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킬러 순둥이 막내 형사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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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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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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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7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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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쌍둥이 형제

DUMMY

아침 일찍 병태가 차를 끌고 병원으로 왔다. 바로 퇴원 수속을 하려 했는데, 의사의 간곡한 권유로 몇 가지 뇌 검사를 더 받고 결과까지 확인하느라 퇴원이 늦어졌다.


그렇게 오후 두 시가 넘어서야 나인은 퇴원했고 곧바로 강태식 형사의 집으로 향했다.


마당이 딸린 아담한 2층 주택이었다. 꽤 오래된 집이었지만, 그래도 관리가 잘 되어 외관은 깨끗한 편이었다.


강태식 형사가 부모님과 함께 살던 집이었는데,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에는 강 형사 혼자서 살고 있었다.


“비밀번호는 기억나?”


병태의 물음에 나인은 고개를 저었다.


“너 생일. 0223.”


병태가 알려준 번호로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자 문이 열렸다.


“병태야.”

“어?”

“나 혼자 천천히 둘러볼게.”

“혼자 괜찮겠어?”

“어.”

“알았어. 우리 집 근처니까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전화해.”

“그래. 오늘 고마웠다.”


병태를 돌려보내고 나인은 혼자서 집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평범했다. 가구와 전자 제품이 오래되어 보인다는 점 빼고는 크게 눈에 띄는 게 없었다. 그리고 1층 부엌에만 생활 흔적이 보였다. 거실과 안방에는 생활 흔적이 없었다.


나인이 2층으로 발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막내야!”


어제 그 시끄럽던 고릴라 반장이었다.


“네.”

“퇴원했다면서?”

“네. 퇴원하고 방금 집에 돌아왔습니다.”

“머리는 괜찮고?”

“네. 괜찮습니다.”

“그래. 병가 처리했으니깐 아무 걱정 말고 그냥 몸조리만 해. 알았지?”

“네. 감사합니다.”


통화를 끝낸 나인은 곧바로 2층으로 올라갔다.


2층 서재와 작은 방에서 생활 흔적이 있었다. 아무래도 강태식 형사는 1층이 아닌 2층에서 주로 생활을 한 것 같았다.


서재 책장에는 웹툰과 관련된 서적으로 가득했고 경찰시험과 관련된 서적도 제법 있었다. 책상으로 시선을 돌린 나인의 눈에 작은 액자에 들어왔다.


4, 5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 두 명의 사진이었는데, 쌍둥이처럼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인은 그 사진을 유심히 살펴봤다. 사진 속 아이의 얼굴이 자신의 얼굴과 어딘지 모르게 닮아 보였다.


5살 때 해외로 입양되기 전까지 보육원에서 생활했던 나인. 어쩌면 이 사진이 그때 사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나인이 어렴풋하게 기억하는 동생이 바로 사진 속 쌍둥이 동생일 가능성이 컸다. 바로 강태식 형사가 동생이라는 뜻인데.


액자에서 사진을 꺼낸 나인은 뒷면을 확인했다. 사진 뒷면에 글씨가 새겨져 있었는데, 하늘사랑 보육원과 보육원 주소가 적혀있었다.




**

다음날.

나인은 택시를 타고 경기도 외곽에 있는 하늘사랑 보육원으로 향했다.


“기억이 나네요.”


60대 중반으로 보이는 백발의 보육원 원장이 사진을 보며 말했다.


“20년도 넘었는데. 기억하신다고요?”


나인은 물음에 원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사진을 내가 찍었거든요.”

“아...”

“갓난아기 때 우리 보육원에 맡겨졌어요. 내 기억으로 오른쪽이 형이고 왼쪽이 동생이었을 거에요. 쌍둥이였는데 성격은 전혀 달랐어요.”


나인은 말없이 듣기만 했다.


“동생은 굉장히 소심한 성격이었던 거로 기억해요. 그에 반해 형은 아주 괄괄한 성격이었죠. 그리고 둘의 우애가 참 좋았어요.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늘 붙어 다녔는데.”


원장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네 살인가 다섯 살 때였을 거에요. 형이 해외로 입양가게 됐죠. 둘이 떨어지지 않으려고 많이 울었는데, 그때 나도 마음이 얼마나 아팠는지 몰라요. 이 사진은 그때 찍었던 거로 기억해요.”

“그럼 동생은 어떻게 됐나요?”

“내 기억으로는 그해 동생도 입양됐던 거로 알고 있어요.”

“국내 입양인가요?”

“맞아요.”

“혹시 입양 기록을 열람할 수 있을까요?”


나인의 말에 원장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이야 전산화가 됐지만, 20년 전에는 일일 수기로 입양 서류를 기록했어요. 보육원 예산이 한정적이라 오래된 서류를 제대로 관리할 수 없었죠. 게다가 보육원에 불이 나서 오래된 입양 서류가 모두 소실 됐어요.”


입양 서류를 확인할 수 없는 게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강태식 형사가 자신의 쌍둥이 동생이라는 것만은 확실해졌다.


해외로 입양됐던 형은 킬러가 됐고 국내로 입양된 동생은 형사가 됐다. 그리고 신의 장난인지 아니면 실수인지는 모르겠지만. 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동생의 몸에 형인 나인이 들어왔다.


“그런데 어느 쪽이에요?”


원장이 물었다.


“네?”

“얼굴을 보니 사진 속 아이 중 한 명 같은데. 맞죠?”

“네. 맞습니다.”

“어느 쪽이에요? 형? 동생?”


원장의 물음에 나인은 대답하지 못했다.


몸은 동생인데 정신은 형이라 누구라고 딱 잘라 말할 수 없었다.




*

보육원을 나온 나인은 근처 야외 카페에 들러 생각을 정리했다.


일단 강태식 형사와의 연결 고리는 확실해졌다. 쌍둥이 형제. 동생이 식물인간 된 그 날 나인은 조직에 의해 제거되었다. 그리고 동생의 몸에 들어왔다.


터무니없는 이야기지만, 나인은 이를 의심하지 않기로 했다.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그냥 현실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다만,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다.


어제저녁 나인은 2층 침실 방에서 동생 강태식 형사가 쓴 메모지 한 장 발견했다. 침대 머리맡에 놓인 책 안에 들어 있던 메모지였는데, 그 메모 내용이 범상치 않았다.


- 부모님은 억울하게 돌아가셨다. 부모님을 죽인 범인을 잡아 단죄해야 한다. -


8년 전에 돌아가셨다는 동생의 양부모. 그 양부모의 죽음에 무언가 있는 것 같았다. 어쩌면 동생이 강력계 형사가 된 것도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동생 문제부터 해결하는 게 좋겠어.”


어차피 세븐데드와의 싸움은 단기간에 끝날 일이 아니다. 준비해야 할 것도 많고 조력자도 필요하다.


지금 당장은 동생 양부모의 죽음과 관련된 진실을 밝히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생의 몸을 빌려 쓰는 처지인데, 그 정도는 해줘야 하는 게 도리라는 생각이다.


“경찰이라.”


형사를 그만둘 생각이었는데, 동생의 양부모 사건을 해결하려면 아무래도 경찰 신분이 더 유리할 것 같았다. 당분간은 형사로 계속 있을 생각이었다.




*

같은 시각, 강태식 형사가 근무하는 경기도 강봉 경찰서 서장실.


강력 3팀 오대두 반장이 마득필 서장 앞에 죄인처럼 서 있었다.


“강태식 형사는 어떻게 됐어?”

“퇴원했습니다.”

“크게 다친 건 아니고?”

“머리를 다치기는 했는데, 다행히 큰 이상은 없다고 합니다.”


기억 상실 증세가 있다는 말은 차마 하지 못했다.


“얘기 들어보니깐 강력계와는 어울리지 않는 친구 같던데.”

“그런 것 같습니다.”


웬만하면 아니라고 말할 텐데, 오 반장이 봐도 강태식 형사는 강력계와 어울리지 않았다.

이번 사고로 아주 확신이 들었다.


“가능하면 내근직 부서로 돌려.”

“네. 복귀하는 대로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공팔이는?”

“찾고 있습니다.”

“오 반장.”

“네.”

“강력 3팀 실적이 3년째 최하위건 알고 있지?”

“...”

“내가 많은 거 바라지 않아. 그냥 1팀 실적에 반만이라도 하라는 거야.”

“...”


서장이 실적에 목매는 이유는 본청으로의 승진 때문이었다.


본청으로의 승진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뇌물과 청탁도 마다하지 않는 인간이었는데, 작년 승진에서 물을 먹었다.


올해 다시 본청으로의 승진을 꿈꾸고 있었는데, 이를 뒤받쳐줄 대어급 실적이 없다 보니 강력반 반장들만 들들 볶았댔다.


“보름 남았어. 보름 안에 공팔이 못 잡으면 옷 벗을 각오해.”

“네.”


실적도 꼴찌인데, 두 번이나 공팔이를 놓쳤으니 오 반장도 할 말이 없었다.



*

친구 안병태가 저녁을 먹자며 순댓국밥집으로 나인을 불러냈다.


순대국밥을 앞에 두고 나인은 좀처럼 숟가락을 뜨지 못했다. 유럽에서 한국 식당을 자주 다녔고 또 직접 한식을 만들어 먹기도 했지만, 돼지 내장으로 가득한 순대국밥은 아무래도 버거운 음식이었다.


“왜?”


나인이 좀처럼 국밥을 뜨지 못하자 병태가 물었다.


“비주얼이 먹기가 좀 그렇네.”

“니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그 순대국밥이야. 그것도 기억 안 나?”


동생이 좋아했던 음식이라는 말에 나인은 용기를 내서 국물을 떠먹었다.


생각보다 국물이 진하고 고소했다. 다시 용기를 내서 순대와 내장도 먹어봤는데, 생긴 거와 달리 굉장히 쫄깃했다. 거기에 소주 한잔 마셔주니 순대국밥이 입에 착착 붙었다.


“그런데 병태야.”

“어?”

“너하고 나 언제부터 친구였어?”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그럼 우리 부모님에 대해서도 잘 알겠네.”

“당연하지. 우리 부모님하고도 친하셨는데.”

“어떤 분이셨어?”

“부모님도 기억이 안 나?”

“응.”

“음... 너희 아버지 변호사셨어.”

“변호사?”

“응. 유명 로펌에서 일하시다가 그만두고 인권 변호사로 일하셨어.”

“인권 변호사?”

“잘은 모르는데, 가난한 사람들을 많이 도우셨던 거로 알고 있어. 너희 어머니는 사무장으로 같이 일하셨고.”


나인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소주잔을 비웠다.


“혹시 내가 입양된 것도 알고 있어?”

“그럼. 그런데 너희 부모님은 너를 친아들처럼 정말로 사랑하고 아끼셨어. 너도 친부모님처럼 잘 따랐고.”


동생의 양부모는 무척 좋은 분이었던 것 같았다.


나인의 양부모는 그렇지 못했다. 나인의 양부모는 이탈리아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했었다. 평범한 식당처럼 보였지만, 뒤로는 마약을 판매하고 있었다. 게다가 양부는 도박에 빠져 있었다.


입양된 나인은 양부모에게 학대를 받았다. 그것도 모자라 양부는 도박 빚을 갚기 위해 나인을 마피아에 팔아넘겼다. 나인에게 양부모는 악마와도 같은 존재였다.


“우리 부모님은 어떻게 돌아가신 거야?”

“너 군대에 있었을 때였을 거야. 아저씨 사무실 건물에 불이 났는데, 그때 대피하지 못하고 돌아가셨어.”

“화재사고?”

“자세한 건 나도 몰라. 그런데...”


말을 하다 말고 병태가 소주잔을 비웠다.


“넌 부모님이 누군가에 의해 살해된 거라고 했어.”

“살해? 왜?”

“나야 모르지. 다만, 그날 이후 갑자기 형사가 되겠다면서 경찰시험을 준비했어. 게다가 태권도 유도 검도에 매일 같이 운동하면서 몸도 만들었고.”


동생 양부모의 죽음에 무슨 비밀이 있는 게 분명해 보였다.


그 비밀을 동생이 알고 있었던 것 같은데, 동생은 왜 경찰에게 이를 말하지 않고 혼자만 알고 있었을까?


“너 원래 웹툰 작가가 꿈이었어.”

“웬툰? 그 만화 그리는 작가?”

“그래. 고등학교 때 단편 웹툰 공모전에 응모해서 대상도 받았어.”


2층 서재 책장에 웹툰과 관련된 서적이 많았던 이유가 이해가 되는 나인이었다.


“그 좋아하던 그림까지 포기하면서 경찰이 된 걸 보면, 뭔가 말 못 할 비밀이 있었던 것 같은데, 나한테도 말해주지는 않았어.”


만약 동생 양부모의 죽음이 단순 화재사고가 아닌 사고로 위장한 살인이라면?


그렇다면 동생을 대신해 그 범인을 찾아 단죄할 생각이다. 그리고 동생과 달리 법이 아닌 킬러의 방식으로 그 죄를 물을 생각이다.

아주 고통스럽게 그 죗값을 뼛속까지 새겨줄 생각이다.


그때 순댓국밥집으로 젊은 남자 두 명이 들어왔다. 한 놈은 빨간머리 다른 한 놈은 스포츠머리를 하고 있었는데, 팔에 새겨진 문신 등으로 봐서 동네 양아치들 같았다.


둘은 나인의 옆 테이블 앉았는데, 그중 빨간머리 양아치가 병태와 눈이 마주쳤다.


“어? 너 빵셔틀?”


빨간머리 양아치가 자리에서 일어나 병태에게 다가왔다.


병태는 겁을 먹은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맞네. 나 기억 안 나?”

“뭐냐?”


병태 대신 나인이 말했다.


빨간머리 양아치의 시선이 나인에게 향했다.


“너... 빵셔틀 2호. 맞지?”


양아치의 말에 나인은 고개를 갸웃했다.


“빵셔틀? 2호?”


작가의말

다음 화에 빨간머리 양아치의 사망 각이 나올 것 같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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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킬러 순둥이 막내 형사가 되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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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화. 서울 광수대 +5 24.03.06 2,222 40 12쪽
22 22화. 유민태 +4 24.03.05 2,245 40 12쪽
21 21화. 범호그룹(3) +4 24.03.04 2,230 36 12쪽
20 20화. 범호그룹(2) +4 24.03.03 2,247 35 13쪽
19 19화. 범호그룹(1) +6 24.03.02 2,256 41 12쪽
18 18화. 쌍명산 살인사건 +4 24.03.01 2,292 39 12쪽
17 17화. 단서. +8 24.02.29 2,303 41 13쪽
16 16화. 강력3팀 짐덩이(3) +4 24.02.28 2,336 44 12쪽
15 15화. 강력3팀 짐덩이(2) +7 24.02.27 2,342 40 12쪽
14 14화. 강력3팀 짐덩이(1) +4 24.02.26 2,413 41 12쪽
13 13화. 공팔이(3) +5 24.02.25 2,411 42 12쪽
12 12화. 공팔이(2) +4 24.02.24 2,424 42 12쪽
11 11화. 공팔이(1) +6 24.02.23 2,446 41 12쪽
10 10화. 친구? 죽이거나 살리거나 +8 24.02.22 2,505 45 15쪽
9 9화. 찰리 황 +5 24.02.21 2,484 46 12쪽
8 8화. 다이어 얀 +4 24.02.20 2,537 43 11쪽
7 7화. 테스트 +7 24.02.19 2,565 46 12쪽
6 6화. 빵셔틀 킬러? +7 24.02.18 2,607 39 11쪽
» 5화. 쌍둥이 형제 +5 24.02.17 2,650 40 12쪽
4 4화. 형사가 된 킬러. +3 24.02.16 2,663 37 12쪽
3 3화. 신이 존재한다면 +4 24.02.15 2,665 38 11쪽
2 2화. 강력계 형사 강태식 +3 24.02.14 2,879 36 11쪽
1 1화. 킬러 나인(nine) +4 24.02.13 3,490 4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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