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마전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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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그레텔
작품등록일 :
2024.01.23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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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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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8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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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1)

DUMMY

“죽여주십시오!”


쿠웅!


인수감 소속 환관들이 머리를 지면에 몇 번이고 박았다.


어찌나 강했는지 부딪칠 때마다 핏방울이 바닥을 흠뻑 적셨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어르신’이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보고하라.”

“무덤에 살수들을 배치하였으나, 조사대가 도착하기 삼 일 전부터 정기 연락이 끊겼습니다. 이후 급히 홍위춘을 보냈으나, 그가 도착했을 땐 배치한 살수들이 보이지 않았으며, 비급이 바스러져 있었다고······.”


환관 중 하나가 말을 이으며 상황을 보고했다.


“요약하자면 심혈을 기울인 계획이 실패했고, 또 그 이유조차 알 수 없다는 것이더냐.”


환관들의 이마에서 핏방울과 땀이 뒤섞이며 흘렀다.


“금의위인가. 혹은, 그 ‘괴물’이 움직이고 있다는 건가. 분명 누군가의 수작에 당한 것이 분명하겠지.”


‘어르신’의 눈빛이 형형하게 빛났다.


“광목.”

“예, 어르신.”

“양사기와 양부는 어찌 되었느냐?”


광목이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조금 전에 처리했사옵니다.”

“뒤처리는 말끔하게 했겠지?”

“건강 악화로 죽었다고 그들의 식솔들이 직접적으로 말한 것을 들었사옵니다.”


광목의 그 말에 그가 뱀처럼 쫙 찢어진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그 귀찮은 것들이 사라졌구나.”


선대 황제 시절의 유능한 신하였던 양사기와 양부가 죽은 지금.

이제 조정엔 자신을 방해할 인물이 아무도 없었다.


“감축드리옵니다.”


광목과 환관들이 축하해 주자, 그가 미소를 지었다.


“광목.”

“예, 어르신.”

“황궁 비고에서 서책 하나를 가지고 오도록 하여라.”

“어떤 것이면 되겠습니까?”


그가 답했다.


“소림이 좋겠구나.”

“존명!”


광목이 환관을 이끌고 사라진 뒤 자리엔 오직 태감만이 남아있었다.


“···예전의 나는 고작 은자 한 냥이 없어 환관이 되었지. 그랬던 내가···황제를 조종할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왔구나.”


‘어르신’은 의자에 등을 기대며 중얼거렸다.


“기대되는구나.”


창가 너머로 비치는 달빛이 그의 검붉은 눈동자와 어우러져 요사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천하가 내 손아귀에 올 날이 머지않았다는 것을.”


***


강서성(江西省) 구강(九江).


포양호(鄱陽湖) 근처 냇가 바위에 두 남녀가 잠시 휴식 겸으로 태극신공을 훑어보고 있었다.


무당파의 절세신공 중 하나이자, 무당파의 개파조사 장삼봉이 직접 썼다고 알려진 태극신공은, 가히 무공의 정점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풍부한 지식이 들어있었다.


태극신공이 태극의 묘리로 상대의 공력을 흘리는 방식이면, 태극혜검을 이를 이용해 되받아치며 반격하는 검술이다.

특히 태극혜검은 극성에 도달하면 공간을 굽힐 수 있으니, 두 무공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태극혜검이 없다는 게 아쉽긴 한데···그래도 이걸 얻은 게 천만다행이네요.”


무덤에서 본 태극혜검의 묘리는 동창이 수작질을 통해 인위적으로 만든 함정이었다.

무현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검흔에 반응하지 않았던 것이다.


태극신공의 구결을 전부 암기한 남궁무애가 물었다.


“무현, 이제 저희는 어디로 갑니까?”

“안휘(安徽).”

“안휘라면···남궁세가나 무림맹에 볼 일이라도 있습니까?”


남궁무애가 의문이 담긴 시선으로 쳐다봤다.


“조금 이르지만, 언젠가 만나야 하는 사람.”

“그게 누굽니까?”


무현이 대꾸했다.


“맹주.”


그동안은 혼자만 바쁘게 움직였다.


하지만 안휘에 가면 이제 그럴 일도 별로 없다.


태극신공을 빌미로 맹주와 거래를 통해 사도천을 지탱하는 기둥 하나를 더 무너뜨릴 생각이었다.


성검련이나 무림맹의 힘을 빌리면 쉽지만, 그러면 자유가 제한되어 성가셨다.

무엇보다 아직 성검련은 대대적으로 하나의 세력을 지칭하기엔 아직 힘이 부족했다.


투존 이백진의 영입과 더불어, 최근 초절정 극에 달한 간부들 덕에 그 격차가 좁혀졌지만, 무현의 기준으로는 부족했다.


무엇보다 전쟁이란 건 한 세력이 하는 것이 아니다.


성검련의 전력을 보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건 나중에 해도 늦지 않았다.


우선 앞으로 일어날 일을 떠올리고 그것들을 태극신공처럼 먼저 선수를 쳐 강탈···아니 회수해야 한다.


“당분간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거다. 정신 바짝 차리고 잘 따라와.”


***


무림맹은 현재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무림맹주 운허와 남궁혁의 지위 아래 시작된 대규모 숙청을 피할 수 있는 문파와 세가는 아무도 없었다.


근 몇 년 사이에 정말 몰라보도록 심하게 부패해 있었다.


보통 돈이 많으면 벌레가 꼬인다.


이들 가운데, 목숨 아까운 줄도 모르고 욕심에 눈이 먼 자들이 몇몇 있긴 했다.


하지만 전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상당수의 간자와 부정부패를 일삼는 무인들을 숙청했음에도, 맹주와 남궁혁은 여기에서 안주하지 않았다.


놈들이 언제든 숨어 들어올 수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숙청에 눈이 멀어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못하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보다 완벽하고 확실한 숙청을 위해서 과한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


또한 맹주와 남궁혁이 아무나 숙청한 것도 아니었고, 대부분이 죄질이 심한 사람들만 숙청했다.


보통의 문파나 세가였으면 이에 반발했을 테지만, 저들도 찔리는 구석이 있었다.


“휴우······.”


맹주가 산더미처럼 쌓아 올린 서류 더미를 보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밤새도록 서류와의 몸싸움을 이어갔지만, 서류는 계속해서 쌓여만 갔다.


눈앞에 놓인 서류 더미를 보니 자신이 도장을 찍는 건지, 서류가 자신을 찍어주는지도 알 수 없었다.


어서 이 지옥에서 얼른 벗어나고 싶었다.

일주일 넘게 서류 더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한숨 쉴 시간에 한 개라도 빨리 결제하게.”


서류 더미 너머로 풀 죽은 목소리가 들렸다.


남궁혁이었다.


“알겠네······.”


맹주가 다시 자리에 앉아 서류에 도장을 쿵-하고 찍어나갔다.


지루한 서류 처리가 이어지던 도중.


침묵을 깨고 입을 연 맹주가 물었다.


“그나저나 그 친구, 정말 납치된 게 맞나?”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건가.”


남궁혁이 서늘함이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맹주가 대꾸했다.


“외부에서 침입한 흔적도 없고 내부는 어지럽히지 않았으니, 면식범도 아니고. 정말로 그 친구가 납치된 게 맞나 해서 말일세.”

“···암영대주가 알려주었나?”


그 말에 병풍 뒤에 비친 그림자가 일순간 꿈틀거렸다.


“자네는 나가 있게나.”


맹주가 암영대주에게 나가라며 손짓했다.


“···존명.”


암영대주가 자리에서 벗어나고, 맹주는 손가락을 튕겨 기막을 펼쳐 내부의 소리를 차단했다.


“말해보게.”

“정확히 말하면 스스로 나간 거라 볼 수 있지.”

“그게 무슨 소리인가?”


맹주는 의문이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딸아이가 지금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네. 그 아이가 여태껏 돌아오지 않고, 어딘가에서 머무르고 있다는 건 두 가지밖에 없다.”

“그게 뭔가?”

“하나는 납치범을 발견해 심문 중이고, 다른 하나는···.”


남궁혁이 잠시 말을 멈추곤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진즉에 의식을 회복하고 스스로 나간 경우.”

“그게 무슨···?”

“무현, 그 친구가 우리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거대한 음모에 휘말린 듯해.”

“···제대로 설명해 보게.”


남궁혁이 말했다.


“처음 무현을 만났을 때,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감정이 격해진 적이 있었지. 헌데, 그 친구의 반응이 어땠는지 아는가?”


남궁혁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살면서 그런 살기를 받아 본 건 정사전쟁에서도 없었고, 그 이후로도 없을 걸세. 자네는 고작 무림대전 초출인 무인이 낼 수 있는 살기가 맞다고 보나?”

“···그건 아니지.”

“처음엔 세가에 빌붙으려고 딸아이에게 접근하는 무뢰배인 줄 알았건만, 실상은 전혀 달랐지. 그는 이미 완성을 앞둔 무인이야. 나나 자네와 같은 낡고 바스러진 검이 아닌, 진정한 무인으로서 스스로 성립할 수 있는 검. 근데 놀라운 사실이 뭔 줄 아는가?”


남궁혁이 품에서 서책 하나를 꺼내 들어 맹주에게 건넸다.


“이게 뭔가?”

“일단 읽어보게.”


맹주는 남궁혁이 준 서책을 펼쳐 빠르게 훑곤, 이내 경악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서책의 내용에는 그동안 무림맹 호남 지부에서 무림맹원들이 저지른 온갖 비리와 각종 패악들이 낱낱이 담겨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무현 그 친구가 내게 준 것일세.”


남궁혁이 설명을 덧붙였다.


“적힌 내용엔 호남 지부에서 벌어진 사건을 축소한 것뿐. 이보다 더 추악한 사실이 있네.”

“···자, 잠깐만 기다려 보게.”


맹주가 골치 아프다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

남궁혁은 맹주가 진정을 되찾기까지 기다려 주었다.


“···말해보게.”


이 뒤로 남궁혁의 입에서 충격적인 내용들이 쏟아져나왔다.


횡령은 기본이고, 간자 판별에 쓰여야 할 법구를 빼돌린 것도 모자라, 하자 덩어리를 무림맹원들에게 쥐여줬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이 과정에서 죄 없는 무인들과 민간인이 강제로 끌려가 감옥에 갇히게 되었고, 그중엔 고문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생을 마감하거나 미쳐버린 이들도 있었다.


“하아······.”


이 모든 사실을 들은 맹주가 크게 한숨을 내쉬며 낙담했다.


“선조들을 볼 낯이 없구나. 설마 이렇게까지 무림맹 내부가 부패했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


남궁혁이 말했다.


“숙청의 진행도는 어떻게 되어가나?”

“중소문파는 거의 마무리 단계고, 세가는 절반 정도가 축출된 상황이지만, 문제는 그들일세.”

“구파일방과 오대세가.”


제아무리 맹주라 해도, 그들을 상대로 제대로 된 힘을 쓸 수는 없었다.

무림맹은 창설 이래 다수결의 원칙으로 항상 논의와 방도가 오갔기 때문이다.


즉, 맹주가 힘을 쓰는 상황이라면 필시 그들이 기를 쓰며 반대하고 나설 게 뻔했다.

권력이 줄어들 수 있는데, 어떤 권력자가 그걸 반기겠는가.


“그 부분에 대해선 제게 해결 방안이 있습니다.”


그때였다.


창문 바깥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에 반응한 맹주와 남궁혁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주변에 널브러진 서류 더미가 와르르 쏟아지면서 시끄러운 소리를 냈다.


3일 안에 처리해야 할 서류 더미가 전부 흩어졌음에도 이를 신경 쓰지도 않았다.


그만큼 놀랍고 중요한 일이 벌어졌다는 의미였다.


“자, 자네?”


창문이 열리며 두 남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랜만입니다.”


의식을 회복한 무현이 오랜만에 얼굴을 비쳤다.


***


바닥에 널브러진 서류 더미를 한곳으로 몰아넣고, 자리를 마련한 맹주.


“그동안 어디에 있었나?”


궁금증을 참지 못한 남궁혁이 물었다.


3달이 넘은 시간 동안 모습을 숨기고 해야 했던 일이 무엇이길래?


“그동안 놈들의 마수에서 벗어나기 위해 잠시 몸을 숨겼습니다.”

“동창 말인가?”


무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본론에 들어갔다.


“앞으로 무림에 큰 혼란이 찾아오게 될 겁니다.”


무현의 한 마디에 맹주와 남궁혁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방금까지 눈빛에 깃들었던 당혹감이 사라지고, 눈매가 가늘어졌다.


“큰 혼란이라 하면······?”

“정확한 시기는 모르지만, 그렇게 머지않은 시일 내에 중원에 큰 사건이 하나 터질 겁니다.”


그의 말에 맹주와 남궁혁이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옆에 있던 남궁무애는 별 반응이 없었다.


여기 오기 전에 무현이 회귀자라고 스스로 밝혔기 때문이다.


“혹, 그게 자네와 연관되어 있나?”


맹주가 눈을 가늘게 뜬 채로 물었다.


사건의 중심엔 항상 무현이 속해있었다.

그리고 최근에 일어난 살문과 동창 건도 모두 무현이 중심이었다.


“···원하는 것이 뭔가?”

“먼저 이걸 봐주십시오.”


무현은 품에서 목함을 꺼내 앞에 내밀었다.

그것을 본 맹주는 궁금증에, 목함을 열어 안에 든 내용물을 살폈다.


“이건···?!”

“태극신공입니다. 보시다시피 진품이죠.”


맹주는 홀린 듯이 재빨리 태극신공의 구결을 머릿속에 쑤셔 넣었다.


무현은 맹주가 태극신공을 읽을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한참이나 태극신공을 읽던 맹주는, 이내 큰 한숨과 함께 물었다.


“···원하는 것이 뭔가?”

“첫 번째로, 저와 그녀를 무림맹 특별조사관으로 임명해 주십시오. 두 번째는···.”


무현이 손가락을 두 개째 펼치며 말을 이어 나갔다.


“조사권뿐만 아니라 즉결처분권(卽決處分權)도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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