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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3.12 19:55
최근연재일 :
2024.09.07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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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3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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롸커의 품격

DUMMY

“우선, 바로 술을 가져가면 안 돼. 일단 구석진 데로 가서 굵은 목소리로 쌈장이 어딨냐고 물어보는 거야. 그런 다음 마른 안주와 쌈장, 술을 같이 들고 가면 90% 성공이지.”


“오! 그렇구나.”


나는 그 말을 듣고 현철이 얼굴을 유심히 봤는데... 좋은 말로 하면 어른스러워 보였고 나쁘게 말하면 애늙은이 같아 보였다. 내가 보기엔 현철이가 쌈장 fake를 써서 술을 살 수 있었던 게 아니라 그냥 딱 봐도 술 살 수 있는 사람처럼 늙어보여서였을 것이다.


“암튼 이제 고기 사러 가자!”


[까랑 까랑]


요란하게 울리는 술병소리가 왠지 듣기 좋다.


[치이익]


불판에 고기를 올리고


“쨘! 수고했다. 마시자.”


“첫 합주를 마치고 우리는 아름다운 비행을 시작했다.”


“크으... 쓰다 써. 이런 걸 왜 마시나 모르겠네?”


“짜식, 넌 아직 멀었어.”


“어쭈? 넌 좀 마셔봤나보네?”


“나도 잘 못 마시는데 확실한 건 너네 보다 잘 마신다는 것.”


“에이... 그게 뭐 자랑이라고...”


“그거 몰라? 롸커라면 술, 담배는 할 줄 알아야한데”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술, 담배를 할 줄 알아야한다고? 왜?”


나는 몸에 해롭기만한 술 담배를 왜 할 줄 알아야하는 지 그게 롸커랑 무슨 상관이 있는지 현철이에게 물었다. 현철이가 자작을 하더니 혼자 들이킨다. 살다보면... 감당하기 힘든 순간이 온데... 그 순간만 이겨내면 되는데 많은 이들이 돌이키지 못 할 선택을 한다고 하더라... 나는 사뭇 진지한 말에 귀 기울여 들었다.


“썩 좋은 방법이 아닐지라도 죽는 것보단 낫잖아. 잠시 생각을 접어 두고 술 한잔, 담배 한모금 피우다 보면 다시 해 볼 용기가 생긴데”


“오오! 그렇구나!”


뜻밖의 이야기에 감동을 먹었다.


“그런데 누가 해준 말이냐?”


현철이가 씨익 웃더니 말했다.


“우리 아버지가! 술도 아버지한테 배웠어.”


“......”


생각해 보면 이 땅에 모든 아버지들이 롸커가 아닐까? 가족들을 위해 한 없이 멋지고 강한 모습을 보여야 하지만 몰래 삭혀야 했을 괴로움도 컸을 것이다. 현철이가 부러웠다. 나에게도 술 한잔 같이 기울일 아버지가 계셨더라면... 원망스럽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그 괴로움이 크셨기에 술한잔 안주시고 가셨습니까? 술 때문인지 돌아가신 아버지 때문인지 눈물이 났다.


“어어? 영길이 술 됐나보네? 운다. 오늘 그만 마시자!”


“그래, 그래 셋이서 5병이면 많이 마신 거다.”


“대충 정리하고 자자! 내일 일어나서 목욕탕 가면 개운해질 거다.”


“알았다. 늦잠 충분히 잘 수 있도록 알람 다 끄고!”


“잘 자라! 꿈에서도 합주하자!”


어렵게 악기 구하고 보일러실을 개조해 연습실을 만들었다. 첫합주를 하고 삼겹살에 소주를 곁들여 이야기꽃을 피웠다. 나름 괜찮은 출발에도 잘 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이 들었다. 이런 저런 고민 끝에 잠이 들려하는데


[드르렁...]


술 마실 때까지만 해도 조용하던 성원이가 코를 골기 시작했다. 아...C 그렇게 난 앞으로의 팀생활을 구상하며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 밴드 한 지 어느덧 세 달이 되었고 그 즐거움을 알게 되니 공부는 점점 뒷전이 되었다.


[연습실]


“좀 늦었네?”


“아! 미안미안, 할 일이 좀 있어서...”


“아무리 그래도 합주 시간은 지키자. 너 요새 자주 지각한다.”


“아, 그래그래.”


언제부터인가 현철이가 컴퓨터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나는 내심 현철이가 드럼 학원에 다니기를 바랐지만 미래를 위한 준비라고 하니 그저 섭섭한 마음뿐이었다. 그 미래에 우리 블랙엘리펀트는 없는 걸까? 어쨌든 새로운 연습곡으로 합주를 시작했다. 출발은 순조로웠으나 뒤로 갈수록 현철이가 틀리기 시작했다.


“성원아! 잠깐만. 현철아! 너랑 나랑 둘이서만 후렴 부분에서 다시 해보자.”


아니나 다를까 드럼을 엉망으로 쳤다.


“잠깐! 현철아! 아직 덜 땄냐?”


“......”


현철이는 말이 없었다.


“이거 시작한지 한달이 지났는데 아직 덜 따면 좀 그렇지 않냐?”


싸늘한 분위기에 성원이는 어쩔 줄 몰라했다.


“어차피 취미로 하는 건데 뭘 그리 쪼아대냐?”


현철이가 드럼 스틱을 던졌다.


“이런 식으로 할 거면 그만둬라!”


“에이 C...”


현철이는 분에 못 이겨 나가버렸고 성원이도 따라나간다.


“......”


홀로 남겨진 연습실에서 별별 생각을 했다.


맥00도.


“자자! 오늘은 내가 쏠 테니까 많이 먹어!”


성원이가 다같이 햄버거 먹자고 해서 오긴 했지만 현철이와의 감정이 풀리지 않아서 그냥 앉아만 있었다. 현철이도 마찬가지이다.


“미안하다. 니 말이 맞다.”


오랜 침묵 끝에 내가 먼저 말했다.


“우리가 프로가 아닌 이상 그리 열심히 할 필요는 없지. 맞아! 우린 그저 취미로 시작한 밴드니까.”


나는 마지 못해 햄버거를 한 입 베어 먹었다.


“그런데 말야... 나는 어디가서 공연하게 되면 못 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는 않아. 쪽팔리지 않냐? 그럴 것 같으면 시작도 안 했지...”


현철이와 성원이는 내 말을 주의 깊게 들었고 나는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너희들에게 부탁 하나만 하자”


“부탁? 그게 뭔데?”


“어차피 우리가 프로가 될 수는 없어. 결국 우리도 대학 가서 취업하고 해야겠지...”


“그래서?”


“1년만 빡세게 준비해서 공연 딱 한 번만 하고 해체하자. 그래도 이왕 결성한 거 공연 한 번 해야하지 않겠니?”


“......”


다들 말이 없었다.


“그래! 할 거면 제대로 해보자. 후회없이 멋진 추억 하나 만들어 보자.”


맥00도에서 우리는 처음이자 마지막 공연을 맹세했고 내 기억에 그날 먹은 불고기 버거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었다. 비 온 뒤 땅은 더 굳어진다고 우리 셋은 그 뒤로 더욱 똘똘 뭉쳐 연습하고 함께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래도 10곡 정도는 해야겠지?”


“어디보자. 10곡이면 3, 40분 잡고 멘트까지 하면 딱 1시간 되겠네!”


“그래! 앵콜까지 10곡 하자!”


그리고 우리는 고민 끝에 공연할 10곡을 정하였다


“음... 아무래도 객원멤버를 좀 뽑아야겠는데... 이 곡들 니가 노래 부르면서 연주하기엔 좀 힘들지 않겠냐?”


“아! 그러고보니 그렇네... 선곡을 바꾸기도 그렇고 주변에 누구 아는 애 있냐?”


“잠시만...”


기타쟁이 성원이가 누군가를 떠올렸다.


“영길아! 혹시 용희라고 아냐?”


“어? 들어본 것 같은데 그 우현동 뚱베이오스틴이라고 불리는 녀석 아니냐?”


“응! 맞아 맞아. 걔 한테 한번 물어볼까?”


“우와... 그런 애가 우리랑 같이 하려고 할까?”


“나랑 친하니까 한번 꼬셔 볼게”


“그래, 잘 꼬셔봐라. 그럼 키보드는 어쩌지?”


“글쎄...”


그때나 지금이나 키보드 구하기는 참 어려웠다.


“에잇... 키보드는 천천히 구해보자. 정 안되면 세컨 기타로 대신하면 되니까.”


“그래!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아자! 아자!”


어찌 어찌 보컬과 키보드도 구하고 셋이서 출발한 팀은 어느덧 여섯 명의 완전체를 이루었다.


첫 합주.


“다들 고마워... 지금 내가 너희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없지만 한가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공연을 통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멋진 추억을 만들게 될 거야.”


고 3이 되기 전 학교 축제에서 공연하는 것을 목표로 우리는 열심히 연습했다.


누구도 완벽할 수는 없다. 특히 누군가를 사랑할 때 더욱 그러한 것 같다. 사랑을 몰랐던 내가 변하게 된 계기는 음악을 통한 간접경험이었고 키보드를 도와주게 된 아영이 때문이었다.


[치이익]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합주 후 삼겹살에 생명수를 나눠 마시고 있었다.


“캬아! 용희는 담배도 피우네? 학생이 아니라 완벽한 롸커야!”


“짜식들, 담배 맛을 모르면서 음악과 인생을 논하지 마라.”


“어쭈, 어디서 주워 들은 건 있어 가지고 얌마! 냄새 나니까 밖에 나가서 피워”


“아아! 쏘리쏘리”


나는 아영이가 담배 냄새를 싫어하는 것 같아 용희를 밖으로 보냈다.


“자! 이거라도 마셔. 넌 술 못 마시지?”


아영이에게 소주 대신 사이다를 건낸다.


“고마워.”


[짠]


우리는 서로 잔을 부딪치고 마셨다.


“할 만해?”


“뭐 느낌은 조금 다르지만 연주하는 데는 문제없어. 교회서 늘 하던 거라...”


“어? 너도 교회 다니는 구나... 아! 이거 부끄러운데?”


“뭐가 부끄러워?”


“교회 다니는 애가 술이나 먹고 다녀서 말이야... 갑자기 하나님이랑 너한테 부끄럽네...”


주눅 들어 있는 내게 아영이가 다정하게 말했다.


“괜찮아, 너무 많이 마시지만 않으면 되지. 하나님은 네가 뭘 하든 네가 행복하길 바랄 거야.”


“그런가?”


“그럼!”


나는 그제야 다시 웃음을 찾았고 나도 소주 대신 사이다를 마시기 시작했다. 아아... 아영이가 내 여자친구라면...


[치이익]


나의 바람이 이루어질까? 고기를 굽던 불판의 불은 꺼졌고 멤버들도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갔다.


“너 아영이 좋아하지?”


기타쟁이 성원이의 물음에 나는 당황했다.


“아... 아냐”


“아니긴 뭐가 아냐? 비밀로 해줄 테니까 PC방 쏴라”


“아... 이 독사 같은 녀석!”


“자꾸 그러면 물어버린다.”


며칠 후 드러머 현철이가 말했다.


“너 아영이 좋아하지? 큭큭 비밀로 해 줄 테니 밥 쏴!”


“......”


다들 내가 아영이를 좋아하는 걸 아는데 나만 아영이를 좋아하는지 모르는 것 같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가 아영이를 좋아해도 되는지 모르는 것 같았다.


[합주중]


둥둥둥둥... 틱.


“아이참... 야! 김영길! 아까부터 계속 틀리고 어디 아프냐?”


“아! 미안미안... 이제 집중할게!”


“똑바로 하자! 롸커의 가오가 있지. 이런 초보적인 노래에 헤매면 안되지.”


“알았어. 알았어. 자! 한번 더 고!”


연주가 잘 될 리가 없었다.


[힐끗]


언제부터인가 내 마음을 아영이에게 완전히 빼앗기고 말았다.


“아! 이거 도저히 안되겠다. 야! 한 대 피고 하자.”


성원이가 멤버에게 무슨 사인을 하더니 나랑 아영이 빼고 전부 나가버렸다.


“......”


“......”


같은 공간에 이렇게 둘만 남겨지니 우리는 많이 어색했다. 하지만 난 이 순간을 기회로 여겼다.


“저기...”


나는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아영아! 혹시 남자친구 있니?”


내 질문에 아영이는 다소 당황해한다.


“아... 아니.”


“......”


“......”


또 잠시 동안의 침묵이 흐른 뒤 이번에는 아영이가 물었다.


“너는? 너는 여자친구 있니?”


나는 방긋 웃으며 대답했다.


“아하하... 나도 없어.”


그리고 약간의 확신을 가진 나는 아영이에게 물었다.


“그럼 우리 친구할래? 넌 내 여자친구가 되고 난 네 남자친구가 되는 거지.”


과연 아영이는 뭐라 답해줄까? 부끄러운 건지 기분이 좋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영이는 얼굴을 숙인 체 히죽 웃고 있다.


“내 남자친구가 되기 위해선 조건이 있어.”


“조건?”


‘아아... 역시 쉬운 아이는 아니었구나...’


왠지모를 절망감이 몰려왔다. 그래도 궁금해서 그 조건이 뭔지 물어보았다.


“그 조건이 뭔데?”


아영이는 진지하게 말했다.


“그 조건은 여름에는 꼭 눈꽃팥빙수를 먹어야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어묵을 먹어야한다는 거야!”


“잉?”


의외의 소박한 조건에 나는 빵 터지며 웃고 말았다.


“푸하하! 그 정도는 가볍게 사줄 수 있지. 오케이 콜! 지금부터 넌 내 여자야!”


그렇게 아영이와의 썸이 사귐으로 이어졌다. 우리는 학교에서 수업할 때 빼고는 늘 같이 있었다.


“그럼 공연 끝나고는 팀 해체 하는 거야?”


아영이가 물었다.


“그렇지. 뭐... 다들 음악으로 먹고 살 거는 아니니까.”


“넌 어때? 음악 계속할 거야?”


“......”


나는 그 질문에 선뜻 대답할 수가 없었다.


“모르겠어... 하고는 싶은데 현실적인 부분을 생각하면 두렵기도 하고...”


“치잇, 니가 모르면 누가 아냐? 내가 보기에 답은 나온 것 같은데? 잘 모를 때는 니 마음이 가는 대로 한번 해봐. 가다보면 길이 나오겠지. 두렵다고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면 나중에 후회할 지도 몰라.”


“...”


그날 아영이의 말이 큰 위로가 되었다.


‘그래! 해보자!’


D-30


공연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지금 당장이라도 공연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연습은 충분히 된 상태이다. 아영이와 사귀게 되어서 마냥 좋은 나날을 보내고 있었는데 그러면 그렇지 인생은 그리 쉽게 흘러가지 않았다.


[뚜루루루]


세컨기타 용희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 용희야. 무슨 일이니?”


“그게...”


전화기 너머 들려오는 용희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작가의말

[펜타스트링] 독자여러분 안녕하세요~~~^^

제로드입니다


퇴근하고 잠깐 눈 붙였는데 푹 자버려서

이렇게 새벽에 글을 올립니다

잠 못 이루는 밤 

후배 기타리스트의 유튜브 영상을 보다 감동해서

와... 나도 이렇게 감동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라는 목표가 생기더라구요

지금은 비록 실력이 없어서 독자여러분에게 

그런 감동을 주지 못할지 모르지만

조금만 더 기다려주십시오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글을 쓴다면

먼 훗날  아!!! 그 때 그 시절이 있어서 오늘의 내가 있구나

라며  추억하는 날이 오겠지요???


독자여러분이 언제 어디서 무얼 하든

신의 은총이 함께 하길 바라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항상 행복하세요



같은 하늘 아래서

제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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