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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3.12 19:55
최근연재일 :
2024.09.07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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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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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밴드 메아리

DUMMY

“아...”


“하하, 망설일 필요없습니다. 부담없이 작성하시고 저희 밴드 메아리의 노예가 되어주십시오.”


“아... 하하...”


분명 웃자고 한 소리겠지만 연습실 분위기와 장비들은 장난이 아니었다.


[이름, 나이, 학번, 파트, 좋아하는 밴드...]


‘에잇, 뭐 내가 좋아하던건데 대학 생활 동안 이런 좋은 환경에서 활동하는 건 흔치 않은 기회야.’


나는 길게 생각하지 않고 락밴드 메아리 9기 베이스로 가입하게 되었다.


[끼익]


잠시 후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어! 훈아, 왔냐 베이스 신입 들어왔어.”


‘와!’


다시 봐도 멋진 형님이었다. 간단히 인사 나누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베이스 한번 쳐보실래요?”


“앗! 지금요? 안 친 지 오래 됐는데...”


“부담 갖지 마시구요. 크로메틱이나 간단한 플레이 한번 보여주세요. 초면에 실례인 줄 알지만 실력이 궁금하네요.”


“알겠습니다. 베이스는 이걸로 치면 되나요?”


나는 굳이 겸손하거나 내빼는 액션은 취하지 않았다. 이 세계에서는 어떻게든 스스로의 실력을 내보이는 게 중요하니까.


“제 베이스 치세요.”


나는 기타 스탠드에 거치 된 베이스 중 제일 싸구려로 보이는 걸 선택했지만 정훈이형은 고맙게도 그 당시 3대 베이스로 꼽히는 아리아 베이스를 연주 하도록 배려해주셨다.


[둥둥, 두둥둥]


“오! 역시 다르네요.”


살짝만 쳐봐도 아리아 베이스의 진가를 알 수 있었다.


“오! 기본기는 잘 돼 있네요.”


“헤헷, 그... 그런가요?”


형님의 칭찬에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형님 연주도 한번 보여주세요. 그때 공연 너무 멋있게 잘 봤어요.”


“아! 이거 아무한테나 안 보여주는 건데...”


“엇! 섭섭합니다. 저도 이제 같은 동아리 식구이니 아무나는 아니죠.”


“아! 그렇지. 그럼 후배니까 말 편안히 해도 되지? 이름이 영길이라고 했나?”


“네네, 그럼요! 말 편히 하셔도 돼요. 네, 김영길입니다. 한수 가르쳐주십시오.”


“후훗. 그래! 영길이라, 간단한 슬랩 한번 보여줄게.”


[둥두, 투땅투땅, 두두둠, 투땅땅]


‘와!’


누가 베이스를 재미없고 따분한 악기라 했는가? 말로만 듣던 슬랩 베이스를 눈 앞에서 직접 보니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놀랍고 멋있었다.


“가르쳐줄까?”


연주를 마친 훈이형이 내게 물었을 때 나는 놀라서 어쩔 줄 몰랐다. 슬랩 베이스를 정말 배우고 싶었는데 교본으로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앗! 정말요? 가르쳐주시는 거에요? 저야 좋죠.”


“그래! 그럼 오늘부터 너는 내 제자다. 나 수요일날은 알바 쉬니까 그날 시간 맞춰 레슨하자!”


“네네, 제가 형님 시간에 맞출게요. 대신 제가 밥 살게요. 레슨비 대신...”


“얌마! 밥은 형인 내가 사야지. 그런 거 신경쓰지 말고 가르쳐주면 연습이나 열심히 해!”


“그래도... 바쁘신데 공짜로 배우는 건...”


“어쭈!”


“아아! 네, 알겠습니다. 가르쳐만 주신다면 P대학 최고의 베이시스트가 되겠습니다.”


“어허! 그릇이 그렇게 작아서야. 적어도 대한민국의 최고는 되야지. 세상에 베이시스트가 얼마나 많은데.”


“아하하... 알겠습니다. 대한민국의 최고 베이스가 되겠습니다.”


그때는 그냥 우스갯소리로 했는데 그 말이 실현되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그 후 형님과 한달쯤 레슨을 하고 여느 때처럼 개인 연습을 하러 동아리 방에 갔을 때였다.


‘응? 누구지?’


동방에 처음 보는 사람이 있었다. 단정하게 자른 머리, 서류가방, 검은색 정장


‘응? 무슨 판매원인가?’


나는 지레 짐작하고 조심스레 여쭤봤다.


“여기는 동아리방인데 어떻게 오셨나요?”


“저... 기타를 배우고 싶어 왔습니다.”


“어? 학생이신가요? 신입생?”


“네, 03학번 이판곤이라고 합니다.”


“아! 나도 03학번인데 밴드 가입하려고? 야! 반갑다. 나는 베이스로 가입했어. 잘 됐네 니가 기타하면 드럼, 보컬만 들어오면 팀할 수 있겠다.”


내가 말을 편하게 하자 그도 안심하며 말을 놓았다.


“어! 그래, 니는 이름이 뭐고?”


우리는 그렇게 한참을 이야기했고 같이 저녁도 먹으며 금방 친해졌다. 며칠 뒤 판곤이는 같은 과 친구 정민이를 데려왔고 본인은 기타를 치고 싶어했으나 우리가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드럼을 맡기로 했다.


“쓰읍 하아... 이제 보컬만 들어오면 되는데...”


밴드의 생명이자 전체 비중의 80%를 차지하는 보컬. 그런데 이상하리라만큼 보컬이 한 명도 들어오지 않았다.


“야! 곤아! 정민이 말고 보컬할 만한 친구 없나?”


“내가 인간관계가 좁아서 너네 말고는 친구가 없다. 쏘리...”


“에고... 뭐 미안한 일은 아닌데... 큰일이네 벌써 1학기도 다 돼가는데...”


[끼익]


보컬 걱정을 하고 있을 때 누군가 들어왔다.


“저기...”


‘엇!’


그것도 여자 신입생이었다.


“저... 밴드하고 싶어서 왔어요.”


“네네, 어서 들어오세요. 여기 슬리퍼 신으시구요.”


“고맙습니다.”


“......”


일단 다 같이 테이블에 앉기는 했는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러고 보니 여자랑 이렇게 가까이에서 대화하는 건 너무 오랜만이라 더더욱 어색했다.


“이름이 뭐에요?”


내가 용기내어 말을 걸었다.


“성미, 김성미에요. 그런데 우리 다 같은 나이 아닌가?”


“어어, 그렇지. 친구끼리인데 말 편하게 하자. 나는 김영길이고 베이스를 맡고 있어. 얘는 이판곤, 기타고 얘는 드럼에 최정민.”


“아, 그렇구나. 보컬이 없네?”


“응, 제일 먼저 들어와야할 파트인데 아직 코빼기도 안보이네. 그래서 말인데 성미 니가 보컬 맡아주면 안되냐?”


성미는 다소 당황한 듯 했다.


“아... 나도 베이스 하고 싶은데... 나 노래 잘 못 불러.”


“괜찮아! 연습하면 되지.”


나는 어떻게든 성미를 설득해서 보컬로 세우고 싶었다.


“그래! 내가 보컬할게. 대신 조건이 있어.”


“조건? 그게 뭔데?”


“나 연습할 때 영길이 니가 같이 해주는 거.”


“어? 아! 그래.”


“히힛. 고마워.”


뭔가 성미와 나 사이에 핑크빛 기운이 도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지만 판곤이나 정민이를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연습실 옆 운동장]


“아아아아”


나는 성미와 발성연습을 하러 나왔다.


“좋아! 잘했는데 뒤로 갈수록 음정이 흔들리고 소리가 작아지는 것 같애. 목 좀 풀고 다시 한번 해보자. 정확한 음정, 일정한 소리. 내가 한번 보여줄게.”


나는 호흡을 가다듬고 소리를 질렀다.


[아아아아]


그런데...


[아아커컥]


보기 좋게 삑사리가 나고 말았다.


“꺄르르꺄르르”


성미는 온몸으로 웃었고 나는 부끄러워서 웃었다.


“음, 그래! 잘했는데 삑사리만 조심하면 될 것 같애. 꺄르르르.”


“아, 이거 부끄럽구만... 나는 베이스라구!”


“알겠어. 알겠어. 그만 놀릴게.”


우리는 그렇게 단 둘이 즐겁게 발성연습을 했다. 어쨌든 각 파트 별로 한명씩 들어와서 한 팀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정훈이형에게 꾸준히 레슨을 받았고 다른 파트의 동기들도 선배님들이랑 시간을 맞춰 레슨을 받았다. 성미는 여전히 선배한테 레슨 받는 것보다 나한테 레슨 받는 걸 더 좋아하는 듯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레슨 보다 그저 같이 밥먹고 PC방 가서 노는 걸 더 즐겨했다.


[동아리방]


“자! 오늘은 예고한 대로 너희들에게 연습곡을 주겠다.”


학기말이 다 돼갈 무렵 회장형님이 연습곡을 주셨다.


[둔둔따라, 둔둔따라]


스피커를 통해 온 전주가 심상치 않았다.


[즁즁즁즁, 즁즁즁즁, 쨔즁즁, 쨔즁즁, 쨔즁]


‘아니 이 노래는...’


80년대 인기메탈그룹 스파이더 Down to the hell이라는 노래였다.


“어떠냐? 이 정도는 할 수 있겠지? 그럼 열심히 해라. 난 간다.”


“......”


형님, 누님들이 다 나가시고 우리는 비상회의를 했다.


“야... 이거 어떡하냐? 우리가 소화하기엔 힘든 노래인데...”


“뭐 그렇긴 한데 어려운 부분은 쉽게 바꿔치자.”


“에이. 그런 롸커 자존심이 허락 안 하지.”


“야! 지금 롸커자존심 따질 때냐? 마지막에 회장형 하는 말 못 들었어? 형편없이 연주하면 빠따친다고 하잖아.”


“어머? 나도 빠따 맞는 거야?”


“설마 너까지 때리겠냐?”


“그런 게 어디있어? 같은 팀인데 지옥까지 함께 해야지. 맞을 거 생각하지 말고 열심히 연주해서 합주 시험 통과하자!”


“그랴! 성미 말이 맞아. 지옥까지 함께 할 우리라면 못 할 게 없지. 자! 가자! Down to the hell.”


[PC방]


‘다운, 투 더 헬’


[탈컥]


나는 우선 국내 최대 악보 사이트에서 합주곡의 악보를 검색해봤다.


[요청하신 자료가 없습니다.]


‘아! 큰일이네...’


역시 악보가 없었다.


“야! 그냥 귀카피하자. 보고하나 귀 카피 하나 시간은 비슷할 거야.”


“그렇긴 하지만... 정확히 카피하는 게 중요한데...”


“어차피 악보가 없잖아. 최대한 비슷하게 카피하는 걸 목표로 하자.”


“그래, 그럼 다다음주까지 카피하고 모여서 합주하자. 바빠도 시간 약속 꼭 지켜야해!”


“알았다. 합주날 보자.”


[합주날]


“다들 준비됐지?”


“뭐... 그럭저럭...”


“아하하... 대답이 영 시원치 않다.”


“그럼 시작한다. 정민아 비트주라.”


[틱틱틱틱]


드럼을 시작으로


[즁즁즁즁]


P대학 락밴드 메아리 9기의 첫합주가 시작되었다.


[Someone come close to me...]


순조롭게 시작되어 어느덧 절정으로!


[Draw me down, draw me down, down to the hell]


약간 청량한 목소리를 가진 성미가 이런 헤비한 노래를 소화해 낼 수 있을까 걱정이었는데 생각보다 연습을 많이 한 모양이다. 기타와 드럼도 대학 와서 처음 배운 것 치고는 잘 따라와 주었다.


“좋아. 처음 합주했는데 이 정도면 괜찮을 것 같애. 잘 안 되는 부분이 3군데 있는데 그거 집중해서 연습하고 2바퀴만 돌려보고 밥 먹으러 가자!”


“그래. 그래! 아우 벌써 배고프다.”


낮에 모였는데 해가 떨어지고 나서야 연습이 끝났다.


[합주 검사날]


금요일 저녁 6시... 우리 9기의 합주 검사날이 되자 처음 보는 형님 누나들도 동아리방을 찾아 오셨다.


“준비 됐으면 시작해!”


“넵!”


회장형님의 말에 우리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는 드럼 정민이에게 신호를 주었다.


[틱틱틱틱]


경쾌한 하이햇 소리와 함께 합주 검사를 시작했다.


[someone come close to me, I’m screeming out, but nobody hear it... draw me down draw me down to the hell]


무사히 연주가 끝나고 약간의 박수라도 나와야 하는데 분위기는 영 싸늘했다.


“다들 악기 정리하고 앉아봐!”


회장형님이 벌써부터 호통 치는 듯 말했다.


“각 파트 별로 한마디씩만 조언해줘!”


“크흥...”


베이스 정훈이형부터 말할 모양이었다.


“영길아!”


“네! 형님...”


나는 바짝 긴장했다.


“너는 리더잖아. 다른 얘들과 다르게 좀 치다왔고.”


“......”


나는 잠잠히 들고 있었다.


“그러면 리더답게 전체를 아우를 줄 알아야지. 지금보니 니꺼 연주하느라 바쁘구나. 연습할 때도 이렇게 했냐?”


“......”


나는 아무말도 못했다. 그 다음으로는 기타 판곤이를 가르친 환석이형이 말했다.


“기타 소리가 너무 지저분하게 들렸어. 이건 피킹 연습이 부족했다는 뜻이야. 연습하기 전에 메트로놈 50BPM에 4연음으로 1시간 하고 시작하도록 해라!”


“네네...”


차례대로 한소리를 들으니 우리는 쳐진 미역처럼 기운이 다 빠졌다.


“이 자식들, 그 정도 가지고 풀이 죽다니, 내 너희들의 죄를 술로 엄하게 다스리겠다. 여봐라! 셋팅!”


[네! 각하!]


회장형님의 말에 정훈이 형을 비롯한 동아리 모든 형님, 누님들이 바닥 신문지를 깔고 냉장고에서 술과 안주들을 꺼냈다.


“자자! 다들 앉고 잔에 술을 채워라!”


[꼴꼴꼴꼴]


아! 술 따르는 소리가 이리 아름다웠던가? 싸늘하던 합주 검사가 끝나고 따뜻하고 화기애애한 술자리가 시작되었다.


“자! 다들 알지? 첫잔은 원샷노브레끼!”


[원샷노브레끼]


“......”


형님 누님들은 회장형님의 구호에 맞춰 다들 한잔하는데 우리는 무슨 말인지 몰라 잔을 든 채 눈만 뻐끔뻐끔 거렸다. 나는 그 말이 궁금해서 옆에 있던 형에게 물어봤다.


“형님, 아까 원샷 뭐라고 한 거에요?”


그러자 형님은 웃으며 대답했다.


“짜식, 역시 못 알아들었구나. 형이 네이티브스피커의 발음으로 말해주마.”


형은 호흡을 가다듬고 뭔가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One shot! no brake!]


“이제 알겠냐? 멈추지 말고 한번에 마시라는 말이다.”


작가의말

[펜타스트링] 독자여러분~~~ 안녕하세요??? ^^

제로드입니다


이게 얼마만의 업로드인지도 모르겠네요

이리저리 삶에 치여살다보니 많이 소홀했습니다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오려고 하네요

제법 바람도 많이 시원해졌습니다


다이어트를 다시 할까 생각중인데

늘 그랬듯 또 잠시 하다가 포기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시도는 해보겠습니다

몸이 무거우니 삶도 무거워지는 것 같아서요


여러분도 늘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라겠습니다



같은 하늘 아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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