숙한 기척이 느껴지고 있었다.

복도가 꺾어지는 코너 뒤에서 단아가 몸을 숨기고 은서와 함께 있는 우진을 지켜보고 있었다.

어째서 단아가 몰래 숨어서 지켜보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지금 다가가면 기분이 상할지도 몰랐기에 우진은 그저 은서와 함께 계속해서 복도를 걸었다.


“내가 연개소문께서 창안하셨던 고대의 무공을 익혔다고 한다면 믿어주겠어?”


은서는 눈을 감고 가슴 아래 팔짱을 끼며 깊게 고심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오빠의 불가사의한 신체 능력은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거였군요.”


은서는 생각보다 크게 놀라지 않았고 오히려 조금은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제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으니까 빨리 저녁이나 먹으러 가죠! 저 배고파요!”


은서의 손에 이끌려 멀어져가는 우진을 코너 뒤에서 단아는 복잡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인터폰이 울리는 소란스러운 소리에 우진은 눈을 떴다.

시계는 이제 겨우 오전 6시를 넘기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아크 로드님! 큰일 났어요!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이 방주 주변을 둘러싸고 고함을 지르고 있어요!


‘백은문인가.’


“그럼 기계식 방어 모드로 적당히 위협해서 쫓아내 버려.”


-안 그래도 아까 전부터 그러고 있는데 전혀 통하질 않아요! 오히려 방주가 조금씩 파괴되고 있어요!


방주가 조금이지만 파괴됐다는 소리에 우진은 눈이 번쩍 떠졌고 냉철한 사고가 돌아왔다.


“적은 몇 명인데?”

“100명 조금 넘는 것 같은데······ 방주를 파괴하고 있는 사람은 한 명이에요.”

“한 명이라고? 알았어. 지금 당장 갈게.”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눈치 챈 우진은 황급히 옷을 갈아입고 지휘작전실로 향했다.



지휘작전실에 오자 이른 아침부터 불려온 오퍼레이터들이 스크린으로 밖의 상황을 지켜보며 눈을 부릅떴다.


“세상에······.”


검은 무복을 입은 눈매가 날카로운 남자가 혼자서 개틀링 건의 날아오는 총알을 피하며 방주를 조금씩 파괴하고 있었다.

방주의 총알도 포탄도 흑의인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흑의인은 우측에 있다가도 어느새 10m 넘게 떨어진 좌측에서 나타났고 공중에서 나타날 때도 있었다.

스크린을 보던 금 장문인은 침중한 얼굴로 깊게 침음했다.


‘위험하다.’


고수. 절정고수를 과거에 이미 뛰어넘은 가늠하기 어려운 고수였다.

금 장문인과 단아가 함께 협공하더라도 쓰러트릴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고수였다.

이젠 우진에게 기대를 걸어볼 수밖에 없었다.

만약 우진이 패배한다면?

그것으로 모두 끝이었다.

방주에 있는 주민들이 어떤 꼴을 당하게 될지는 그리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었다.


“우진아.”

“스승님. 해보겠습니다.”


사실 처음엔 몸을 보호하기 위해 배웠던 무공이지만.

방주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지켜줘야 하지 않겠는가.

오늘을 위해서 그동안 그토록 매진하여 무공을 익혔던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방주 동체 파손률 22%!”

“24%!”


흑의인의 손에 계속하여 방주가 파괴되고 있었다.

방주가 완전히 파괴된다면 앞으로 더욱 뜨거워질 지구에서 살아남을 수 없게 될 것이 분명했다.

은서의 예상대로라면 기상 이변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심해진다. 방주가 없는 세상에서 평범한 인간은 버틸 수 있을 리 없었다.

지휘작전실을 떠난 우진은 하얀 도복으로 갈아입고 게이트로 걸어갔다.


“게이트 오픈해줘.”


-아크 로드님. 하지만······.


“어차피 이대로 버텨봤자 다 죽게 될 거야. 게이트를 열어줘.”


-알겠습니다.


잠시 후 오퍼레이터가 게이트를 열자 우진은 천천히 밖으로 나왔다.


콰아-!


방주의 외벽에서 발포하고 있던 개틀링 건을 손으로 우그러뜨린 흑의인은 날카로운 눈으로 우진을 내려봤다.


“쥐새끼 같은 놈. 이제야 나왔구나.”

“나는 파극문의 서우진이다. 어째서 이런 횡포를 부리는 거냐?”

“호오. 파극문! 네가 그 파극문의 제자라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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