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마전생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한스그레텔
작품등록일 :
2024.01.23 19:39
최근연재일 :
2024.07.16 20:10
연재수 :
125 회
조회수 :
278,709
추천수 :
4,101
글자수 :
733,560

작성
24.05.31 20:10
조회
1,221
추천
24
글자
11쪽

칼춤(4)

DUMMY

진주에 위치한 어느 작은 객잔.


그곳에서 두 남녀가 서로 마주 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진주언가는 하청이군요.”


침묵을 먼저 깬 남궁무애가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얼핏 가주 언용운이 자신이 죄를 뒤집어써 아내 주연미를 구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의 눈에는 반대로 보였다.


오히려 주연미가 이 상황을 유도한 것처럼.


무현이 물었다.


“네가 볼 땐 어땠어?”

“주연미가 이 모든 상황을 주도한 주동자인 거 같습니다.”


남궁무애의 그 말에 무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왜 그렇게 생각했지?”

“단순히 소금만 원했다면, 진주언가가 아닌, 산동을 도모했을 겁니다. 산동은 사도천의 영역이지만, 대룡상단은 무인 집단이 아닌 상단이니까요.”


상단이 가는 길에는 국경이 없다는 말도 있듯이, 웬만한 무인 단체들은 상단이나 표국의 장사를 방해하진 않는다.


이는 자신들의 이권과 매우 근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무인들은 상단과 밀접한 연을 맺기 위해서 정략결혼을 추진하거나, 동맹 관계를 통해 서로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맺는다.


“천하제일상단인 대룡상단이 뭐가 아쉬워서 소금을 밀매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도 사돈 관계를 맺은 진주언가를 통한 방법은 아니라고 전 생각합니다.”


잠자코 듣고 있었던 무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네 말대로 진주언가를 통해서 소금을 밀매한다는 건 꼬리 잡히는 행동이니 맞지.”


무현은 품에서 살문의 장부를 꺼내 남궁무애 앞으로 내밀었다.


“살문의 장부다. 거기 맨 끝부분 한 번 살펴봐.”

“······ 도목(桃木), 소금(素金), 그리고 인육(人肉)?”


장부를 살피던 그녀는 어딘지 모를 기시감을 느끼고 질문을 던졌다.


“도목은 복숭아 나무일 테고, 근데 인육은 대체 왜 사들인 걸까요?”

“진주언가의 과거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그게 무슨 소리죠?”

“그걸 답하기 전에···너는 오대세가에 필적한 세가에 대해서 알고 있지?”


오대세가를 제외한 이에 필적한 무력과 세력을 가진 세가는 다음과 같다.


정파(正派).


산동악가(山東岳家).

황보세가(皇甫世家).

진주언가(晋州彦家).


사파(邪派).


수라천가(修羅天家).

서문세가(西門世家).

공손세가(公孫世家).


“···그리고 지금은 멸문해서 사라진 단목세가(端木世家)도 있죠. 근데 그게 이번 사건과 무슨 관계가···?”

“진주언가는 본래 마도 쪽 인물과 관련이 깊은 세가이기 때문이지.”

“···네?”


그런 그의 대답에도, 남궁무애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진주언가의 무공은 크게 두 가지가 있어. 하나는 일반적으로 모두가 아는 벽라신권(碧羅神拳)과 같은 뇌기(雷氣) 계열의 권술. 다른 하나는···.”


무현의 다음 말은 이랬다.


“강시(僵屍).”

“강시오?”

“지금은 시장 된 금술이긴 한데, 한때 진주언가가 그쪽 계통으로 유명했던 적이 있었거든.”


강시는 전사한 군인이나, 무인의 시신을 가져다가 금지된 술법으로 되살린 존재를 일컫는 단어.


한때, 마교에서 중원 정복을 위해 무인들의 시신을 가져다 썼다고 알려졌지만, 들어간 자금과 시간에 비해 효율이 극악이라는 평과 함께 시장 된 금술이었다.


“과거 마교의 고수였던 뇌력권마(雷力拳魔)가 세운 가문이 지금의 진주언가야.”

“그런······.”

“뭐, 아까 말했다시피 강시술은 일종의 금술이기도 하고, 효율이 극악이라서 시장 됐다고 말했지.”

“그럼 강시술이 아닌 다른 가능성은요?”

“처음엔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이 앞의 두 단어가 신경 쓰여서.”

“도목과 소금이요?”

“이 둘은 강시술에 필수로 들어가는 재료들이거든.”


소금은 강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시체의 부패를 막기 위해, 도목은 복숭아나무로, 고대부터 주술적 효능을 가지고 있다.


“그게 정말인가요?”

“혈교 놈들도 내공만 있으면 잘린 팔을 다시 만들 수도 있는데, 그게 뭐 대수겠어.”


상고시대의 기록을 떠올리면 이보다 더 기상천외한 내용들로 가득했으니, 무현의 말을 당연했다.


“아무튼, 진주언가가 무슨 이유로 강시를 만드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외가 쪽의 입김이 작용한 모양이다.”

“···대룡상단.”

“지금은 이 정도로 끝내는 게 맞아. 차라리 다른 지역으로 가는 척하다가, 대룡상단이 있는 사천으로 가는 게 좋겠지.”


목적지는 정해졌다.


‘진주언가의 일은 여기서 마무리한다.’


나머지는 성검련의 정보부에게 맡기면 되고···.


“내일 아침에 출발할 거야. 일단 넌 내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고.”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내공심법은 어떻게 됐어?”


남궁무애는 최근 새로운 내공심법을 창안하기 위해, 무현으로부터 내공심법을 배우는 중이었다.


“기틀은 잡았는데, 아직 이렇다 할 방향성은 갈피를 못 잡겠더군요.”

“태극신공은?”

“도움은 됐지만, 태극은 저의 방향성과 맞지 않아서 참고만 했어요.”

“그래. 나중에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봐.”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편히 쉬세요.”


대답을 마친 그녀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고, 무현은 홀로 남은 방 안에서 곰곰이 생각했다.


‘슬슬 나도 하나 장만할 때가 됐긴 했지···.’


건곤신결이 무현과 완전히 일체화되면서 한결 편해졌지만, 그는 욕심이 있었다.


‘태극신공을 한번 건드려 볼까.’


무현은 태극신공을 한 차례 독파하고, 가부좌를 틀어 다시 한번 머릿속으로 정독했다.


잠시 후 상념에 잠겼다가 수없이 정독한 다음에 태극신공의 원리를 떠올렸다.


태극은 무극과 같아서 혼돈 즉 무의 상태이기 때문에 만물이 시작되는 곳.


무현은 눈을 감은 다음에 태극신공의 구결을 떠올리며 운기조식을 시작했다.


무현은 양손에 각각 단검과 장검을 꺼냈다.


태극신공은 양의(兩儀)를 중점으로 두 기운의 흐름을 조율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무현은 각각의 무기에 내공을 담아 주입했다.


단검엔 희미한 무채색의 기운이 휩싸이더니, 장검엔 순수한 어둠이 내려앉았다.


‘이게 태극신공인가.’


어쨌든 한 손에 현재를, 한 손에는 과거를 담을 수 있게 되었다.


무현은 잠시 홀로 생각에 잠겼다.


만약, 이 둘은 마치 처음부터 하나의 무공이었던 것처럼 펼치게 된다면?


이런 생각을 한 이유는, 현재 무현의 의식엔 과거의 검마와 현재의 자신이 함께 공존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또 만약에.


자신이 이 모든 기운을 조화롭게 사용할 수 있다면?


이것은 대체 어떤 무공으로 규정해야 할까.


무채색의 기운을 양(陽)이라 규정하고.

순수한 어둠을 음(陰)이라 규정하면.


두 가지를 양손에 각각 펼치게 되면 이는 태극신공의 결을 따라 한 새로운 무공이 될 것이다.


하지만.


두 가지의 힘을 섞어서 사용하면 어떻게 될까.


이는 태극신공과는 또 다른 경지에 다다른 무공이라도 불려야 할지 모르겠다.


‘이래서 무공은 재미있다니까.’


과거의 검마처럼 생존의 목적으로 마구잡이로 익힌 것이 아닌, 한 명의 탐구자로서 살펴보는 무공은 재미있었다.


무현은 태극신공의 운공을 중단하고, 떠오르는 여명을 맞이했다.


잠은 못 잤지만, 그런데도 오랜 숙면에서 깬 것처럼 상쾌하기 그지없었으니.


“슬슬 출발해야겠군.”


무현은 자리에서 일어서 채비를 마치고 걸음을 옮겼다.


진주언가로.


***


“···떠난다고?”


가주실.


가주 언용운은 이른 아침부터 찾아온 무현을 맞이했다.


“이곳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건만, 이래도 괜찮은 건가?”


언용운이 의심 가득한 눈빛을 쏘아붙였지만, 무현은 미동조차 보이지 않았다.


“물론 중죄이긴 해도, 이 부분에 대해선 정상참작이 들어갈 부분이니, 조금은 안심하셔도 될 겁니다.”

“···그런가?”


그제야 표정이 조금 풀어진 언용운은 미소를 지었다.


“알겠네. 조사단이 오면 알아서 해명하지.”

“여부가 있겠습니까. 모쪼록 맹주님께도 잘 말씀드리겠습니다.”


분위기가 한층 풀어졌을 때, 한 사람이 찾아왔다.


“어머, 귀빈이 오셨는데···안주인인 제가 마중도 못 나오고.”


주연미가 난처한 표정을 짓곤 공손하게 예를 표했다.


“부인, 조금만 더 자지, 이른 아침부터 왜 나왔소?”

“손님이 오셨는데, 어찌 안주인으로서 나오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과연 금술 좋은 부부 아니랄까 봐 멀리서 봐도 그 애정이 돋보였다.


“하하, 그럼 전 이만 일어나겠습니다. 두 분께선 좋은 시간을 보내십시오.”


무현은 자리에 일어서 가주실을 나섰다.


언용운은 무현이 떠난 자리를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이내 인기척이 완전히 멀어졌음을 깨닫곤.


“···저자의 뒤를 쫒거라.”

“존명.”


쇠로 철판을 긁은 듯한 섬뜩한 목소리.


병풍 뒤에 드리운 그림자의 주인은 스치며 완전히 모습을 감췄다.


“놈의 뒤를 쫓도록 했으니 안심하시오, 주인.”

“알겠습니다, 가가.”


주연미가 요사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며 손가락으로 그의 쇄골을 쓸어내렸다.


“그럼 오늘 밤도···.”

“허허. 오늘따라 왜 이러시오.”

“오랜만이지 않습니까.”


두 부부의 금술은 식은 줄도 모르고 지속되었다.


그러나 언용운은 알지 못했다.


주연미의 눈동자가 한순간에 검붉게 물들었다는 사실을.


***


암뇌대(暗雷隊)의 대장 고성은 언용운의 명령을 받고 무현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암뇌대를 움직이고 싶었지만, 화경의 고수를 상대로 단체로 움직이는 건 미련한 짓이라 판단했다.


‘객잔으로 갔군.’


고성은 무현의 뒤를 쫓으며 어둠 속에서 그를 한참이나 지켜봤다.


‘남궁무애 하나, 다른 일행은 없다. 방향은···제남(齊南)인가.’


상천십삼좌 권왕이 사는 황보세가의 영역.


‘쫓아간다.’


고성은 앉은 채로 둘의 뒤를 쫓았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들 때 무언가가 변했음을 깨달았다.


‘사라졌다!’


조금 전 함께 있었던 두 남녀가 그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말 그대로 바람처럼 사라졌다.


그리고 바로 옆에서 소름이 돋아 오를 정도로 지독한 살기가 피어났다.


그곳에 목표물이 있었다.


분명 무림 초출이라고 생각했던 인물들이, 살기 어린 눈빛으로 자신을 굽어보고 있었다.


‘어떻게······?!’


숨통이 조여오고, 식은땀이 절로 흘렀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조차 없었다.


‘당했다.’


분명 무림 초출에 불과한 애송이라고 들었다.


하지만 아니다.


이들은 자신의 예상을 아득히 넘어선 괴물들이었다.


“언가의 짐승 새끼가 보냈나?”


무현의 서늘한 목소리에 온몸이 덜덜 떨렸다.


눈앞의 사내는 모든 걸 알고 있었다.

알고 있으면서도 그저 지켜본 것이다.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

그리고···.


서걱-!


찰나의 순간, 섬광이 일고 고성의 수급이 하늘 높이 치솟았다.


잘린 단면에서 검붉은 피가 바닥에 흩뿌려지며 새어 나왔다.


“이걸로 당분간 언가의 눈은 가려졌다.”


그 말을 끝으로, 무현은 녀석의 흔적을 화골산으로 없앤 뒤 사라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검마전생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7 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3) +1 24.06.05 1,032 21 13쪽
96 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2) +1 24.06.04 1,059 22 12쪽
95 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1) +2 24.06.03 1,134 24 13쪽
» 칼춤(4) +3 24.05.31 1,222 24 11쪽
93 칼춤(3) +2 24.05.30 1,082 22 14쪽
92 칼춤(2) +1 24.05.29 1,094 25 12쪽
91 칼춤(1) +1 24.05.28 1,145 25 13쪽
90 검주의 무덤(3) +2 24.05.27 1,146 24 13쪽
89 검주의 무덤(2) +1 24.05.24 1,241 23 12쪽
88 검주의 무덤(1) +1 24.05.23 1,261 25 12쪽
87 내면과의 대화(3) +1 24.05.22 1,204 28 12쪽
86 내면과의 대화(2) +1 24.05.21 1,235 25 12쪽
85 내면과의 대화(1) +2 24.05.20 1,322 27 14쪽
84 기연 아닌 기연(3) +1 24.05.17 1,511 28 13쪽
83 기연 아닌 기연(2) +3 24.05.16 1,451 25 12쪽
82 기연 아닌 기연(1) +1 24.05.15 1,500 28 12쪽
81 혼란스러운 기억(2) +2 24.05.14 1,510 27 13쪽
80 혼란스러운 기억(1) +1 24.05.13 1,509 31 13쪽
79 공청석유(6) +3 24.05.10 1,635 32 11쪽
78 공청석유(5) +1 24.05.09 1,501 26 12쪽
77 공청석유(4) +1 24.05.08 1,559 31 12쪽
76 공청석유(3) +1 24.05.07 1,604 29 11쪽
75 공청석유(2) +3 24.05.06 1,700 27 12쪽
74 공청석유(1) +1 24.05.03 1,855 30 12쪽
73 중독(3) +3 24.05.02 1,783 28 12쪽
72 중독(2) +3 24.05.01 1,773 28 12쪽
71 중독(1) +3 24.04.30 1,809 28 13쪽
70 용을 끌어내리다(13) +2 24.04.29 1,864 30 15쪽
69 용을 끌어내리다(12) +6 24.04.26 1,844 33 12쪽
68 용을 끌어내리다(11) +4 24.04.25 1,810 31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