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시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돈뿜기
작품등록일 :
2015.08.19 21:04
최근연재일 :
2015.09.22 21:03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74,189
추천수 :
1,845
글자수 :
122,644

작성
15.08.22 11:41
조회
2,839
추천
68
글자
10쪽

위시 4화

DUMMY

두려움을 참고 포탈 안으로 걸음을 내딛자 따금거리는 감촉이 전신을 훑고 지나갔다. 하지만 그도 잠시. 눈앞에 새롭게 펼쳐진 세상에 최강은 자신도 모르게 턱이 빠져라 입을 벌렸다.


조금 전까지 산의 초입이었던 지형이 포탈 안으로 들어서니 정글의 한복판으로 바뀐 것이다. 그 높이가 얼마인지 짐작도 되지 않는 나무들이 하늘을 뚫을듯 솟아 있었다.


“1조는 불을 피우고 2조는 주변을 정리해서 머무를 공간을 확보한다. 3조는 주변 경계 철저하게 서라.”


모든 인원이 포탈 안으로 들어선 것을 확인한 강무혁이 일체의 망설임 없이 명령을 내렸다. 명령이 떨어지자 블랙 스콜피온의 길드원들이 2인1조로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1조에 속한 이들은 인근의 마른 잔가지를 모아 부싯돌로 불을 피웠고 2조에 속한 이들은 메고 있던 배낭에서 삽과 천막을 꺼내 간이용 막사를 만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최성일은 주변을 둘러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난 또 포탈 속은 들어서자마자 괴물이 득실거리는 줄 알았네. 이 주먹으로 가볍게 잡아볼까 했더니. 그나저나 여기 분위기 끝내주는데. 여기서 한 번 하면. 킥킥.”


무엇을 떠올렸는지 어깨마저 들썩거리며 최성일이 히죽거렸다.


터벅터벅


“응? 뭐, 할 말.......컥!”


자신에게 걸어오는 강무혁을 발견한 최성일이 입을 벌리려는 순간이었다.


최성일은 복부에서 느껴지는 강력한 충격에 눈알이 빠질 것 같은 고통을 느끼며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털썩.


“이.......개.......헉헉.”


갑작스레 당한 폭행 분노가 머리끝까지 올랐지만 최성일은 말조차 제대로 내뱉을 수가 없었다. 말은커녕 숨을 쉬기도 힘들 지경이었다.


강무혁이 허리와 무릎을 굽혀 그런 최성일과 시선을 마주쳤다.


“내가 말했지. 이쪽 세상은 네놈이 설치는 세상과 다르다고.”


“헉헉. 너 이러고도 돌아가면 무사할 줄 알아?”


“최 사장이 그러더군. 팔 다리 하나쯤은 부러져도 상관없으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안전하게 데리고만 오라고.”


“아, 아버지가?”


팔불출이었기에 최성일을 그만큼 더 아끼는 최 사장이었다. 그랬기에 최성일의 개차반 같은 성격을 잘 알고 있었고 그로 인해 포탈 안에서 혹 사고가 날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강무혁과 어느 정도 이야기가 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니까 괴물 새끼들 먹이가 되기 싶으면 입 닥치고 있어.”


최성일이 몸을 부들거리며 강무혁을 쳐다봤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푹 숙이고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망나니처럼 살아온 그라도 지금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사실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개자식. 나가면 보자.’


최성일이 얌전해지자 강무혁이 몸을 일으켜 세우며 장주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의뢰인 잘 모셔라.”


“알겠습니다. 마스터.”


“대성아, 시작한다.”


강무혁의 말이 떨어지자 김대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옆에 서있는 최강을 쳐다봤다. 최강이 침을 꿀꺽 삼키며 입을 열려던 순간이었다. 왼쪽 팔뚝에 따끔거리는 통증과 함께 싸한 통증이 밀려왔다.


최강이 반사적으로 시선을 돌려 자신의 왼쪽 팔뚝을 쳐다봤다. 입고 있던 옷이 날카롭게 베어져 있었고 그 틈으로 핏물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순식간에 눈물이 핑하고 돌았다. 당장이라도 울음보가 터질 것 같았다.


“새끼, 이제 와서 어린아이처럼 굴면 넌 죽는다. 내가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했지?”


“......뒤, 뒤도 돌아보지 말고 달리라고요.”


“그래,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한다?”


질문과 동시에 김대성의 손이 최강의 등을 팍하고 쳤다. 순간 입술을 질끈 깨문 최강이 땅에 붙은 것 같은 두 다리를 움직여 몇 걸음 앞으로 내딛었다.


“뒤돌아보지 말고 달려!”


이어서 들려오는 목소리. 그게 기폭제였다. 고개를 푹 숙인 최강이 땅을 박차고 정글 안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최강이 달려 나가자 그때까지 지켜보고 있던 장주환이 김대성에게 다가와 어깨를 두드렸다.


“고생했다. 애가 똘똘해서 다행이야. 시작부터 시체 만들면 일진이 안 좋으니까.”


가볍게 하는 이야기였지만 그 내용만큼은 그렇지 않았다. 블랙 스콜피온은 최강이 겁에 질려 주저앉을 최악의 상황에 대해서 이미 대비를 하고 있었다. 실제로 그런 경우가 적지 않게 있었기 때문이었다.


철컥.


메고 있던 배낭에서 꺼낸 장비의 조립이 끝난 강무혁이 최강이 뛰어 나간 방향을 쳐다봤다.


“레드 픽시 사냥 시작이다.”


-


정신없이 뛰었다. 태어나서 이렇게 열심히 달려 본적은 없었다. 숨이 턱밑까지 차서 두 다리를 멈추고 싶을 때면 머릿속에 김대성의 경고가 떠올랐다.


‘달리는 걸 멈추면 죽는다.’


최강은 이제 고작 8살이었고 누가 뭐라 해도 살날이 많이 남아 있었다.


그랬기에 죽기 싫어 달렸다. 김대성의 경고도 있었지만 어느 순간 정글 속에서 들리는 기상천외한 소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달려야 했다.


크아악!


괴물의 육성으로 추측되는 소리에 두 다리가 멈추려하면 입술을 깨물거나 상처가 난 부위를 손으로 움켜쥐었다. 그리하면 치밀어 오르는 통증에 정신이 번쩍 들어 멈추지 않고 달릴 수가 있었다.


만약 바닥의 나뭇가지에 다리가 걸리지 않았다면 최강은 끈임 없이 달렸을 것이다.


“하아.......하아......”


잠깐 휴식을 취하자 몸속에서 거침없이 산소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 순간만큼은 김대성의 경고도 정글에서 들리는 기상천외한 소리도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흑......”


최강은 문득 서글픔이 몰려옴을 느꼈다. 자신의 또래 아이들은 부모를 잘 만나 행복하게 지내는데 왜 자신에게만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자신도 부모와 손을 잡고 맛있는 것을 먹고 놀이동산도 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함에도 단 한 번도 부모를 원망하거나 세상을 원망한 적이 없었다. 지금은 비록 힘도 없고 할 수 있는 일도 적은 어린아이지만 조금 더 크고 어른이 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으리라 믿었다.


지금처럼 어딘지도 모르는 정글 한복판에서 엎어져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난 행복해질 수 있어. 포기하지 않아.”


눈가에 맺힌 눈물을 소매로 훔친 최강이 점차 무거워지려는 몸을 애써 추스르며 일으켰다.


“어?”


몸을 일으키며 고개를 든 최강은 숨이 턱하고 막힘을 느꼈다. 눈앞에 생전 처음 보는 괴물들이 노란 눈동자로 최강을 쳐다보고 있었다. 괴물의 이마에는 반짝이는 금빛 별 한 개가 박혀 있었다.


“괴, 괴물”


괴물은 1성의 놀이었다. 포탈의 먹이 사슬에서 최하위에 위치한 괴물이지만 최강과 같은 어린아이는 수백이 달려들어도 어찌할 수 없는 존재였다. 최강은 본능적으로 김대성이 건네준 벨트에 매달린 단도로 손을 옮겼다.


차가운 느낌이 손바닥에 퍼졌지만 마음을 진정 시키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왜 가만히 있는 거지?’


묘한 대치 상황. 하지만 이내 최강은 지금의 상황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김대성의 말에 따르면 1성의 놀은 선공 괴물이었다. 다시 말해 최강을 발견했다면 망설임 없이 달려드는 것이 정상이었다.


하지만 이런 최강의 의문은 오래지 않아 풀렸다. 두 마리의 놀이 양 옆으로 비켜서며 붉은 날개가 도드라지는 생명체가 나타냈기 때문이었다.


그 모습은 마치 동화 속 피터 팬에 나오는 팅커벨과 비슷해보였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마치 흡혈귀처럼 두 개의 송곳니가 삐죽 튀어 나와 있다는 점이었다.


최강은 새롭게 나타난 괴물이 레드 픽시임을 알아차렸다. 이마에 밝힌 두 개의 별과 붉은 날개는 김대성이 설명해준 레드 픽시의 특징과 일치했다. 그와 동시에 김대성이 했던 또 다른 말이 떠올랐다.


‘레드 픽시를 발견하면 산다.’


살수 있다는 생각이 떠오르자 굳어져 입이 스륵하고 풀리는 게 느껴졌다. 몸에 남아 있는 힘을 억지로 짜낸 최강이 눈을 질끈 감고 소리쳤다.


“여기에요! 여기 그 괴물이 있어요!”


목청이 터져라 외치며 최강은 속으로 빌고 또 빌었다. 제발 이 감았던 눈을 뜨면 괴물이 아닌 자신과 같은 사람이 있기를 말이다. 간절한 소망을 빌어 최강이 조심스레 눈을 떴다.


“아......”


까르르


최강이 눈을 뜨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레드 픽시가 송곳니가 튀어 나온 입을 벌리며 웃음을 토해냈다. 그런 레드 픽시의 시선은 피가 뚝뚝 흘러내리는 최강의 팔뚝으로 향해 있었다.


“나 이렇게 죽는 거야? 씨잉. 저 괴물만 발견하면 산다면서요!”


순간적으로 김대성에 대한 원망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원망은 이내 오기가 되었다.


스릉.


벨트에 메여 있던 단도를 꺼내자 날카로운 금속음이 흘러 나왔다.


“그, 그냥은 안 당해.”


부들부들 떨리는 몸을 억지로 참으며 최강이 단도를 앞으로 내밀었다.


과거에도 그랬다. 공원에서 주운 500원 짜리 하나를 지키기 위해 최강은 자신보다 머리가 두 개는 더 큰 중학생에게 덤벼들었었다. 그때도 죽을 만큼 무섭고 겁이 났지만, 그래도 자기 것을 빼기는 게 더 싫었다.


어차피 빼길 거라면 반항이라도 해보자. 어차피 저 괴물들에게 죽을 거라면 머라도 해보자. 어렸기에 할 수 있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캬캬!


하지만 오히려 레드 픽시는 그 모습이 재미있다는 듯 웃음을 토해냈다.


고작 먹이 따위가 하는 반항이 꽤 재미있다는 눈치였다.


그리고는 펄럭이고 있는 붉은 날개를 빠르게 흔들었다. 그와 함께 지금까지 대기하고 있던 두 마리의 놀 중에서 한 마리가 최강을 향해 뛰어 들었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위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0 위시 30화 +3 15.09.22 1,558 55 8쪽
29 위시 29화 +4 15.09.20 1,908 53 10쪽
28 위시 28화 +6 15.09.19 2,258 58 11쪽
27 위시 27화 +8 15.09.18 1,820 46 10쪽
26 위시 26화 +2 15.09.16 2,117 58 9쪽
25 위시 25화 +2 15.09.14 2,022 56 8쪽
24 위시 24화 +3 15.09.11 2,061 52 7쪽
23 위시 23화 +1 15.09.08 2,254 58 11쪽
22 위시 22화 15.09.05 2,300 54 10쪽
21 위시 21화 +4 15.09.03 2,171 59 9쪽
20 위시 20화 +3 15.09.02 2,260 51 9쪽
19 위시 19화 +7 15.09.01 2,340 61 8쪽
18 위시 18화 +1 15.08.31 2,322 53 8쪽
17 위시 17화 +1 15.08.29 2,433 60 8쪽
16 위시 16화 +3 15.08.28 2,346 59 9쪽
15 위시 15화 +4 15.08.28 2,304 59 9쪽
14 위시 14화 +4 15.08.27 2,334 65 9쪽
13 위시 13화 +6 15.08.27 2,460 65 7쪽
12 위시 12화 +3 15.08.26 2,380 56 9쪽
11 위시 11화 15.08.26 2,488 56 10쪽
10 위시 10화 +9 15.08.25 2,538 52 8쪽
9 위시 9화 +1 15.08.25 2,590 62 13쪽
8 위시 8화 +2 15.08.24 2,663 69 10쪽
7 위시 7화 +1 15.08.24 2,824 69 8쪽
6 위시 6화 +3 15.08.23 2,808 80 10쪽
5 위시 5화 +1 15.08.23 2,943 76 11쪽
» 위시 4화 +3 15.08.22 2,840 68 10쪽
3 위시 3화 +3 15.08.21 3,007 76 10쪽
2 위시 2화 +4 15.08.20 3,447 80 10쪽
1 위시 1화 +7 15.08.19 4,394 79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