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마전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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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그레텔
작품등록일 :
2024.01.23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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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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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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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2)

DUMMY

“의원! 의원 어디에 있나!”


남궁혁이 무현을 업으며 달려오자···.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설명할 시간이 없네! 당장 의원을 부르게!”


무림맹의 취걸개와 제갈천은 남궁혁의 등에 업힌 무현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가슴팍에서 시작되어 턱 끝까지 번진 독.

얼굴을 제외한 모든 부분이 검게 물들어진 것이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


제갈세가 소속 의원 제갈유가 다가와 물었다.


“살왕의 독에 당했네.”

“언제 당했습니까?”

“두 시진이 채 되지 않았네. 치료할 수 있겠나?”

“일단 혈도부터 봉하겠습니다.”


그가 침통에서 은침을 꺼내 무현의 혈도 한 부분에 침을 놓았는데.


치이이이익-!


“···으흡!”


독은 은침마저 순식간에 녹여버렸고, 제갈유는 찰나에 손을 내빼 독이 침범하려는 것을 간신히 막았다.


“···대체 이게 무슨 독입니까.”


생전 처음 보는 극독에, 저도 모르게 소리를 버럭 질러버렸다.

놀란 건 남궁혁뿐만 아니었다.


“···이건 독이 아닙니다. 대체 이런 마물(魔物)을 인간의 몸에 박아 넣을 생각을 하다니! 대체 이걸 누가 만들었단 말입니까?!”


의원으로서 가져야 할 침착함도 이미 벗어 던지고, 발작하듯이 벌벌 떠는 제갈유.


“진정하고, 설명해 보게. 치료할 수 있겠나?”

“···이 마물을 저보고 치료하라고요? 차라리 단전이 파괴된 무인보고 단전을 만들라 하는 게 더 쉬울 겁니다.”

“그게 무슨 망발인가!”

“이건 살아있는 생명 그 자체란 말입니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제갈유의 외침에 취걸개가 물었다.


“이건 살아있는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마물입니다. 단순한 독으로 치부하기엔, 그 효능이 너무 흉악하고, 괴이해 저조차 이런 독은 들어본 적도, 보고 싶지도 않습니다.”

“혹, 당가의 독하고 비교하면 어떻겠나?”


그 말에 제갈유는 단박에 고개를 저었다.


“당가의 무형지독도, 이것에 비하면 조족지혈에 불과할 수준일 겁니다.”

“······!”


무형지독(無形之毒).

사천당가에서 만든 최강 최악의 독이자, 색깔도 없고, 냄새도 안 나고, 맛도 느낄 수 없으며, 형태도 특정할 수 없는 해독 불가능의 독.

그런 독조차, 한낱 일개 취급으로 일관해 버린다?


“저는 오히려 무현 소협이 살아있는 게 기적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무형지독은 해독 가능성이라도 있지, 이건···.”


제갈유의 입에서 나온 절망적인 해답에, 순식간에 일대의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정말 방도가 없나?”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남궁혁이 묻자.


“한 가지 가능성이 있긴 합니다만···.”

“뭔데 그런가?”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며 취걸개가 재촉했고.

이내 한숨을 푹 내쉬며 제갈유가 입을 열었다.


“생사신의(生死神醫)라면 가능성이 있을 거 같습니다.”

“···그분은 이미 십수 년 전에 은거하지 않았나?”


그 말에 제갈천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취걸개가 말했다.


“그의 행적이 감숙을 마지막으로 발견되었네.”


“일단 그자의 신변부터 확보하는 것이 좋겠군.”

“사천 지부에 연락을 취해보겠습니다.”

“한시가 급하니, 전서응(傳書鷹)을 보내게.”


개방의 장로만 사용할 수 있는 전서응이라면, 이른 시일 내에 답장이 올 것이다.


“취 원로. 전서응이 아직 남아있소?”

“한 마리 정도는 남아있습니다.”

“맹주에게 연통을 넣어주시오.”

“뭐라 보내드리면 되겠습니까.”


남궁혁은 굳게 다짐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일단···.”


***


일주일이 지났다.


두 세가와 무림맹의 발 빠른 수습으로 교구는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이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백성들은 제갈세가 차원에서 해결했다.

보상액을 책정하여 피해가 극심한 순서부터 나눠줬으며, 임시 거주지를 건설해 마련해주는 방향으로 진행했다.


그들의 발 빠른 대처에 긍정적인 여론도 존재했지만, 일각에서는 무림맹의 무능함을 질타하는 부정적인 여론도 존재했다.


중원 전역에서 벌어진 대규모 사건은 모두 사도천과 관련된 일이었으며, 무림맹의 소극적인 대처는 백성들의 분노를 더욱 더 부추겼다.

그렇게 중원 곳곳에서 정도 무림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오르던 중.


- 살왕이 죽었다!


중원 무림을 양분하는 거대 세력 중 하나이자, 상천십삼좌의 사망 소식은 중원 전역을 강타했다.


살왕의 죽음으로 인해, 중원 무림의 커다란 지각변동이 예상되는 것은 당연했으니.


살왕의 죽음은 무림맹주의 귀에도 똑똑히 전해졌다.


***


"···이게 사실인가?"


취걸개의 보고서를 전달받은 맹주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처음엔 믿지 못했다.

그만큼 취걸개의 서신엔 충격적인 내용들로 가득했다.


『살왕 사망, 휘하 살수 전멸.

사실상 살문의 멸문은 확정.

살왕을 살해한 자는 소검성 무현.』


보고서를 읽은 맹주는 어리뜩한 표정으로 두 눈만 끔벅거렸다.


"···허어."


살왕의 존재는 무림의 패권을 뒤바꿀 수 있었다.

그런 그가 만든 살문 또한 자칫 무림의 판도를 바꿀 수 있었다.


그런 살왕이 갑자기 죽었다?

그것도 무림 초출에게?


'무림대전에서 본 게 얼마 되지 않은 거 같았건만.'




맹주가 보고서의 내용을 곱씹으며, 여운에 잠길 때.


“그리고 뇌제께서 서신을 보내셨습니다.”

"남궁혁, 그 친구가?"


맹주가 눈을 부릅떴다.

그리고 총군사가 쥐고 있는 서신을 허공섭물로 낚아챘다.


그리고 재빠르게 서신을 펼쳤다.

눈동자를 굴려 서신을 읽던 맹주의 표정이 굳었다.


“허, 이 친구가 무슨 바람이 불어서···?”

“서신에 뭐라 적혀있길래 그렇습니까?”


문득 궁금증을 참지 못한 총군사가 물었다.


"남궁혁, 이 친구가 맹주 선발전에 참가하겠다더군."

"···예?"


무림맹의 정치에 신물이 나 거의 물러나다시피 했던 남궁혁.

그런 그가 갑자기 칩거를 깨고, 맹주 선발전에 참가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번 맹주 선발 과정이 완전히 송두리째 바뀌겠구나.”


맹주는 오히려 홀가분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무력, 지력, 그리고 무림맹이라는 단체를 감당할 수 있는 심력을 모두 갖춰야 할 존재가 바로 맹주다.


‘나 같은 우유부단한 놈보다 차라리 그 친구가 되는 것이 옳겠지.’


맹주는 남궁혁 같은 사내가 맹주직에 오르는 것이 순리에 맞다 생각했다.


“총군사, 비연각은 지금 어디에 있소?”

“호남의 일을 거의 마무리하고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비연각주와 개방주에게 연통을 넣으시오. 생사신의의 신변부터 우선으로 확보하라고.”


서신에 적힌 내용엔 무현의 상태가 전부 적혀있었다.


‘무림의 영웅을 잃게 놔둘 수는 없지.’


“한시가 급한 일이니, 청룡대도 함께 합류하라 이르시오.”

“명 받들겠습니다.”


총군사가 포권지례하며 맹주실에서 물러섰다.

그리고 혼자 남은 맹주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암영대주."

"부르셨습니까.“


어둠 속에서 암영대주가 은밀히 모습을 드러냈다.


"때가 되었다."

"······!"


암영대주의 몸이 순간 흔들렸다.


"···많은 피가 흐를 겁니다."

"무림의 평화를 위해서라면 무엇인들 못 하겠느냐."

"정도 무림의 명숙들이 직접 나설 수도 있습니다."

"그들도 찔리는 구석이 제법 많으니 함부로 나서지 못할 것이다."


반문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굳건한 자세로 답하자.

암영대주는 고개를 숙이며 맹주의 대답을 기다렸다.


"이미 중원 무림에 혼란이 찾아왔네. 살왕의 죽음을 시작으로 중원 무림의 판도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게 되었고. 지금이라도 고름을 도려내지 않는다면···."


맹주는 한숨을 내쉬며 허심탄회했다.


"···무림맹은 그대로 끝장이 나겠지."

"어찌 그런 말씀을···."

"자네도 이제껏 보지 않았나. 그들의 패악이 얼마나 지속되었는지."

"······."

"어쩌면 무림사엔 내가 가장 잔혹한 맹주로 이름이 알려지게 되겠지."


달빛 아래 맹주는 쓴웃음을 지었다.


"허나, 무림의 평화를 위해서라면 능히 감당해야 할 사항 중 하나에 불가할 뿐. 내 손에 피를 묻히는 한이 있더라도, 숙청은 필요하다고 생각되네."

"···암영대는 언제든 맹주님의 명을 따를 준비가 되었습니다."

"허허. 빈말이라고 고맙네."


맹주는 격려의 뜻으로 암영대주의 어깨를 살살 두들겼다.


"그럼 그 친구가 올 때까지 마당을 깨끗하게 청소해야겠구먼."


맹주는 뒤돌아 암영대주에게 명령했다.


"시작하게."


창백하게 서린 달빛 아래에서.

암영대주는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


성검련.


감숙을 중점으로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는 거대 세력은 단어 그대로 검을 숭상하는 거대한 세력이었다.


중원 전역에 지부를 두고 있으며, 수백 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명문정파와 비교해도 모자라지 않는 곳이었다.

그리고 그런 성검련의 총본산으로 한 마리의 전서구가 다급히 날아오고 있었다.


"···간부 전원을 소집해라."


무현으로 전권을 위임받은 일 총관이 잔뜩 굳은 표정으로 소리쳤다.


"어서!"

"예, 알겠습니다!"


수하가 다급히 뛰쳐나가 간부들을 부르러 간 사이.


일 총관은 서신을 집어 들고 회의실로 걸음을 성큼 나섰다.

다급해진 그녀의 걸음에는 조급함이 물씬 풍기고 있었다.


그렇게 회의실에 도착하자.


"무슨 일이길래 다급히 회의를 소집했나?"


가장 먼저 도착한 이백진을 시작으로.


"대체 무슨 일이오?"

“련주께서 뭐라 보내셨소?”

"일단 무슨 일인지 천천히 말하십시오."


철룡방주와 유백을 제외한 모든 인원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일 총관이 잔뜩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련주께서 현재 극독에 중독되셨다고 합니다."

"······!"

"······!"


충격적인 소식에 모두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살왕의 죽음보다, 련주의 중독 소식에 모두가 다급히 목소리를 높이던 중.


“독의 증세를 알 수 있겠습니까?”


율백이 손을 들어 물었다.


“왼쪽 가슴팍에서 시작되어, 일각도 채 되지 않아 턱 끝까지 독이 침범했다고 합니다.”

“현재 독의 침범 범위는 어느 정도입니까?”

“얼굴을 제외한 전신이라고 합니다.”

"혹 도중에 점성이 높은 응혈(凝血)이나, 내장 조각을 내뱉었습니까?"

"그렇습니다."


율백은 턱수염을 쓸어내리며 의서를 펼쳐 빠르게 읽기 시작했다.

처음 보는 율백 선생의 심각한 표정에, 모두가 마른침만을 삼키기 바빴다.


“···은침이 닿자마자 녹아내렸으며, 오한이 온 것처럼 몸을 떨고, 내장 조각들이 떨어져 나갔다.”


그렇게 의서를 한참이나 뒤지던 도중.


“이건 저도 장담하긴 힘듭니다만···.”

"뭔가 아는 거라도 있나?"

"저도 확실치는 않습니다. 하지만, 가능성이 높은 건 단 하나가 있습니다."


율백 선생은 의서를 펼쳐 한 구석에 그려진 그림 부분을 짚었다.


“이건 새 아닙니까?”


겉으로 보기엔 일반적인 새와 비슷하나, 자세히 보니 생김새가 많이 다른 것이었다.


그것은 자녹색의 깃털과 구리색을 가진 부리를 가졌으며, 검은빛의 몸과 붉은빛이 감도는 눈알을 지닌 새였다.


“이게 련주를 중독시킨 독하고 무슨 상관이 있소?”


간부들이 일제히 대답을 촉구했다.

율백이 그들에게 차분하게 말했다.


"과거 상고시대에 존재했던 마물 중의 마물이자, 최흉(最凶)의 마수."


율백은 잔뜩 굳은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짐조(鴆鳥) 혹은 짐새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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